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 물의 잠 속에서 - 우리글 시선 111

산과 물의 잠 속에서 - 우리글 시선 111

$15.00
Description
아내와 사별한 후 팔순이 다 되어 가는 나이에 비로소 시를 가까이하게 된 후, 십 수 년 동안 시에 천착하며 지내온 이상로 시인의 첫 시집이다. 그의 대부분의 시들은 먼저 세상을 떠난 아내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과, 어린 날에 관한 기억, 나이 듦과 세상을 떠나는 날에 대한 담담한 소회를 담고 있다. 기교를 부리지 않고, 어렵지 않은 어휘로 쓴 진솔한 시들은 평소에 시를 가까이 하지 않는 이들도 쉽게 시에 다가갈 수 있게 해주며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시가 나를 다시 세운다’고 쓴 그의 머리글을 읽으며, 과연 시가 갖고 있는 힘이란 어떤 것인가, 시는 우리를 어떻게 위로해주는가 생각해보게 된다. 독자들에게도 따뜻한 위로가 되어줄 수 있는 시집이다.
저자

이상로

저자 : 이상로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났다. 한양대 공과대학 화공과를 졸업한 후 검정고시로 수학교사 자격을 획득해 중·고등학교 교사로 근무했다.
전자공업 법인을 설립, 경영하고 부회장을 역임했으며, 중국 천진에도 진출했다.
모범공무원상, 문교부장관상, 노동부장관상, 국무총리 표창 등을 받았다.
‘한국시원’ 신인상 수상으로 등단했다.

목차

시인의 말
해설 _ 시집 ‘산과 물의 잠 속에서’에 부쳐 _ 박인식


1부 바람이면 좋겠어

산과 물의 잠 속에서 / 내가 바람으로
친구 / 가을비
한계령 / 혼자 오는 봄
사랑이 구름 따라 / 내 고향 산골은
봄비 1 / 나목
유채꽃에 비 / 나는 오직 사랑을 가을처럼 노래한다
봄을 심는 비 / 초록의 유래
열대야 / 망구望九라는 나이
황천길 / 꽃샘추위
옛적에 / 가을이라 가을바람
쪽박은 깨라고 있다 / 바람길
별 하나 / 칠장사七長寺에 머물다
창문에 그림자


2부 스스로의 꿈도 모르면서

어머니 막내딸 보러 고사리 밭 가신다 / 민들레 홀씨처럼
벽시계 / 하회마을에서
다시 산다는 것 / 연출자演出者가 없다
나는 내 길을 간다 / 어떤 가을
세월이 지워지며 / 꽃잎
철 늦은 장미 / 고추잠자리
씨름 / 떨켜
피톤치드Phytoncide 1 / 장승이 울고 섰다
세월이 물위에 흐르고 / 아직 겨울이 멀다
첫눈 / 소나기눈
옐로카드YELLOW CARDㆍ66 / 방패연 날다
무궁화의 꿈


3부 병상일기

세레나데 다시 듣다 / 홍시
지혈을 못하는 환자 / 병상 모니터
아내의 기일 / 우리 식구
치매환자 / 늦가을 볕
변신 / 빌딩 마을을 나오면
아무도 알지 못했다 / 카네이션


4부 너와 내가 머무는 곳이

봄비 2 / 봄바람
모지랑숟가락 / 해 뜨는 내일
모란牧丹은 피고 / 혼밥
민들레 / 산불 후에 내리는 봄비
빗줄기의 리듬 / 소년처럼
딸 약혼식에 / 피톤치드Phytoncide 2
녹음이 머문 곳 / 가을을 그리는 바람
비가 바람에 온다 / 장마
가을 가뭄 / 함박눈의 정
숲에서 / 장마 유감有感
사라져 가는 소리 / 푸른 묘약
허수아비의 꿈 / 말이 고프다던 친구
산촌山村에 비 / 가을 산 가을바람
세월은 어둠으로 가는데 / 한가위에 젖는다
첫눈이 내리고

출판사 서평

책 속으로

▶머리글 중에서

시가 다시 나를 세운다.
해가 솟아오르는 바닷가 작은 모래 언덕에 서있었다. 이슬에 젖은 채 붉게 물든 키 작은 해송에 매미가 달려 있었고, 누군가 바닷물에 던진 매미 한 마리가 놀라 심한 날갯짓을 하며 울기 시작했다. 매미는 아직 잠들어 있는 물 위로 일직선의 하얀 선을
그으며 해를 향해 돌진하듯 멀어져 갔다.
이 광경을 물끄러미 쳐다보던 소년이 고개를 들고 물었다.
“아버지 저 매미가 돌아올까요?”
아버지는 말씀이 없으셨다.
인생의 고비마다 많은 분이 이끌어 주신 덕분에 다시 삶의 힘을 얻어 살 수 있었다.
새로운 고비 앞에 외롭게 선 내게 시를 알려주신 분이 있다. 시인 박인식 선생이다.
덕분에 해맞이 해변에 서 있던 소년은 빛바랜 해가 절반이 잠긴 노을 앞에 다시 서서 지나온 세월을 음미한다.

산책을 나섰다
쏟아지듯 눈 내리고

열린 세상 피할 곳 없이
머리와 어깨 얼굴에 흘러내리는 눈

주위가 온통 변했다
질서 없이 어지럽던 모습에
하얀색 하나로 칠해졌다

소리가 있어 돌아보니
세월이 담긴 발자국
조심스럽게 지우던 함박눈이
속삭이는 소리

내일 가야 할 먼 길은
눈송이처럼 가벼울 거라고

- ‘세월이 지워지며’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