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세상의 문 앞에서 (홍세화와 이송희일의 대화)

새로운 세상의 문 앞에서 (홍세화와 이송희일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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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반지성·자본주의 사회에 전하는
두 창조적 소수자의 엄중한 메시지!
‘위기’라는 말이 보편화된 세상이다. 지구가 여섯 번째 대멸종에 접어들었다는 진단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이를 증명하듯 지구는 가뭄·홍수·화재 등 이상 기후에 신음하고 있다. 삶의 터전을 잃은 기후 난민들이 생존의 길을 찾아 국경을 넘고 있다. 나이·성별·국적·계급, 여기에 국민/비국민의 갈등이 사회의 분열을 야기하고 있다. 노동자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작업 현장에서 목숨을 잃는다. 인류의 장밋빛 미래를 보장할 것 같았던 기술의 발달이 오히려 인간을 존재의 자리에서 소외시키는 반전이 일어나고 있다. 과연 우리는 이 문제들을 극복하고 미래 세대에게 빌려온 지구와 상호 존중의 사회를 온전한 모습으로 주인에게 돌려줄 수 있을까.
이 중대한 물음 앞에서 난민·이주노동자 출신 홍세화와 커밍아웃한 성소수자 영화감독 이송희일이 만났다. 이들의 만남은 차별과 혐오의 최전선 당사자들의 만남이라는 점에서 뜻깊고, 이들의 대화는 그동안 공론화되지 못했던 사회적 약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이 대담집에서 두 사람은 삶의 현장에서 자신이 몸소 겪은 이 세상의 기이한 모습을 증언한다. 그리고 끊임없는 공부와 열정적인 창작 활동으로 형성한 인식의 틀 안에서 전 지구적 기후위기와 사회 구성원들의 갈등 원인을 진단한다. 우리 사회의 ‘가장자리’에서 진보적인 목소리를 내온 두 ‘창조적 소수자’의 대화를 통해 미래 세대를 위한 새로운 세상, 대전환의 방향을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저자

홍세화

언론인·사회운동가.1979년,무역회사주재원으로프랑스에체류중‘남민전’사건에연루되어망명하였다.프랑스정부로부터사상의자유침해에따른난민으로인정받아,관광안내·택시운전을하며이주노동자로생활하였다.이때집필한『나는빠리의택시운전사』는‘똘레랑스’라는용어에‘공존’의메시지를담아우리사회에큰반향을일으켰다.2002년귀국하여언론,출판,교육,사회운동,정치등다양한분야의최전선에서활동하고있다.현재‘장발장은행’의은행장이며,시민모임‘마중’을통해화성외국인보호소에수용된외국인들을지원하고있다.주요저서로『미안함에대하여』,『결:거칢에대하여』,『공부』,『무엇이우리를인간이게하는가』,『생각의좌표』,『지구를구하는정치책』등이있고,『노루인간』,『딸에게들려주는인종차별이야기』,『왜똘레랑스인가』등을번역했다.

목차

저자의말/왜탈성장이어야하는가/차별과혐오는어디에서비롯되는가/죽음의행렬,어떻게멈출것인가/한국진보정치,어디로가야하는가/교육은우리를어떻게배신해왔는가/언론은누구를위해복무하는가

출판사 서평

기이한세상의풍경

두사람이겪고바라본세상은온통기울어진운동장의확장판이다.식민지착취의경로는그대로기후위기의지형도및에너지수탈·노동력착취의경로와일치한다.다수가소수를억압해온역사와기승을부리는우익정치는난민·이주노동자·성소수자에대한차별과혐오를조장한다.기술과자본을가진슈퍼엘리트들은노동을파편화하고자본친화적의식을주입하여노동자성을박탈한다.교육은능력주의와공정담론을내세워불평등의대물림을은폐한다.정치판은서로에대한적대감을존재의근거로삼는수구적보수세력과자유주의보수세력으로양분되어있고,진보정치는중층적모순으로분열되어앞길을못찾고있다.언론은공익과진실이라는소명을망각한채사익추구집단으로변질되었다.여기에유튜브,SNS를비롯한1인미디어들은확증편향의세계를부추기고있다.

