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정에 맞서는 공감의 정치 : 따뜻한 세상을 꿈꾸며

폭정에 맞서는 공감의 정치 : 따뜻한 세상을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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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긴박한 위기의 시대, 한국 정치의 갈 길을 따져 묻는다
김종욱은 2007년 「북한의 관료체제와 지배구조의 변동에 관한 연구」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은 연구자다. 그러나 그의 관심과 열정은 서재와 강의실 안에 갇혀 있지 않았다. 그는 정치학자이면서 우리 정치의 숨 가쁜 현장, 즉 국회, 정당, 행정부, 그리고 대통령 직속 기관인 청와대(대통령비서실)에서 두루 활동한 드문 이력과 경험을 가진 사람이다. 그가 이번에 펴내는 두 번째 단독 저서 『폭정에 맞서는 공감의 정치 - 따뜻한 세상을 꿈꾸며』는 남다른 경험을 쌓아오는 동안 저자가 세상과 정치에 관해 생각하고 궁리한 바를 소상히 풀어놓은 책이다. 여기에는 정치란 무엇이고 무엇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넓은 의미의 정치철학적 질문, 그리고 한국에서 정치를 담당하는 세력은 어떤 관점에서 무슨 정책을 펼쳐야 하는가라는 구체적 고민과 구상이 어우러져 있다. 또 이러한 질문과 구상은 책의 마지막에 실린 글 「미래를 위한 정치: 석과불식碩果不食」이 잘 보여주듯이 우리가 사는 지구라는 행성에 닥친 절멸의 위기에 대한 저자의 성찰과 이어진 까닭에 긴급함과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첫 글 「들어가는 말: 내 삶의 궤적과 생각의 리듬」에 따르면 저자에게 정치란 『논어』에서 말하듯 “백성이 이롭게 여기는 것으로 백성을 이롭게 해주는 것”이다. 즉 백성의 뜻(民心)에 따르는 것이 정치의 본령이다. 정치를 업으로 삼은 자는 백성과 더불어 기뻐하고 더불어 걱정해야 하며, 백성의 눈만큼 보고 백성의 귀만큼 듣는 민시민청民視民聽의 자세를 갖추어야 한다. 그래야 예로부터 사람들이 이상적인 정치라고 여겨온 ‘사랑(仁)과 정의(義)의 정치’가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정치의 이상이 끊임없이 배반당해온 과정이 인류의 역사다. 그러나 동시에 이상을 배반하는 정치, 곧 폭정을 저지르는 정치권력을 민중이 나서 부단히 응징하고 갈아 치워왔음도 역사가 증거하는 바다. 동아시아사에 점철된 반정反正과 역성혁명易姓革命, 서구 근대의 프랑스혁명과 미국의 독립전쟁이 그 예다. 동양의 『맹자』와 미국의 독립선언문, 18세기 프랑스에서 나온 「인간과 시민의 권리들의 선언」은 폭정에 대한 시민들의 항거를 당연한 권리이자 의무로 규정한 점에서 같은 정신을 나누고 있다. 대한민국의 짧은 헌정사에 눈길을 줄 경우에도 시민들은 민심을 따르지 않는 위정자들에 대해 거듭 단죄해왔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저자가 보기에 우리가 택한 제왕적 대통령제에서 줄곧 반복된 과오, 즉 친인척이나 측근의 권력형 부정부패, 승자 독식의 권력 구조로 인한 정치 갈등 심화, 경쟁과 타협이 아닌 ‘전쟁 정치’의 만연, 국정 마비와 예산의 낭비 등은 흘러간 과거가 아니라 바로 지금도 진행 중인 문제들이다. 이에 저자는 우리 사회에 대통령의 권한을 분산시키는 ‘분권형 대통령제’를 비롯한 새로운 시도, 새로운 정치가 필요하다고 본다. 아울러 “윤석열 정권의 폭정에 맞서 국민의 삶을 지키는 것이 이 시대의 정신”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스스로 “처음 가는 길”, “새로운 여정”을 시작할 것을 다짐한다. 독자는 이러한 다짐에 이르기까지 저자가 살아온 발자취를 되돌아보는 대목 또한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듯하다.

