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크린 말들 (말해지지 않는 말들의 한국어사전)

웅크린 말들 (말해지지 않는 말들의 한국어사전)

$20.00
Description
우리 시대에 새롭게 쓰인 '난쏘공'
가장 짙은 그늘의 현장에서 채집한 생생한 단어들을 화두로 써내려 간 글들을 모아 엮은 『웅크린 말들』. 우리 사회에서 전해지기 쉽지 않은 이들의 절박한 목소리와 웅크린 시선을 저자만의 단단한 문체에 담아, 때로는 이미 세상을 떠난 자의 내면과 일상을 충실히 복원하여 그들의 화법으로 쓸쓸하기 그지없는 풍경을 세상에 전파한다. 동시대의 어떤 문학작품 못지않게 서늘한 향기와 참혹한 분위기를 품고 있는 이 책은 한국 사회의 밑변보다 아래에 있는 이들이 간직한 상처와 절망, 원한, 정념, 비애를 보듬는다.

폐광 광부, 구로공단 노동자, 에어컨 수리 기사, 다양한 알바생, 대부 업체 콜센터 직원, 넝마주이, 이주 노동자, 소록도에 거주하는 한센병 환자, 성소수자, 수몰민, 송전탑에 반대하는 밀양 주민들, 해군기지에 반대하는 제주 강정마을 주민들 등을 직접 만나 깊은 대화를 시도한다. 또 고독사로 생을 마감한 사람들의 잊힌 흔적을 찾고, 출입국사무소에서 수모를 당하는 이주민의 슬픔을 목도하며, 농민 백남기의 인생을 상세하게 복원하기도 한다. 실제 기록을 있는 그대로 살린 세월호 사건의 기록은 이 시대 슬픔의 한 극점을 보여 준다.

저자는 사실에 대한 건조한 서술에 멈추지 않고, 상처받은 인간의 내면을 따뜻하게 응시하는 한편 사건의 배후와 진실을 생생하게 복원한다. 다큐와 문학의 경계를 넘나드는 다양한 형식 아래 쓰인 글들을 통해 한 번도 제 목소리를 온전히 낼 수 없었던 사람, 자신의 욕망을 세상에 전하지 못했던 사람들의 절박한 내면과 웅크린 가슴을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말해지지 않는 말들을 섬세하게 감별해 내는 치밀함과 고뇌는 저자의 문장이 단지 쉽게 스쳐 읽을 편한 대상이 아니라, 곰곰이 음미해야 할 텍스트임을 환기한다.
1970년대 후반 외면당하는 존재를 외면하지 않으며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은 소설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의 저자 조세희 작가는 이 책을 두고 ‘난쏘공’의 난장이들이 자기 시대에 다 죽지 못하고 그때 그 모습으로 이문영의 글에 살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이처럼 폐광 광부로, 구로공단 노동자로, 알바생으로, 이주민으로, 성소수자로 살아가고 소록도에서, 밀양에서, 강정에서 버텨내며 고독하게 살다가 고독하게 떠나가고 진실과 함께 가라앉은 심해에서 나오지 못하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를 전함으로써 ‘우리’의 편안한 일상을 지탱하는 ‘우리’의 가혹한 현실을 새롭게 발견하게 한다.
저자

이문영

저자이문영은『한겨레』기자로일하고있다.필명(이섶)으로동화『보이지않는이야기』(봄나무,2011)와『이티할아버지채규철이야기』(우리교육,2005)를썼다.『침묵과사랑』(권성우엮음,이성과힘,2008)에글을보탰다.국제앰네스티언론상을받았다.부끄러운것이많다.

목차

들어가며7

소리잃은검은기침:석탄9
집이오는과정:시멘트51
첨단의풍경:굴뚝71
수리되지않는노동:서비스117
세계의밑변:알∨바153
당신과의전화통화:끊겠습니다185
보이는것을지탱하는보이지않는것:얼룩197
나와그대의이야기:백골217
최저보다아래:한국229
텐진델렉이자라마다와파상이면서민수:우리나라261
천국(天國)을위한천국(賤國):천국279
사랑이지운사랑:표준국어대사전305
오직낮은땅의전쟁:물329
우리의전선(電線),그들의전선(戰線):전기341
가난한꿈의연표:밀353
우리는포기하지않았다:섬371
지구의침몰:세월403

나오며476
추천하며482
찾아보기491
사진일람495

[우리시대의논리]
1.과격하고서툰사랑고백/손석춘지음
2.그래도희망은노동운동/하종강지음
3.환멸의문학,배반의민주주의/김명인지음
4.전태일통신/전태일기념사업회엮음
5.소금꽃나무/김진숙지음
6.우리의소박한꿈을응원해줘/권성현ㆍ김순천ㆍ진재연엮음
7.부동산신화는없다/전강수ㆍ남기업ㆍ이태경ㆍ김수현지음,토지+자유연구소기획
8.와이키키브라더스를위하여/이대근지음
9.깔깔깔희망의버스/깔깔깔기획단역음
10.법률사무소김앤장/임종인ㆍ장화식지음
11.부동산계급사회/손낙구지음
12.[개정판]부러진화살/서형지음
13.인간의꿈/김순천지음
14.법과싸우는사람들/서형지음
15.이주,그먼길/이세기지음
16.스웨덴을가다/박선민지음
17.건강할권리/김창엽지음
18.철도의눈물/박흥수지음
19.그의슬픔과기쁨/정혜윤지음
20.우리균도/이진섭지음
21.유월의아버지/송기역지음
22.비정규사회/김혜진지음
23.지연된정의/박상규ㆍ박준영지음
24.웅크린말들/이문영지음

