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없는 길 위에서 (이현주와 김진호의 대화)

길 없는 길 위에서 (이현주와 김진호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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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대전환의 시대, 대화로 길을 찾다
세상은 늘 변화하고, 변화란 자연만물에 필연적이지만 근래 우리가 맞닥뜨린 변화는 유례없는 것이다. ‘코로나19’라는 팬데믹이 2년 가까이 전 세계를 휩쓸고 있고, 그간 소수의 활동가들이 지적해온 기후위기가 시시각각 눈앞에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인공지능과 생명공학, 기술의 발달이 인간이란 무엇인지 물음을 던져오고, 제 역할을 외면해온 종교와 정치의 민낯이 드러나며, 사회·문화 전반에서 극단적인 이원성이 충돌하는 중이다. 미디어를 통해 전 지구가 그 어느 때보다 가깝게 연결된 오늘날, 인류 전체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길 위에 서있음을 각자 피부로 느끼고 있다. 그래서 여기, 우리 시대의 영적 스승과 민중신학자가 마주 앉아 새 시대의 방향을 모색하는 대화를 시작했다.
그간 불교와 노자를 비롯한 동양철학뿐만 아니라 루미Rumi로 대표되는 수피즘Sufism에 이르기까지 기독교의 지평을 넓혀온 이현주 목사와 민중신학을 바탕으로 소수자 문제를 비롯해 한국 기독교와 대형교회의 어두운 면을 직시하고 고발해온 민중신학자 김진호 목사가 새로운 시대를 살아갈 지혜를 나눈다.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 길 없는 길 위에 선 우리 모두에게 절실한 나침반은 서로의 앎을 모아 지혜로 정제하는 과정에서 드러날 터이기에.

“이현주 세상과 내가 떨어져있다는 기본 착각. 인류가 이제 여기서 깨어나는 때가 오지 않았는가. 그래서 글로벌한 문제가 생기는 것 아닌가. 국경, 이데올로기, 빈부도 의미 없다는 거죠. 코로나가 통일시켜버린 거예요. 기후변화도 마찬가지고, 누구 한 사람이 자기 책임이라고 말할 수도 없어요. 책임도 독점할 수 없고, 원인도 독점할 사람이 없어요. 해결도 독점이 안돼요. 전부 같이 하지 않으면 안되는 시대가 왔어요.”(p.75)
“김진호 저는 역시 제도가 그 문제를 보완해주어야 한다는 바람이 있거든요. 현실에서 가능한 대안을 발견하고 제시해야 한다는 거죠. … 연결돼 있다는 자각은 너무나 중요한데, 어떤 도그마나 아무 생각 없는 습관 속에 모두가 연결되어 있다는 의식이 없었어요. 이제는 내가 내 옆에 있는 존재와 나뉠 수 없는 공동 운명체라는 생각을 회복해야 할 것 같아요.”(p.74)

두 저자는 인류 최초로 맞이한 이 거대한 전환이 ‘위기’ 아닌 ‘기회’일 수 있다고, 서로 다른 너와 내가 만나고 소통하면서 새로운 길을 열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 예견하고 있다. 노르위치의 줄리안(Julian of Norwich)이 말했듯이 결국 이 모든 것이 하느님의 품안에서 일어나는 일이기에 ‘All is well(다 괜찮다)’, 결코 절망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저자

이현주

관옥觀玉이라고도부르며,‘이아무개’혹은같은뜻의한자‘무무无無’라는필명을쓰고있다.1944년충주에서태어나감리교신학대학교를졸업했다.목사이자동화작가이자번역가이며,교회와대학등에서말씀도나눈다.동서양의고전을넘나드는글들을쓰고있으며,무위당无爲堂장일순선생과함께『노자이야기』를펴냈다.옮긴책으로『지금이순간이나의집입니다』,『너는이미기적이다』,『틱낫한기도의힘』,『그리스도의계시들』등이있다.

목차

편집자의말/팬데믹과그이후/기후위기와우리의삶/갈등과혐오를풀어가는법/배우고가르치는일/영성이란무엇인가/죽음을대하는태도

출판사 서평

보이는세계와보이지않는세계의만남
청년시절민중신학의창시자로불리는안병무선생을만나신학자의길로들어선김진호목사는소외된민중의삶과우리사회구조의모순을직시하며보이는세계의변화를촉구하는일에초점을맞춰왔다.스스로를‘비판하는글쟁이에다름아니’라고겸손해하면서그는항상시대의위기를말하고,그위기의공범이되어온우리스스로를고발하고성찰하며,거기서벗어날수있도록사회적실천을강조하고있다.그는개신교신학자로서세상의변화를위해목소리를높이는일이자신의소명이라믿는다.
그런가하면우리시대의영성가,영적스승으로알려져있는이현주목사는보이는것과보이지않는것의순서를바로잡는일이영성靈性이라고말한다.보이지않는영靈과보이는육肉이한데모여생명을이루듯이,보이는것과보이지않는것은결코나뉠수없다.그러나보이지않는것이보이는것보다먼저있으며,보이지않는것에서보이는것이나온다는이치또한분명하다.다들지금껏눈에보이는‘몸(肉)’을중심으로살아왔으니이제는보이지않는‘영靈’을중심으로살아볼때가되었다는것이다.

