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책의첫번째독자라는것은편집자의특권이자즐거움이다.그러나처음이책의편집을맡았을때엔,한개신교교회의60년역사라니,건조하기만할뿐무슨재미가있으랴,딱히유익한지식을얻을것이있으랴싶었다.그러나오산이었다.이작은신앙공동체가걸어온역사를꼼꼼히읽기시작하면서곧바로책에대한선입견은사라졌다.한장한장넘기면서묵직한감동에가슴이뻐근하기도했다.그리고고마웠다.교회의대형화추세속에서성공한사람들과성공하려는사람들의비즈니스네트워크의장이되다시피한오늘의개신교교회에대한혐오감과우려가이글을읽으면서조금은해소되었기때문이다.신앙과양심의자유에따라민주화운동에앞장섰는가하면겸손하고진솔한신앙고백으로참된예수정신을구현하려고몸부림쳐온이작은교회의발자취에서기독교의희망을엿보았다.
서울의변두리미아리에위치한,교인수가100명남짓한작은교회,한빛교회.1955년에설립하여지난2015년에60주년기념예배를본교회치고는,게다가온나라에이름이알려진문익환목사가목회했다는교회치고는그현주소가언뜻초라해보였다.
그런데,놀랍게도,이작은교회의역사와신앙의토대는멀리일백여년전일본강점기의만주북간도지역으로거슬러올라간다.그때그곳에는나라를빼앗긴뒤만주북간도로이주해온진보적인유학자들이민족정신과자주독립을회복하기위해명동촌을일구고학교를세워후학을키우는헌신적인노력이있었다.그리고명동촌과용정중앙교회를중심으로북간도지역에서기독교신앙의씨앗이싹을틔우고꽃을피워나가는하나님의역사가있었고,그곳선구자들의단단하고뜨거운신앙이바탕이된치열한항일민족운동사가있었다.
피난민의그루터기로시작한작은교회,민주화운동의최전선에서서세상을품다
북간도용정에서민족의지도자로서종교지도자로서활발하게활동하며존경받던문재린목사는공산주의자들의기독교탄압이극심해지자,해방이듬해에,20년동안목회해오던용정중앙교회를뒤로하고가족을이끌고월남하였다.그리고6.25전쟁직후에북간도에서내려온교우들과함께서울중앙교회(한빛교회의옛이름)를세웠다.아무런연고도없는낯선서울에서피난민들의그루터기로출발한교회는,1971년에미아리에지금의예배당을짓기전까지,예배처소를무려열번이나옮겨다니는옹색함을오랫동안면치못했다.그러나예수의사랑을실천하며서로를보듬어온이작은공동체는평등과자유와민주주의를소중한가치로여기며느린걸음으로교회의내실을다져왔고,시대의격랑속에서민주화운동의중심교회,통일을상징하는교회,사회적약자들과아픔을함께나누는교회로서그이름처럼“큰빛”을밝혀왔다.
한빛교회가걸어온길을이해하려면한국의근현대사,한국개신교의역사와맞물려설명하지않을수없다.그래서이책은한빛교회영성과신앙의뿌리인북간도(와함경도)지역에서의초기기독교사와민족운동사를충실하게재현해보인다.일제강점기에명동촌과용정에서민족의자주독립을위해투쟁한선조들과북간도에자유주의기독교신앙을꽃피운캐나다선교부의역할을촘촘하게그려보임으로써,한빛교회가“하나님을위한선한싸움에겁없이나서게한신앙의전통”이바로여기에서비롯되었음을짐작하게한다.
또한,해방공간과남북분단,6.25전쟁을거치면서조선신학교(한신대학교의전신)사건으로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가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에서갈라져나오게된짧지않은역사과정도일목요연하게정리해보인다.한국기독교장로회는“인간삶의전영역에서하나님의나라를실현”하려고하기때문에,복음주의를강조하는보수교단과는대척점에설수밖에없었다.이또한진보적인한국기독교장로회에속한한빛교회가사회정의,인권,평등과자유의가치를중시하며사회참여에능동적일수밖에없는근거일것이다.