2부에 실린 두 편의 글은 한국 사회에 결핍되어 있고 따라서 절실히 필요하다고 저자가 판단하는 ‘공감의 정치’에 대하여 자세히 이야기한다. 「도시의 시민성과 ‘공감의 정치’: ‘유동하는 공포’를 벗어나 ‘행복국가’로」에서 저자가 진단하는 21세기는 “자본주의의 불평등 구조화에 따른 ‘파국’의 가능성과 인간의 지구 파괴에 의한 ‘파멸’의 가능성이 중층적으로 결합된 시대”다. 이윤과 수익성을 최고 가치로 섬기는 사회에서 사람들 대다수는 불가피하게 가난해지거나 약자로 전락하며, 언제 일자리를 잃을지 모른다는 공포, 미래가 없을 것 같다는 공포, 인간에 의해 파괴당한 자연이 되돌려주는 전염병과 자연재해에 언제 속절없이 당할지 모른다는 공포에 시달려야 한다. 이러한 처지는 그들의 삶을 불행으로 이끈다. 세계적으로나 한국 사회 내적으로나 경제의 규모는 커지는데 대다수 인간의 삶은 불행해지는 역설이 생겨나는 것이다. 그들은 스스로 불행할 뿐 아니라 타인들, 다른 생명체들에 대해서 무관심하거나 공격적이다.
이러한 불행 및 불행의식, 공격성의 만연을 관찰하면서 저자는 그렇다면 행복이란 무엇인가를 묻는다. 그가 보기에 행복은 소득, 물질적 부의 증가에 연동되는 개념이 아니다. 1인당 GDP가 1만 5천 달러를 넘기면 소득과 행복 간의 연계가 없어진다는 연구 결과도 인용된다. 저자에 따르면 행복은 오히려 타자(사람만이 아니라 동물과 자연까지 포함하는)에 대한 공감과 긴밀한 관계에 있는 감정 혹은 상태이며, 타자의 슬픔과 기쁨을 이심전심으로 공유하는 공감은 인간의 타고난 본성에 속한다. 타자와 나누는 협력, 상호 신뢰, 존중, 연대, 그리고 여기서 태어나는 타자와의 공감은 행복의 불가결한 존립근거이자 내용이다. 그러므로 오늘 우리가 겪는 불행을 넘어서기 위한 출발점은 공감 능력 및 공감장共感場의 회복이 아닐 수 없고, 바로 그것을 통해 행복의 (재)창조를 겨냥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정치의 영역과 관련하여 이를 가능하게 할 수단을 그는 ‘공감의 정치’ 또는 ‘인애仁愛의 정치’라고 부른다. 그것은 “사람과 생명을 사랑하는 공감 능력”에 바탕을 두고, 소득과 부가 아니라 행복을 최우선 가치로 놓는 정치다. 그런 정치의 싹을 저자는 공기, 땅, 물처럼 모두가 나눌 수 있는 공유자산을 확보하고 늘리는 가운데 사회적 연대를 널리 형성하려는 커먼스(Commons) 운동에서 발견한다. 경쟁에서 낙오하거나 뒤처진 사람들의 행복을 증진하고 삶의 질을 바꾸기 위해 유럽, 뉴질랜드, 부탄 등에서 실행 중인 각종 행복 정책들도 이와 맥을 같이하는 흐름이다. 저자는 한국의 정치가 나아갈 길도 이처럼 ‘공감의 정치’에 기반하여 ‘행복국가’를 지향하는 것이라고 본다.

2부의 또 다른 글 「‘민주화 이후 정치’를 넘어 ‘공감과 행복’의 정치로: ‘87년 체제’의 한계 극복을 위한 정치적 탈주脫走」는 ‘공감의 정치’를 저자가 몸 담았던 사회운동 및 정당이 지난 날 견지해온 ‘정의의 정치’와 대비시키고 있다. ‘정의의 정치’는 자신의 몫에 대한 정당한 분배를 주장하는 점에서 그 몫을 둘러싼 치열한 갈등과 쟁투를 전제하는데 한국의 ‘진보개혁진영’은 ‘적’과 ‘나’의 쟁투라는 이분법적 시각에 가둬진 나머지 잘못된 관행과 습속에 빠지고 말았다는 것이 저자의 판단이다. 즉 모든 문제점은 ‘적’에게 돌려지고 ‘나’는 도덕적·논리적으로 정당성을 갖는다는 편견과 아집이 구조화되었을 뿐더러, 대중의 구체적 삶의 실상은 충실히 주목받지 못했으며, 그래서 정의와 복지를 내세웠음에도 정작 실천의 결과는 ‘사랑 없는 정의’, ‘행복 없는 복지’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따라서 저자는 ‘진보개혁진영’에 대하여 “민심을 알고 대중과 공감·소통하기 위한 전면적인 변화”, 곧 ‘공감의 정치’에 뿌리 내릴 것을 강하게 주문한다. 이전의 잘못을 넘어서는 관건은 “동시대 시민들이 느끼는 문제에 얼마나 공감하고 실천하는가”라고 보기 때문이다. “정의보다 인애가 우선한다는 것, 즉 사랑에 기초한 정의와 복지가 ‘공감의 정치’의 핵심이다”

