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행님 신인류 사랑 (반양장)

구자행님 신인류 사랑 (반양장)

$18.00
Description
상현이가 오늘도 3교시 중간에 왔다. 학교 바로 옆에 사는 녀석인데.
목소리가 커졌다. 마음이 욱했다는 증거다. 숨 고르기를 했다.
“그럼, 니 내하고 역할을 바꿔 보자. 내가 니고 니가 이제 선생이다.”
선생은 상현이 자리로 가고 상현이는 교탁 앞으로 갔다.
“선생님, 저 오늘 늦잠 자서 지각했어요. 늦잠을 자도 너무 자서 3교시에 학교 왔어요.”
“그래. 다음부터 그러지 마라.”
상현이가 다정하게 타이르는 말에 반 아이들은 책상을 두드리며 웃는다. 선생도 웃었다.

‘말’이 가진 힘을 느끼게 한다. ‘교사의 태도’를 생각하게 한다.
아슬아슬한 위기의 순간, 규칙을 들이대거나 올바른 태도를 가르치는 것으로 교사의 역할을 삼을 수도 있으련만, 그런 것으로는 건질 수 있는 게 없다. 망가진 교실은 더 얼어붙고 아이는 제 행동을 돌아보기보다는 경계 태세를 취한다. 나머지 시간을 살릴 기회마저 잃어버린다는 거다.
이런 순간 교사 구자행은 어깨에 힘 빼고 체면 내려놓고 아이 마음을 먼저 살핀다. 아이 감정을 헤아리며 서로를 이해하는 쪽으로 한 걸음 다가서면 굳은 분위기가 탁 풀린다. 그래서 교실이 험악하게 치닫지 않고 아이 마음도 풀린다. 마음이 풀리고 분위기도 풀린 교실은 즐겁다.
아이들과 어떻게 관계 맺어야 하나 고민하는 교사나 어른이 읽으면 좋겠다.
저자

구자행

저자:구자행
고등학교에서우리말을가르치면서지내다가,이제나이를다채우고2025년8월에물러난다.학교에서아이들을만날때어른마주하듯하겠다는마음가짐으로살아왔다.한국글쓰기교육연구회에오래몸담으면서삶을가꾸는글쓰기에힘을기울였고,그열매로해마다아이들글을모아글모음을내고,아이들이쓴글을엮어책으로내기도하고,글쓰기를가르치고이끄는데도움이될만한책을펴내기도했다.
교실에는마치다른별에서온듯한엉뚱한아이가더러있다.해를거듭할수록이런아이가늘어가는듯하다.곁에서가만히지켜보기도하고,조심스레문을두드려보기도하고,잠시라도이쪽으로건너와서함께놀아보자고손을내밀기도했다.그이야기를책에담았다.
쓴책으로는《국어시간에소설써봤니?》《국어시간에시써봤니?》가있고,엮은책으로는《생긴대로살아야지》《찔레꽃》《꽁당보리밥》《기절했다깬것같다》《버림받은성적표》가있다.

목차

머리글

1부신인류
닭꼬지/맞장구/제앞가림하기/낯간지러운이야기/상현이/상우와현태/말높이/
동심여행/집단상담/신인류

2부따뜻한기억
고자행님/조자행선생님/‘분배의공정성’자유토론/무엇이우리말일까?/우진이넉살/콘돔사건/특별상담/이제지리시간도싫어질것같다/따뜻한기억/송곳

3부제이야기풀어내기
시읽는교실/정수/제이야기풀어놓기/참나무야대나무야옻나무야/아기장수이야기/무엇이든말할수있는교실/한권읽기,첫시간/판에박은글쓰기와맘껏펼쳐내는글쓰기/왜글을쓰면서살아야할까?

출판사 서평

갈수록선생노릇하는게힘들다고한다.
학교가흔들리고,학생은학생대로교사는교사대로힘들어한다.
더나은제도와정책으로풀어가야할일도있겠으나그것은그것대로하더라도,결국은사람이풀고해결해야한다.교육은제도와정책이하는것이아니라사람과사람사이에서만들어지는예술이니.
여기평생국어교사로살아온사람이있다.
아이들마음을부추겨이야기판을벌이는것을즐거워하고,아이들은제이야기를하며시도쓰고자라온이야기로성장소설도쓴다.

도대체무슨비결이있는걸까?
늘지각하는아이,한여름풀잎처럼시든아이,특별상담이필요한아이,여느교실처럼위태롭고아슬아슬한순간의연속이다.그의교실이라고문제가없는것이아니다.다만,풀어가는방법이다르다.
아이를존중하는마음으로주고받는교사의“말”에길이있지않나싶다.예의없고버릇없다며나무라며끝낼수도있고,어른에대한태도를문제삼을수도있고,그런비속어를쓰면안된다며가르칠수도있을순간에어깨에힘빼고,어른이라는체면치레빼고,아이들기분을존중하며같은눈높이에서말을주고받아분위기를탁푸는힘이있다.

공부시간에축처져있는아이들에게좋은일하나만생각해보자고말해도시큰둥하다.은근슬쩍“오늘내수업한시간들었잖아”해보지만아이들은아니라고고개를흔든다.그때누군가“오늘점심에닭꼬지나와요”하자시든풀처럼고개숙인아이들이한꺼번에고개를든다.그순간선생이“그래,그렇구나.내가닭꼬지보다못하구나”하자아이들이웃음을터트린다.참별거아닌것같아도힘빼고툭던진교사의말한마디가아이들을웃게만들고학생과교사사이의벽을허문다.공부시간에나눠준원고지를몇번이나다시달라고해도,교실청소를하다콘돔을주워도가르치기보다는맞장구치며다가간다.이렇게관계가만들어지면아이들이조금씩자기이야기를꺼내기시작한다.부모님이이혼한이야기도털어놓고,마음에담았던여학생에게전화번호물었다가퇴짜맞은이야기도하고,야밤에아령운동하다코피터진이야기를하면서같이웃는다.이야기하면서아이들은친구들사정도알게되고서로위로하기도한다.제대로된‘말하기교육’이다.말을하는건서로통하기위해서인데,제대로소통하게되는것이다.

말이통하게되면‘글쓰기’는자연스레이루어진다.하고싶은이야기를쓰자고하면말에서글로자연스럽게이어진다.아이들에게글을쓰게하는게얼마나힘이드는가.교사가들려주는말이아니라아이들이하는말에서시작해보면어떨까.이책에실린이야기들은저자가아이들에게어떻게말을건네고,어떤상황에서아이들과맞장구치는지잘보여준다.가르쳐야하는무거운역할을잠시내려놓고글을읽으며웃다보면나도모르게힘을주고있던팽팽하던마음이조금은느슨해질수도있으니.그렇게힘빼고느슨해진마음으로아이들을만나보자.그러면그틈사이사이로아이들이들어올수있지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