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미스 (김지숙 소설)

스미스 (김지숙 소설)

$15.00
Description
완전히 독립적이지도, 그렇다고 의존적일 수도 없는…
아직 존재로서의 ‘시민권’을 획득하지 못한 미성숙한 어른들의 이야기
2009년 중앙일보가 주최한 중앙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등단한 소설가 김지숙의 첫 작품집이다. 등단작 「스미스」에, 등단 초기에 짧게나마 문단의 지면을 얻어 발표했던 3편을 더해 총 4편의 작품을 실었다. 2010년 언저리에 발표한 작품들이 이제야 한 권의 소설집으로 묶이게 된 데에는 신춘문예를 비롯한 갖가지 문예 등용문을 통과한 신인 작가들이 기성 문단으로 진입하는 확률이 극히 희박하다는 사실과 관련이 있다. 한동안 작품 발표가 뜸했던 작가 김지숙은 2015년 청소년 소설 『비밀 노트』를 펴낸 이후 청소년 문학 작가로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김지숙 작가가 기성 문단에 자리 잡지 못한 덕분에 우리는 16년 전 막 신춘문예를 통과했던 신인 작가의 풋풋하고 날선 시각을 통해 당대의 젊은이들이 가진 의식과 일상, 그리고 그들이 처한 시대 상황을 일부나마 경험할 수 있게 되었다. 지금이나 그때나 청년은 불안하고 초조한 존재다. 아니, 지금보다 덜 영악한 젊은이들이 각자에게 지워진 짐을 스스로의 몫으로 감당해내려 했다는 점에서 오히려 그때가 더욱 처절했는지도 모른다. 2025년의 청년들은 실질적인 실패를 맛보기도 전에 먼저 좌절을 경험하는 현실에 대해 사회 시스템에 일부 책임을 묻기라도 하지만, 15년 전의 청년들은 심증으로는 불만을 품으면서도 아직은 그것을 공개적으로 토로하기보다는 스스로 감내하는 선택을 했던 것이다. 그들이 바로 이 책 『스미스』의 주인공들이다.
이 작품집에 실린 네 편의 소설은 하나같이 속도감 있게 사건이 진행된다. 게다가 작품 속 인물들은 그리 강단이 있는 것도 아니면서 자존심과 개성이 강하고 순응할 줄 몰라서 사건이 심화될수록 어디로 튈지 모르는 초조함을 자아낸다. 빠른 이야기 전개에 예측하기 힘든 진행, 이 두 가지만으로도 독자를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만약 작품 속의 조금은 ‘촌스러운’ 인물들에게서 공감을 느낀다면, 독자는 꽉 막힌 현실을 정직하게 돌파하려 했던 세대의 마지막 일원이었을 터. 15년 전의 나는 과연 어떤 선택을 했는지, 『스미스』라는 문을 통해 그때로 잠시 돌아가보자.
저자

김지숙

저자:김지숙
첫직장생활중쓴단편소설「스미스」로2009년중앙신인문학상을받았다.쓴책으로는『비밀노트』,『소녀A,중도하차합니다』,『종말주의자고희망』,『이아이를삭제할까요?』,『N분의1을위하여』(공저)가있다.

목차

저자의말
스미스
말해봐요,미스신
우연한가족사
랭귀지스쿨
|해설|반전(反轉)하는주인공들

출판사 서평

현재로부터고립되고격리되는것이마지막희망이었던어떤존재들의이야기

김지숙의첫소설집『스미스』에실린네편의작품은2009~10년에발표되었고,작품속주인공은20대중반에서30대초반에이르는여성이다.지금마흔고개에있는중년여성들이지나온15년전의시공간과시대상황이작품속에박제되어있는셈이다.당시에무슨일이있었는가?1997년IMF사태로촉발된고용유연화정책으로시작된비정규직제도가십여년의‘실험’끝에정착된시기가바로그무렵이었다.피고용인입장에서는유리할것이하등없기에반발이적지않았는데도마치사회적합의가완료된듯한분위기속에비정규직은제법합리적인고용제도로둔갑한채슬그머니우리사회에안착하고말았다.정규직에비해비정규직의임금이턱없이낮고고용환경이열악하다는사실을알면서도대다수의대중은IMF이후체득해버린적자생존의룰을받아들인듯했다.능력없고경쟁력없으면힘들게사는게당연하다는논리.이논리는아직도일부대중사이에서는시대를관통하는경제관으로강력한힘을발휘하고있다.
『스미스』의주인공들은모두직장인여성이다.그녀들이보여주는생각과행동으로보아금수저보다는흙수저에가깝다.이러한장치는당대의고용불안으로부터이들이자유롭지못하다는사실을말해준다.언제든타인에의해휘둘릴수있는위태로운처지에놓여있는셈이다.이럴때가족과연인이몸과마음의안식처가되어주어야하건만그들은오히려삶의무게를가중시킬뿐이다.그래서주인공들은삶에서자신을둘러싼현재를지워내는방식으로탈출을꿈꾼다.오늘의청년들이‘고립’과‘비대면’으로스스로를격리하는행태와유사하다.


