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쓸쓸한 기록 : 당신은 어느 긴 길 위에 있습니까

조금, 쓸쓸한 기록 : 당신은 어느 긴 길 위에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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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연

저자:김연

1978년서울에서태어났으며,광주대학교문예창작학과를졸업했다.전국을떠돌며논술학원강사,방송작가로활동했으며,2009년부터제주에살기시작해작은카페를운영하며섬생활을이어가다가2017년계간『미래시학』여름호신인문학상으로등단,창작활동을시작했다.첫시집『바람우표서신』을펴낸후제주대학교국어국문학과대학원에입학,석사학위취득후현재동대학원박사과정에있으며제주작가회의회원으로활동하고있다.

목차


나는지금어느긴길위에있는가

1부.발자국모아모래성을쌓고
떠나지않으면알수없는
그많은신들은어디에
샤먼에기대어
찰나일지라도별헤는밤
9월의열대
삶을지탱하는힘
묵묵히살아내야했던시간
조각보가만들어낸빛
닿지않는마음
점점아득해지는것들
인연이라는긴길,긴시간

2부.조금청승맞거나혹은비장하거나
가장작은세계미래의꿈을과거에묻다
MerryMerry,Merry!
폭우쯤은뚫을수있는
공존하는,존재의의의
반려아닌반려
소통의패스워드
우리커피한잔할까요
진실과거짓의위태로운줄다리기
서로다른별로돌아가다
계절이보낸헌화

3부.고양이등에흐르는달빛처럼
다정한약속
나,혹은모두의자화상
유랑하는삶,구원의가능성
무너지지않을만큼
‘생존’해야하는‘인간다움’
나는이생이아프다
세상을역설하는악귀
기어이사랑
사춘기의BGM
흔들리는길위에서
기억이라는환영
옳고그름의기준

4부.서글프도록아름다운마지막은신처
바람처럼왔다가바람길로떠난
불온한시대,연대의가치
언어에스며든삶의질감
스스로의열정으로설득시킨자유
그래도봄날
떠나고싶은,머물고싶은
몸을떠난넋들의위로
보이는것과들리는것의이면

5부.우리는그시대를건넜을까
느닷없이,혹은예정되었던그날들의기록
잔인한사월
진정한애도의의미
모두가‘우리’였던순간,Again!
‘젠다기미그자라’-그래도삶은계속된다-
행복은성적순이아니잖아요

출판사 서평

추천사

제주살이열다섯해를버텨온김연작가의힘은무엇일까.날마다‘같은파도를보내지않고넘어져도반드시다른파도를보내준’바다가있었기때문이다.한라산골짜기잔설을비집고피어나는복수초가,밤새뒤척이게만드는바람이그녀를이섬에단단히붙들어맸을것이다.그러기에이산문집은알량한문체로다듬어낸여행기가아니다.제주의자연과문화와역사를진득하게들여다본다.그러면서강요가아닌,청유형으로‘바람우표’를붙이고세상을향한안부의편지를보내고있다.
-강덕환(시인.한국작가회의제주도지회회장)

‘흔들리는이정표’앞에서주저하고있는많은이에게이책이따스한위로가되기를,그리고펼쳐진당신의길에축복이가득하기를.하여여행과사랑에대한다정하고아름다운이기록과더불어,‘서글프게아름다운자신만의마지막은신처’에가닿기를…….
-강회진(시인,독립연구자)

‘검이불루檢而不陋화이불치華而不侈’!검소하나누추하지않고화려하나사치스럽지않다.김연시인의산문집을읽으며떠오른말이다.소박하나결코가볍지않고,유려하나절제를아는기품이있다.아마도시인의고운심성과섬세한영혼이그대로문장에스며든것이리라.‘모두다사라진것은아닌달’11월의마지막날,어딘가‘백제의미소’를닮은시인의문장들을읽으며나는‘오늘의마음을오늘모두쓰’고있다.
-김경훈(시인,극작가)

책속에서

머리글-‘나는지금어느긴길위에있는가’

한두달걸러한번,[한라일보]에칼럼을기고한지어느덧8년이지났다.이산문집은그렇게쌓인칼럼들을한데모아엮고자하는목적으로기획되었다.그러나흩어진글들을모아보니어떤글은시간이흘러시의성을잃었고,어떤글은그때의감정이넘쳐설익었으며,또어떤글은그날의안타까움과분노로객관성을놓쳤다.그래서한동안모른척서랍속에넣어두었다.

어느날다시들춰보았을때글들을관통하는나의마음이보였다.그것은그날그날,그시간속에서간절히전하고자하는안부이자당부였다.일상의반경은다를지라도동시대를살고있는모든이들에게다정한안부를건네고싶었다.편지처럼읽히길바라는마음으로문체를바꾸니많은이야기들이보태어졌다.또한한정된지면을벗어나자미처하지못했던말들,깊숙한곳에밀어두었던속내가불쑥불쑥손끝으로튀어나왔다.그렇게길위에서붙들고있던상념의흔적이차곡차곡쌓여갔다.글을업으로삼은작가들은숙명처럼끌어안고있는명제가있기마련이다.그명제가작가한사람한사람의작품세계를구축한다고생각한다.

첫시집은지난발자국을서둘러지우고싶은마음이앞서급하게세상에던져졌다.던지고나서야명제를돌아보기시작했다.갈팡질팡하는시간이길어지면질수록불안감은깊어졌다.할수있는건꿋꿋하게‘읽고,쓰는것’외에없었다.스스로에대한자책이자다그침,그러나한편으로는전환점의계기가되기를바라는마음으로시작했다.그런데아이러니하게도이책을엮는동안나의명제가보였다.

스치거나사라지거나혹은머물고있는모든인연들
내가있었던모든시간
그모든시간을빼곡히채웠던마음들
그렇게흘러가버린것들에대한‘그리움’이었다.

격한감정은덜어내고최대한편안하게전하고자했지만,여전히설익은것들이많다.여행,일상,예술,제주,시의로크게글들을나누어담았지만,사실상경계는마음으로연결되기에그의미가크지않다.모든이야기는내가감응한순간들의기록이지만결국우리의이야기로흘러간다.그리고모든고백은항상‘인간적인것’의의미를되물으며선회한다.

이토록흔들리는문장들위에그대가혹,잠시머문다면
‘긴길’위에서함께헤매고있는사람이있다는
안도의위로가될수있기를…….
그위로가오늘하루치의마음을온전히쏟아내어
내일의발걸음이조금가벼워질수있기를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