데이지 - 양철북 청소년문학 5

데이지 - 양철북 청소년문학 5

$13.00
Description
‘피해자’가 아닌 ‘데이지’
우리를 잃지 않겠다는 소녀의 단단한 선언.
또래의 여느 아이들처럼 평범한 소녀 데이지. 어느 날 데이지는 인터넷으로 한 남자를 알게 되고, 사랑에 빠진다. 처음 남자 친구를 만나러 간 날, 데이지는 감쪽같이 사라져 버린다. 데이지의 실종은 주변 사람들을 포함한 절친 이머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 놓는다. 두 소녀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이제는 흔한 범죄가 된 온라인 성범죄. 조심하면 피할 수 있나? 나한테 일어나지 않으면 없어질 일인가? 《데이지》는 마주하기엔 괴로워서 피하고 싶고 피하기엔 차마 지나칠 수 없는 이야기를 담담하고 생생하게 들려준다.
‘시로 쓴 소설’이라는 형식은 새롭고, 속도감 있게 읽히며 문자메시지 같은 아이들 언어로 쓰여 공감을 끌어낸다. 사라진 데이지와 데이지를 찾고 싶어 하는 절친 이머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분노와 안타까움이 들고, 동시에 이런 의문이 생긴다. “조심해”라는 경고 이상의 말이 소녀들에게 필요하지 않을까? 책을 덮고 나면 저마다의 마음속에 만발한 데이지를 볼 수 있기를 바란다. 2020 KPMG 아일랜드 아동도서상 수상작.
저자

마이라제프

북아일랜드에서태어나역사를공부했다.학교와일상에서는영어로둘러싸여있었지만집에서는아일랜드어만썼다.친구들이‘나니아’라고부르던희귀한집에서아버지가손수번역한동화책들을읽으며자랐고,동화와마법으로된것은무엇이든좋아했다.지금도아일랜드어와영어로글을쓴다.세아이를키우며어린이역사소설부터그림책,청소년소설까지다양한글을썼다.2017년에는북아일랜드최초로퀸스대학교연구소어린이작문펠로우에선정되었다.북아일랜드아동문학에대한목소리를내면서,아이들이자기이야기를쓸수있도록다양한방법으로글쓰기를가르친다.국내에도소개된그림책『유치원가지마,벤노!』로2016년아일랜드최고의아동문학상인CBI올해의책,2018년국제아동청소년도서협의회(IBBY)아너리스트에선정되었다.2020년에는시로쓴소설『데이지』로KPMG아일랜드아동도서상을받았다.

출판사 서평

절친한두소녀에게일어난일
무엇이평범한열다섯소녀들의
삶을바꿔놓은것일까?

열다섯살데이지는평범한소녀다.학교라는봉건제도에서도밑에서두번째인,재미없는어정쩡한애들부류.밖에서는애같다고놀림받고,집에서는핸드폰을감시하는석기시대엄마와살긴하지만나쁘진않다.베프이머가있으니까.이머와함께라면뭐든다괜찮을것만같다.
어느날평소처럼이머집에서공부하고돌아온데이지에게인터넷으로친구신청이온다.이머가닉네임을바꾼줄알았는데,이머가아닌또래남자애다.이름은‘오쉰’.오쉰은자신을근처학교에다닌다는열일곱살남학생으로소개한다.데이지는오쉰과사랑에빠진다.그런데어째서인지오쉰과가까워질수록이머와는멀어진다.예전처럼둘이있어도이머는이어폰을끼고,전같지않다.이머의눈에는데이지가남자한테빠져서변한것같고,데이지눈에는이머가질투하고있는걸로밖에보이지않는다.두사람의사이는더나빠지기만한다.그리고기다리고기다리던오쉰과의첫데이트날,데이지는돌아오지않는다.
모두이머에게질문을쏟아붓는다.마치엄청난힌트를기다리는것같다.사람들이데이지를죽은것처럼말하는것도화가나고,그렇게갑자기사라져서걱정끼치는데이지에게도화가난다.그리고실은……자기자신한테화가난다.데이지한테사과할수만있다면뭐든다할수있을것같다.
어디있어,데이지?

