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하고 시를 만났다 (반양장)

안녕, 하고 시를 만났다 (반양장)

$17.00
Description
시 쓰는 국어 시간을 위한 딱 부러지는 안내서
시 있는 삶과 시 없는 삶은 다르다.
시는 우리를 배부르게는 못 해도 우리 삶이 메마르지 않게 깊고 풍요롭게 일으켜 세운다.
우리가 시와 만나는 처음은 대개 중고등학교 국어 시간이다. 그런데, 어디 첫 만남이 쉽겠는가. ‘시’는 나와 상관없는 저기 다른 세상의 언어 같은 걸. 더더구나 시를 쓰라니! 선생님, 그 무슨 말씀이십니까? 저한테 왜 이러십니까?

아이들만 그런 게 아니다. 시 쓰기를 가르치는 일은 국어 교사에게도 두렵고도 먼 일이다.
생물을 좋아한 저자는 ‘어쩌다’ 국어 교사가 되었다. 문학 시간은 괴로웠고, 현대시 강의는 한 번도 듣지 못한 채 아이들을 만났다. ‘내가 잘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에서 ‘내가 잘하는 건 뭘까?’ 고민하면서 교과서를 분석하고 재구성했다.
주제를 정하기 전에 작품 감상으로 아름다움은 대상에 있는 게 아니라 우리 태도에 있음을 발견하게 하고, 글감 찾기를 어려워 하는 아이들한테 거창한 사랑이나 감사 말고 기억 저편에 있는 단팥빵 하나를 찾게 했다. 부끄러움과 상처는 송곳 같아서 숨길수록 자기를 파고들지만, 그걸 시에 꺼내 놓으면 다른 사람 감정을 쿡 찌르는 감동이 되기도 한다고 속삭인다. 그리고 시는 마른 미역 같아서 맛과 향과 영양을 고스란히 전하려면 절제하고 생략하고 압축해야 한다며 시의 길을 설명했다.
2023년도 한 학년 100명이 모두 시를 썼고, 그걸로 시집을 냈다. 1년 동안 어떻게 아이들에게 말을 걸고 시를 쓰게 했는지, 수업 과정 전체를 이 책에 담아냈다.

책에 담긴 이야기를 차근차근 따라가다 보면 시를 만나고 시와 노는, 꽤 벅찬 순간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시는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바로 여기 내 곁에 있으니까. 그리고 혹시 아는가. 내 삶이 시가 되는 시작일런지.
저자

최인영

어려서부터교사가되고싶었으나그게국어는아니었다.생물을좋아했는데색각이상으로이과에갈수없었고,어쩌다보니1994년부터국어를가르치고있다.머리부터발끝까지이과성향이라시와소설은늘어려웠다.언제까지나도망칠수는없겠다싶어용기를내서맞섰고올해로31년째씨름하고있다.그런몸부림이쌓여소설쓰기책도내고,방통고어르신들과시집도엮고,이렇게시쓰기책도내놓게되었다.
이책은이과성향국어교사의발버둥이자,나처럼감수성메마른교사도할수있으니한번덤벼보시라는응원이다.
아이들은깡마른외모를보고모기라는별명을붙였지만모기가아니라멸치이고싶다.음식의주인공이아니라가루나국물이되어다른음식을맛나게하는멸치.
그리고아이들이주인공이면좋겠다.교실에서,수업에서,자기삶에서.

목차

책장을펼치며
어떤주제로시를쓰지?-주제정하기
경험의우물에서길어올린시-글감찾기
가슴에품은송곳하나-내면의상처를응시하는용기
반어냐?역설이냐?-시의표현
시도다이어트가필요해!-고치고다듬기
시를읽고쓰는즐거움-시쓰는어려움을이겨내는힘
시가건네는작은위안-왜시를읽고쓰나?
책장을덮으며

출판사 서평

시쓰는국어시간,어떻게시작할까?