이러한 저자의 문제의식은 과거의 한반도 역사를 다룬 3부의 두 글에서도 이어진다. 「조선 후기 동학東學의 여성해방사상과 근대성 - 신분해방과 동학사상의 연계를 중심으로」는 19세기 말과 20세기 초 동학이 수운 최제우과 해월 최시형이라는 두 교주를 중심으로 주창하고 실행한 신분타파, 인간평등, 여성해방 사상과 운동의 흐름을 다루고 있다. 성리학적 신분질서가 여전히 완강하고 여성들은 멸시받던 그 시절에 “사노비와 역참에서 일하는 사람, 무당의 서방, 백정 등과 같이 천한 사람들”이 양반, 평민들과 스스럼없이 소통하며 서로를 형제라고 부르는 광경을 빚어내고, 여성도 남성과 마찬가지로 한울님일 뿐 아니라 여성에 의해 새로운 시대, 곧 후천개벽後天開闢의 세상이 열릴 것임을 분명히 말한 동학의 선구성은 놀라운 것이 아닐 수 없다. 가장 낮은 자리에 있는 대중의 구체적인 삶, 그들이 나날이 겪는 뼈저린 고통과 간절한 희원에 자신들을 일치시키는 가운데 새로운 삶의 전망, 새로운 정치를 길어냈다는 점에서 동학 지도자들의 활동상은 저자가 말하는 ‘공감의 정치’의 모범적인 예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공감의 정치’는 「국가와 시민사회의 항일연합항전 - ‘패치워크 역사 접근방법’을 통한 3·1운동의 재해석을 중심으로」의 바탕에도 놓여 있는 역사해석의 준거다. 이 논문은 조선의 제26대 왕이자 대한제국 초대 황제인 고종이 망국을 가져온 장본인이라는 통념, 또 뇌일혈로 사망했다는 연구에 정면으로 맞서는 관점을 밝힌다. 즉 고종은 1910년 병탄 이전에도 국권 망실을 막으려고 “각고의 노력을 다했”고, 병탄 이후에도 항일운동을 계속하는 가운데 1919년 파리강화회의 밀사 파견, 북경 망명정부 설립을 추진하다 일제에 의해 독살되었으며, 고종의 장례 직전에 발발한 3·1운동은 고종의 죽음에 공분한 백성들의 공감대에서 자연스럽게 우러나온 행동이었다고 저자는 해석하고 있다. 고종의 활동과 죽음이 ‘이심전심’이라는 ‘공감의 정치’ 작동법에 따라 3·1운동의 강력한 추진력 중의 하나로 작용했다고 보는 것이다.
저자가 ‘공감의 정치’ 관점에서 이해하는 대중의 삶은 단순하지 않다. 네그리와 하트의 분석처럼, 대중은 권력에 묵묵히 따르는 것 같아도 그저 수동적인 수신자들이나 소비자들이 아니라 지배적인 메시지에 저항하며 새로운 표현 양식들을 개발해내는 존재들이다. 그럼으로써 그들은 지배질서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그 질서에 균열과 틈새를 만들고 더 나아가 체제의 변화를 이끌어낸다. 이 책의 4부에 실린 「북한 주민과 관료의 ‘메티스’와 체제전환의 동학: 앙리 르페브르의 ‘대안공간’을 중심으로」는 이런 시각에서 핵 능력의 고도화, 시장의 확산, 일부 기업의 자본주의화가 진행되던 2018년 북한의 주민들이 체제의 빈틈과 맹점을 자신의 생존과 이익을 위해 활용하여 ‘대안공간’을 만들어내고, 이로써 체제를 변화시키는 양상을 살핀 글이다. 여기 제시된 시장화, 사유화, 사익 추구를 위한 주민과 관료의 담합 및 공모 같은 움직임이 북한을 어떻게, 얼마만큼 변화시킬지는 집필 당시의 저자에게 “희뿌연 파노라마”처럼 불확실한 것이었고, 몇 년이 지난 오늘의 독자들에게는 불투명·불가지의 영역에 속한다고 해야 할 문제다. 저자는 2023년 12월, 이 책 머리글에 다만 이렇게 적었다. “북한 사회의 변화도 독재와 압제에 맞선 공감의 연대가 그 원동력이 될 것이다.”
저자

김종욱

저자:김종욱

‘서울깍쟁이’로태어났다.2007년「북한의관료체제와지배구조의변동에관한연구」로동국대학교에서정치학박사학위를받았다.대한민국울릉경찰서독도경비대원으로만기전역했다.