한빛교회는“그리스도예수가바로이세상,이역사의한가운데에오셨다”고믿는“하나님의선교”전선맨앞에서불의와싸워왔다.그랬기에1970년대유신정권아래에서동아투위사건,1976년명동3.1민주구국선언문사건,1977년연세대시위사건과양성우필화사건,1979년YH사건같은굵직한사건마다한빛교회와직간접적으로관련되어발생하고전개되었다.정권의감시와탄압속에서“빨갱이교회”라고빈축을사면서도,한빛교회는사회정의,민주화,통일을위해맨앞에서깃발을들고거센바람을온몸으로맞았다.구속자들을위한“목요기도회,”민중신학을태동시킨“갈릴리교회”를너른품으로끌어안기도하였다.꽁꽁얼어붙은겨울공화국에서잠시몸을녹일수있는피난처이자방패막이였던한빛교회는그야말로“세상을품은작은교회”였다.
1987년유월민주항쟁이후부분적인민주화가이루어지자,시대의변화속에서한빛교회의역할과위상도달라져야했다.변화된시대속에서한빛의새로운역할이무엇인지답을구하기위해기도하며모색하는시간을보내왔다.그런와중에,1989년문익환목사의역사적인방북사건이일어나자,교회는“통일운동을하는교회”라는무거운짐을“축복의기회”로받아들이며통일세미나를여는등통일을위한다양한노력을기울이고있다.그밖에도비전향장기수와의교류,전국교직원노조투쟁지원,용산철거민과함께한예배,4대강반대시국선언기도회발표,쌍용자동차농성지원,세월호진상규명활동등시대의아픔에기도와행동으로동참해오고있다.
스토리텔링방식의“이야기역사”가역사적사건현장으로독자를안내한다
이책「세상을품은작은교회」의큰미덕가운데하나가한빛교회사람들의산증언을교회사의흐름에녹여냄으로써역사이야기가입체적으로살아서전달된다는점이다.다양한사람들의생생한입말과더불어펼쳐지는역사는이야기를읽어나가는재미도재미려니와,그때그곳현장의감동과아픔과기쁨을오롯이전한다.
글쓴이는“교회사는살아움직이는평신도공동체의역사”라는생각에서,“온갖풍파속에서도한빛교회를지켜온”평범한교인들의이야기를세해에걸쳐인터뷰했고,그렇게해서수집한칠십여명의증언을갈무리해서책에담았다.문재린,문익환,이해동,유원규목사와이우정선생같은훌륭한한빛교회지도자들의삶의자취와영성어린신앙고백도충실하게담았다.
글쓴이표현대로이“시끌벅적수다스러운교회사”는교회초기부터남달랐던여성의지도력과평등사상을위시해한빛교회만의남다른자랑거리를흥미롭게들려준다.그런한편,지난시절민주화운동에힘을쏟는동안에교회가놓친것들을돌아보는자성의소리도솔직히토로하며이제한빛교회는지역사회의목소리에도열심히귀를기울이는열린교회로거듭나야할필요를강조한다.그또한“세상을품은작은교회”의길일터이다.
격동의한국현대사와맞물려끊임없이사회정의를위해,민주화를위해,약자와인권을위해빛나는가시밭길을뚜벅뚜벅걸어온한빛교회의60년역사를정리한「세상을품은작은교회」는한교회의역사로그치지않는다.구한말에서일제강점기에걸쳐북간도에서약동한민족운동사,그리고만주와함경도지방을중심으로한,자유롭고진보적인기독교신앙의맥을되찾아냈으며,엄혹하던군부독재시절의주요한민주화운동과인권운동의역사를그시절그현장을지켜본사람들의증언을통해기록하고있다.한국개신교,특히진보적인개신교운동의역사자료로서,한국근현대사의민족운동과민주화운동의역사자료로서도소중한가치를지님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