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에게, (윤시월 장편소설)

연에게, (윤시월 장편소설)

$15.00
Description
스스로에게 내리는 가장 모진 벌
"개인이 겪을 수 있는 가장 모진 벌은 무엇인가."
윤시월의 장편 소설 『연에게,』는 이 질문에서 출발한다.
어머니를 잃고, 새아버지마저 스스로 생을 마감한 모습으로 마주한 뒤, 이수는 세상과 단절된 채 '죽지 못해' 살아간다. 이수에게 가장 모진 벌은 스스로에게 내리는 벌이다. 이수는 스스로 마땅히 받아야 할 벌을 치르듯 조금씩 마모되어 간다. 그런 그녀를 다시 살게 한 것은, 빌라 앞 벤치에서 매일 밤 매실차와 담배를 나누던 글 쓰는 청년 ‘연’이었다. 연은 무너진 이수에게 새로운 세상을 열어 주고, 다시 살아갈 힘을 건넨다.
함께 읽고 쓰던 수많은 밤, 연은 무너진 이수를 한 뼘씩 일으켜 세운다. 이수는 연의 집에 있는 책을 한 권씩 모두 읽어 나간다. 그러나 한순간의 사고로 연의 두 손이 망가지고, 두 사람이 함께 쌓아 올린 세계는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린다. 이수는 끝내 연의 곁을 떠나 도망치듯 독일로 향한다. 자신을 살린 사람을 버렸다는 죄책감 속에서 그녀는 더 깊이 스스로를 벌하고, 몇 해 뒤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다. 잊고 지내던 새아버지와 연의 기억은, 과거 연이 남겨 둔 편지와 함께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다.
"평생 한번, 다시 한 번 그 애를 만날 수 있을까."
동시에 소설은 '연'이라 불리던 한 사람에게 부치는 길고 늦은 편지다.
이수는 연이 곳곳에 남긴 '열 통의 편지'를 발견한다. 편지를 읽어갈수록 이수는 연의 존재 앞에 사랑 이상의 '경외'를 느끼고, 마침내 자신을 옭아매던 모든 것에서 더는 도망치지 않기로 다짐하며, 그 의지를 확인하듯 연에게 보내는 긴 편지를 쓰기 시작한다. 소설은 이렇게 현재를 살아가는 이수와 책갈피 사이에서 발견되는 연의 편지들을 교차시키며 천천히 진실을 밝혀간다.
저자

윤시월

플레이리스트 기반의 서사 콘텐츠를 창작해왔으며, 유튜브 채널을통해 음악과 이야기의 경계를 허무는 작업을 대중과 공유하고 있다. 이전 독립출판 작업, 『민수이야기』로 많은 관심을 받았으며, 『연에게,』로 다시 독자를 만난다. 손에 잡히는 사물의 감각으로 마음의 안쪽을 그려내는 문장과, 상실과 회복을 정면으로 응시하는 시선이 돋보이는 작가다.
https://www.youtube.com/@iamyouroctober

목차

이 소설은 별도의 장(章) 제목 없이 ‘○’과 ‘●’ 두 기호로 시간과 화자를 교차하며 전개된다.

출판사 서평

쓰고 읽으며 서로를 살리는…
『연에게,』는 ‘쓰는 사람’과 ‘읽는 사람’의 이야기다. 작가가 되려는 연은 세상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길 거부하고 다시 써내는 일을 '소리 없이 세상을 부정하는 일'이라 말한다. 자신의 감정조차 정리하지 못하던 이수는, 연의 집에 쌓인 책을 한 권씩 읽으며 비로소 자신을 설명할 문장을 얻는다. 이 소설에서 사랑과 글은,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을 살려내는 유일한 방법이다.
윤시월의 문장은 감정을 직접 발설하는 대신, 깨진 유리잔과 식어버린 욕조 물, 매실차의 온기와 톱밥이 묻은 옷처럼 이미지로 형상화한다. 호수와 바다와 강을 구분하는 연의 비유, 핏줄을 문신처럼 따라 그리는 손길 같은 은유와 추상적 언어의 조화는 주인공 이수의 시선에서 아름답고 인상적으로 기억된다.
편지라는 형식은 이 소설의 또 다른 특징이다. 작중 인물들이 주고받는 ‘세 번째’, ‘열 번째’ 같은 편지들은 시간을 거슬러 배치되어, 독자가 사건의 인과를 한 겹씩 되짚게 만든다. 현재의 ‘○’와 과거의 ‘●’, 두 화자의 시선이 번갈아 쌓이며, 독자는 주인공과 함께 현재의 자리에 도달하게 된다.
이 작품은 상실 이후의 삶을 다룬다. 사랑했던 모든 것을 잃고도 '이뤄내지 않고 읽어 내며 다음 장으로 넘기는 삶'을 택하는 사람의 이야기, 무너진 자리에서 다시 한 글자씩 적어 내려가는 마음의 기록이라는 점에서 『연에게,』는 읽는 이에게도 공감과 용기를 가져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