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방송 프로그램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23명의 라디오 고수들이 자신이 터득한 방송 노하우와 삶을 이야기한다. 미치도록 방송을 좋아하고 매달린 사람들. 그들의 열정과 지혜를 나눈다. 저자는 청취자를 염두에 두고 프로그램을 만들 듯 소통을 강조하는 이 시대에 쌍방향 책을 펴냈다. 이 책은 호흡을 살리고 사이를 조절해 만든 한 편의 라디오 다큐멘터리 같다.
이 책은 이전의 라디오 제작에 대한 책과는 전혀 다르다. 귀에 선 방송용어나 설익은 제작 이론을 들먹이지 않는다. 이 땅의 라디오 고수들이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라디오 이야기를 재미있고 솔깃하게 들려준다. DJ, PD, 작가, 성우, 리포터들이 자신의 분야에서 터득한 노하우와 자신의 삶을 소개한다. 라디오를 친구처럼 함께하는 이들에게는 궁금해하던 라디오 세상 이야기를 들려주고, 라디오에서 일하고 싶어하는 예비 방송인들에게는 직업에 대한 안내를 해준다. 이 책에 수록한 사람들은 모두 자기 분야에서 독보적인 사람들이다. 진행자로는 이문세, 이종환, 배철수, 강석·김혜영, 손석희를 섭외했다. 성우에는 배한성, 박일, 김종성, 안지환, 서혜정을 인터뷰했다. 작가와 PD는 KBS, MBC, SBS에서 두드러진 활약을 보이는 이들을 추천받았다. 인터뷰는 집중을 위해 차단된 공간인 스튜디오에서 진행했고, 모두 녹음해 두었다. 아울러 인터뷰한 육성의 일부를 편집해 오디오 파일로 ‘커뮤니케이션북스’ 블로그에 올려놨다. 소리를 통해 그들이 말하고자 하는 느낌을 생생하게 전달해주고자 하는 배려에서다.
1장 라디오 진행자
라디오 진행자는 라디오 프로그램의 얼굴이다. 라디오 진행자를 퍼스낼리티라고 할 정도로, 진행자의 특성이 라디오 프로그램의 성격을 결정짓는다. DJ 프로그램에서는 진행자가 누구냐에 따라 청취율이 좌우되기도 한다. 진행자의 매력은 곧 프로그램의 매력이다. 그래서 프로그램의 상당 부분을 진행자에 맞추어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진행자가 편하게 생각하는 게스트를 초대하고, 그가 무리 없이 소화할 수 있는 코너를 구성한다. 방송원고도 진행자 말투 그대로 쓴다. 라디오 프로그램의 성패는 진행자가 누구인지, 그 진행자를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장 성우
성우는 소리로 모든 것을 표현해 내는 연기자다. 라디오 드라마에서 성우는 소리만으로 인물의 성격이나 모습은 물론, 무대, 의상, 계절, 시간대까지도 표현해 낸다. 과장처럼 들리겠지만, 집중해 들어보면 성우들의 연기에서 그런 표현 의도를 느낄 수 있다. 주변에서 사람들이 말하는 모습을 주의 깊게 살펴보자. 좁은 방에서 말하는 소리와 야외에서 말하는 소리는 다르게 들린다. 소리가 공간감을 나타내주는 것이다. 뚱뚱한 사람의 목소리와 깡마른 사람의 목소리가 다르듯, 두툼한 옷을 무겁게 입은 사람과 얇은 옷을 가볍게 걸친 사람의 목소리도 다르게 들린다. 사람의 말소리에는 그 사람의 외모와 기질은 물론 장소의 공간감이나 옷차림에 대한 느낌까지도 담겨 있다. 성우는 그러한 느낌을 소리로 섬세하게 표현해낸다.
