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들아 걱정 마라, 내 인생 내가 산다 : 충북 괴산두레학교 할머니들이 쓰고 그린 인생 이야기

얘들아 걱정 마라, 내 인생 내가 산다 : 충북 괴산두레학교 할머니들이 쓰고 그린 인생 이야기

$17.00
Description
추영자 할머니는 괴산에 시집오던 날,“앞에도 산 뒤에도 산/ 산만 보여/ 도망도 못 가네”라고 한숨짓는다. 진달래반 정희 할머니는 “엄마 산소에 있는 열매를 먹으면/ 젖맛이 났다”고 회상한다. 한때 이팔청춘이었던 할머니들은 이제 괴산두레학교에서 벗들과 함께 글을 배우고, 그림을 그리고, 시를 쓰며 “내 인생 내가 산다”(윤명희)는 인생의 기쁨을 노래한다. … 나는 이 시화집을 나이 듦의 향기를 뜻하는 ‘향노香老의 자화상’이라고 부르고 싶다. - 고영직 | 문학평론가

괴산 할머니들, 글로 배운 적 없는 삶을 처음 쓰고 그리다
『얘들아 걱정 마라, 내 인생 내가 산다』는 괴산두레학교에서 뒤늦게 글을 배운 어르신들이 2014년부터 10년 동안 쓰고 그린 시화를 골라 엮은 책이다. 60대 후반에서 90세가 넘은 일흔아홉 분의 할머니들, 네 분의 할아버지들이 쓰고 그린 121편의 시화가 담겨 있다. 이들 중 드물게 다른 시기에 잠시 글을 배운 적이 있는 분도 있지만 거의 대부분 괴산두레학교에서 처음 글을 배운 분들이다.
학교를 다니지 못한 것도 내 탓, 글 모르는 것도 내 탓이라 평생을 눈치 보고 기죽고 살아왔다는 분, 남부끄러우니 글 배우러 다니는 걸 말하지 말라던 분…. 할머니들에게는 글을 배우는 데도 큰 용기가 필요했다. 그리고 조금씩 글자를 익히고 글을 쓰게 되었다. 다음은 19세에 시집와서 평생 농사일을 해온 78세의 안대순 할머니가 쓴 글이다.

ㄱ ㄴ ㄷ
ㅏ ㅑ ㅓ ㅕ
처음 보는 글자
가 갸 거 겨
가지
고구마
글자 겨우 아니
하하 호호
로 료 브 비
글자가 비료지

어렵고 힘든 시대를 견디며 평생을 살아온 할머니들이 가슴속에 담아둔 노래, 털어놓아 본 적 없는 이야기를 꺼내는 데는 또 얼마나 큰 용기와 결심이 필요했을까. 곪기도 하고 삭기도 했을 이야기가 잘 발효되기까지는 얼마만큼의 시간이 필요한 것일까. 이 책에는 ‘글로는 배운 적 없는 인생이 글로 표현되었을 때’의 가슴 뭉클함이 있다. 꾹꾹 눌러쓴 글자, 그림을 따라 그리듯 조심스럽게 쓴 글자, 비뚤비뚤 알아보기 어려운 글자 등 성격에 따라 서로 다른 글씨체들, 그리고 그 모퉁이에 무심한 듯 그려 넣은 그림 한 쪽마다에는 우리 인생의 희로애락이 있는 그대로 담겨 있다.

아빠 닮아서 키가 훤칠한 딸/ 얼굴도 갸름하고 이목구비 뚜렷하고/ 이쁜 딸// 아침저녁으로 전화해서/ 엄마 뭐 잡쉈어/ 맛있겠네, 맛있게 잡숴 하던 딸// 올 사월에 간암으로 먼저 간 딸/ 꿈에라도 보여주면 좋겠는데/ 꿈에도 안 보이네// 엄마는 그리워서 밤을 새운다/ 그립고 그리워서 저 개울 방천에 가서/ 소리만 야호야호 지르고 만다 -김복환(89세), 〈딸아〉

내 시절 얘기하면 두꺼운 책 한 권/ 삼남매 껴안고 세상과 맞섰어/ 오직 돈을 벌어 아이들 뒷바라지하고/ 남들, 아니 나를 버린 신랑/ 웬수 보라고 가장 멋지고/ 좋은 곳에서 결혼식을 했어 -방붕이(80세), 〈자녀들 결혼날〉

