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의 이야기 (오정희 소설 | 양장본 Hardcover)

봄날의 이야기 (오정희 소설 | 양장본 Hardcover)

$15.00
Description
오정희의 신작 단편 소설 3편을 묶은 소설집 출간!

현대 여성 소설의 출발점이자 도달점,
작가들의 작가, 오정희
그가 펼쳐놓은 삶과 죽음의 투명한 풍경들!
어떤 소설가는 이렇게 말했다. 자신의 소설이 시작된 출발점이 그의 이야기였다고. 또 어떤 작가는 이렇게 고백했다. 그의 소설이야말로 자신이 도달해야 할 목표 지점이라고. 또한 수많은 연구자들이 그의 글과 소설을 통해 인간 본성의 심층을 탐구했으며, 이야기가 생성되고 표현되는 양식을 파악하려는 동시에 이 세상이 움직이는 구조를 밝히는 데 힌트를 얻으려 애썼다. 그만큼 그라는 존재와 그의 소설은 한국 문학을 풍성하게 살찌운 토양이었고, 인생이라는 불가사의를 이해하는 출입구가 되어왔다. 소시민이 겪는 일상의 자잘한 요소들로 삶의 거대한 속성을 엮어내고 드러내는 작가, 오정희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1968년 「완구점 여인」을 발표하면서 등단한 이래 오정희는 한국 문학의 풍성한 수확으로 자리매김해왔다. 그럼에도 문학 관련자들과 독자들이 아쉬워하는 점은 등단 60년을 앞둔 작가로서의 시간과 그가 발표한 작품 수가 비례하지 않는다는 사실. 비교적 활발하게 활동하던 시기에도 그는 과작(寡作, 작품을 적게 만들어냄)으로 유명했는데, 꽤 긴 시간 동안 그의 새로운 작품을 접할 수 없었던 사실은 서운하고 안타까운 일이었다. 그럼에도 독자들이 그의 부재를 쉽게 눈치 채지 못했던 것은 그만큼 오정희 문학이 드리운 그늘과 여운이 깊고 진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랬던 작가 오정희가 실로 긴 침묵을 깨고 3편의 신작 소설을 묶은 창작집 『봄날의 이야기』로 오랜만에 인사를 전한다. 쓰지 않았거나 쓸 수 없었던 긴 시간 동안 농축된 진한 사색은 또 어떤 이야기로 형상화되었을까? 그의 이야기가 열어 보일 세계가 궁금하고 설렌다.
저자

오정희

저자:오정희
1947년서울사직동에서출생하였고,서라벌예술대학문예창작과를졸업했다.1968년중앙일보신춘문예에단편소설「완구점여인」이당선되어작가생활을시작했다.1978년춘천으로이주하여오늘에이르기까지살고있다.
창작집으로『불의강』,『유년의뜰』,『바람의넋』,『불꽃놀이』,『새』등이있으며,이밖에수필집『내마음의무늬』와동화집『송이야,문을열면아침이란다』,민담집『오정희의기담』,짧은소설집『돼지꿈』,『가을여자』가있으며,『오정희와함께읽는성서』등의저서가있다.이상문학상,동인문학상,오영수문학상,동서문학상,리베라투르문학상,불교문학상,만해문예대상을수상하였다.

목차


저자의말
봄날의이야기
보배
나무심는날
|해설|삶너머로부터오는시선들

출판사 서평

어느누구도그의이야기에서자유로울수없다!
:오정희소설은어떻게독자를사로잡는가?

한국현대여성소설의원류,단편문학의정점,한국현대문학을해외에알린최초의작가,역대최연소이상문학상수상자,작가들의작가…….소설가오정희를표현하는말들이다.정작당사자는크게부담스러웠을이수식어들은그만큼오정희의소설이한국현대문학에서차지하는비중과위상이매우크다는사실을증명한다.

그의작품속주인공들은평범한사람들이쉽게마주하는일상속인물의범주를크게벗어나지않는다.이야기의배경이되는시공간역시작품이발표된시대의범위와거의일치하거나매우근접해있다.다시말해서오정희의소설은우리중누구라도될수있는흔한인물을아주익숙한곳에데려다놓고어렵지않게접할수있는사건속으로밀어넣는다.이너무나도낯익은상황에서어떤이야기를기대할수있을까?오정희문학은바로이지점에서빛을발한다.비범함이라고는찾아볼수없는인물들의소소해보이는생각과행위가만들어내는지극히눈에익은상황들이사실은삶을옥죄어오는어떤영향력에서벗어나려는몸짓이었음을발견하는순간,독자들은때때로비루하고진부하게느껴지는자신의일상을흠칫놀라며돌아보게된다.이야기속의인물과일체화되고그다지특별할것없는나의하루하루가세상이라는거대한원형을움직이는기관이라는사실을깨닫는이경이로운경험을한독자라면누구나오정희의소설에서자유로울수없는것이다.

