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아 밖에 나가서 다시 얼어 오렴아

문학아 밖에 나가서 다시 얼어 오렴아

$14.11
Description
분단 시대 문학의 불구성을 극복하는 의미 있는 탐사와 그 기록
생몰연대 괄호를 풀어낸 근대작가들의 조우와 반목의 순간을 찾아서
이 책은 박람강기의 치열한 탐사 저널리즘 정신을 문학에 적용하며 의미 있는 역작들을 쏟아내고 있는 작가 정철훈이 한국의 근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31인의 비사와 일화를 꼼꼼하게 탐문하고 정리한 기록문학 작품이다. 『문학아 밖에 나가서 다시 얼어오렴아』를 통해 저자는 분단이라는 태생적 한계를 지닌 한국문학의 불구성을 극복하기 위해 총체성을 지향하는 다원주의의 관점에서 경계와 방위를 포괄하며 한국문학의 중요 인자들을 섬려하게 탐방하고 그것을 실증적으로 기록한다. 이는 강제된 디아스포라와 탈주, 유배의 경험을 한국문학사 안에 온전히 채록하는 의미 있는 하나의 사역 작업이다.

저자는 생몰연대 괄호 안에 갇힌 작가의 삶을 찾아 기꺼이 길을 떠난다. 괄호를 풀어내는 순간 그들은 다시 살아 움직여 종로 어디쯤에서 만나고 헤어지고 다시 만나 잔을 기울인다. 일제강점기를 거친 근대라는 시기의 특성상 작가는 국가와 개인 사이에서 이쪽으로도 저쪽으로도 쉬이 발을 담글 수 없었는데, 해방 후 남북이 갈라져 문인들은 남과 북의 입장에 따른 이념이라는 잣대로 다시 한 번 휘둘린다. 경계의 시대에서 문인으로 산다는 것은 온전한 개인이 될 수 없음, 개인의 소외인지도 모른다. 여전히 그들의 평가는 숙제로 남아 있다. 그래서 근대를 살아간 그들의 만남을 들여다보는 작업은 근대라는 시기를 이해하는 열쇠가 된다. 김우진과 조명희, 김수영과 박인환, 이용악과 조장환, 파블로 네루다와 이태준, 정지용과 길진섭, 김동리와 서정주, 윤동주와 정병욱, 최서해와 김사량, 최석두와 정추, 전혜린과 이덕희, 이성부와 김훈에 이르기까지 이 책에 등장하는 문인들의 교유와 애환은 문학사의 비경이자 문단이면사라 할 수 있다. 그들을 가둔 생몰연대 괄호를 풀어보자. 그리고 동시대를 살아낸 문인들의 조우와 반목의 순간을 들어보자.
저자

정철훈

저자정철훈
전남광주에서나서서울에서자랐다.학부에서경제학을공부하고러시아외무성외교아카데미박사과정을수료했으며러시아국가자격최고위원회에서『10월혁명시기극동러시아에서의한민족해방운동(1917∼1919)』으로박사학위를받았다.1997년계간《창작과비평》에「백야」등여섯편의시를발표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집『살고있는아침』(2000),『내졸음에도사랑은떠도느냐』(2002),『개같은신념』(2004),『뻬쩨르부르그로가는마지막열차』(2010),『빛나는단도』(2014),『만주만리』(2017)등과장편소설『인간의악보』(2006),『카인의정원』(2008),『소설김알렉산드라』(2009),『모든복은소년에게』(2012),평전및탐사기『소련은살아있다』(1995),『김알렉산드라평전』(1996),『옐찐과21세기러시아』(1997),『뒤집어져야문학이다』(2009),『내가만난손창섭』(2014),『감각의연금술』(2016),『오빠이상,누이옥희』(2018)등을저술했다.국민일보논설위원,문화부장,문학전문기자를역임했다.

