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드백 치고 안녕 (박장호 산문집)

샌드백 치고 안녕 (박장호 산문집)

$13.51
Description
정신으로 감행한 육체의 모험을 기록하다 『샌드백 치고 안녕』은 생애의 전환기에 막 들어선 한 섬세한 시인이 자신의 나태한 현실을 흔들어 깨우기 위해 정신으로 감행한 육체의 모험을 기록한 전작 에세이집이다. 저자인 시인 박장호는 마흔 살이었던 2년 전 어느 날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서 쇠락한 육체의 비루함을 발견하고 복싱을 배우기로 결심한다. 그는 그 순간을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저자

박장호

저자박장호는1975년에서울에서태어났다.독립문과연신내등지에서음악과문학취미를즐기며성장기를보냈다.대학에서건축학과현대문학을전공했고2003년겨울,「11월의비」외4편의시를폭탄처럼던지며시단에나왔다.평자와독자들로부터자신만의실험적인문법과참신한미학을선보였다는평가를받으며대산창작기금(2007년)과박인환문학상(2013년)을받았다.펴낸시집으로『나는맛있다』와『포유류의사랑』이있다.정신으로감행하는육체의모험을묘사한『샌드백치고안녕』은그의첫번째산문집으로우수와위트가조화를이룬새로운산문의감수성을보여준다.도서관에서시간을보내는것과아내를위해직접집밥을만들어먹는것을좋아한다.

목차

라운드0프롤로그,
공이울린다

라운드1땀은진취눈물은도취
01마흔/02체육관을찾아서/0317번올빼미,붕대를감다/04거울속에날린최초의펀치
05샌드백의웃음소리/06처음보는스파링,베개싸움/07전진하는몸과마음
08원펀치와투펀치사이에무슨일을할수있나/09흔들리는샌드백,샌드백시학
10땀은진취눈물은도취/11구성되는몸/12기상천외한체중감량

라운드2두려움과벌이는난타전
01마닐라의전율과첫번째위기/02지식인의스파링,토론/03복서의담배,시인의담배,체게바라라이터
04멕시칸,멕시칸,멕시칸/05뼈를향한소리없는전진/06핸디캡을요리하는주방장/07두려움과벌이는난타전
08사라지는통증들/09관장본색/10첫번째스파링,사슴청년과의만남

라운드3우울한감정의프로
01체육관은좁지만고수는널렸다/02원스윙투펀치팔랑이스트레이트/03나에게넘어온공
04육체적인심리,심리적인육체,비전문적펀치/05우울한녀석의등장,링위엔친구가없다
06전염된우울이일깨운폭력성/07모종의합의,탐색전을펼쳐라/08친구라는이름의구속
09우울한감정의프로/10몸은거짓말을하지않는다

라운드4미용사S와MR.G의페이스오프
01해보지않은것을하려면해보지않은것을하라/02번뇌에빠진40대훈련생/03샌드백은너의얼굴
04악전고투,너나나나/05미용사S와Mr.G의페이스오프/06복면좀씁시다/07꿈에그리던로프반동
08입술에핀붉은장미/09혼자있을때아름다운사람은혼자있어야한다/10아듀2015,아듀미용사S

라운드5내얼굴에소속된당신의펀치
01젖은노을속으로날리는펀치,펀치드렁크/02오답전문인생/03내얼굴에소속된당신의펀치
04사라진만화의시대/05사슴을살리는건공포심이다/06몸에맞는옷,옷에맞는몸
07맞아주는타깃은없다/08펀치엔나이가없다1/09펀치엔나이가없다2

라운드6라커에남은이름
01두뇌는장식용이아니지만/02슬럼프의시작/03허무한자학의힘/04지속되는슬럼프
05나의애드리안/06매일이별하며살고있구나/07사슴청년의퇴장,내이름이뭐라고?
08활기찬소망/09출발하는사람들/10공,공,공/11이별이브/12라커에남은이름

라운드7에필로그_사라진라운드

출판사 서평

“어느날새벽이었습니다.잠이깨어화장실에갔다가거울을보았습니다.그속에는작은화분이하나있었고화분에는성장을멈춘식물이볼품없이시들어있었습니다.만으로마흔이된내얼굴이었습니다.구레나룻을점령한흰머리들까지머리위로세력을넓히고있었습니다.
‘이제멜라닌과헤어질일만남은것인가.’
내가살아온화분속의흙은양분이고갈된게분명했습니다.화분을갈아야겠다고생각했습니다.”(p.16)

새벽의각성끝에시인은‘슈가복싱클럽’에등록,7개월간치열하게나태한관습에젖어있던자신의일상을흔들어깨우며체계적으로복싱을수련한다.이책에모인산문은그러니까복싱체육관안에서순간순간살갗에따갑게와닿던상대방의주먹(감각)과턱밑까지차올랐던숨소리(의식)로표상되는수련과성찰을치러낸특별한시간에대한기록이다.
시인이건목수건혹은권투선수건회사원이건인간이라면누구나육체의쇠락을경험한다.그런데,육체의쇠락은점진적이라는측면에서경험되어진다기보다는어느날발견되는것이기도하다.혈기가방장해서돌멩이라도소화시킬것같은젊음이,영원할것만같았던청춘이봄눈녹듯차츰차츰스러지더니어느날부터는아침에일어나기가쉽지않고,지하철계단을오르는것도조금씩부담스러워진다.말이나생각보다빠르게움직이던몸이이제는명령을해도말을잘듣지않는다.이세상에영원한것은존재하지않는다는자명한사실을자기자신의육체만큼구체적인정보와감각으로일깨워주는게또있을까.실제로예방의학이나보건의학의관점에서마흔살을생애전환기로간주하고40세이후부터는건강검진의항목을더욱구체화하고전문화하길권장한다.