3장 리포터
라디오에도 3D 업종이 있다. 바로 취재 리포터다. 취재 리포터는 방송할 만한 이야깃거리가 있다면 땅속에서부터 하늘 끝까지 어디든지 다 뒤지고 다녀야 한다. 행사나 공연, 또는 취재 대상자의 일정에 맞춰 일하기 때문에 낮밤도 휴일도 따로 없다. 게다가 혼자 다니면서 모든걸 다 할 줄 알아야 한다. 외롭고 고달픈 일이다. 힘든 것만 생각한다면 3D 업종이라 부를 만하다. 하지만 늘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세상 구석구석을 들여다 볼 수 있으니, 방송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더없이 신나는 일이기도 하다. 라디오 리포터가 주로 하는 일은 취재와 리포팅이다. 프로그램에서 필요로 하는 정보를 제공해 프로그램에 활력을 넣어준다. 라디오에서 거의 매시간 듣게 되는 교통정보나 기상정보는 리포터들이 한국도로공사의 교통정보센터나, 기상청에서 생방송으로 전하는 것이다. 리포터가 교통정보와 기상정보를 직접 조사해 구성하고 리포팅한다. 라디오 리포터는, 아나운서는 물론 작가와 PD의 역할을 모두 할 줄 알아야 한다.
4장 작가
라디오 작가의 역할은 시대에 따라서 조금씩 다르다. 라디오를 만드는 방법, 청취자의 생활 스타일, 매체 환경이 모두 변하기 때문이다. 요즘 들어 라디오 프로그램 사이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청취자의 영향력이 세지다 보니, 라디오 작가는 원고 쓰는 일 말고도 해야 할 일이 많아졌다. 기획 회의에서 쉼 없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야 하고, 수시로 청취자의 반응을 살피기 위해 홈페이지를 샅샅이 뒤져야 한다. 그래서 요즘 작가들은 DJ 이문세의 말처럼 ‘PD 마인드’가 있어야 한다. 작가의 수도 늘어났다. 대부분의 프로그램에는 메인 작가와 서브 작가가 있다. 서브 작가는 다시 세컨드 작가와 서드 작가로 나누어진다. 작가가 늘어난 만큼 작가의 역할과 관계도 복잡해졌다. 라디오 작가를 하려면 방송 글을 잘 쓰는 것은 물론이고, 이 같은 변화에 잘 적응해야 한다.
5장 PD
라디오 PD는 시사·정보 PD, 연예·오락 PD, 음악 PD, 드라마 PD, 다큐멘터리 PD로 나눌 수 있다. 라디오에서는 인력 운용상 PD를 전문화하기 힘들다. 대부분의 방송사에서는 모든 포맷10의 프로그램을 소화해내는 전천후 PD를 요한다. 전천후 PD가 되면 PD의 전문화가 힘들어진다. 심하게 말하면 못하는 것도 잘하는 것도 없는 PD가 된다. 긍정적인 면도 있다. 방송의 원리는 하나이므로, 하나의 포맷을 제대로 소화해내면 다른 포맷의 프로그램 연출을 어느 정도 할 수 있게 된다. 게다가 라디오도 모든 문화 현상과 마찬가지로 퓨전화되고 있다. 거의 모든 연예·오락 프로그램에 콩트라는 형식으로 드라마 요소가 들어가고, 대부분의 정보 프로그램에 복스 팝 형식으로 다큐멘터리 요소가 들어간다. 이처럼 다양한 포맷의 제작 방법을 활용하면 자신만의 독특한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게 된다.
PD의 색깔은 그 프로그램에 그대로 드러난다. PD는 프로그램의 방향을 결정짓기 때문이다. PD는 프로그램의 기획에서 자료수집, 섭외, 취재, 구성, 제작, 송출까지 방송의 전 과정에 관여한다. 방송의 홍보와 방송 후의 출판 같은 멀티유스 작업도 한다. 그 밖에 예산을 세우고 제작비를 청구하는 마무리 작업도 해야 한다. PD는 프로그램의 시작이자 끝인 것이다.