출판사 서평

그때그난장이는지금어떻게살고있을까
2017년판‘난쏘공’,『웅크린말들』


“숨이콱콱막히는세계에우리는던져져있다.이세계에서서로의마음을알아봐주는한사람이라도각자에게있었으면좋겠다.‘난쏘공’의난장이들이자기시대에다죽지못하고그때그모습으로이문영의글에살고있다.이문영의글이자기때를어쩌지못하고기어나와그한사람의일을하는것으로읽혔으면좋겠다.”
_소설가조세희

“이문영의어떤글은바로지난연대에문학이자임해왔던현실대응역할을스스로감당하고있다고생각될정도로,이시대의처절한현실과우울한그늘을정면으로관통한다.이문영의글들이수행하고있는그고유한몫과역할은이시대의그어떤매체나예술로도충분히대체할수없다.그것은하나의세계이고커다란슬픔이며집요한고발이다.그러니반복해말하건대,『웅크린말들』은2017년판『난장이가쏘아올린작은공』인것이다.”
_문학평론가권성우

사북에서팽목까지
경기도안산은계획도시였다.초기인구40퍼센트를강원도이주민이채웠다.대를이어막장을견디던이들이폐광뒤안산으로가도시저임금노동자가됐다.이책『웅크린말들』은강원도사북폐광촌의풍경으로시작해진도팽목항에이르러서야닻을내린다.그여정에서한국사회의그늘에깃든그림자같은삶들을만난다.저자는폐광광부,구로공단노동자,에어컨수리기사,다양한알바생,대부업체콜센터직원,넝마주이,이주노동자,소록도에거주하는한센병환자,성소수자,수몰민,송전탑에반대하는밀양주민들,해군기지에반대하는제주강정마을주민들등을직접만나깊은대화를시도한다.또한고독사로생을마감한사람들의잊힌흔적을찾고,출입국사무소에서수모를당하는이주민의슬픔을목도하며,농민백남기의인생을상세하게복원하기도한다.실제기록을있는그대로살린세월호사건의기록은이시대슬픔의한극점을보여준다.신고전화를둘러싼대화와해석을교직하는방식으로적은글을만나며,우리사회의야만과불합리한관행을뼈아프게되돌아보게된다.이처럼우리사회에서전해지기쉽지않은이들의절박한목소리와웅크린시선을저자만의단단한문체에담아,때로는이미세상을떠난자의내면과일상을충실히복원하여,그들의화법으로쓸쓸하기그지없는풍경을세상에전파한다.이책은가장짙은그늘의현장에서채집한생생한단어들을화두로써내려간글들을모았다.

그저그런이야기의전복성과‘문학적저널리즘’
동시대의어떤문학작품못지않게서늘한향기와참혹한분위기를품고있는이책은,한국사회의‘밑변보다아래’에있는이들이간직한상처와절망,원한,정념,비애를보듬는다.저자는자신만의고유한문체를갖춘드문기자이다.이에대해,문학평론가권성우는“이문영의글쓰기는김훈,고종석으로이어지는이른바문학적기사쓰기의계보를창의적으로일구어나가고있”으며이들에비해서도“한층집요한현실인식과밑바닥인생에대한깊은관심을지니고있다는것”을그의미덕으로손꼽는다.그의글에는공간과현장에대한충실성과매력적이며단단한문체가성공적으로어우러지고있다.
이책이한번도제목소리를온전히낼수없었던사람,자신의욕망을세상에전하지못했던사람들에빙의되어,그들의절박한내면과웅크린가슴을매우효과적으로드러낼수있었던것은남다른문학적문장에빚진바크다.저자는사실에대한건조한서술에멈추지않고,상처받은인간의내면을따뜻하게응시하는한편사건의배후와진실을생생하게복원한다.‘말해지지않는말들’을섬세하게감별해내는치밀함과고뇌는그의문장이단지쉽게스쳐읽을편한대상이아니라,곰곰이음미해야할텍스트임을환기한다.다큐와문학의경계를넘나드는다양한형식아래쓰인글들은,저자자신이말하듯기사,르포,논픽션,소설등의장르를특정하기에앞서‘무엇이말해지지않으면안되는가’를묻는질문이자어떻게말해야말해질것인지를찾아가는과정으로읽힐필요가있다.이는모든글쓰기의연원인‘이야기의전통’에닿으려는시도이기도하다.

