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리아를 건너는 밤

시베리아를 건너는 밤

$17.22
Description
시인의 감성으로 톺아본 광대하고, 복잡하고, 신비하고, 황홀한 러시아의 속살.
문학적 품격이 가득한 기행에세이의 전범이 될 만한 텍스트

이 책은 기본적으로는 한 시인이 러시아에 체류한 4년여 동안 그곳에서 보고 듣고 겪은 일들을 써내려간 기행문 형식의 에세이집이다. 하지만 책의 행간을 좀 더 깊이 숙독한 독자라면 이 책이 단순히 한 나라에 대한 감각적 인상과 현지에서의 행적을 기록한 기행집의 한계를 뛰어넘는, 문학적 품격과 인사이트가 가득한 순도 높은 문학텍스트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예컨대 괴테의 『이탈리아 기행』이나 이사벨 버숍의 『한국과 그 이웃나라들』이 그렇게 받아들여지는 것처럼 말이다.
시인 송종찬은 세 권의 시집을 상자한 중견시인으로 지난 2011년 재직 중이던 회사가 추진한 러시아 천연자원 계발 프로젝트에 자원하여 현지로 출발, 4년이 넘는 시간 동안 러시아에 체류하면서 현지인들과 함께 생활하고 러시아인의 삶과 문화를 깊이 목도하게 된다. 이 책은 그 객관적 경험에 시인으로서의 주관적 해석과 문학적 자의식을 덧입힌 산문집으로 현단계 러시아를 다룬 산문집 중 최고 수준의 문학 텍스트라 할 만하다.
저자

송종찬

고려대학교에서러시아문학을,대학원에서언론홍보를전공했다.1993년〈시문학〉에「내가사랑한겨울나무」외9편을발표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펴낸책으로시집『그리운막차』,『손끝으로달을만지다』,『첫눈은혁명처럼』등이있다.그의시편들은존재의근원적인감각을채집하면서이세계의구원과혁명의가능성을묻는데각별한관심을보인다는평가를받는다.
2011년부터4년여동안러시아에체류하면서러시아문화예술의지극한세례를받았다.러시아외국문학도서관부설루도미노출판사에서러시아어시집『시베리아를건너는밤(ТранссибирскиеНочи)』을출간했고러시아루스키미르재단의초청작가로선정되었다.

목차

가도가도끝이없는
시베리아로가는길018/안가라강에울리던기적소리025/신의눈물방울같은032/네바강의달빛039/심심해서그리운알타이048/흑해의숨결같은파도057
혁명이란무엇인가065/떠나지않는여행075/평원의해바라기083/발트해의작은몸부림092/국경의밤102

겨울밤눈은내리고
대지를적시는신의음성112/한장의그림으로남는여행120/손끝에미치다130/사람은무엇으로사는가138/기억의집146/내일이없는사랑153/겨울밤라라의사랑이야기160/나는아무것도바라지않는다168/샤갈의눈내리는마을178/돈강에뜨는별186

겨울을건너가는법
내마음의횡단열차196/가도가도지평선204/이름을떠올리기만하여도213/백야에쓰는편지220/수녀원에촛불을밝히다230/겨울수묵화240/레닌도서관에서책을읽다247/사랑이꽃피는시간254/돌아오지않는봄262/내가사랑한겨울나무270/남몰래흘리는눈물같은280/꺼지지않는불꽃288/겨울을건너는법296
에필로그|이별연습304

출판사 서평

러시아라는국가이름보다는‘시베리아’라는공시성을가진기표로통칭되기도하는러시아는한국의독자들에겐역사적으로,그리고지리적으로도단순히하나의외국이라는의미를넘어서는국가다.러시아는세계에서가장넓은영토를가진나라로서,반도의분단적조건에갇혀있는우리국민에겐이미그광활함만으로경외의대상일수밖에없고,근현대역사를통해러시아와맺은여러가지협력과대립,갈등과부조의관계들은러시아에대해우리가단순한인식이나인상에머물것을허락하지않는요소가있다.뿐만아니라차이코프스키나무소르그스키를위시한고전음악과도스토예프스키와톨스토이로상징되는문학의세례를통해우리에게전파된슬라브문화에대한동경은멀고도가까운나라러시아에대해환상과호기심을갖게하기에충분한것이다.

