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 단상 (가락재에서 길어 올린 묵상)

말씀 단상 (가락재에서 길어 올린 묵상)

$15.00
Description
한국의 숨어 있는 영성가, 자연 속의 일상을 묵상하다
30년 전 서울의 구석구석과 이국의 하늘을 지고 살던 청춘, 지위도 부도 명예도 아닌 ‘경험’을 원했던 젊은이는 아내와 세 아이를 데리고 새로운 미래를 꿈꾸며 외딴 농촌으로 들어갔다. 하나님을 경외하며 자연의 섭리에 따르고 아이들을 기르는 사이 ‘화살 같이 빠른 세월’이 흘렀고 그도 어느덧 칠순을 맞았다. 이 책은 경기도 가평에 위치한 ‘가락재 영성원’의 설립자이자 운영자인 정광일 목사가 일상에서, 그리고 자연과 더불어 농사를 지으며 묵상한 말씀에 짤막한 글과 사진을 덧붙여 묶은 것이다.
저자는 철학과 신학을 공부한 목회자이며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했지만 모든 노동의 근본은 ‘농사’라는 점을 힘주어서 말한다. 그에게 농사란 단순히 먹을거리를 길러내는 일이 아니라 생명을 기르고, 그 생명을 섬기는 일이기 때문이다. 동시에 사람의 힘으로만 가능한 것이 아니라 하늘과 땅이 모두 합심해야 가능한 일이며, 그렇기 때문에 영성靈性과도 통하는 일이다. 그에게 농사는 구도인 동시에 수행의 과정이며, 자연은 하나님의 임재臨在를 매순간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인 동시에 공간이다.

“하늘-땅-사람, 이 삼자를 잇는 일이 바로 ‘농’이라는 말입니다. 따라서 ‘영농營農’은 ‘영농靈農’입니다. 농은 영을 통해 진정한 농의 차원을 얻으며, 영은 농을 통해 진정한 영적 세계를 인식합니다. 영 안에 농이 있고, 농 안에 영이 있습니다. 농을 영으로 이해하고 영을 농으로 해석해보는 것입니다. 그래서 예부터 내려온 ‘농, 천하지본農, 天下之本’ 이란 말은 ‘영, 천하지본靈, 天下之本’으로 당연히 대치될 수 있지요. 양자는 서로 뿌리(本)라는 점에서 공통적이니까요.”(p.197)

이 책은 그가 자연 속에서, 자연의 일부로 살아가며 그때그때 길어 올린 통찰의 기록이다. 거창한 이데올로기나 대단한 주장도 없이, 그저 하루하루 살아가며 떠오른 것을 글로, 또 사진으로 남겼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 자기 자신과, 또는 하나님과 만나는 고요한 시간은 오늘날 신앙인이라면 누구나 원하는 것, 또 필요한 것 아닐까.
저자

정광일

연세대학에서철학을,장로회신학대학과프랑스스트라스부르Strasbourg대학에서신학을공부하고한남대학에서철학을공부했다.1991년경기도가평에‘가락재영성원’을설립해30년간영성과공동체에관심을기울이며살고있다.신학대학과일반대학에출강했고,저서로는『기독교유토피아의가능성』,『공동체를씨금으로영성을날금으로』,『눌림에서누림으로한숨을제숨으로』,『영성은사람이다』등이있다.

목차

책을내면서

1부쉼
산山과에레모스/영적바이러스/마리아의얼굴/어둠에서빛으로/수평선상의사랑/믿음의근거/날마다죽는삶/십자가/로마총독빌라도/예수앞에솔직함/기다림의신앙/나를사로잡은말씀/감사절인데/내어주는계절/남부럽지않은삶/영적욕구/‘그러므로’라고하는접속사/아담은모든사람입니다/교회의껍질과알맹이/좋은질문/하나님은말씀입니다/그때그마구간/죄/시간에대하여/기억

2부숨
사도행전/코이노니아와선교/충만의안과밖/다른방언/안식일에서부활일로/작은교회론/‘예수’라는이름/뜻이담긴돌/보는일과듣는일/경외심/사랑의의술/교회의문제/반감의또다른모습/예언자와대중/제자입니까?/참이란말/세례/하나님체험/영적산파두사람/
돛과닻/나를잡아준사람/환대의공동체/환상/예루살렘에서안디옥으로/등뒤로나있는문/바나바와바울/교회개혁주일/복음과땅끝/비움과채움/과거돌아보기/되돌아온그자리/다시세우는사람들/닫힌공동체와열린공동체/디모데/성령을믿습니까?/돈과복음/따뜻함과부드러움/참과거짓/패러독스와믿음/생업과주업/집으로/거리두기와공동체성/아볼로/성령과사랑/담대함/말씀하시는하나님/잠을깨우는사람/헤어질때하는말/만남/
누룩/출발지,목적지,중심지

3부섬
섬/예수의평화헌장/누가멈추게할수있을까?/하나님앞에서/본향/내마음의뜨락/사계절에따른영성/하산下山의영성/동방정교의영성/밭고랑/관용,포용,용서/차원이다른신앙/제3의길/계절의경계선/농,천하지본/계산무진谿山無盡/세연정洗然亭/화해와평화의정당/비색의영성/가을의들꽃을보라/겨울나무와까치/비우고또비우고/
‘지구’라는연못/지구야멈추어라/반쪽사랑과온전한사랑/지구를거꾸로되돌려놓아야/원형과변형/시대적화두/존엄한노후/비대면시대의대면/작은나무통을깎으며/왜기도하는가?