앓고있던마음의병은세계에대한앎의의지와근심으로전이됐다.역설적이게도되레그게마음의근육을키운걸까.나의가치관은종전보다왼쪽으로더휘어졌고,세계가급진적기획속에서바뀌지않는한인민의삶과생태계는더욱처참하게부서질거라는확신이들었다.(이송희일_저자의말중에서)

‘대전환’이라는단어가스스로말해주듯이모든것을바꿔야한다.아니,바꾼다는말로부족하다.뒤엎어야한다.뒤엎지않고서는대전환을이룰수없다.후대몫까지수탈하는기후위기,동시대인들을착취하고수탈한결과물인불평등과차별에맞서정치는,그리고시민은응답해야한다.(홍세화_저자의말중에서)

탈성장과시민의식형성

두사람은‘탈성장’이라는기치아래시민들이연대하여체제의전환을이루어야이위기를극복할수있다고입을모은다.기후위기를극복해보겠다고벌어지는정상들의회담에정작피해당사자인제3세계,농민,미래세대의목소리는제대로반영되지않는기울어진현실과여전히지속가능한성장을이야기하는가진자들의태도를지적하며,성장·기술·자본중심의사고방식을버리고탈성장으로가지않는한,강력한국제기후운동이일어나지않는한,기후위기를극복할수없을거라고전망한다.

이위기를넘어서려면1920년대,1930년대에존재했던사회주의인터내셔널보다더강력한국제기후운동,예컨대‘기후인터내셔널’형태의운동이있어야한다고생각해요.유엔당사자총회처럼각정부수장들이모여서하는형식적인국제담화로이절체절명의위기를타개한다는건거의농담에가깝죠.계속자본의이윤창출에목을매고,축적과정을지연시키는것외에는어떠한것도결정하지않는무능력한조직으로어떻게이위기를극복할수있겠어요._37쪽(이송희일)

탈성장이외적변화의큰그림이라면이를추동할내적변화의필수요소로시민의식형성을꼽는다.여기에서강조되는것이교육의중요성이다.우리의교육현실은자본주의사회에살고있으면서도학생들에게자본주의를공부시키지않아노동자로서의정체성은커녕노동에대한반감과자본친화적의식,즉자기존재를배반하는의식을갖게한다고지적한다.여기에객관적사실숙지여부로학생을평가하고등급을매기는시스템은학생을생각하지않는인간으로만들고,공교육붕괴를초래했다.

한국사회의노동문제와관련해서제가가장심각한문제의하나로보는것은우리가자본주의사회에살고있는데도사회교과목에서자본주의를공부하지않는다는거예요.우리가공교육에서사회교과목을배우는까닭은국민이면서사회구성원으로서자신의정체성을인식하고주체로살아갈수있는기본적인소양을갖추기위한것이잖아요.그런사회교과목이초등학교때부터있어요.그러면왜우리가사회교과목을공부하는가?우리가살고있는사회를인식하라고공부하는건데,우리가살고있는사회가자본주의사회라면제일중요하게공부해야할게자본주의거든요.논리적귀결인데,한국의공교육에그게거의없는겁니다._129쪽(홍세화)

이렇게무너진교육을바로세워정체성과계급의식을가진,스스로생각하고판단하고비판할줄아는시민을길러내야한다는데두저자는동의한다.그래야국민을배반하고자신들의이익을추구하며권력을양분해온양당정치와이들의나팔수역할을하는언론에민주적통제를가할수있다는것이다.
또차별과혐오를합리화하는반지성적피해자정체성,흑/백의세계로분리된확증편향의세계에서벗어나,“내가아니라우리”라는관점에서나와타자,나와자연의관계를재정립해야한다고말한다.그래야재생산되는불평등과기후위기의해소에대해서함께논의할수있는자리가마련된다는것이다.

시대를증언하는당사자들의체험담

이대담에이성적으로설득되고감성적으로공감하게되는것은두사람이사회적약자의입장에서겪은생생한체험담이무거운주제를뒷받침하기때문일것이다.홍세화는파리에서의난민생활,프랑스의교육현장을목격하고우리의교육현실에대해느낀슬픔,귀국후진보진영의분열을겪은좌절과분노,화성외국인보호소에서행해진외국인고문의참상을들려준다.이송희일은시민권을인정받지못하는성소수자들의울분과피폐해진농촌의현실,그리고심형래감독의‘디워’사태때반지성영웅주의의타깃이되어외출도마음대로할수없었던씁쓸한경험,영화〈야간비행〉을찍을때접한교육현장의비정함과학교폭력의비극을들려준다.이들의경험은반지성주의,차별과혐오를낳은편견,몰상식이판치는경제동물의사회,GDP인종주의가횡행하는우리사회의모습을여실히드러낸다는점에서외면할수없는시대의증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