목차

머리말

1부
소월의사인을둘러싼이설
미당과『화사집』
오장환과남만서점
박인환과마리서사(상)
박인환와마리서사(하)

2부
김수영의여인들
김수영가의사람들
①누이김수명
②미망인김현경
오장환과모스크바볼킨병원
번역의귀재‘부평삼변’

3부
파블로네루다를만난이태준
정지용과길진섭의「화문행각」
장맛비가들려주는님웨일스와김산과이상
백석이가만히좋아했던여인
경주에대한동리와미당의실감
루마니아를방문한말년의이용악
전설이된윤동주와정병욱의우정
최석두시인에대한피맺힌증언
김우진의죽음과조명희의망명
만주의흙바람과마주한최서해와김사량

4부
손창섭의도일과불귀
삼천원이없어시인이된박재삼
고향에서잠들지못한시인이성부
마지막카프시인이기형
소설가천승세와출생의비밀
「분지」의작가남정현
르포문학의기수박태순
송기원의가을
전혜린과이덕희
아나톨리김과푸른여치의비유

출판사 서평

저다병,뇌일혈,아편음독설,복어알음독설까지-소월의사인은무엇을말하는가?
소월김정식(1902-1934)의죽음을둘러싸고이견이분분하다.소월의오산학교은사인김억은소월의사인을<조선중앙일보>를통해저다병과뇌일혈이라고밝혔고,소월의3남정호씨는어머니홍단실로부터전해들은이야기를전하며아편에의한중독이아버지소월의죽음에직접적인영향을미쳤다고주장한다.또다른이설은1995년귀순한북한작가장모씨의증언이다.그에따르면소월의사촌형제로부터들은얘기로복어알안주를먹고자살했다고전한다.수많은이설은아직도현재진행중이며소월의죽음은타살이라는가정아래만든연극도공연된바있다.소월의죽음이병에기인한건지자살인지타살인지가왜그토록중요한걸까?근대시의형성과정에서한국적서정시를확립한소월이나약하고순정한사람만은아니었다라고평가하고싶은걸까.어디까지나이성이감성보다앞선총명한사람인데왜자살을했겠냐고말하고싶은걸까.소월의죽음을일제의암울한식민통치에대한실존적저항으로규정하려해도그것이비겁한현실도피이지어떻게저항운동이될수있느냐고주장하고싶은걸까.한국의근대는민족적현실에대한비극적인식이가로놓여있다.소월의죽음이그무엇이됐든이토록이견이분분한것은근대를살아간작가의행보는개인의행보로만한정해생각할수없기때문이다.책에는소월에서시작해31명의작가의삶과문학의뒷이야기가실려있다.잘알려지지않은숨은뒷이야기에서우리는작가의섬세한감정을읽을수있다.그들의이야기를따라가다보면그림이그려지고영상이떠올라독자는어느새그영상안의한자리를차지하게된다.

그가없었다면나도없다.-김수영과박인환,그리고오장환
오장환이운영한남만서점은이름도괴상하지만,서점진열장에놓인흰토끼털위에보들레르시집원서가놓여있고,벽에는에드거앨런포우의사진과이상의자화상이걸려있었다고한다.서정주가<화사집>으로빛을볼수있게된것은어쩌면오장환의넉넉한후원이있었기에가능했고,<화사집>출간후다시현해탄을건너간오장환덕분에그바통을이어받는다는의미에서박인환이마리서사라는고서점을낼수있었다고한다.시인으로서마리서사의경영인으로서일찍이두각을나타낸박인환은연극연구회를계기로김수영과만난다.모더니즘을주도한박인환과는대조적으로김수영은이렇다할두각을나타내지못했다.박인환에대한김수영의콤플렉스가발생하는순간이다.죽은박인환에대한김수영의가열한공격은거꾸로그의박인환콤플렉스가절정에달했음을보여준다.죽은박인환에게까지증오의말을쏟아낸김수영이지만김수영문학은박인환없이는불가능했다.

