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사민주의실험은왜세계적으로도유례없는몰락으로귀결했는가?
사민주의를둘러싼노동운동과정당의행보를중심으로살펴본일본전후정치사
일본노동조합총평의회(총평)는1950년창립이래좌파가주도한일본의제1노총이었으며,총평과긴밀히결합한일본사회당역시1955년이래수십년에걸쳐제1야당의지위를유지해왔다.그러나1989년총평이해산하면서핵심조직들은우파주도의‘연합’에투항했고,1990년대중반이되자일본사회당도사실상소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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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정당(정의당)을중심으로이제막시작한한국의사민주의논의
◆최초로시도되는한국사민주의실험의중요한반면교사가될일본의경험
◆성공사례를말하는북유럽복지국가가아닌,실패의경험을통해배우는현실사민주의
◆노동운동현실에대한통찰을바탕으로한국노동사회학분야를일군임영일번역
“흔히오랫동안‘무엇이든반대’하는저항정당으로존재해온것이일본사회당이조락한원인이라고지적되어왔다.그러나사회당이가까스로사회민주주의를선택해현실정당으로변신한결과는처참했다.사회당은왜실패했는가?이를이해하려면전후일본정치속에서사회당이맡아온역할은무엇이고,현실정당화는무엇을의미하는지를물어야한다.그리고이는일본정치에서사회민주주의란무엇인지를다시묻는것과다름없다.이를확인하려면시야를넓혀정당정치를넘어서서계급정치까지연구대상으로포괄해야한다.사회민주주의란자본주의에서발생하는노동과자본의대립을의회주의로,다시말해경제적분쟁을정치의장으로옮겨완화하려는것이고,따라서노자의권력관계를빼고사회민주주의를말할수는없다고생각하기때문이다.”
___서장에서
조직되지않은노동,대표하지못하는정당이낳은두사회의닮은풍경
1980년대말에서1990년대초에걸쳐급격하게진행된총평과일본사회당의동반몰락은일본을넘어전세계노동운동계에커다란충격을준역사적사건이었다.1980년대이래대부분의자본주의나라들에서노동조합이쇠퇴하고사회주의정당의우경화가진행되고있었다.그러나북유럽의여러나라들에서는여전히대규모의노동조합과사회민주주의정당이건재해있으며,그밖의나라들에서도노동운동과노동정치의쇠퇴와위기는있을지언정일본의경우처럼몰락혹은소멸의상태에이른사례는아직찾아볼수없다.게다가이처럼보수에대항하는좌파정당이존재하지않게된정치무대에서자민당정권은신자유주의적개혁을단행한다.고용을보장받지못하는주변노동력이증대했고소득격차는더욱확대되었다.민주당은이같은신자유주의적개혁에맞서효과적으로제어하는기구가되지못했다.심지어그들안에는신자유주의적개혁에공감하는인물또한적지않았다.건전한좌우대립과정당간경쟁이무너진일본정치가만들어낸것은일본식의분단사회였다.
전후일본정치의한축을담당해왔던일본사회당에서는어떤일들이벌어졌던것일까?왜일본사회당은일본정치에서가장강력한힘을발휘하던시기(1955~93년)에사회주의혁명을표방했고,복지국가에냉담했을까?왜일본사회당은서구적인사회민주당이되지못하고정권획득의의사가없는저항정당이된것일까?나아가,1990년대중반이래로저항정당,반대정당에서현실정당으로전환하고,사회민주주의를천명했던사회당은왜그토록급속히쇠퇴하게되었을까?그사이일본사회당안에서는,그리고일본노동계급운동내부에서는어떤일들이벌어진것일까?
이념이아니라현실속에서작동하는사회민주주의
여기서특이한점은,한국전쟁과분단의영향아래좌파정당이활동하고노동을조직하는데큰제약이따랐던한국과달리,한때는서구와비견될만큼강력한노조와사회주의정당이오랜기간에걸쳐존재했던일본사회에서사민주의실험이실패한이후자유주의적정치구조마저위태로워졌다는사실이다.이수수께끼를풀기위해서는먼저,서구에서현실사민주의가어떻게형성되고작동했는지,반면일본의사민주의실험은어떤맥락에서시도되었고,이를추동한사회적힘관계는어떠했는지살펴볼필요가있다.
우리사회도복지에대한관심이커지는것과비례해사민주의논의또한전보다활발하게진행되고있다.그러나여전히사민주의를서구,특히북유럽국가들의‘복지정책’을차용하는것으로협소하게이해하는경우가많고,복지국가사민주의를이상향으로간주하거나급진적(또는개량적)이라는이유로사민주의를배격하는입장또한적지않다.이처럼‘고정화된관념으로서의사민주의’를이야기할뿐‘있는그대로의’사민주의가현실에서작동하는방식을직시하지않는풍토속에서,“사회민주주의란자본주의에서발생하는노동과자본의대립을의회주의로,다시말해경제적분쟁을정치의장으로옮겨완화하려는것이고,따라서노자의권력관계를빼고사회민주주의를말할수는없다.”는입장에귀를기울일필요가있다.
사민주의의가장중요한과제가노동조합(노동운동)과정당(정치)의복잡하고미묘한연대구조구축이라고할수있다면,현실의사민주의체제는경우에따라노동조합내의서로다른분파들이사민당내서로다른분파들과결합해,노동내부를통제하면서(중소)자본가조직과의정책연합(계급교차연합)까지이끌면서진행된다.또한이과정을이해하는데는스웨덴이나독일처럼사민주의가자리잡았다고평가되는사회못지않게사민주의시도가실패한사회의경험이큰도움을준다.이책이다루고있는일본의사례는‘사민주의가부재할수밖에없었던이유’를규명함으로써다양한세력이만들어낸동학을온전하고입체적으로바라보게해준다.