세계를흔들어서자신을깨우기
시인은,정도의차이는있겠지만제영혼을유달리흠모하는존재라는점에서예외없는나르시시스트이다.그들은제영혼을거울에,투명한대상에자주비춰본다.그렇다면시인에게육체는무엇일까.육체는영혼의거푸집이랄수있다.제영혼의거처로서육체는시인에게감각적인관찰과소구의대상이된다.자신이흠모하는영혼을아름다운육체에거주시키려는욕망은시인에게는본능과도같은것이다.그런데영혼이나정신같은것과는달리,육체는물리적조건에매우취약하다.시간이지나면서육체의기능은쇠락하고젊음의표상이었던시각적기표들도변화한다.머리칼이빠지고,새치가늘고,없던주름이생긴다.노화를반기는사람은아무도없다.그래서사람들은젊음을조금이라도유지하기위해,아니노화를조금이라도더디게하기위해다양한대처를한다.
육체의유한성을깨닫는것은삶과죽음,밝음과어둠의질서를비로소조응하는시간을갖게된다는걸의미한다.이때박장호시인이선택한것은그질서에항복하듯순응하기보다는한번쯤그질서를반역하고흔들고깨뜨려보는것이다.그것은이세계가은연중에강요한원리에줄곧무기력했던자기자신을흔들고깨뜨리는것과다름이아니다.그렇다면이책의표제에쓰인‘샌드백’은,시인이깨뜨리고싶은이세계의폭압적인구성원리,그리고자신을구속했던소시민적관성,나태하고게을렀던현실을가리키는물성적상징일수밖에없다.

“관장님의지도에따라거울속으로한방씩잽을던졌습니다.폼은제법그럴듯했습니다.투지가솟았습니다.나를방치한게으름과나를회피한비겁과내가관리하지못한스트레스와진취적이지못한생활태도를모두날려버리고싶었습니다.주먹을뻗으면거울속의내얼굴이주먹에가려졌습니다.주먹을회수하면잽을맞고일그러진얼굴,실제로는지쳐서일그러진내얼굴이다시보였습니다.사라졌다나타나고,사라졌다나타나는무기력한얼굴.주먹을회수한뒤에나타나는얼굴에생기가돌면내가나를이긴것입니다.그러나얼굴이갈수록심하게일그러졌습니다.오늘은내게완패했습니다.”(p.37)

위트와해학이어우러진박장호체산문
박장호시인은등단작「11월의비」부터자신만의독특한시문법을선보이며문단의비상한주목을받은시인이다.그가그동안얼마나실험적이고독창적인시문법을창조해왔는지에대해선시단의동료들사이에의문의여지가없다.그는지금까지두권의시집을상재했는데이두권의시집이모두문단동료와평자들로부터뜨거운지지를받았다.결국그는대산창작기금(2007년)과박인환문학상(2013년)을받으면서시단의주목과기대에값하는성과를냈다.
그로서는첫번째산문집이되는이책에서박장호시인은특유의따뜻하고진솔한위트와해학이어우러진산문을선보인다.그의산문은타인을가르치려들지도않고그렇다고자기안으로만끝없이침잠하지도않는다.이세계를단호한말로단정짓고비판하거나섣불리전망하지도않는다.오히려그의산문은사랑하는대상앞에서머뭇거리는자의언어가그러하듯,자신이하고싶은말을,건네고싶은대화를충분히예열하는온기의겸손을지닌다.그동안그가써온시가신동옥시인의해석처럼“신체의자기증명”을통해자신만의독백적세계를완성하는과정을보여준것이라면그는산문을통해서는타인에게말을걸기위해먼저자신과의대화를시도하고그것을전거삼아타자적대상과관계를맺는방식을취하고있는듯하다.그러니까그는보다유연하고탄력적인산문의형식을빌어세계를대상화하고자신만의관계접속을시도하고있는것이다.실제로이책에실린예순다섯꼭지의산문은대화-자신과나누는대화와타인과나누는대화-가끊임없이변주되는형식을취하고있다.
이산문집이복싱의수련과정을중요한제재로다루고있다고해서마치교범처럼그기술적공정을충실하게재현하는데그치고있다고생각한다면그것은크나큰오해다.복싱이라는가장격렬한감각적충격을받아들이는운동을통해시인은삶의본질을환유적으로대비시켜현실을효과적으로환기시킨다.다시말해,감각으로이세계의작동원리를받아들이면서이를삶을성찰하는사유의질료로까지끌어올리는새로운산문의감수성을열어보이고있는것이다.

“육체가매우견고하게단련되면육체엔심리의영향을받지않는반사감각만남을지도모릅니다.반사적으로피하고반사적으로공격하고.그런사람을전문가라부르겠지요.지식을다루는사람들도마찬가지.지식이감각화되는것은경계해야할까요.그래야한다고생각합니다.그것이상식과합리성을벗어난길을가게되면반사적으로법을피하고반사적으로약자를공격하고결국엔나쁜권력과결탁하기때문입니다.그것은폭력입니다.
나는육체와심리가결탁한주먹으로힘없는샌드백에폭력을행사하고있는것인가요.나는샌드백이무엇이라고생각하나요.눈코입이생기기전의내얼굴?나는내최초의얼굴에폭력을행사하고있는것인가요?그이후의얼굴이마음에들지않아서?그러나나는전문화되지않았습니다.그래서내얼굴은다치지않습니다.”(p.1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