얽히고설킨당대의작가들을하나하나?아실타래를풀어내는문학탐사저널리즘
저자의탐사는신문이나문집,편지등기록물에한정되지않는다.기록물뿐만아니라생존해있는가족김수명(김수영의여동생).김현경(김수영의부인)등을직접찾아가김수영을취재한다.카자흐스탄으로망명한작곡가정추를취재하면서그의회고중파블로네루다와이태준이만나는순간을놓치지않는다.북경에서열린‘아시아작가좌담회’에서북한대표로참석한이태준과네루다가조우하는순간이다.단서는여러곳에있다.1936년8월조선의장맛비에도저자의상상력은움직인다.김산에게조선의태풍을겪었다는님웨일스의얘기속에서1936년8월큰인명피해를야기한태풍때경성에있던님웨일스와김산이아닌이상이어쩌면종로어느뒷골목에서옷깃을스쳤을지도모른다고상상한다.그저상상일것같은우연이지만우연이역사를만드는경우는허다하다.윤동주의후배정병욱의어머니가아들이부탁한짐을일제의공출로부터지키지못했다면윤동주의시집은빛을볼수없었다.작곡가정추가아니었다면최석두의시는우리에게알려질길이없었다.

역사의굽이굽이마다작가들은무엇을고민하고,어디에서희망을찾았는가?
젊은시절을식민지와전쟁과분단의역사속에서보낸근대작가와더불어분단이후4.19혁명,군사독재와광주항쟁을겪은당대작가에이르기까지우리문학사의굵직한획을그은작가들의미처말하지못한,알려지지않은숨은이야기를찾아간다.이탐사는1959년광주에서태어나1997년《창작과비평》에「백야」를발표하며등단한저자가자신이살아온길탐사이기도하다.시간은흘러근대를지나산업화과정에서소외된인간들이주인공으로등장하는시대에들어선다.하지만여전히세상은비극의한편을지나가고있고,여전히작가는다음세상의꿈을꾸며희망을쫓고자유를추구한다.여운형의6촌여동생과결혼한마지막카프시인이기형은2005년남북작가대회로북한에가한국전쟁때북에두고온딸을만나눈물을흘린다.적화에대한불안으로도일을선택할수밖에없던손창섭,민족문학작가회의에서남북작가회담을추진하며버스를타고판문점으로향한천승세,미국을폭력적인지배자로그렸다고중앙정보부에체포,해방이후최고의필화사건으로기록되는<분지>의남정현,광주가고향임을감당할수없던이성부,6월항쟁의열기를증거한르포문학의기수박태순,상처안에들어가비로소자유로워진송기원,현존최고의러시아작가로꼽히지만한국인의혼이들어있는아나톨리김에이르기까지직접찾아가작가를통해문학의시대정신을읽는다.

문학아,너밖에나가서다시얼어오렴아
정지용은한겨울귀가얼어붉은앵두처럼터질듯한모습으로집안으로들어온화동추월이의귀가방안의더위로가시자아쉬움에이렇게말한다.“추월아너밖에나가서다시얼어오렴아.”저자는툭던진이한마디에문학적영토의회복가능성을발견한다.귓불이떨어져나갈것같은영하30도의북방으로우리문학이회귀해야한다는일종의각성이다.그렇지않고서는점점잔망해지는우리문학의영토적협소를타개할전망은요원하다.문학의규모와깊이는확실히영토적문제이다.문학사백년풍경이라고해봤자대부분남방문학백년으로귀착될뿐,북방이그립다.북방은회복되어야할우리의,우리문학의영토이다.문학사백년풍경의완성을위해,나아가새로운백년의초석을놓기위해압록건너두만건너북방대륙을바람처럼떠돌날이하루빨리오길기대해본다.현실은모래처럼부서져내리지만과거는더이상의진행을멈춘하나의완전체이다.그완전체를이리저리궁굴리며만져보는과분한호사는이제독자의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