세월을 못 타서 고생을 한 거지/ 험한 세월에 나서 고생을 한거지/ 다 해내고 나니 지금은 만사 오케이/ 지금은 사는 맛이 나지 -김정순(90세), 〈만사 오케이〉


재미있게 살면 사랑이지, 내 인생 내가 산다
이 책에는 할머니들 시대에 겪었을 어린 시절의 지독한 가난, 끝이 없는 농사일의 고단함, 먼저 자식을 떠나보낸 한恨 같은 아픔과 슬픔도 많지만 그것을 이겨내고 웃게 만드는 질긴 삶의 의지 또한 함께 어우러져 있다. 억지로 결혼했는데 좋은 남편을 만나기도 하고, 그렇게 속을 썩이던 자식이 효자가 되고, 끝이 보이지 않던 고생이 끝나고 나니 그 또한 좋은 추억으로 남기도 한다. 그것은 새로운 용기가 된다.

올해 내 나이 팔십육/ 얼굴엔 주름이 가득/ 허나 몸과 마음은 아직도 청춘이다 … 난 아직도… 낫 들고 콩, 들깨, 참깨 등등/ 모조리 싹둑싹둑 베는 현역 농사꾼이다 -정을윤(86세), 〈나는 아직도 현역이다〉

얘들아 걱정 마라/ 잔소리 하지 마라/ 내 걱정 하지 마라/ 엄마는 하고 싶다/ 이제는 하고 싶다/ 내 인생 내가 산다/ 사는 데까지 살다 갈란다 -윤명희(84세), 〈 내 인생 내가 산다〉

이 책에 실린 할머니들의 꾸밈없는 글과 그림에는 향기가 배어 있다. 살 냄새, 흙냄새, 땀 냄새, 풀 냄새, 바람 냄새 같은 향기다. 할머니들은 시가 무언지 몰라도 시인이 되었다. ‘글자’를 배우고 쓴 ‘글’들이 ‘시’가 되었기 때문이다. 작가 소개글에 함께 있는 인물화는 할머니들이 직접 그린 자화상이다.
저자

괴산두레학교

엮음:괴산두레학교

괴산두레학교는배움의기회를놓친분들이모여공부하고그배움을나누고실천하는교육공동체로,2009년성인문해교사양성과정을마친30여명이괴산문해교사회를꾸리고이듬해괴산읍내에첫문을열었다.이후면단위에14개두레학교분교를만들어운영하고있다.2014년할머니들의글을모아처음책자를만들기시작하여지난해열번째시화집을낸후,그동안의글을정리해『얘들아걱정마라,내인생내가산다』를펴내게되었다.

목차


1.공부농사재미있네:안대순/장희남/전연자/유효숙/송선옥/김점식/최익순/전영순/우춘월/장성상/지분화/김월순/박점순/김태선/박석순/송정자/박옥희/안임이/김명순/한복희/강옥심/정정인/김복순
2.그것도좋은추억이었어:강금자/김경환/구정희/정검례/이정희/이문성/방붕이/박옥규/김경애/조복자/허외순/한월수/이남순/김복환/김옥자/김복임/김양자/이기수/박말순
3.나도한때는날렸었지:연문자/임숙자/강분해/반화숙/김복순/박한규/이경옥/허선순/신훈숙/박순덕/권명주/추영자/신영순/이을순/이종순/함순교/이병임/이명화/임덕순/홍임순/최갑예/이상분
4.지금은만사오케이!:전임이/김종임/김정순/변병화/최운경/최순자/우순자/임신통/이배옥/김성자/정순/주정원/유중순/김이순/나길자/윤명희/이옥자/문옥례/정을윤/고순자/진달래반단체그림

출판사 서평

추영자할머니는괴산에시집오던날,“앞에도산뒤에도산/산만보여/도망도못가네”라고한숨짓는다.진달래반정희할머니는“엄마산소에있는열매를먹으면/젖맛이났다”고회상한다.한때이팔청춘이었던할머니들은이제괴산두레학교에서벗들과함께글을배우고,그림을그리고,시를쓰며“내인생내가산다”(윤명희)는인생의기쁨을노래한다.…나는이시화집을나이듦의향기를뜻하는‘향노香老의자화상’이라고부르고싶다.-고영직|문학평론가