대학에서러시아문학을전공한송종찬시인이러시아를처음방문한것은2005년러시아현지에서활약했던조명희시인의시비건립행사에동행하면서부터다.짧은일정으로마무리된그러시아행에서의미련을계속쌓아두던저자는2011년가족과지인들의만류도뿌리치고알수없는무언가에끌린듯러시아행을결심하고결행한다.“러시아에대한동경은꽤나길었는데첫만남은너무짧았다.가슴에진한아쉬움이남았다.바이칼호수를떠나며야생에서피어난붉은양귀비꽃한송이를책갈피속에넣어왔다.서울로돌아와책상위에횡단열차를배경으로찍은사진과자작나무그림을올려놓고언젠가다시러시아로가겠다는소박한꿈을키웠다.”는책속의술회속에서그의러시아행이어떤의미를지니는지고스란히드러난다.그리고드디어꿈에서그리던러시아생활이시작되었을때그가맞이한것은해가지지않는러시아의백야와겨울의혹독한어둠과추위,우랄산맥,바이칼호,그리고눈이었다.저자는이낯설고이질적인자연과의조응을통해열악한생존의조건속에서오랜시간동안생성하고진화해온슬라브적감수성과그세계의비의를섬세하고날카롭게촉지해나가기시작한다.

러시아의문화예술,문명의감수성에대한섬세한수용
“러시아로떠나는나를향해꼭가야만하느냐고물었다.가고싶다고했다.누가기다리고있느냐며그대는다시물었다.아니라고했다.춥고햇살드문곳에서어떻게지낼지걱정스럽게쳐다보았다.그냥견디어보겠다고했다.그곳은아주드넓어길을잃거나어쩌면돌아올수없을지모른다고했다.그래도가야만한다고말했다.”
프롤로그에서의진술처럼,반공교육을받고학창시절냉전까지경험한송종찬시인에게러시아는,그시기를지나온독자들과마찬가지로동경과공포,경외와적대감같은이질적이고복합적인감정을불러일으키는공간이었음이분명해보인다.하지만저자는그곳에서시인의시선과감성으로혁명가레닌과크룹스카야,이네사의행적을좇으며사랑과혁명이라는키워드를읽어내기도하고,깊고맑은바이칼호에서보드카를마시며슬라브인들의영혼을사로잡은정령에대해상상하기도한다.그뿐아니라제정러시아시대모스크바와상트페테르부르크사이의동선을오갔던수많은예술가와혁명가들의자취를따라가면서러시아인의면면에흐르고있는사랑과기다림에의열정을소구하기도한다.그과정에서톨스토이의작품들과차이코프스키의교향곡이구체적으로소환되어저자의소회를돕는다.이책의가장큰매력은바로이부분에있다.표피적감각으로외국의문물에대한인상을설명하고묘사하는데그치지않고그것을육화하고내면화하기위해노력하면서주관적인해석과수용을시도하고있다는것이다.여기에저자의풍부한문학적,예술적소양이효과적으로동원된다.예컨대혹독하고긴러시아의겨울밤,저자는작가파스테르나크의생각에갔던것을떠올리고파스테르나크의『닥터지바고』의주인공들을소환하면서러시아가겪은역사와그것에연동된러시아인의사랑과이별의의미를비범하게성찰하는것이다.
“지바고와라라의사랑이빛났던것은내일을알수없는현재성에있었다.1차세계대전,혁명,내전이차례로이어지던시기로늘죽음의그림자가따라다녔다.전쟁과혁명이있었기에그들의사랑은빛났고이별은참혹했다.고난은사랑을더비극적으로만들었고비극적인사랑은불멸의사랑을완성했다.”
그뿐아니라사랑을위해정적과의결투를벌이다가부상을당해죽은러시아국민시인푸시킨의삶과자살을통해사랑의진정성을증명한혁명시인마야코프스키의삶을돌아보고거기에자신의자의식을섬세하게대입하면서인간의삶에관여하는문학의책무와구원의가능성등을심도있게탐문한다.이책이단순히이국의문물에대한인상비평에머무는책이아니라는것을증명하는부분이다.

하지만앞에서도기술했듯저자는러시아에대한존경의뜻으로서의겸양을끝내잃지않는다.러시아에서의체험을책으로묶으면서자신이느낀소회를저자는책속에서다음과같이피력한바있다.
“작은몸으로채울수없고,시로노래할수없었던광활한대륙을위해산문의발자국을더해본다.다가서면멀어지고보면볼수록아득해지던시베리아.동서남북을가로지르며눈보라처럼떠돌았건만북국은여전히낯설기만할뿐,누군가가러시아에대해물어온다면차라리모른다고대답하리라.그리고침묵할것이다.대륙의밀실에갇혀지내던네해동안내가보고찾은것은무엇이었던가.”
저자는4년여동안러시아의구석구석을살피고다녔지만누가러시아에대해물어온다면모른다고대답할거라고말한다.이말은러시아에대해온전히안다고말하는것은불가능한일이라는것을강조하려는의도에서나온말일터이다.그의겸양처럼책속에서저자는러시아를단정하거나자신의추정을섣부르게확인하기보다는,성실한관찰자의시선으로러시아의내밀한속살을있는그대로음미하는데집중한다.그것은어쩌면시인으로서그의마음속에살아숨쉬고있는,시베리아로표상되는미지의세계에대한신비와동경의근거를지켜내려는의미가아니었을까하는생각이든다.왜냐하면어떤대상에대해함부로단정하는순간,동경과신비는순식간에사라지고말기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