‘두소녀’의목소리가담긴‘시로쓴소설’
자책과슬픔,분노를거친소녀의각성

슬픔과자책속에시간을보내던이머는문득깨닫는다.잠깐만,우리잘못이라니?내잘못이라니?그럴리가없잖아.이머는자신을뒤덮은무기력과슬픔에짓눌려삶을망가뜨리지않게용기를내려한다.마침표를찍어야할때가왔다.
이소설은온라인그루밍성범죄를주제로다루었다.우리는평범한소녀가어떻게덫에빠지게되었는지데이지의입장에서이야기를따라가게된다.
이머는가장친한친구가참혹한범죄의피해자가된현실을목격하며죄책감에시달린다.그러다문득주변사람들이자책하고경고하는상황이뭔가이상하다는것을깨닫는다.그깨달음은이머를각성하게한다.사람들이말하는것처럼모든게단순히운이나쁘고부주의해서벌어진걸까?이대로데이지는이름도없이‘피해자’로만남는것일까?
온라인그루밍범죄는누구나뉴스에서한번쯤접해봤을정도로더이상낯설지않은용어다.이범죄의특징중하나는피해자가주로청소년이라는점이다.가해자는온라인에서친분을쌓으며피해자를안심시킨뒤본색을드러낸다.교묘하게조종해의존하게만들어피해자를고립시킨다.소설속오쉰도데이지와문자메시지를주고받으며서서히친분을쌓고,취약한틈을노린다.
소설은1부는데이지,2부는이머의시점으로전개된다.마치데이지가못다한이야기를이머가바통터치를받아마저들려주는것처럼느껴진다.이머는데이지가뿌리고간헨젤과그레텔속부스러기들을주워진실을보려고노력한다.데이지는자기가평범하고시시한여자애라고생각했지만,이머가기억하는데이지는그저평범한아이가아니다.세상누구와도바꿀수없는베프.그런데이지를기억하는이머의목소리를통해데이지의이야기는물음표에서끝나지않는다.그리고마침내우리는이소설이데이지의이야기이기도하지만무엇보다두소녀의이야기라는걸알게된다.
‘시로쓴소설’이라는특징은두소녀의목소리를더효과적으로들려준다.구구절절설명하지않아도독자에게는훨씬강렬하고,직접적으로와닿는다.읽다보면소녀들의목소리로전해지는감정에집중하게된다.이런형식은전반적으로문자메시지처럼친근하면서공감간다.게다가질투나분노,슬픔같은감정이묘사되는부분들은응축되어한결생생하게와닿는다.짤막한문장이일상어로쓰여서책읽기어려워하는청소년독자들도어렵지않게읽을수있을것이다.


우린이세상을걸어다닐거야
온라인에서도오프라인에서도.눈을크게뜨고경계하면서
왜냐하면그것만이우릴안전하게지켜줄테니까


마비와충격이지나가고
공포와자기혐오가지나가자
분노가날안심시켜.

활활타오르는
뜨겁고
에너지로가득한분노.

