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적 인간과 생태적 인간 (인간·흙·상상력에 관한 에세이 | 김종철 비평집 | 개정판 4 판)

시적 인간과 생태적 인간 (인간·흙·상상력에 관한 에세이 | 김종철 비평집 | 개정판 4 판)

$22.00
Description
산업 문명이 초래한 위기의 시대, 시적 감수성의 회복을 이야기한다.
기후 위기를 포함해 산업 문명이 초래한 생태적·사회적 위기에 대한 인식이 아무리 광범위하게 퍼져 있어도 그것이 내면 깊이 침투된 인식이 아닌 한 모든 것은 부질없는 잡담에 지나지 않는다. 저자가 이 책 전체를 통해 거듭 제기하는 질문이다. 현재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정보와 지식이 아니라 가슴으로 생각하는 능력, 곧 생태학적 사유의 원천인 ‘시적 감수성’이라는 것이다.
시적 감수성은 단지 문학적 취향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인간이 자신을 자연 생태계의 일부로 느끼고, 생명 있는 것들과 원초적 조화 속에서 살았던 시절의 근본적인 감각이다. 산업 문명은 이 감각을 파괴함으로써 인간으로 하여금 자연을 착취의 대상으로만 보게 만들었다. 이 감각의 회복 없이는 어떤 기술적·정책적 해결책도 생태적 파국을 막을 수 없다.
저자는 이 물음을 문학 비평의 언어로 풀어낸다. 김용택의 시에서 달빛과 사람이 하나가 되는 원초적 교감을 읽어내고, 신동엽의 시 세계에서 인간 본연의 생명 있는 문화에 대한 동경을 발견한다. 김수영이 발전소 없는 혼란을 소망했을 때, 거기에는 무엇이 근본이고 무엇이 허상인지를 대뜸 알아보는 ‘시적 직관의 힘’이 있었다. 저자에게 진정한 시인은 곧 가장 심오한 생태론자이며, 시는 우리가 잃어버린 생태적 감수성을 되살릴 수 있는 마지막 공간이다.
1999년 초판 출간 당시 이 책은 한국 문학 비평계에서 낯설었던 생태학적 시각을 문학 읽기에 본격 도입한 작업으로 평가받으며 제7회 대산문학상 평론 부문을 수상했다. 이후 세 차례의 개정을 거쳐 4판에 이른 이 책은, ‘기후 위기’ 등이 일상의 언어가 된 지금 오히려 더 선명하게 읽힌다. 이십여 년 전의 질문이 지금 더 절실하게 느껴진다면, 그것은 이 책이 시대를 앞서간 것이 아니라 시대가 이 책을 따라잡은 것이다.
저자

김종철

문학평론가이자『녹색평론』창간자.영남대학교영어영문학과교수를역임했다.1978년『시와역사적상상력』(문학과지성사)으로첫평론집을출간한이후,1991년한국최초의생태·환경전문지『녹색평론』을창간하여생태적감수성과지역성,반산업주의사상을국내에알리는데헌신했다.주요저서로『시와역사적상상력』,『간디의물레』,『땅의옹호』,『대지의상상력』등이있고,옮긴책으로『경제성장이안되면우리는풍요롭지못할것인가』(공역),『정의의길로비틀거리며가다』등이있다.2020년타계했다.

목차

책머리에/증보판에부쳐
제1부교양체험과욕망의교육|시의마음과생명공동체|인간,흙,상상력|시적인간과생명의논리
제2부용악-민중시의내면적진실|신동엽의도가적상상력|기억의뿌리를향하여|시의구원,삶의아름다움
제3부역사,일상생활,욕망|생존의문화,생명의선양|제3세계문화의가능성|제3세계의문학과리얼리즘|산업화와문학|이야기꾼의소멸|대중문화론의반성
부록시적인간과자연의정치/김우창

출판사 서평

시적감수성은생태적감수성이다
이책의제1부는시적감수성이어디서비롯하는지,그리고왜오늘날그것이절멸의위기에처했는지를다룬다.'교양체험과욕망의교육'에서저자는괴테,헤겔,매슈아놀드를거쳐교양이란‘사심없이자기를초월하는능력’이라는결론에이른다.그러나산업자본주의는인간을끊임없는소비의욕망속에가두고,생명과의원초적교감을가능하게했던바로그능력을파괴했다.'시의마음과생명공동체'에서는달에서지구를바라본우주선조종사의시선을빌려,옛날시인들과토착민족들이늘품었던전지구적생명공동체의감각이지금우리에게얼마나절실한지를묻는다.생태계의모든생명이상호의존하는거대한유기체라는인식은첨단과학이도달한결론이기도하지만,진정한시인들은언제나그진실을먼저살았다.

시인들의작품속에서생태감수성을발굴하다
제2부는그시적감수성의실제사례들을한국시인들의작품속에서발굴한다.저자는이용악의민중시에서추상적열정이아닌내면의진실로빚어진시적증언을읽고,신동엽의시세계에서인간본연의자연스럽고생명있는문화에대한억누를수없는동경을발견한다.심호택의시에서는'물한그릇을청해주시오'라는할머니의말한마디에담긴생명의거룩함과공생의통찰을읽어내며,이것이야말로흙의문화가길러온근본적생태감각임을밝힌다.저자에게이시인들은사회적의식의실천자이기이전에,산업문명이파괴한생명공동체의감각을되살리는자들이다.

삶의방식자체를바꾸는것만이답이다
제3부는저자가생태학적시각에본격적으로도달하기이전,제3세계문학과리얼리즘,산업화와문학의관계를탐색하던시기의글들을담고있다.이글들은낡아보일수있지만,저자는이미그안에서생태학적관점으로자라날사유의싹을발견한다.멕시코사빠띠스따농민들이자신들의땅과문화를지키기위해목숨을건투쟁,생존방식자체를지키려는토착민족들의저항에서저자는앞으로의인류구원의가능성을읽는다.정치적혁명이아니라삶의방식자체의변혁,그것이결국이책이도달하는지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