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으로 사는 길

선생으로 사는 길

$16.03
Description
20여 년간, 고등학교에서 영어 교사로 일한 이관희 선생. 1990년 시작한 선생으로서의 삶은 2012년 불의의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남으로써 끝을 맺었다. 2008년 개설한 블로그에 차곡차곡 모아둔 글 또한 1987년의 글부터 시작해 2011년 글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쓰일 수 없었다. 교단 일기를 모아 엮은 이 책『선생으로 사는 길』은 그가 남긴 첫 산문집이자 유고집이 된다.
저자

이관희

저자이관희는1958년충남홍성에서태어나초등학교이후서울에서성장하였다.어린시절부터교지에글을투고하고백일장에입상하는등문학적재질을엿보였고고교시절획일적이고비민주적교육풍토에반발하여학교를그만두고독학의길을걸었다.80년대초전방에서군복무를마친후늦은나이로1985년연세대학교에입학하여영문학을공부하였으며1990년대학을졸업하고서울충암고등학교교사로부임하였다.열정적이고자상한교육방식과아이들과소통하는교사로서신망을쌓았으며교원노조활동을통해참교육을실천하는데적극적으로참여하였다.2008년에는블로그‘withandalone’을개설하여생활의잔잔한아픔과교육현장에대한날카로운성찰이담긴글을열심히올려이에공감하는수많은이웃을만들었다.
2012년5월,불의의교통사고로세상을떠났다.2013년,그간써둔시를모아담은유고시집『착한소가웃는다』가출간되었다.

목차

추천사

1장무채색의책장너머에일렁이는고운무지개가숨겨져있다고,나는이쁘게말할수없지만

2장잠자는아이들아,콩나무들아

3장겨울방학이없다,봄은있는가

4장잠시아이들만사랑하기로했던것입니다

제자들의글

출판사 서평

잠자는아이들아,콩나무들아


잠자는아이들아아이들을깨우면
선생님을흉내내며잠자는아이들아공부해야지따라하며까부는아이들아
덜깬눈빨개진이마를가리며교실을나와
제교실들어가쉬는시간에또다시이어자는아이들아
……
지식은놓치더라도사람은남기자아이들아
자버리면점수만놓치는것이아니라너희들의청춘도놓치고말아
학교얘기하라면잤던기억밖에없다면서
학교를욕하는노래를부른형도있었어
눈부릅뜨고수업을들어야욕할수있단다
바담풍을말해도바람풍을들어야더나은세상의나무로크지
숱한시험모진세파귀찮아졸라짜증난다게임만하지말고
맨몸으로겪어단단하고야무진차돌이되어못된세상한팔매로깨어버리자
……
잠자는아이들아떠드는아이들아너희들이우리의꿈이구나현실이구나
눈떠빛나려무나

?이관희선생의시「잠자는아이들아」중발췌(103쪽)

1교시.시험공부를하는학생들의고른숨소리가교실을가득채운아침.창문을통해들어오는연주황햇살이눈부시다.선생은문득자작시를꺼내소리내어읽어준다.“잠자는아이들아…….”
몇몇아이들은박수를친다.무엇인가를깨달은듯하던아이는또금세잠이든다.아이들을깨운다.아이들이자는것은수면부족때문이기도하고지루한공부와시험이라는현실을피하기위한본능적방어기제이기도하다는걸안다.
더재우고싶지만깨운다.착한심성에깊이까지더하기를,더똑똑하기를바라는건욕심인지도모른다.듣고잊어버리는아이들.하지만나무에물을준다고매일크는키가보이는건아니다.어느날훌쩍커있는키큰나무를보는기적을바라오늘도물을주는수고를하는것뿐이다.

소수의승리자와다수의패배자를낳는경쟁구도에줄서,어릴때부터등수라는예리한칼날에벤아픈상처를안고밤늦게까지학원에서시달리며웃음을잃어가는아이들.이관희선생의눈에아이들의현실은그러했다.초등학교1학년때부터고3때까지12년의고행을거치고서도1,2등급을받을수없는90퍼센트는허망함과좌절로일그러진열패감을안고고등학교를떠난다.
대학나와도취직이힘든세상으로등떠밀려나가기위해,추운세상대비하는어떤준비도되어있지않은여린심성그대로겨울방학도없는겨울을나고,차디찬봄비를맞으며등교한다.하지만오늘을엉터리로대충지내더라도어떻게든대학에가고TV에도나오는예쁜삶을누리게될거라는낙관적인꿈을꾸는것이아이들이기도하다.
이런아이들이혹독한경쟁의논리가지배하는고교생활을버텨살아남도록,또이겨내되저혼자잘먹고잘살아야한다는생존법만철저히익혀낸천민이아닌,나와더불어주변과모두를바라보고위할줄아는아름다운청년으로성장하도록돕는것이이관희선생이생각했던교사의책무다.