이책을쓴국어선생은생물을좋아하고도표그리는걸좋아하는이과성향이다.문학과‘시’가두려웠던저자는두려움으로피하기보다는용기를내보기로마음먹었다.자신이잘할수있는길을찾아교과서를재구성하고수업설계를치밀하게세우기시작했다.30년동안실패하면서쌓아온그만의방법으로2023년도에는국어시간에만난아이들100명이모두시를쓰게되었고,이책은그과정을기록한것이다.
주제를정하고,글감을고르는일부터시를다듬는일까지시를쓰는차례에따라일곱부로구성하고부마다아이들시를일곱편싣고그시마다설명을덧붙여놓아서시가나오게된과정과수업안내의핵심을만날수있다.
교사도학생들도‘무엇을’쓸까하는첫문턱부터막막해하다걸려넘어진다.저자는뜻밖에교과서에서힌트를얻는다.2018년문학수업시간에“문학의목적은아름다움이다”는문장을만난다.‘아름다움’이란뭘까,하는질문을품고아이들을만난다.저마다생각하는아름다움이다를테니,그것과만나보자고제안한다.부모님의사랑,친구의우정같은거창한말에서시작하는것이아니라그것을구체적으로느낄수있는파란우산이나단팥빵같은작은것을찾아보자고말한다.아이들은자신의경험에서찾아내라는교사의제안으로시의씨앗을품게된다.

해가쨍쨍한날이었다/점심부터연습했는데도통들어가질않았다/튕겨나가면다시주워오고/튕겨나가면다시주워오고//농구공에게막욕을했다/멀리날아간공을/외롭기라도하라는듯/느릿하게주우러갔다//마음을다잡고다시던졌을때/농구공이/촥-/하고들어갔다//그순간먼지묻고더러운농구공이/반짝반짝빛나보였다//‘농구잘되는날’에서

저자는“시는하늘에서우연히툭떨어지는게아니다.수하가농구공을던지면서도‘뭘쓸까?’라며시에마음을쏟았기에이런시를쓸수있었다.”고말한다.농구를잘하기위해공던지는연습을하듯,시를쓰기위해마음을기울이는일,시작은그것만으로도충분하다.교사가건넨씨앗이학생들에게전해지고,마음에품고주의를기울이면서싹이트고시로피어났다.하나둘학생들이시를쓰기시작했고,친구의시가마중물이되어1년내내아이들은시를썼다.

시가주는선물,위로와연결
어떻게100명아이들이모두시를쓰게되었을까?교사가매순간학생모두와이야기를나눌수는없다.아이곁에는아이들이,친구가있다.모둠을적극활용하는것도좋은방법이다.혼자서고민하는시간도필요하지만친구와하하호호수다떠는시간을알맞게버무려야한다고말한다.
“시를쓸때글감을정하는일이가장어려웠습니다.친구들과부담없이편하게얘기하면서소재를많이떠올려볼수있었고,그가운데하나를골라시로쓰게되었습니다.혼자고민하고번뇌하는것도좋지만,친구들과함께생각나는것을막뱉어보고주위에있는걸떠올려보고적어보면서자유롭게생각할수있는시간이필요한것같아요.”
학생의이야기다.그리고모둠의친구들은독자가되어시를쓰고다듬는순간까지도훌륭한역할을해낸다.친구들이없었다면시를끝까지쓰지못했을거라고도고백한다.친구와시이야기를나눌수있다니!아이들은시를쓰면서친구와깊이연결되는순간을맛본다.그리고연결은교실에서만일어나지않는다.
어린시절추억을쓰면서엄마와더많이이야기하게되고,친구와싸우고난뒤힘들었던마음을솔직하게쓰면서스스로힘을내보고,돌아가신할아버지를그리워하는시를쓰면서애도의시간을갖고,버려진강아지를데려온이야기를쓰면서버려졌을때개의마음을깊이알게되고…시가준선물이다.

왜아이들에게시를쓰게했나?시를쓰는시간에아이들이저마다의‘고요’와만날수있다고생각했기때문이다.자기내면으로들어가그안에서위안받고새로운힘을얻으면좋겠다고바랐기때문이다.

문학이,시가두려웠던저자는교과서와학생들의삶에서공통분모를찾기위해노력했고,아이들이시와가까워질수있도록꼼꼼하게수업차시를구성했다.그과정에서저자자신도시에대한두려움을덜어낼수있었다.“이책은이과성향국어교사의발버둥이자,나처럼감수성메마른교사도할수있으니한번덤벼보시라는응원”이라고말한다.‘시를가르친다’는두려움에서한발짝벗어나보자고이책을건넨다.이책을따라가다보면뜻밖에시가아주가까이있음을발견할수있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