연구자로서출발하여정부·국회·당,청와대근무까지다양한영역에서전문성을쌓았다.노무현정부청와대국가안전보장회의(NSC)사무처행정관과통일부장관정책보좌관으로근무했다.국회에서는이재정국회의원비서관·보좌관,국회정책연구위원으로일했다.더불어민주당에서는열린정책연구원연구원,민주연구원부원장을지냈고,원내대표메시지특보와정무특보를맡았다.더불어민주당의대통령선거정동영후보선대위에서전략분야를,문재인후보선대위에서정책분야를맡았고,이재명후보선대위에서는총괄특보단미디어특보와미래기획단행복국가위원회부위원장으로활동했다.지방자치단체에서도활동했는데,은평구민원심의위원회위원과고양시남북교류협력위원회위원을지냈다.

2018년부터현재까지MBN,연합뉴스TV,YTN,SBSBiz,TV조선,채널A,MBC등지상파·케이블·종편방송에패널로출연하며정치와시사분야평론을하고있다.

강의와연구활동도계속하여동국대학교에서북한학과연구교수,분단/탈분단연구센터연구교수,정치외교학과연구교수,행정대학원대우교수를역임했으며,현재경희대학교후마니타스칼리지에서대학생들에게시민교육을강의하고있다.

단독저서로『근대의경계를넘은사람들』,공저로『북한의일상생활세계』,『박근혜현상』,『북한의권력과일상생활』,『분단의행위자-네트워크와수행성』,『일제종족주의』를출간했으며,번역서로는『경제와사회민주주의』를냈다.다수의논문을발표했는데,「북한의관료체제‘변형’과‘일상의정치’」(2007)를시작으로「도시의시민성과‘공감의정치’:‘유동하는공포’를벗어나‘행복국가’로」(2020)까지20여편이있다.

