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 눈사람

서울역 눈사람

$16.80
Description
서울역으로 대표되는 거리에서 삶의 가장 낮은 지점을 헤매는 이들이 있다.
그러나 그들은 다시 펜을 들었다.
이 책은 서울역 주변 노숙인·노숙 경험자들이 성프란시스대학 인문학과정에서 1년간 써 내려간 시와 산문, 그리고 인터뷰를 엄선해 담은 20주년 기념 문집입니다. 스스로를 포기하지 않기 위해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글쓰기, 그 기록들이 이 책 속에서 생생히 숨 쉬고 있습니다.

문학은 화려한 수사가 아니라 삶 자체의 진실을 담을 때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질 것입니다. 이 책의 글들은 어느 문학작품이나 르포보다 더 깊은 진실을 말하고 있습니다. 바로 관찰자의 기록이 아니라 차디찬 현실을 직접 감당해낸 이들의 기록이기 때문입니다. 낙인처럼 남은 패배의 기억, 모든 관계가 끊어진 순간의 절망감, 그 밑바닥에서 기적처럼 피어난 따뜻함의 기억과 희망의 작은 불씨가 시와 산문으로 형상화되었습니다.

이 책 속에는 차가운 거리의 바람을 견디며 살아온 이들의 목소리가 생생하게 담겨 있습니다. 어떤 글은 눈시울을 적시고, 어떤 글은 잊었던 웃음을 떠올리게 하며, 또 어떤 글은 우리 사회가 마주해야 할 무거운 질문을 던집니다. 거리에서, 쉼터에서, 쪽방촌에서 태어난 살아있는 이 글들은 읽는 이의 마음을 강하게 두드릴 것입니다.
저자

성프란시스대학편집위원회

엮음:성프란시스대학편집위원회
성프란시스대학은서울역주변의노숙인·노숙경험자를위해세계최초로개설된인문학교육과정이다.철학,예술사,문학등6개과목의강의와더불어현장학습,문화체험수련회등을포함한1년과정의프로그램을통해노숙인참여자가삶의희망과자존감을되찾을수있도록돕는다.단절되었던교육기회와소속감을제공함으로써노숙인들스스로삶을변화시키고자활의의지를키우는소중한계기를마련해왔다.성프란시스대학은이러한모범적인운영으로사회전반의소외계층에인문학을확산하는데큰역할을하고있다.2012년에는노숙인인문학에대한성찰과고민을담은『거리의인문학』을출간했으며,개교15주년을맞은2020년에는노숙인학생들의글을모은『거리에핀시한송이글한포기』를펴냈다.이책은2021년제70회서울시문화상문학부문을수상하며,노숙인선생님들의노력이세상의인정을받는값진결실을맺었다.이어2022년에는국회의원회관에서같은제목의시화전이개최되며그의미가한층더확장되었다.

목차


축하의글_『서울역눈사람』,나는존엄한인간이다(김성수주교)
감사의글_이류인생은어디에도없다(곽노현학장)
발간사_인문학선생님들,폭싹속았수다(성프란시스대학편집위원회)

1부가오리별곡

2부누구없소
1.관계의감옥
2.아버지의등
3.내동양반·내동댁

3부청소의힘
1.봄,여름,가을,겨울
2.환청
3.저녁눈
4.짠하네

4부서울역눈사람
1.숨소리
2.인문학이싫다

5부함께짓다

6부인물인터뷰

7부거리에서움튼글그림으로피어나다

출판사 서평

인문학이인간학이되는과정,성프란시스대학인문학과정
인간으로서자기존재에대한자존감을가장단단하게붙들어매고있는십자인대(十字靭帶)는인간관계의핵인가정(home)입니다.노숙인이라는homeless는바로가정이라는십자인대가끊어진사람입니다.무릎이풀려자존감이수직바닥으로떨어지면‘친구,이웃,직장,사회’라는수평관계들이연쇄적으로떨어져나가게됩니다.거리노숙은수직·수평의모든관계가끊어져생의의지가바닥나온몸이탈구된홈리스의현상입니다.

성프란시스대학인문학과정은‘만남’에서시작됩니다.교수·학생·실무자·자원활동가·동문들사이의만남.이만남을통해끊어졌던사람(人)사이(間)의관계,인간(人間)성회복을모색합니다.문·사·철인문학은사람사이의무한한폭과깊이에대한탐구입니다.노숙인선생님들에게인문학은머리로이해하는지식이아니라가슴으로받아들이는지혜입니다.어려운텍스트의추상적인개념도자신의구체적인체험과대조·대비해반성과성찰이라는삶의지혜로받아들입니다.학교와텍스트에갇힌인문학이길거리삶속으로내려와인간학이되는현장이바로성프란시스대학인문학과정입니다.