괴산할머니들,글로배운적없는삶을처음쓰고그리다
『얘들아걱정마라,내인생내가산다』는괴산두레학교에서뒤늦게글을배운어르신들이2014년부터10년동안쓰고그린시화를골라엮은책이다.60대후반에서90세가넘은일흔아홉분의할머니들,네분의할아버지들이쓰고그린121편의시화가담겨있다.이들중드물게다른시기에잠시글을배운적이있는분도있지만거의대부분괴산두레학교에서처음글을배운분들이다.
학교를다니지못한것도내탓,글모르는것도내탓이라평생을눈치보고기죽고살아왔다는분,남부끄러우니글배우러다니는걸말하지말라던분….할머니들에게는글을배우는데도큰용기가필요했다.그리고조금씩글자를익히고글을쓰게되었다.다음은19세에시집와서평생농사일을해온78세의안대순할머니가쓴글이다.

ㄱㄴㄷ
ㅏㅑㅓㅕ
처음보는글자
가갸거겨
가지
고구마
글자겨우아니
하하호호
로료브비
글자가비료지

어렵고힘든시대를견디며평생을살아온할머니들이가슴속에담아둔노래,털어놓아본적없는이야기를꺼내는데는또얼마나큰용기와결심이필요했을까.곪기도하고삭기도했을이야기가잘발효되기까지는얼마만큼의시간이필요한것일까.이책에는‘글로는배운적없는인생이글로표현되었을때’의가슴뭉클함이있다.꾹꾹눌러쓴글자,그림을따라그리듯조심스럽게쓴글자,비뚤비뚤알아보기어려운글자등성격에따라서로다른글씨체들,그리고그모퉁이에무심한듯그려넣은그림한쪽마다에는우리인생의희로애락이있는그대로담겨있다.

아빠닮아서키가훤칠한딸/얼굴도갸름하고이목구비뚜렷하고/이쁜딸//아침저녁으로전화해서/엄마뭐잡쉈어/맛있겠네,맛있게잡숴하던딸//올사월에간암으로먼저간딸/꿈에라도보여주면좋겠는데/꿈에도안보이네//엄마는그리워서밤을새운다/그립고그리워서저개울방천에가서/소리만야호야호지르고만다-김복환(89세),<딸아>

내시절얘기하면두꺼운책한권/삼남매껴안고세상과맞섰어/오직돈을벌어아이들뒷바라지하고/남들,아니나를버린신랑/웬수보라고가장멋지고/좋은곳에서결혼식을했어-방붕이(80세),<자녀들결혼날>

세월을못타서고생을한거지/험한세월에나서고생을한거지/다해내고나니지금은만사오케이/지금은사는맛이나지-김정순(90세),<만사오케이>

재미있게살면사랑이지,내인생내가산다
이책에는할머니들시대에겪었을어린시절의지독한가난,끝이없는농사일의고단함,먼저자식을떠나보낸한恨같은아픔과슬픔도많지만그것을이겨내고웃게만드는질긴삶의의지또한함께어우러져있다.억지로결혼했는데좋은남편을만나기도하고,그렇게속을썩이던자식이효자가되고,끝이보이지않던고생이끝나고나니그또한좋은추억으로남기도한다.그것은새로운용기가된다.

올해내나이팔십육/얼굴엔주름이가득/허나몸과마음은아직도청춘이다…난아직도…낫들고콩,들깨,참깨등등/모조리싹둑싹둑베는현역농사꾼이다-정을윤(86세),<나는아직도현역이다>

얘들아걱정마라/잔소리하지마라/내걱정하지마라/엄마는하고싶다/이제는하고싶다/내인생내가산다/사는데까지살다갈란다-윤명희(84세),<내인생내가산다>

이책에실린할머니들의꾸밈없는글과그림에는향기가배어있다.살냄새,흙냄새,땀냄새,풀냄새,바람냄새같은향기다.할머니들은시가무언지몰라도시인이되었다.‘글자’를배우고쓴‘글’들이‘시’가되었기때문이다.작가소개글에함께있는인물화는할머니들이직접그린자화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