이책의내용
총평과사회당의불행한역사에대해서는일본에서도여전히연구가진행중이다.적지않은연구서와논문,핵심당사자들에의한회고와증언의기록들이있다.그러나장기간에걸쳐엄청난규모로진행된이운동의역사를일목요연하게정리하고분석하기는어려운일이다.그점에서이책은다음과같은장점을지녔다.첫째,연구대상이방대한만큼연구자가분명한입장과관점에서서이론적ㆍ분석적연구틀을분명히설정하는것이절대적으로필요하다.사민주의의관점을분명히하는이책은,서구의권력자원동원이론을원용하고,계급교차연합의분석틀을설정함으로써복잡한주제를짜임새있게정리하고분석할수있는접근법을취한다.둘째,노동운동ㆍ노동정치를둘러싼내외환경의변화를중시하면서도분석초점을노동운동ㆍ노동정치의틀속에서진행된자본과노동
사이의복합적계급정치에맞추고있다.동일한조건과환경속에서도서로다른결과가나타났다면,그핵심원인은외부가아니라내부에서찾아야한다.자본은어떻게생각하고어떻게움직였는지,노동은어땠는지,그결과는어떻게나타나고있었는지가중요하다.셋째,더들어가서,자본은그내부에서,노동은또그내부에서각각어떻게움직였는지를볼수있어야한다.자본과노동의이분법에갇히는대신,자본내의서로다른분파들,노동내의서로다른분파들이어떻게생각하고어떻게움직였는지를살필필요가있다.그리고이분파들이자기계급내에서,그리고적대계급의다른분파와맺는관계에서어떤전략적행위를선택하고실천했는지를봐야한다.
각장의내용은다음과같다.
-1장은스웨덴연구를실마리삼아이책의준거틀인사회민주주의모델을구성한다.
-2장은일본사회당이순수한저항정당으로자리잡는과정을묘사해,그것이반사회민주주의로가는길과다름없음을밝힌다.
-3장은노자의권력자원동원에서나타나는특징을통해계급정치수준에서1955년체제를분석한다.전후일본의정치경제체제는기업주의적노자(노사)화해체제를통해사회민주주의를우회하는길이었고,이때사회당은사회민주주의를표방하는것이아니라어디까지나자민당에대한반대당,절대적야당으로서기업주의적자본축적으로부터배제된가치와이해관계를대표하는데서존재의의를삼았다는것이다.
-4장은저항정당으로서의사회당을지지하고규정한총평,그중에서도관공노를대표해총평의좌경화와계급주의노선을선도한국철노조에초점을맞춰좌경화의배경과궤적을분석하고,국철노조의쇠퇴가계급정치수준에서1955년체제의종언을뜻하는것이었음을밝힌다.
-5장은계급정치의변화와그에따른사회당의현실정당화과정을분석해,그것이사회당의지지기반을확대하는권력자원동원전략으로타당했는지를검토한다.
-6장은21세기사회민주주의의가능성에대해살피며,유동적고용및소득불평등이확대되는경향을보면재분배정치,즉사민주의의원래의미가중시될수있다고전망한다.
일본의사민주의실험및그실패가우리에게주는의미
옮긴이는일본노동운동을정리한책이국내에오랫동안소개되지않아직접번역작업을시작했다고말한다.이책에앞서번역출간한?일본노동운동의새로운도전?(기노시타다케오지음,임영일옮김,노동의지평,2011)은1990년이후장기불황에대처하지못하는기존의일본노동운동을대신할방향및대안을모색하는책이다.이번에노동운동및정치의흐름,즉(한국노동운동의전략적과제이기도한)산별노조화와정치세력화가어떻게진행되었는지를분석한?일본전후정치와사회민주주의?가소개됨으로써한국의독자들도일본노동운동의과거와현재를함께살펴보며종합적인이해를가질수있게되었다.
이책은결국실패한실험에대한기록이다.일본어판초판은1997년?전후일본정치와사회민주주의?라는제목으로출간되었고,10년이지난2007년?환시속의사회민주주의?로제목을달리해개정증보판이나왔는데,이같은제목의변화는일본의사민주의실험이이제는환상처럼사라져버렸다고체념하는듯해서늘함을느끼게한다.옮긴이는“일본의노조운동은1989년총평이무너지고연합이세워지면서일단락되었고,당운동은1990년대중반사회당이무너지면서매듭이지어졌다.그리고이문제를이해하려면시간을두고분석적으로정리한작업을보지않으면안된다.”고말한다.한국의경우노동운동사나운동론,운동의이념등을다룬단편적인연구를제외하고구조적?역사적인서술은없는실정이기에,한국보다한발앞서서,그리고더큰규모로진행된일본의사민주의역사및노동운동의총체적모습을확인하는일은한국노동운동을바라보는관점을정립하는데일조할것으로기대한다.
“한국사정에밝지않은필자로서는일본사회당그리고일본정치의비극이한국정치에어떤교훈을줄수있을지에대해답할능력이없다.그럼에도여기에서보편적교훈을찾아낼수는있을것이다.현실을무시한교조주의는원칙없는현실추종주의로변할수있다는것,그리고언제나원칙을견지하면서도현실에는유연하게대응할필요가있다는점이다.미래를여는정치에는원칙과현실의긴장을견딜수있는지성과의지가요구된다.”
___한국어판서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