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영화에 묻다 (다르게 보기의 젠더 정치학)

여성, 영화에 묻다 (다르게 보기의 젠더 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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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여성, 영화에 묻다』는 〈그 여자는 어디에 있는가〉, 〈모성 탐구 생활〉, 〈오빠들의 여성/영화〉를 수록하고 있는 책이다.
저자

박인영

책과영화보는것말고이렇다할문화적체험이없던어린시절‘할리우드키드’로살았다.정치외교학과를졸업한이력이어느정도는보탬이됐던지방신문사기자생활을하던끝물에청주대대학원에서영화공부를시작했다.15년만에신문사를그만둔뒤동국대에서영화학박사학위를받았다.현재충북대,우석대에서강의하고있으며다양한여성및사회단체를통해대중강연또한하고있다.「스릴러장르의피해자-여성표상」,「영화에서플래시백을통한여성의트라우마재현」등논문과신문게재글이다수있으며,앞으로도여성재현및여성서사와관련한연구에집중하고자한다.

목차

머리말

들어가며:〈버닝〉과〈기생충〉으로시작되는이야기

1부그여자는어디에있는가
물리적부재와상징적소멸
〈살인의추억〉,무엇을질문할것인가
〈박하사탕〉,〈뮌헨〉의‘성녀와창녀’
〈박하사탕〉과〈봄날은간다〉다시쓰기
총을든여자들
〈윈드리버〉,〈시카리오:암살자의도시〉,〈공동경비구역JSA〉
성폭력피해생존자의낯선얼굴
〈한공주〉,〈여자,정혜〉
소녀들의죽음
〈동전모으는소년〉,〈마더〉,〈죄많은소녀〉
〈아이엠러브〉,그여자의집은어디인가

2부모성탐구생활
어디에나있-다-는모성
〈가족의탄생〉,여자들만의집
“엄마나빠!”,〈4등〉과가해자-모성
혁신,혹은고색창연함242
〈서치〉,〈그래비티〉

3부오빠들의여성/영화
〈더포스트〉와‘가부장제의유령’
〈로마〉의자매애,무모순적인판타지?
그풍경이나를울리네,〈위로공단〉
〈스토커〉는왜〈인디아〉가아닌가?
아버지의‘귀가’,〈바닷마을다이어리〉

에필로그:‘여성서사라는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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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여성의눈으로들여다본영화세상,
새로운상상력을간절히기다린다