목차


머리말

1.들어가는말:내삶의궤적과생각의리듬
-여민동락與民同樂과민시민청民視民聽의길을출발하며

사랑(仁)과정의(義)의‘공감의정치’
폭정에저항하는국민의권리와의무
대한민국의권력구조개편:분권형대통령제
정치와나:지나온삶의궤적
독자와나누고싶은이야기

2.정치이야기
도시의시민성과‘공감의정치’:‘유동하는공포’를벗어나‘행복국가’로

‘민주화이후정치’를넘어‘공감과행복’의정치로:‘87년체제’의한계극복을위한정치적탈주脫走

3.역사이야기
조선후기동학東學의여성해방사상과근대성
-신분해방과동학사상의연계를중심으로

국가와시민사회의항일연합항전
-‘패치워크역사접근방법’을통한3.1운동의재해석을중심으로

4.한반도이야기
북한주민과관료의‘메티스’와체제전환의동학:앙리르페브르의‘대안공간’을중심으로

5.미래를위한정치:석과불식碩果不食

지구온난화와인류의위기
자연과생명에대한사랑
인간의지구파괴와감염병·멸종의시대
포스트코로나19시대
인간은그래도되는줄알았습니다

출판사 서평

첫글「들어가는말:내삶의궤적과생각의리듬」에따르면저자에게정치란『논어』에서말하듯“백성이이롭게여기는것으로백성을이롭게해주는것”이다.즉백성의뜻(民心)에따르는것이정치의본령이다.정치를업으로삼은자는백성과더불어기뻐하고더불어걱정해야하며,백성의눈만큼보고백성의귀만큼듣는민시민청民視民聽의자세를갖추어야한다.그래야예로부터사람들이이상적인정치라고여겨온‘사랑(仁)과정의(義)의정치’가가능할것이기때문이다.물론이러한정치의이상이끊임없이배반당해온과정이인류의역사다.그러나동시에이상을배반하는정치,곧폭정을저지르는정치권력을민중이나서부단히응징하고갈아치워왔음도역사가증거하는바다.동아시아사에점철된반정反正과역성혁명易姓革命,서구근대의프랑스혁명과미국의독립전쟁이그예다.동양의『맹자』와미국의독립선언문,18세기프랑스에서나온「인간과시민의권리들의선언」은폭정에대한시민들의항거를당연한권리이자의무로규정한점에서같은정신을나누고있다.대한민국의짧은헌정사에눈길을줄경우에도시민들은민심을따르지않는위정자들에대해거듭단죄해왔음을알수있다.그러나저자가보기에우리가택한제왕적대통령제에서줄곧반복된과오,즉친인척이나측근의권력형부정부패,승자독식의권력구조로인한정치갈등심화,경쟁과타협이아닌‘전쟁정치’의만연,국정마비와예산의낭비등은흘러간과거가아니라바로지금도진행중인문제들이다.이에저자는우리사회에대통령의권한을분산시키는‘분권형대통령제’를비롯한새로운시도,새로운정치가필요하다고본다.아울러“윤석열정권의폭정에맞서국민의삶을지키는것이이시대의정신”이라는결론을내리고스스로“처음가는길”,“새로운여정”을시작할것을다짐한다.독자는이러한다짐에이르기까지저자가살아온발자취를되돌아보는대목또한흥미롭게읽을수있을듯하다.

2부에실린두편의글은한국사회에결핍되어있고따라서절실히필요하다고저자가판단하는‘공감의정치’에대하여자세히이야기한다.「도시의시민성과‘공감의정치’:‘유동하는공포’를벗어나‘행복국가’로」에서저자가진단하는21세기는“자본주의의불평등구조화에따른‘파국’의가능성과인간의지구파괴에의한‘파멸’의가능성이중층적으로결합된시대”다.이윤과수익성을최고가치로섬기는사회에서사람들대다수는불가피하게가난해지거나약자로전락하며,언제일자리를잃을지모른다는공포,미래가없을것같다는공포,인간에의해파괴당한자연이되돌려주는전염병과자연재해에언제속절없이당할지모른다는공포에시달려야한다.이러한처지는그들의삶을불행으로이끈다.세계적으로나한국사회내적으로나경제의규모는커지는데대다수인간의삶은불행해지는역설이생겨나는것이다.그들은스스로불행할뿐아니라타인들,다른생명체들에대해서무관심하거나공격적이다.

이러한불행및불행의식,공격성의만연을관찰하면서저자는그렇다면행복이란무엇인가를묻는다.그가보기에행복은소득,물질적부의증가에연동되는개념이아니다.1인당GDP가1만5천달러를넘기면소득과행복간의연계가없어진다는연구결과도인용된다.저자에따르면행복은오히려타자(사람만이아니라동물과자연까지포함하는)에대한공감과긴밀한관계에있는감정혹은상태이며,타자의슬픔과기쁨을이심전심으로공유하는공감은인간의타고난본성에속한다.타자와나누는협력,상호신뢰,존중,연대,그리고여기서태어나는타자와의공감은행복의불가결한존립근거이자내용이다.그러므로오늘우리가겪는불행을넘어서기위한출발점은공감능력및공감장共感場의회복이아닐수없고,바로그것을통해행복의(재)창조를겨냥해야한다는것이저자의생각이다.정치의영역과관련하여이를가능하게할수단을그는‘공감의정치’또는‘인애仁愛의정치’라고부른다.그것은“사람과생명을사랑하는공감능력”에바탕을두고,소득과부가아니라행복을최우선가치로놓는정치다.그런정치의싹을저자는공기,땅,물처럼모두가나눌수있는공유자산을확보하고늘리는가운데사회적연대를널리형성하려는커먼스(Commons)운동에서발견한다.경쟁에서낙오하거나뒤처진사람들의행복을증진하고삶의질을바꾸기위해유럽,뉴질랜드,부탄등에서실행중인각종행복정책들도이와맥을같이하는흐름이다.저자는한국의정치가나아갈길도이처럼‘공감의정치’에기반하여‘행복국가’를지향하는것이라고본다.

