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어도 걷는 사람 - 리토피아포에지 156

멀어도 걷는 사람 - 리토피아포에지 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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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나는 왜 시를 쓰고 싶은 것일까? 소가 신으로 보이는 그때는 아마도 사람의 육안과 뇌안은 닫히고 심안과 영안이 열리는 순간, 그것을 시라 이해하면 어떨까. 그 순간을 고스란히 받아서 포정은 소의 각을 뜨고, 시인은 문자로 시를 받아쓰는 고독하고도 절박한 삶의 방식. 시가 반드시 도, 는 아니겠지만 분명한 것은 시인은 보이지 않는 것들을 봐야 하는 견자의 의무를 지고 가는 것은 분명하다. 시인의 시는 문자를 다루는 기술을 넘어서 저 멀리 보이지 않는 지평까지 끊임없이 밀고 나아가야 하는 것이리라. 그렇게 시간을 지나고 세상을 건너서 무심코, 무심한 시가 좋은 시라 나는 굳게 믿는다. 그런 시. 춤추는 것처럼, 음악이 흐르는 것처럼, 저 혼자서도 살아서 흘러, 고요해서 아름다운 시. 하늘의 별처럼 온 우주가 집중해서, 간절해서, 차라리 아무도 시라고 눈치채지 못하는 시. 절대로 늙지 않는 자연처럼 늙어서 꼬부라져도 늙지 못하는 짐승을 가슴에 들이고 사는 괴물. 그런 것들을 감당할 수 있을 때가 시인으로는 정말로 시를 쓰는 순간이라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시보다 시인이 앞장서지 말기를. 이유 없이 꽃이 피고 또 꽃이 지는 듯. 쌀 씻어 밥하는 일에서도 담담하게 시 한 편 건져 올렸으면 좋겠다./시인의 산문 중에서

저자

손현숙

저자:손현숙
1999년《현대시학》으로등단했다.시집으로'너를훔친다','손','일부의사생활'이있으며,사진산문집'시인박물관','나는사랑입니다','댕댕아,꽃길만걷자'가있다.연구서로'발화의힘','마음치유와시'가있다.

목차


제1부
멀어도걷는사람15
야생이돌아왔다16
저목련의푸른그늘18
홍화산사19
소식20
그빗소리22
반음,이상하고아름다운23
슬픔의각도24
산사나무에는붉은귀신이있다25
사라진발목은모르는일이다26
엽서처럼눈이온다27
소리로오는모습을본다28
간빙기30
훗날32
신화처럼34
정오35

제2부
바람의족보39
한번의여름이지나가고40
손가락으로눈썹을쓰는사이42
검결44
아가위열매가익어간다46
그나무에불질렀다48
오늘의날씨50
꽃,못밟겠다52
커피는너무쓰고마카롱은너무달다53
우연히당신을만났다54
그항아리55
벽뒤의여자가난다56
바다,저건너에서누가온다57
버섯아,헌집줄게스물아홉종아리줄래?58
수평선간다60
상속자61

제3부
대문짝만한전광판에신들이글썽거린다65
여성전용남자팔아요66
용목이라는말,68
바람의말70
축축한말71
오늘저녁,말은72
꽃그림자를밀대로밀고73
태양족이신을부르는공상적방법74
환대75
그때,머리에하얀꽃꽂을까76
기묘한사과77
소문78
파워코드에대한상상적입장80
나였다가,너였다가,개구리였다가82
조심해,전갈84

제4부
모르는쪽87
역병이지나가면다녀가세요88
절망을견디는한가지방법90
무명지92
리젝트93
타인의출발94
엄마,자꾸누가불렀다96
나비가날개를말리는시간97
파묘98
그많던엄마는어디로갔을까99
졸업100
케렌시아102
나는그저비겁해져서103
면회104
완성은지루하다106
다시,아비정전107

시인의산문|손현숙시인의그늘,혹은조각들109

출판사 서평

나는왜시를쓰고싶은것일까?소가신으로보이는그때는아마도사람의육안과뇌안은닫히고심안과영안이열리는순간,그것을시라이해하면어떨까.그순간을고스란히받아서포정은소의각을뜨고,시인은문자로시를받아쓰는고독하고도절박한삶의방식.시가반드시도,는아니겠지만분명한것은시인은보이지않는것들을봐야하는견자의의무를지고가는것은분명하다.시인의시는문자를다루는기술을넘어서저멀리보이지않는지평까지끊임없이밀고나아가야하는것이리라.그렇게시간을지나고세상을건너서무심코,무심한시가좋은시라나는굳게믿는다.그런시.춤추는것처럼,음악이흐르는것처럼,저혼자서도살아서흘러,고요해서아름다운시.하늘의별처럼온우주가집중해서,간절해서,차라리아무도시라고눈치채지못하는시.절대로늙지않는자연처럼늙어서꼬부라져도늙지못하는짐승을가슴에들이고사는괴물.그런것들을감당할수있을때가시인으로는정말로시를쓰는순간이라말할수있지않을까.시보다시인이앞장서지말기를.이유없이꽃이피고또꽃이지는듯.쌀씻어밥하는일에서도담담하게시한편건져올렸으면좋겠다.

시인의산문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