단편소설은무한의세계를담은작은그릇
:청년과중년,노년을상징하는주인공들이마주한삶의모습

소설가오정희의신작창작집『봄날의이야기』표제작인「봄날의이야기」에등장하는주인공은떠돌이암캐다.아직새끼를가져본적없는이천둥벌거숭이는제마음껏돌아다니고놀고간섭하고상상하면서도자신에게어떤운명이다가오고있음을직감한다.그운명이란생명지닌존재라면거쳐야하는통과의례이자삶의수순이다.떠돌이개는그것이두려우면서도한편으로는설렌다.

「보배」는임종을목전에둔하와이이민1세대노인인‘보배’의찰나와같은기억을들여다보는구조를지닌다.요양원의침상에서잠을깬보배는그날찾아오기로한손녀를떠올리며자신이먼타향하와이까지오게된사연을반추한다.일제강점기의하와이이민역사와사진신부들,갖은고난을겪으며일군일가(一家)의이야기가잔잔하게펼쳐지는데,보배의기억이가닿는과거여행은어쩌면침상에서몸을일으켜창가로다가가는지극히짧은순간에이루어진것일지도모른다.심지어소설의분량마저매우짧다.이작은이야기속에우리나라근대사를지나온민족의아픔과강인함을생생하게담아낸다는것이경이롭다.가히‘단편문학의정점’이라는수식어가공치사가아니었음을확인하게된다.

마지막작품「나무심는날」은중편에가까운긴단편이다.글쓰는일을직업으로가진여성이집근처의성당에서생산성없는나날을보내는것이주요사건이다.성당에방문하고,휴게실에서노트를펼친채결국에는지우고야말문장을끼적이고,성당을찾아온사람들을구경하는무료한시간을보낸다.하지만주인공의내면은자신에게일을의뢰한이들의진술과어머니에대한기억,그리고어머니가기억하는아득한일들로뒤죽박죽이다.소설속에새벽안개처럼희미하게등장하는,실체가불분명한인물들은주인공과그의어머니가미처해결하고정리하지못한감정들에서비롯된부채의식이형상화된존재들이다.오로지성당의마당에나무를심는사제와일꾼만이또렷한현실로부각된다.

창창한청년이라할수있는떠돌이개(「봄날의이야기」)와인생의고갯길로이제막접어든중년여성(「나무심는날」)과삶과죽음의경계에서있는요양원의노인(「보배」)에게삶은각각다른모습으로다가간다.떠돌이개에게삶은아직미지의영역이기에두려운한편설레는것이지만,인생의쓴맛을알아버린「나무심는날」의중년여성에게삶이란그리달달한것이아니다.그리고생의끄트머리에다다른보배에게는그래도살아봄직한것,그래서언제든내려놓을수있는것이삶이다.작가는이비범한세편의이야기를통해이렇게말하는것같다.삶이라는수수께끼는몸소체험해야만조금이나마그답의힌트를얻게되는영원한불가사의라고.

삶이라는수수께끼를죽음에게묻다
:삶너머로부터다가온시선

앞서밝혔듯오정희소설이가진매력가운데하나로이야기속의인물과독자를밀접하게만드는문학적장치를들수있다.이번에는어떨까?문학평론가서영채교수(서울대학교아시아언어문명학부)는세작품을관통하는목격자로‘죽음’을지목한다.세이야기의주인공은청년과중년,노년을각각대별하는데,주인공의연령대에따라작품의분위기나거기에흐르는감정이달라지는건삶전체를내려다보는죽음의시선이개입했기때문이다.죽음의입장에서보자면,‘삶이라는것은,도처에허방과함정과지뢰밭이도사리고있는푸른초원을생각없이뛰노는들짐승의모습과도같은것’이다.그러니이제갓삶에진입한떠돌이개에게서죽음은봄날의아름다움과함께연민과슬픔을느낀다.한창소나기가내리는중년여성의삶은곧맑게개거나계속비가내리거나둘중하나일것이다.그리고노년은자신이살아온모습그대로죽음을마주하게된다.서영채교수의해석에기댄다면,이번오정희의신작소설집을읽는동안독자들이근접할대상은죽음의시선일지도모른다.아니면떠돌이개가될수도있고,요양원에서평화로운시선으로창밖을내다보는노인일수도있다.독자들은각자가살아가는모습대로이작품집을대하게될것이다.그것이오랫동안오정희의소설이독자를만나는방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