2부의또다른글「‘민주화이후정치’를넘어‘공감과행복’의정치로:‘87년체제’의한계극복을위한정치적탈주脫走」는‘공감의정치’를저자가몸담았던사회운동및정당이지난날견지해온‘정의의정치’와대비시키고있다.‘정의의정치’는자신의몫에대한정당한분배를주장하는점에서그몫을둘러싼치열한갈등과쟁투를전제하는데한국의‘진보개혁진영’은‘적’과‘나’의쟁투라는이분법적시각에가둬진나머지잘못된관행과습속에빠지고말았다는것이저자의판단이다.즉모든문제점은‘적’에게돌려지고‘나’는도덕적·논리적으로정당성을갖는다는편견과아집이구조화되었을뿐더러,대중의구체적삶의실상은충실히주목받지못했으며,그래서정의와복지를내세웠음에도정작실천의결과는‘사랑없는정의’,‘행복없는복지’로나타났다는것이다.따라서저자는‘진보개혁진영’에대하여“민심을알고대중과공감·소통하기위한전면적인변화”,곧‘공감의정치’에뿌리내릴것을강하게주문한다.이전의잘못을넘어서는관건은“동시대시민들이느끼는문제에얼마나공감하고실천하는가”라고보기때문이다.“정의보다인애가우선한다는것,즉사랑에기초한정의와복지가‘공감의정치’의핵심이다”

이러한저자의문제의식은과거의한반도역사를다룬3부의두글에서도이어진다.「조선후기동학東學의여성해방사상과근대성-신분해방과동학사상의연계를중심으로」는19세기말과20세기초동학이수운최제우과해월최시형이라는두교주를중심으로주창하고실행한신분타파,인간평등,여성해방사상과운동의흐름을다루고있다.성리학적신분질서가여전히완강하고여성들은멸시받던그시절에“사노비와역참에서일하는사람,무당의서방,백정등과같이천한사람들”이양반,평민들과스스럼없이소통하며서로를형제라고부르는광경을빚어내고,여성도남성과마찬가지로한울님일뿐아니라여성에의해새로운시대,곧후천개벽後天開闢의세상이열릴것임을분명히말한동학의선구성은놀라운것이아닐수없다.가장낮은자리에있는대중의구체적인삶,그들이나날이겪는뼈저린고통과간절한희원에자신들을일치시키는가운데새로운삶의전망,새로운정치를길어냈다는점에서동학지도자들의활동상은저자가말하는‘공감의정치’의모범적인예라고할수있을것이다.

‘공감의정치’는「국가와시민사회의항일연합항전-‘패치워크역사접근방법’을통한3·1운동의재해석을중심으로」의바탕에도놓여있는역사해석의준거다.이논문은조선의제26대왕이자대한제국초대황제인고종이망국을가져온장본인이라는통념,또뇌일혈로사망했다는연구에정면으로맞서는관점을밝힌다.즉고종은1910년병탄이전에도국권망실을막으려고“각고의노력을다했”고,병탄이후에도항일운동을계속하는가운데1919년파리강화회의밀사파견,북경망명정부설립을추진하다일제에의해독살되었으며,고종의장례직전에발발한3·1운동은고종의죽음에공분한백성들의공감대에서자연스럽게우러나온행동이었다고저자는해석하고있다.고종의활동과죽음이‘이심전심’이라는‘공감의정치’작동법에따라3·1운동의강력한추진력중의하나로작용했다고보는것이다.

저자가‘공감의정치’관점에서이해하는대중의삶은단순하지않다.네그리와하트의분석처럼,대중은권력에묵묵히따르는것같아도그저수동적인수신자들이나소비자들이아니라지배적인메시지에저항하며새로운표현양식들을개발해내는존재들이다.그럼으로써그들은지배질서의손아귀에서벗어나그질서에균열과틈새를만들고더나아가체제의변화를이끌어낸다.이책의4부에실린「북한주민과관료의‘메티스’와체제전환의동학:앙리르페브르의‘대안공간’을중심으로」는이런시각에서핵능력의고도화,시장의확산,일부기업의자본주의화가진행되던2018년북한의주민들이체제의빈틈과맹점을자신의생존과이익을위해활용하여‘대안공간’을만들어내고,이로써체제를변화시키는양상을살핀글이다.여기제시된시장화,사유화,사익추구를위한주민과관료의담합및공모같은움직임이북한을어떻게,얼마만큼변화시킬지는집필당시의저자에게“희뿌연파노라마”처럼불확실한것이었고,몇년이지난오늘의독자들에게는불투명·불가지의영역에속한다고해야할문제다.저자는2023년12월,이책머리글에다만이렇게적었다.“북한사회의변화도독재와압제에맞선공감의연대가그원동력이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