나는화가났어.
분노가내게불을붙여.
싸움을시작하고싶어.
_본문181쪽

데이지를잃고슬픔에잠겨있던이머는어느순간분노를느낀다.분노를원동력으로이머는싸움을선언한다.용감해지기위해얼굴에물감을묻히는이머의모습은친구의죽음과자기삶을지켜내겠다는선언과도같다.이머는사랑하는친구를다시는만질수도,새로운추억을만들수도없는고통까지품은채살아가기로결심한다.
그러나이야기는끝나지않는다.데이지의엄마는자신의경고가충분하지않았다고자책하고,어른들은데이지의죽음을교훈삼으라고조언한다.바깥세상은위험하니까조심하라고.그러나각성을통해단단해진이머에게그조언은‘틀린말’이다.이머는다른누구도아닌자신의언어로반박한다.조심해야할사람은우리가아니라고.우리가숨어선안된다고말이다.
여자아이들은자라면서조심하라는말을수도없이듣는다.학교에서도,집에서도.밤늦게다니지마라,세상이얼마나위험한줄아느냐,어쩔수없으니네가조심해야한다…….이책은경고하거나주기보다는세상엔이런위험이분명있고,또알아야하지만숨을필요는없다고말하며소녀들이멈추지않고자라나기를소망한다.
집뒷마당에서만발한데이지꽃을발견한이머는데이지꽃으로촘촘히화환을만든다.

데이지가내게준모든것.
우정.
믿음.
함께했던시간.
그리고즐거운기억.
이제전부나의일부야.
고통과사랑은
화환처럼
하나로이어져있어.
_본문240쪽

이머는가장친한친구를잃은슬픔을‘극복’하지않는다.깊이들여다보고기억함으로써계속사랑하기로마음먹는다.정원에만발한데이지처럼이머도계속자랄것이다.이머의집뒷마당에핀데이지꽃들은더이상세상에없는,그러나여전히이머의하나뿐인베프데이지를연상시킨다.
소설을읽어나가다보면데이지의입장에서모두가취약하다는것을알게된다.데이지는자연스럽게누군가를떠올리게한다.나자신을떠올릴수도있고,친구나가족을떠올릴수도있다.우리는누구나약해지는순간이있다.그럴땐약한모습을부정하며자책과자기혐오에머무르고싶어질지도모른다.하지만어쩌면필요한것은데이지가거기있다는걸바라보며기억하는것인지도모른다.세상을떠났어도여전히이머마음속에살아있는데이지처럼,있는줄도몰랐는데뒷마당가득피어있던데이지꽃처럼,우리가기억하는한데이지는언제까지나있다.
이머는우연히데이지의사촌들이추억하는데이지의일화를듣는다.그들의이야기속에서데이지는불쌍하고안타까운피해자가아니라,엉뚱하고재미있는사람으로그려진다.그리고이머는그이야기를들으면서웃고있는자신을발견한다.데이지와함께했던시간과추억을품고이머는걸어간다.
“난자라날거야.데이지는멈추지않고피어날거야.내삶은데이지로가득해지겠지.”



<책속으로>

나는
데이지.
데이지꽃처럼평범한아이.

난되고싶어.
용감하고
우쭐거리고
우월한사람.

또되고싶어.
자비심없고
잔인하고
자유로운사람.

아니면금발이고
강단있고
강한사람.

하지만난그런사람이아닌걸.
고작열다섯살
데이지꽃만큼이나평범한아이.
_7쪽

우린항상함께야.

양동이와삽처럼.
홍차와비스킷처럼.
천둥과번개처럼.
와이파이와비밀번호처럼.
_11쪽

모르는거야.
악마가
거리를걸으며
청소년들을꾀어낸다는걸.

악마가
인터넷이라는기다란손가락으로
인터넷이라는날카로운발톱으로
어린소녀들을
잔인하게
이삶에서
찢어내고있다는걸.
_162쪽

하지만아주머니,중요한건
그건데이지잘못도아니라는거예요.
당연히그애는
오쉰의관심을끌고싶었겠죠.
오쉰을좋아했으니까요.
매력적인옷을입었다고해서
왜그여자애까지
비난을받아야하는걸까요?
_176쪽

사람들은말해.
몸이란
그저
영혼을담는그릇이라고.
하지만그렇게단순한문젠아니야.

영혼은
매니큐어를바를수도없고
방에서춤출수도없고
대화를나눌수도없잖아.
몸이없다면영혼은
바람에쓸려
내게서멀리사라져버려.
_21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