『여성,영화에묻다-다르게보기의젠더정치학』은영화를오래연구해온저자의글17편(서론과에필로그는포함하지않은숫자)을묶은책이다.그규모와내용의깊이에서학술논문이라는이름에값하는글들이지만,통상적인논문의틀과문체에스스로를가두지않는자유로움을간직한점을눈여겨보면영화평론-에세이라고해도손색없을글들이모여있다.이글들은각기다른영화텍스트를다룬독립적인글들이면서서로강한결속력을지니고서로에게또렷한메아리를전한다.“남성중심적인지식체계”(5쪽)를벗어나여성의눈으로,여성으로서의삶의경험과지식과감각에바탕을두고영화세상을들여다본다는저자의의도가일관되게스며들어있다는점이그까닭일것이다.
여성의시선으로영화에접근할때저자의눈에제일먼저들어오는것은영화,특히한국영화속에서여성인물이아예부재하거나서사의도중에홀연사라지는현상이다.여성의부재와관련하여저자는‘벡델테스트’라는기준을참조한다.영화에이름을갖는여성이둘이상등장하는지,그여성들이서로이야기를나누는지,그대화의주제가남성에관한것이아닌지라는세가지질문을던지는것이다.저자는예컨대2017년한국영화흥행순위10위권에든영화들중에이테스트를통과한작품이단한편도없다는사실에주목한다.한국영화산업에서여성이어느정도로배제되고있는지를상징적으로보여주는지표이기때문이다.
여성배제의현실은영화속에서여성들이필연적인맥락없이사라지는현상으로도나타난다고저자는판단한다.예를들어봉준호의영화〈괴물〉과〈기생충〉에서주인공의딸들이갑자기죽음을당해야하는이유를그는납득하지못한다.또이창동의〈버닝〉에서초반강렬한존재감을과시하던여성인물이두남자인물에게서사의전개를내맡겨두고돌연텍스트에서사라지는것을수긍하기어려워한다.여성을배제하거나주변화하고여성의목소리와형상화의자격을박탈해온사회적·영화적관습에영화창작자들이의식적으로든아니든복종한결과가아닌가,저자는묻고있는것이다.
여성배제의영화적관습중에특별히오랜연원을자랑하는것은‘성녀대창녀’,‘좋은모성대나쁜모성’이라는이분법이다.저자가보기에,실재하는여성들의삶의다채로운양태와차이에유의하지않은채남성의기준에따라손쉽게여성의삶을도식화하며저이항대립의뒷항에속한다고분류된여성들에게영화속에서(부당한)응징을가하는전통은오늘에도면면히계승되고있다.예컨대이창동의〈박하사탕〉에서여성주인공순임(문소리)은‘순수함’의화신,즉성녀에가깝게그려진다.그러나그럼으로써구체적인삶의결과실감을상실한납작한인물로나타나는영화적대가를치러야한다.반면스티븐스필버그의〈뮌헨〉에등장하는여자킬러는‘좋은엄마’이자신실한아내의남편을유혹했다는이유로플롯의큰줄기와무관하게,다시말해뜬금없이,나체를드러낸채총에맞아죽는응징을당한다.정지우의〈4등〉에서초등학생아들을수영특기생으로만들기위해아들이코치에게매를맞는것마저감수하는엄마는정작폭력의가해자인코치보다더나쁜존재로부각되며그로인해관객의비난을한몸에받기에이른다.첨단의테크놀로지를활용한혁신적인영화기법으로보는이를매료시키는미국영화〈서치〉의경우‘나쁜모성’이라는간편하고도진부한기준을서사적반전의계기로삼음으로써제풀에구태의연한상상력의울타리안에갇혀버린다고저자는본다.
영화가여성인물을다루는데에서또하나의뿌리깊은관행은여성을수동적이고무력한존재,사회적악의순전한피해자이자희생양으로(만)묘사하는것이다.테일러셰리든의〈윈드리버〉,드니빌뇌브가만든〈시카리오:암살자의도시〉에서처럼,여성은제아무리FBI요원일지라도서툴고미숙한탓에남성들의혹독한지도편달을거쳐야비로소제몫을감당하는,수동적이고어딘가모자란존재로그려지곤한다.여성을무력한존재로재현하는이러한영화적관습은성폭행피해자를초점에둔영화들에서특히문제적이다.저자에따르면,이수진의〈한공주〉,이윤기의〈여자,정혜〉는성폭행에서살아남은여성들을전면에내세운신선한시도였지만,플래시백flashback기법을남용하면서피해자의고통을극대화해보여주는데집중함으로써,의도와달리작중인물들과관객에게새로운생존과치유의가능성을제시하거나힘과권능을주는(empower)경험을선사하는데성공하지못한다.여성을피해자·희생자로고착하는이러한영화적관행과관련하여저자가가장참을수없어하는것은10대소녀들을너무나쉽게죽음으로몰고가는한국영화의흐름이다.사회의어둠과악함을드러내기위해서라지만왜구태여,그것도그토록자주,10대여성이처참한희생자의모습으로나타나야하는가?그것은그들이영화적쾌락을위해함부로소비·소모되어도좋은존재,또그렇게하기에가장‘쓸모있는’도구로여겨지기때문이아닌가?이를따져묻는저자의어조는비통하고통렬하다.더나아가그는어리거나젊은여성이즐비하게주검으로등장하는이런흐름의시원始原에한국영화사최고의걸작지위를다투는영화〈살인의추억〉이자리하고있지않은가하는의혹을제기한다.저자가판단하기에봉준호의이영화는여성들의죽음을다루면서도정작살해당한여성들에대해서는전혀눈길을돌리지않은채‘누가죽였는가’라는질문에만매달린작품이다.그점에서〈살인의추억〉은,‘누가죽었는가’라는질문을화두로삼아성폭행을당한뒤스스로목숨을끊은여학생을초점화함으로써애도의기능을충실하게수행한이창동의〈시〉와극적으로대비되는“잘못된질문의영화”(73쪽)라고저자는단언한다.
저자에따르면,저렇듯사회적악의피해자나희생자가되지않고무사히생존해나름의성취와성장을이루는여성들을주인공으로내세운영화라고해서바람직한여성서사의본보기가되는것은아니다.미국신문〈워싱턴포스트〉의사주자리를급작스럽게물려받은뒤정부와법원에맞서베트남전쟁의진실을용기있게보도한여성캐서린그레이엄의실화에기초한스티븐스필버그의〈더포스트〉,한소녀가“잔인한킬러이자냉혹한사냥꾼,제도적질서를교란하는파괴자”(316쪽)로‘성장’하는과정을다룬박찬욱의〈스토커〉가그예다.두여성인물은가부장체제의허가와승인을거쳐가부장제가문의승계자가되는데머물뿐,자신만의독자적인목소리와가치를획득하는지점으로나아가지는못한다고보기때문이다.
저자에게영화세상의이모든현실은여성의삶과그가능성을이제까지와는다른방식으로탐문하고형상화할새로운영화적상상력의중요함과필요성을갈급하게일깨워주는것이다.아직미흡하지만,2014년부터2018년까지한국상업영화평균개봉작76편중7.9%에불과했던여성감독의작품이2019년흥행순위10위권에만4편오른사실,또2020년실질개봉작165편의여성참여율중감독38명(21.5%),제작자50명(24.0%),프로듀서50명(25.6%),주연67명(42.1%),각본가43명(25.9%),촬영감독19명(8.8%)등으로모든직종에서여성비중이상승한점은,저자가보기에,“여성들의삶의경험과감각을존중하는상상력으로현실을살아가는여성들에게격려를전하는”(354쪽)영화들이그득하게태어날새로운영화세상을향한희망의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