사람사이의만남과탐구를통해노숙인선생님들의무너져버린자존감과생의의지는서서히제자리를찾아살이차오르기시작합니다.그렇다고끊어진십자인대가당장에접합되는건아니지요.접합되려면우선끊어져튕겨나간인대를찾아야합니다.넘어진바닥으로내려가야합니다.내려가풀어져널브러진자신과직면해야합니다.이정직하고고독한직면이바로글쓰기입니다.

존재를다시세우는글쓰기,그회복의기록
노숙은단지주거의상실이아닙니다.가정,사회,꿈,인간과인간의연결이한꺼번에끊어지는총체적단절입니다.그절망에서다시일어서기위해필요한것은당장에먹고사는것을해결하기위한일자리와직업교육이기보다는생의의지를붙잡는정신의근력을키우는것입니다.이정신의근력이회복되지않고서는상황에따라잠시거리를떠났다가다시돌아오기를반복하는굴레를벗어나지못합니다.

이책은그회복의기록입니다.1년간의인문학수업을통해쓰여진글들은이책의각부를통해서회복의과정을보여줍니다.
1부〈가오리별곡〉에서는가난했지만사랑받았던시간,어깨를내어주던가족과친구의존재를떠올립니다.무너져버린현실속에서따뜻했던기억을재발견하고그시절의고마움,아쉬움,그리움을글로표현하고있습니다.
2부〈누구없소〉에서는일그러진관계,고통과상실,자책과분노.가장외면하고싶었던자신의어두운방을정면으로바라보면서상처를직면하고이를글로풀어냅니다.
3부〈청소의힘〉에서는빨래하고,방정리하는등의사소한일상에대한성찰입니다.때묵은감정들을툴툴털어볕좋은하늘에말리는것처럼덤덤히현실을기록하고있습니다.
4부〈서울역눈사람〉에서는노숙인선생님들의일터이며삶터이고,학당이자놀이터인서울역이야기입니다.대한민국중앙역을스치듯오가는사람들이아니라이곳에깃들어살아가는사람들의혼잣말이고,‘이곳에사람이산다’라고바닥에서들려오는숨소리입니다.‘눈사람처럼연약하지만,그연약함속에사람으로서의아름다움이있다’라는존재의선언이기도합니다.
5부〈함께짓다〉수업을함께하는동기들이한줄한줄서로이어쓰며혼자가아닌함께쌓아올린시탑이라할수있습니다.
6부〈인물인터뷰〉는각기수에서한분씩다섯분의노숙인선생님과인터뷰형식으로나눈대화입니다.그들의이야기에진심으로귀기울여들어보는다섯편의인간극장입니다.
7부〈거리에서움튼글그림으로피어나다〉는2020년성프란시스인문학1기에서15기까지졸업생의글을모아펴낸책『거리에핀시한송이글한포기』에서일부를선별해,민예총화가다섯분과동문화백이삽화를그려,국회의원회관에서2022년9월26일에서30일까지〈거리에서움튼글,그림으로피어나다〉라는제목으로시화전을열었던작품중일부를편집하여보여줍니다.

‘댓글’이만든작은기적,용기
한때거리노숙인이었던분들의다양한글갈래모음이라는것외에도,이책이기존문집들과가장다른점은각글에달린‘댓글’을그대로실었다는점입니다.각기수카페에늦은밤혹은꼭두새벽,술김에올린글에자고일어나보니달려있는동기·자원활동가·교수님의댓글은아침빈속에받아든해장국이었을것입니다.존재하지만보이지않았고,말걸어주거나들어주는이없어입을닫았던,그리하여말을잃었던노숙인선생님들.제대로된글한번써본적없는분들이힘든용기를낸것은,처음으로자신의이야기에귀기울여주는이가있었기때문입니다.댓글과답글로눈을맞추었기때문입니다.글과댓글사이에마음의징검돌이놓여오가는걸음으로풀렸던무릎에힘줄이돋기시작했습니다.이책에는그생생한현장이담겨있습니다.작품아래에달린댓글과답글을따라읽다보면작품에대한이해와더불어인간적으로다가오는작가의목소리를느낄수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