쓰레기더미의산길에도고운야생화들이핍니다

“아이들아,너희들이나가살세상은험한세상이란다.이미대학의서열에따라가중처벌당할미래를단호히거부하고살아남으려면지금부터라도단단해지고야무져야한단다.착한마음에더하여강인한정신으로부지런히살길찾아야지자버리면안된다.사랑하지만,무력하구나.대한민국의선생은.”(266쪽)

선생은‘착하게살아착한세상만들어야한다’는이상만을고집하지않았다.그릇되지만떨칠수없는현실,옳지않다걷어차버릴수만은없는제도안에갇힌아이들에게착한심성을도닥이고키워주는것만이선생으로서의할일은아니었다.매순간숨통을조이는입시현실,각박한교실을벗어나졸업하더라도더욱더살벌한세상이기다리고있다는점을알려주고,그세상에서살아나갈힘을키워주고싶었다.그리하여아이들의눈앞에닥친현실적인고민에귀를기울이고,이를헤쳐나가는데힘이되어주려애썼다.
그러한노력은《생활노트》로더욱구체화된다.《생활노트》는담임을맡은반학생들에게공부계획과일상을적어제출하게한일기장형식의노트다.
학생들은이《생활노트》에오늘무슨공부를어떻게했는지정리해보기도하고,하루단위,일주일단위의공부계획을적기도한다.또,다음중간고사에서좋은성적이나오지않을까밤잠을설치고,아무리해도오르지않는수학점수때문에머리를쥐어뜯거나,가정환경때문에공부에집중하지못하는안타까운사정을적어내려가기도한다.선생은일주일단위로생활노트를걷어수업을마친뒤학교에남아읽고,또도움이될만한메모를남겨준다.즉,교환일기형식의소통도구였던셈이다.
성적만으로등수를매겨줄을세우는지금의교육현실이온당치않다하더라도,교육환경은더디개선되는한편이러한현실안에서살길을강구해야하는아이들에게지금이학창시절은금세지나가버리고다시돌이킬수없는금쪽같은시기다.이관희선생에게중요한것은,아이들이당장바꿔놓을수없는현실의틀안에서극복할것들을극복해가며건강한어른으로성장해제역할을하게만들어주는것이었다.
선생은오늘나자신을위해할수있는최선을다해기울이는노력이앞으로살아갈날에힘이된다는점을바른말로일러주며,또학생한명한명,그리고그한명의하루하루를놓치지않고섬세한눈으로지켜봐주고독려하기를힘썼다.이책에서적지않은표본으로소개되는《생활노트》는바로그수단으로활용된것이다.

잠시아이들만사랑하기로했던것입니다

“붉은희망의꽃봉오리우리아이들.어떤열악하고척박한토양에서도꽃은끝내피어난다는소망과믿음이없다면차마부끄러운선생으로서의자괴심을어찌이기랴.”(299쪽)

아이들을가르치는,선생을둘러싼환경또한평탄한것만은아니었다.아이들의질문과그에대한답만으로수업을진행해야하는개별질문학습이라는수업모델을강요당하며3,4년씩수업을못한적도있고교장이한해에서너번이나바뀌던시절도겪었다.학교는입시학원이아니라고따지며,꼼수를써서라도해야할수업을다하다가교장선생이던지는필기용궤도를맞은적도,수업권을주장하다빨갱이냐는질타를받은적도있다.제도는바뀌나교육환경은10년전이나20년전보다나아지지않았다.
전교조에는가입했으나적극적으로활동하지못했다.쫓겨나는선생님이될까봐,다시는교실에서아이들을만날수없을까봐.좋은선생이되지못하더라도어떻게든아이들이있는교실에남아가르치고싶었다.눈앞에보이는비리에적당히눈감았고,시위에적극적이지않았던대가로아이들만은빼앗기지않고학교를떠나지않을수있었다.그런시절을겪으면서“참교육도대의도교사로서의양심도,아이들과는바꿀수없는거였다”고선생은고백한다.
그렇게남아가르친학생들은고(故)이관희선생을참스승으로기억하고있다.

생을달리하는그순간까지,20여년간맡은반아이부터졸업한제자들,그리고교실안팎에서학생들을가르치고,또학생들로부터배워온일들,학생들과부대껴살아온삶을면면히기록한글들은한권의책으로남아,아이들만을사랑한한교사의못다한마음을전해주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