추천사
라디오 제작과정의 ‘속살’을 보여준다. 어디서도 들을 수 없는 핵심을 듣다 보면, 아끼는 후배에게 비기(?器)를 전수하는 선배의 사랑이 느껴진다. 이 책을 읽으면 빡빡한 장비와 대본으로 가득찬 라디오 제작국을 둘러본 느낌과 시대의 격랑을 헤쳐 나온 저자의 지난 28년을 축약해 놓은 느낌이 든다. 그리고 그 중심에 라디오를 정말 사랑한 한 사람이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_ 이중식 서울대학교 융합과학기술대학원 디지털정보융합학과 교수
김승월 선배의 『라디오 다큐멘터리: 라디오 재미있게 만들기』를 처음 읽으며 라디오 다큐멘터리를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감’을 익혔다. 이 책은 그의 두 번째 책이다. 한마디로 잘 짜인 한 편의 ‘라디오 다큐멘터리’다. 다큐멘터리는 결국 누군가의 인생 철학, 삶의 방식을 다루는 것이다. 저자의 삶이 배어 있는 이야기, 라디오를 들으며 행복한 꿈을 꾸었던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한마디로 재밌다.
_ 소병철 CBS 라디오 PD
뒤통수를 맞은 것 같은 충격이다. 내가 알고 있다고 생각해 왔던 성우의 세계보다 훨씬 더 깊고 심오한 내용이 많다. 대한민국 대표급 성우의 생생한 경험담이 나를 한 없이 작고 부끄럽게 만들었다. 성우를 꿈꾸거나, 성우에 대해 알고 싶거나, 넓게는 자신의 꿈을 좇는 모든 이에게 전하고 싶은 책이다.
_ 김종완 성우 지망생
라디오 작가는 글이 아닌 말을 쓰는 사람이라는 내용이 나온다. 작가 지망생인 나에게 이 책 또한 글이 아닌 말로써 다가왔다. 딱딱한 라디오 ‘지식’보다는 생생한 라디오 ‘이야기’를 전해주는, 훗날 내 글발의 소중한 기반이 되어 줄 이야기 꾸러미 같은 책. 나약해져 가던 내 꿈에 대한 열정의 불씨를 다시 한 번 당겨준 소중한 책이다.
_ 조혜지 작가 지망생
책속으로 추가
KBS TV에서 〈도전 지구 탐험대〉 해설을 10여 년 했어요. 5년 정도하고 그만두려고 했었죠. PD가 시청률도 잘 나오는데 이유가 뭐냐고 물어요. “역량 부족이다. 5년 하다 보니 매너리즘mannerism에 빠져 변화를 주지 못하고, 스스로도 지겹다. 시청자들은 더 지겨워하지 않겠느냐?”고 했죠. PD 제안으로 저랑 여성 성우가 1, 2부를 나눠서 했어요. 하지만 시청률도 떨어지고 성우가 바뀌었다고 시청자 항의가 들어와 결국 다시 저 혼자 하게 됐죠. 고민 고민하다가 해설 스타일에 변화를 줬어요. 예를 들어 이병헌 씨가 파리에 가서 디자이너 체험을 한다면 그에 맞게 세련된 스타일로, 임현식 씨가 아프리카에 가서 촌장들과 어울려 무슨 체험을 한다면 구수한 스타일로 바꿨죠. 그랬더니 그게 괜찮은 거예요. 그래서 10년을 할 수 있었죠. 보고 듣는 분들은 편할지 몰라도 해설하는 사람은 고달파요. 그런 시간들을 거쳐야 오래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_ 2. 성우, 살아 숨 쉬는 소리 ‘배한성’ 편 중에서
후배들에게 성대모사를 많이 해보라고 해요. 흉내를 자꾸 내다 보면 안 되는 게 없어요. 저는 3살부터 100살까지 할 자신이 있어요. 누군가 “웃기지마, 그게 3살이냐?”라고 할 수도 있어요. 소리 자체는 3살이 아니더라도 3살 느낌을 가지고 하면 그게 먹힐 수도 있죠.저의 성우 생활 40년의 노하우는 자동차를 타고 가면서 신호 대기할 때 연습하는 거예요. 차 안에서 혼자하면 창피할 게 뭐가 있어요? 처음엔 물론 잘 안 되죠. 그런데 3일, 4일, 일주일하면 되요. ‘남의 목소리는 흉내 낼 수 없어’라고 말하는 건 변명이에요. 완벽하진 않겠지만 감이라는 게 있어요. 그 사람의 느낌을 내주면 성공인데 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