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왕자 (양장)

어린 왕자 (양장)

$11.00
Description
프랑스어와 한국어의 속살을 가장 섬세하게 헤아린 『어린 왕자』 한국어 결정판 출간!
소설가이자 저널리스트, 그리고 언어학자로서 다양한 주제를 다룬 탁월한 저작물을 통해 언어의 존재론적 숙명을 탐지하고 모국어의 섬세한 속살을 탐미해온 고종석은 한국 사회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가장 정확하고 아름다운 글을 쓰는 이 중 한 사람이다. 그가 써온 수많은 텍스트는 언어에 미학적으로 대응하는 것을 방해하는 인간 사회의 구조적 폭력을 드러내면서 그것을 합리적으로 극복하려는 지적 모색의 결과물이라 요약해도 틀림없을 것이다. 파리 사회과학고등연구원(EHESS)에서 언어학 박사 과정을 마치고 프랑스 외무부의 지원을 받아 파리에서 언론인 연수프로그램 ‘유럽의 기자들’을 이수하기도 했으며 이후 한겨레 파리 주재 기자로 지낸 고종석에게 문학을 포함한 프랑스의 문화예술과 프랑스어에 대한 경사는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었을 것이다. (일례로 그는 파리 거주 시 파리 시내를 거의 매일 종횡으로 산책해 파리 시내에 모르는 골목길이 없을 정도였다고 한다.) 이 책은 그런 특별한 프로필을 가진 그가 역자로서 프랑스 현대문학의 고전인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를 한국어로 옮긴 것이다. 간략히 말해 지금까지 한국어로 번역 출간된 그 어떤 『어린 왕자』 판본보다 정확하고 아름다운 『어린 왕자』의 한국어 결정판이라 자부할 만한 책이다.
저자

앙투안드생텍쥐페리

1900년6월29일프랑스리옹의몰락한집안에서태어났다.19세때해군사관학교에입학시험에실패한뒤생크루아미술학교에서건축학을공부했다.21세때조종사자격증을취득하고소위에입관되었으나비행사고를내고예편되었다.1920년공군으로징병되었다.1921년4월에공군에입대하여비행사가되었는데,이는그의삶과문학활동에큰시발점이되었다.제대후에도15년동안이나비행사로서의...

목차

역자서문
어린왕자
생텍쥐페리,행동으로나아가는페시미즘
생텍쥐페리의삶,그리고그후
역자후기

출판사 서평

원서를최대한존중하면서기존번역본과차별화를시도한최초의『어린왕자』번역

지금까지한국어판『어린왕자』는이본異本만1백수십종에달한다고한다.여기에는김현,김화영,황현산등프랑스문학을전공한불세출의문학평론가들이옮긴판본들도포함되어있다.이런조건에서『어린왕자』번역본을굳이한권더보탤필요가있었을까.그것은과연어떤의미를지닐수있을까.의식의주파수와도같은‘언어’를매개로프랑스적감수성이이미깊이내면화된고종석에게기존번역본은어떤갈증과결핍을안겨주었던것같다.그는이책에쓴「역자서문」과「역자후기」를통해자신이번역한『어린왕자』에대한자부심의일단을다음과같이피력한다.

“삼가는마음이없지는않으나,지금독자가읽을이텍스트를『어린왕자』의한국어결정판이라여긴다.이텍스트는한국어라는옷을입은프랑스어다.프랑스어에완전히밀착한한국어!그러나그것이한국어에대한,그리고프랑스어에대한내자부심이다.”

역자가밝힌자부심은곧기존번역본들과차별화한내용들이담보하는데그것은다음과같은것들이다.첫째고종석번역본은프랑스갈리마르판원서『PetitPrince』의편집체제를가장정확하게이해하고이를한국어판에도그대로적용했다.예컨대한국문학출판사들이모종의합의에의해관행적으로써온구두점과문장부호등을파기하고원서가채택한문장부호,이를테면독백이나의식의흐름을표현하는≪≫나대화를표시하는대시―같은,한국의문학출판에선생소한부호를그대로살린것이다.이와같은형식의존중속에서프랑스서사문학들이전통처럼계승해온이야기방식을그대로수용하면서거기서발생하는미세한내용의차이까지담으려했다.다음의예시를보자.

1.「그것은모두들너무나잊고있는것이지.」여우가말했다.「그건<관계를맺는다>는뜻이야.」-황현산번역『어린왕자』

2.“그건사람들이너무나잊고있는건데……그건‘관계를맺는다’는뜻이야.”여우가말했다.-김화영번역『어린왕자』

황현산과김화영번역은대화와지문을의식적인문장부호의사용을통해시각적으로형태론적으로분리시켰다.다시말해대화문을「」와“”속에가두어놓는전통적인한국문학표기방식을택한것이다.그런데고종석은두사람의번역을하자가없는좋은번역이라고평가하면서도같은부분을이렇게의도적으로표기했다.