말해지지않는말들의한(恨)국어사전
“두세계를구성하는두언어가있다.언어는거울이면서거짓이다.삶을비추기도하지만,삶을비틀기도한다.삶과조응하기도하지만,삶을조롱하기도한다.한(韓)국어가언어의표준을자임할때,표준에서배제된언어는한(恨)국어가된다.한(韓)국이국민의표준을지정할때,표준에끼지못한사람은한(恨)국에산다.”(7쪽)

“가리베가스?장소?‘가리봉+라스베이거스’의합성어.1976년생긴가리봉시장주변은구로공단노동자들의유일한문화공간이었다.한국노동자들이비운자리를중국동포들이채우면서중국음식을팔고중국노래가들리는‘서울안옌볜거리’로바뀌었다.시대가변해도가닿지못하는노동자들의가난한꿈을상징한다.”(97쪽)

“해피콜?경영?넓게는고객을감동시켜판매를증진시키는모든종류의대고객서비스를,좁게는A/S신청고객들을대상으로만족도를묻는조사를뜻한다.삼성전자서비스본사콜센터는의뢰고객에게무작위로전화를걸어수리기사에대한평가를요청한다.수리기사들에게해피콜은‘행복하지않은전화’다.”(118쪽)

글들이시작되기에앞서몇개의단어가나열된다.단어에달린풀이는단어만큼낯설다.익숙한단어또한전혀다른의미로서술된다(‘찾아보기’참조).저자는‘표준의언어’보다‘표정있는언어’에주목하며,지금이순간누군가의현실을반영하지만표준에외면당한채고립되어있는은어?속어?조어를통해우리사회를비춘다.그결과언어란얼마나정치적이고양면적인지가드러난다.“언어는때론선동이었고,자주기만이었다.과거그를‘산업전사’라고칭했던언어는현재의그를‘노가다’라고불렀”으며(14쪽),“인권의역사는용어를둘러싼투쟁의역사”(320쪽)였다고보는이책은현재를살아가는이들각자의현장과노동,다양한감정과삶,그리고차별이녹아있는언어들의조각을맞춤으로써‘한(韓)국의뒷면이자한(恨)국의정면’을포착하려한다.그언어들로두한국사이의숨은경계를파악하고이야기할수있을때,말해지지않던것들이말해지며두세계를분리해온장벽이조금은낮아질수있으리라고기대하면서.

2017년판‘난쏘공’,『웅크린말들』
“이야기의울림은사건의크기와무관하다.사건의크기는사람의지위와무관하고,사람의지위는사람그자체와무관하다.무관해야할것들이무관하지못한세계에말의차별이있다.”(480쪽)

이책을두고조세희작가는“‘난쏘공’의난장이들이자기시대에다죽지못하고그때그모습으로이문영의글에살고있다.”고했다.40여년전철거촌에살던난장이는지금시대의폐광광부로,구로공단노동자로,에어컨수리기사로,알바생으로,대부업체콜센터직원으로,넝마주이로,이주민으로,성소수자로살아가고있다.소록도에서,밀양에서,강정에서버텨내고있다.고독하게살다가고독하게떠나가고있다.진실과함께가라앉은심해에서나오지못하고있다.『웅크린말들』은이들의이야기를전함으로써‘우리’의편안한일상을지탱하는‘우리’의가혹한현실을새롭게발견한다.1970년대후반『난장이가쏘아올린작은공』이외면당하는존재를외면하지않는문학이었기에많은이의사랑을받았다면,이와같은의미에서『웅크린말들』을우리시대에새롭게쓰인‘난쏘공’이라할수있을것이다.

[조세희추천사]
글쓰는작가로불리면서도글을쓰는것이힘겨웠다.거리에서돌이날아다니던시대의슬픔도나는다쓰지못했다.
나는다만하나는이겼다.쓰지않는것.언어가시대를바꿔뜻을배반할때언어의변신과대결하며침묵하는것.쓰지않는것은나스스로에게건싸움이었다.나는쓰는일을안한것이아니라쓰지않는일을한것이다.
글은아무것도아니다.
글이무력한시대에처음부터쓰이지않는것이글의복일수도있다.이시대에필요한글이조금이라도남아있다면알수없는곳에꽁꽁묶여있다가도언젠가는기어나오게되어있다.그리고조금씩걷고조금씩자기일을할것이다.그것이그글의운명이고그때가그글의때일것이다.
숨이콱콱막히는세계에우리는던져져있다.이세계에서서로의마음을알아봐주는한사람이라도각자에게있었으면좋겠다.‘난쏘공’의난장이들이자기시대에다죽지못하고그때그모습으로이문영의글에살고있다.이문영의글이자기때를어쩌지못하고기어나와그한사람의일을하는것으로읽혔으면좋겠다.
언젠가때를찾아밖으로나올글이내안에남아있다면,이문영의글들이그글들과만나서로의꺾인허리를받쳐주는날이온다면,이세상에서어떤일을꾸밀힘이우리사이에조금은남아있을지도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