“김진호제식으로말하자면너무나도를넘어선산업화,파괴와생산의양축이어느순간균형을잃어버린문제아닌가싶거든요.우리가만든문명이지구전체를병들게한다고봐요.(p.44)…이렇게보이는것에만집착하느라생긴문제점들이있잖아요.멋대로파괴하기도하고요.그렇다면보이는것에문제가생겼으니그것을어떻게바꿀까생각할수도있는데목사님은그게아니라‘영靈’을이야기하시잖아요.저는자꾸보이는것에집착하는것같은데,목사님은보이지않는것을보라고강조하시는것같아요.
이현주…생일은내가세상에태어난날이에요.그러나우리엄마가나를낳은날이죠.내가태어나지않으면우리어머니는존재하지못하죠.또,우리어머니가없으면내가있을수없고요.이둘은하나예요.나눌수없어요.다만순서가있다는거죠.우리엄마가나를낳았으니까내가있는거지,내가태어났기때문에우리엄마가나를낳은건아니라는거죠.그순서를얘기하자는거지,어느하나만얘기하자는건아니에요.영성을얘기하면서먹고,입고,사람만나는일들이동떨어져있다고생각한다면착각이죠.그건영성이아니에요.”(p.171)

성탄절은‘예수가어머니품에안기고싶어서어머니에게서분리돼나온날’이라고한다.관계란붙어있으면불가능하고,적당히떨어진거리에서야가능한것이다.지향은같으나그관점이조금다르고,그래서서로의거리를존중하는두저자의대화는마치바깥현실과내면세계를한몸으로살아가는우리자신의두측면같기도하다.책에서만나는두저자의생각은스스로의관점을통합하고나아갈방향을묵상해볼기회가되어줄것이다.


문제는복잡하고해답은단순하다
서울과순천을오가며이루어진두저자의대담은여섯가지주제로이루어졌다.팬데믹과그이후의삶이어떠할지,기후위기시대를살아가는우리의책임이무엇인지,사회곳곳에만연한갈등과혐오는어떻게풀어가면좋을지,새로운시대의배움과가르침은어떻게일어날지,영성이란무엇인지,그리고죽음을대하는태도에이르기까지,대화는역사적사실과개인적경험을아우르며자연스럽게펼쳐진다.
세상의문제들은끝없이많고매우복잡하다는특성이있다.(그리고우리는‘문제를해결하기위해’이세상에온것이아니다.)‘이거다’하고떼로몰려가는것들은힘이있지만,그힘이문제를해결하는경우는드물다.저자들은오히려소외되고밀려난변두리,창조적소수에게서지금까지와는다른답을발견할가능성이있다고말한다.문제를일으킨차원에서는답을찾을수없고,해답은의외로단순하고쉬운데있다는것이다.이현주목사는안팎에서일어나는모든문제의초점을자신에게돌리는질문으로답을발견할수있다고말한다.‘너는어떡할래?’라는물음.그리고매번그가받은답은‘기도하고사랑하라’였다고한다.

“김진호그의아픔이내아픔이되는것은일상적체험이아니라불현듯다가오는일시적체험인데,저는그런것이영을체험하는순간같아요.철학자들은타인과내가연결되는그순간을‘환대歡待’라고하거든요.그환대의순간이영적체험의순간인거죠.일상에서는환대의어려움이예측되잖아요.그런계산이어느순간멈춰버리고타인과내가연결되는그순간의힘이기존의질서속에서불가능하다고생각한것들을가능하게하고,우리시대의힘이되지않을까생각해요.
이현주동감이에요.…이게바울이“내가사는게아니라그리스도가사셨네.”라고말한거죠.‘그리스도를모신나’가아니라,‘나라는모양의그리스도’라고보는거예요.그렇게되면누군가를‘환대’하는문제가아니라,그사람이바로나죠.그러니그가아프면나도아프고,그가행복하면나도행복한거예요.차츰차츰이렇게눈을뜨는사람이늘어난다고생각해보세요.어떻게절망합니까?그러면기후위기고환경문제고다해결되지않을까요.코로나든무엇이든두려워할것이아니라,이것이나에게무엇을주고있는지눈을떠보자는거예요.저는그런시대가밝아오고있다고봐요.”(p.212)

피부색,빈부,노소를가리지않는팬데믹을경험하며우리는이모든게특정집단이아닌전체‘인간’에게일어났다는사실을알아차리고있다.그리고이변화는이제인간들끼리반목하고경쟁할것이아니라서로안아주고모자란것을채워주어야,그래야함께살아갈수있다는메시지에닿아있음을알아차리는사람도늘고있다.지금이순간에도우리가경험하고있는모든상황과크고작은사건들은지금껏해온방식이아닌다른방식,‘배타排他’가아닌‘환대歡待’가길이라는,바로그말을전하려는메신저에불과할는지도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