지켜보는사람을불안하고초조하게만드는재미란이런것

고용불안시대의젊은직장인여성,위안을주기는커녕피로를유발하는연인,덜어내고싶은짐같은가족……이러한상황에처한인물들이끌고갈이야기에는태생적으로우울함과불안함이깃들수밖에없다.『스미스』에실린네편의이야기가풍기는분위기가딱그렇다.표제작「스미스」의주인공은소개팅남과데이트를하던명동의스타벅스에서물을사러나왔다가길을잃었고,「말해봐요,미스신」의‘미스신’은연인이해외유학을앞두고도별다른상의를하거나약속을하지않는것이부당하게여겨지는한편자신이임신한것이아닐까걱정하는중이다.「우연한가족사」는화목하지않은가족이화목함을증명하기위해떠난가족여행이엉망진창으로꼬이는상황을그리고있고,「랭귀지스쿨」의‘김미경’은자신을아는사람이아무도없는호주로떠날계획을세웠지만,부모가자신에게짐지워놓은늦둥이동생때문에계획이수포로돌아갈지도모르는상황에처해있다.뭐하나제대로해결될기미가보이지않는상황을지켜보며고구마를통째로넘기는듯한답답함을느낄수도있지만,작가의순발력이그대로내버려두지않는다.빠른이야기진행과평면적이면서도개성강한인물들이자아내는예측불허의상황이지속적으로초조함을자아내기때문.지루할틈이없다는뜻이다.의도했든의도하지않았든『스미스』의작품들은개성을상실해가는소비문화를조롱하고,존재적자아를뒤흔드는환경으로부터자신을지키려는청년세대의현실을고발하는등문학의기능에충실하면서도재미라는요소를놓치지않는미덕을보여준다.그재미란앞서말한것처럼지켜보는사람을불안하고초조하게만드는그런것이다.차라리순응해버리면마음이라도편할것을,독자의불편한감정은작품속주인공들이지켜내고자하는것을향한동조와공감에서비롯되는것이다.세파에흔들리고때때로부당한환경에굴복하더라도결국에는내삶을내마음대로할수있어야한다는그결단말이다.

글쓰기노동자로고용되지못한작가의늦둥이소설집

작가는2009년등단하면서‘글쓰기노동자’의삶을살기위해단단히마음먹었다.하지만문예등용문을통과한많은이들이그랬듯,등단초기에몇곳의지면이허락되었을뿐이후에는끈떨어진연신세가되었고,작가는자신이그숱한‘신춘고아’(신춘문예를통해등단한뒤작품을발표하지못한시인과소설가를이르는말)들중의한명이되었다는사실을인정해야했다.생활을이어가야했기에몇곳의회사에지원했고,‘신문춘예당선자’라는이력덕분에관련직종에서제법성공적인직장생활을했다.그럼에도‘글쓰는사람’이라는정체성때문에주말을반납한채글쓰기에매진했다.‘글쓰기노동자’로살기위해서는끊임없이자신을증명해야한다는사실에피로감과무력감을느꼈다.
작가의말대로『스미스』는“지나온세계”다.청소년문학작가로활동하고있지만,소위말하는본격문학계를떠난지15년이지났다.작가에게는이책이어쩌면아무런계획도없이뜻하지않게생겨버린늦둥이처럼당혹스러울지도모른다.그럼에도작가는말한다.“글을다시읽으며시절은몸에새겨진다는걸깨달았다.그리고어떤감정은유효기간이없다는것도알게되었다.”소설가김지숙에게이작품집이여전히‘지나온세계’로남을지,아니면글쓰기노동자로회귀하는새로운출발점이될지는아직아무도모른다.다만,어쨌든이처럼재미있고독특한이야기가다시세상에드러난것은참으로다행스러운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