―다들너무잊고있는거지,여우가말했다.그건<<관계를맺는다>>는뜻이야…
-고종석번역본『어린왕자』

대화와지문을한센텐스sentence안에서분리하지않고원서가채택한프랑스문학의말하기방식표기를존중한것이다.(고종석번역본은다만색깔을통해대화와지문을구분해독자의혼선을막고자했다.)이런표기에대해고종석은이렇게설명한다.

“언뜻작아보이는이차이는단순히구두점이나단어배치의차이가아니라,이야기방식의차이라고할수있다.그리고이비슷한예가『어린왕자』에는무수히있다.사실,연결되는대화와대화사이에이렇게지문을끼워넣는것은서양서사예술작품들의한특징이기도하다.나는독자들에게‘한국어로써’프랑스어의흐름을보여주고싶었다.이책은아마도프랑스어구조에가깝게대화와지문을배치한첫번째한국어번역일것이다.”

고종석번역본이시도한두번째차별화는유럽어에서는또렷하지만한국어에선그렇지않은명사의복수표지“-들”을그대로적용한것이다.한국어는복수가뚜렷한명사에는복수표지를별도로하지않는다.예컨대,“식당이많다”고쓰지“식당들이많다”고쓰지않는것처럼,혹은“흔한진주목걸이”가“흔한진주목걸이들”보다자연스러운것처럼말이다.하지만프랑스어에서는다른유럽어와마찬가지로명사의복수표지를분명히표현한다.이책은그언어관행을존중했다.따라서본문속에는“오억개의별들”이나“모든날들”,“바다들과강들과도시들과산들과사막들”같은표현도보일것이다.이역시프랑스어가가진특유의감각을독자들이그대로촉지할수있게끔옮긴이가의도한결과이다.

세번째차별화는경어(vouvoyer)와평어(tutoyer)의구분을원문그대로따른것이다.이에대한역자의설명을직접인용하면다음과같다.
“기존번역들은이차이에무심한경우가많았다.프랑스어에서의경어와평어는,물론위계질서를드러내기도하지만,그보다는친소관계를드러낼때가많다.어린왕자는때로처음보는사람에게평어를쓰기도하고,때로는경어를쓰다가평어로바꾸기도한다.독자들은어린왕자의말투에서,그아이와대화상대의관계를,그러니까위계나친소관계를유추해볼수있을것이다.경어와평어의엄격한분리에있다.”

마지막으로짚을수있는차별화는작품속내레이터가어린왕자를지칭할때다른번역본들은모두‘그’라는일률적인대명사로옮긴반면이책에선‘그아이’나‘이아이’로옮긴것이다.이는『어린왕자』라는작품에서어린왕자라는캐릭터가수행하는아이덴티티가어린이의세계를대리하고있다는역자의엄격한해석에의한것이다.

본문외『어린왕자』의이해를돕는풍요로운서브텍스트들

옮긴이가꼼꼼하게옮기고정리한본문텍스트외에이책에는본문과저자생텍쥐페리의작품세계를이해하는데도움을주는서브텍스트들이풍요롭게수록되어있다.먼저「역사서문」과「역자후기」는이번역본의특질과지향을알려주고있는데,역자서문에서고종석이밝히는번역의계기는솔직하면서도숙명적이다.
“한국어와프랑스어는내가세상에서가장사랑하는언어이고,『어린왕자』는기독교성서다음으로많은언어로번역된텍스트라고들었다.그리많은언어로번역됐다는것은이작품이
전세계의독자들로부터깊은사랑을받고있다는뜻일텐데,그것은『어린왕자』가비루한현실과는거리가머나먼환상적동화이기때문일것이다.이동화처럼살지못하는수억의사람들이이책을읽는다.종교가민중의아편(칼마르크스)이고,마르크스주의가지식인들의아편(레몽아롱)이라면,『어린왕자』는어른들의아편이다.『어린왕자』에‘길들여진’수억의어른들이이책을읽는다.내가이『어린왕자』의세계관을맞갖잖아하면서도이책을거듭읽어온것은그것이내아편이기때문일것이다.거기에생각이미치자,갑자기한국어판『어린왕자』가아니라‘내’한국어판『어린왕자』에대한욕심이생겼다.”
이외에도옮긴이가파리주재시절한국에있는절친한친구황인숙시인에게쓴편지글의형태를띤「생텍쥐페리,행동으로나아가는페시미즘」은비록재수록하는텍스트이긴하지만생텍쥐페리의문학세계와그가추구한행동주의문학의전모를충분히상상하고짐작하게하는매우의미있고심도깊은텍스트다.「생텍쥐페리의삶,그리고그후」는한국어판『어린왕자』에수록된생텍쥐페리의연보와약전을통틀어가장정확하고상세한바이오그라피정보일것이다.이텍스트엔여섯컷의자료사진과함께지금까지잘알려져있지않았던,생텍쥐페리가『어린왕자』를집필하게된구체적인경위와에피소드가들어있고,1944년생텍쥐페리가라이트닝기와함께실종된이후,그의흔적을찾기위한프랑스사회의노력과그성과들이포함되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