출판사 서평

사진과글로남은기도
항상자연을관찰하며그속에깃든삶과죽음을응시해온저자는계절과시간에따라변화하는풍경이나일상적인물건들속에깃든말씀을발견해내는눈을가지고있다.나뭇가지를깎다가,밭고랑을다듬다가,시시각각변화하는노을과바람에일렁이는물결에서도문득하나님의말씀을떠올리는저자에게는이때야말로‘듣기’가새삼중요해지는순간이다.눈은감아버리면보는것을중단할수있지만,귀는의지와무관하게항상열려있다.그러므로언제든불시에들려오는하나님의말씀을들을수있도록귀를훈련하는것이기도이며,그것이또한제자된도리라는것이다.

“성경은‘믿음이들음에서생긴다’(롬10:17)라고말하며,이들음을위해우리는기도합니다.기도는하나님이사람의말을듣고,또사람이하나님의말씀을듣는일입니다.…듣기위해서,세미한음성을더잘알아듣기위해서두눈을감는것인지도모르겠습니다.보는일을멈출때,비로소하나님의음성이들립니다.‘들음’이라기보다는‘들림’이라할것입니다.”(p.81)

보는것과듣는것이라는감각을통해일상의모든것에서하나님을발견해내려는저자의노력은이책에서보듯이사진과글로확장되고있다.보이지않고들리지않는하나님을만나기원하는저자의간절한바람은역설적으로여백이많은글과사진으로정제되어드러난다.평범한이야기와일상적인사진이남기는잔잔한여운은아마도그때문일것이다.이책은일상적으로말씀을묵상하는어느목회자의짧은설교집이라고도할수있고,자연과노동속에서쉬지않고하나님과의만남을갈망하는어느구도자의기록이기도하다.어느페이지를펼친다고해도그가마주한영감속에서무소부재無所不在하신그분의흔적을만날수있을것이다.

물러나,숨을가다듬고,다시나서다
저자가설립한가락재영성원에서는‘쉄의영성’을표방하고있다.‘영(spirit)’을뜻하는히브리어‘루아흐ruah’와헬라어‘프뉴마pneuma’를우리말‘쉼’과‘숨’으로옮겼고,거기에저자가‘멈추다’,‘일어서다’,‘나서다’라는뜻을담은‘섬’이라는말을덧붙여‘쉄’이라는표현을창조해낸것이다.요즘은종교관련단체뿐만아니라개인시설로도리트리트센터retreatcenter또는피정避靜의집이관심을모으고있는데,그말에는‘물러선다’는뜻이담겨있다.하던일이나가던길을멈추고물러나자신을되돌아보는것이다.저자는이과정을물러나호흡하면서몸과마음을쉬고,다시새힘을얻어나서는단계로설명하는데,이책또한그에따라숨,쉼,섬,3부로구성되었다.마치밤이오면깊은휴식에들어모든것을내려놓고,아침이되면새로운기운으로하루를열어나가는과정과도닮았다고할수있다.

“성경에서말하는영생은죽지않고오래도록사는삶(longlife)이아니라새로탄생하는삶(newlife)입니다.…그런데중요한점은이런일이한순간으로끝나는것이아니라날마다지속되어야한다는것입니다.우리가50년또는100년을산다고할때,이나날은밤으로끝나고아침으로시작되는마감과시작의연속입니다.밤이오면눈을감고잠이드는일종의죽음과,낮이와서눈이떠지고잠에서깨어나는일종의살아남의반복으로하루하루를지내듯이,예수안에서얻은새생명도이러한과정으로지속된다는것입니다.”(p.25)

곳곳에서번아웃burnout을호소하며휴식과치유의중요성이강조되는오늘날,무엇보다도절실한것은잠시이모든것을내려놓고멈추는일일것이다.그리고물러나깊이호흡하면서자신과이웃을돌아보고,고요한가운데하나님을만나충분히사랑과위로를느끼고,다시일어나세상으로돌아온다면복음을나누며사는하루하루가다시가능하지않을까.책속의복음이자신의삶과몸담은공동체,그리고교회와사회에서어떤역할을할수있는지성찰하는일도가능할것이다.그것이저자가말하는궁극적인‘그섬’에서살아가는일아닐까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