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여덟, 일터로 나가다 (현장실습생 이야기)

열여덟, 일터로 나가다 (현장실습생 이야기)

$15.00
Description
2008년, 한국의 대학 진학률은 80퍼센트를 넘겼다. 대학민국 20대 청년들의 70퍼센트는 대학생이다. 매년 수능일만 되면 온 국민이 똘똘 뭉쳐 곧 대학생이 될 열여덟 청춘들을 응원한다. ‘고3’하면 모두가 대학 입시를 위해 열과 성을 다 바칠 열여덟들을 생각한다. 하지만 이 책은 이런 시선들로는 보이지 않는 또 다른 고3들에 주목한다. 남들보다 3년 빨리 전공을 선택하고, 열여덟이 되면 ‘사회인’이 되어 일터로 나가는 직업계 고등학생들이 그들이다. 노트북과 텀블러가 아니라 컵라면과 업무수첩을 들고 일터로 나가 아무도 모르게 일하다 죽고 만 열여덟들의 이야기. 저자는 이렇게 되묻는다. “땀 흘려 일하는 사람이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그날”까지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던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이 아이들이 일터에서 쏟는 이것이 노력이 아니라면 무엇인가? 누가 이들의 꿈을 빼앗았는가? 여기 또 다른 열여덟 청춘들이 있다.
선정내역
- 2019 올해의 우수출판콘텐츠 선정작
저자

허환주

2009년프레시안에입사한후잠깐의외도(정치팀)를제외하고는사회팀에몸담았다.2011년,한진중공업사태를취재하다“노조도없고파업도할수없다”는하청노동자들의이야기를듣게됐다.조선소에서일해보지않고선실상을알수없다는취재원의말에적당히패기를보인다는게그만취업선언이돼버렸다.그렇게들어간조선소하청업체에서노가다경험과는차원이다른생명의위협속에간신히열이틀을버텼다.그경험을바탕으로2012년[프레시안]에“위험의양극화,산재는왜비정규직에몰리나”를연재했다.이후에도계속조선소근처를배회했다.2015년에는그전해산재사망사고를당한열세명의현대중공업노동자를다룬“조선소잔혹사”를연재했다.그렇게6년을발로뛰어쓴기사들이『현대조선잔혹사』의바탕이됐다.현장실습생들의산재사건에관심을갖게된것도이런문제의식의연장선상에있었다.이책은그와같은문제의식을교육현장으로까지확장한결과다.그밖에도이랜드파업,쌍용차사태,용산참사,두리반투쟁,양진호위디스크사건등을취재했다.현재는배달노동자들을취재하며플랫폼노동의문제에관심을갖고있다.서울홍대토박이로최근엔젠트리피케이션현상에관심을갖고있다.

목차

1장 열여덟은주의현장실습  007
2장 누구에게나이유가있다:영수가남긴의문  041
3장 ‘공돌이·공순이’의계보학:공고에서마이스터고까지 059
4장 우리들의슬기로운학교생활  075
5장 취업전쟁  121
6장 사라진아이들  171
7장 ‘공정’사회의우리아이들  227
에필로그  245

출판사 서평

책속에서

39쪽:아들이회사에다닐때,입버릇처럼매일그만두고싶다고했어요.하지만내가‘어느직장가면다른게있느냐’며‘견뎌야한다’고매일타일렀어요.그러면아들이‘속편한소리한다’면서빈정거리기도했는데……얼마나힘들었으면그런선택을했을까.그생각을하면아직도눈물이나요.난아들이그런줄도모르고계속회사에다니라고만했어요.이런못난아빠가어디있나요.그런사실을알았더라면진작그만두라고했을텐데…….그것만생각하면가슴이미어져요.
67쪽:대선을64일앞둔이후보의이런행보는직전에발표한‘특성화고신설공약’때문이었다.“에……저는내년에집권하면교육을바꾸려고합니다.어떻게바꾸느냐?……조리가중요한학교는조리잘하는학생뽑으면되는거예요.공차는선수필요하면공잘차는사람뽑으면되는겁니다.……그런선수를뽑으면되지,뭐하러수학시험보고……축구선수가수학잘하면뭐하겠어요?……21세기에는어떤직업도귀한직업,천한직업이없습니다.예전에는천한직업이있었지요.양반이있고상놈이있고.아,상놈이아니지참.”

131쪽:“너는애가왜그러냐?회사에배우러가서는왜돈을내놓으라고하는거야.사회에대한예의가너무없어도너무없네.네가거기가서한일이뭐가있는데?너는생각이있는애냐,없는애냐?”담임선생님은되레영민씨를나무랐다.
160쪽:저는노력해서장학금받으면되지않느냐는말이싫어요.공장다니면서스스로공부해대학가서장학금받는이야기를두고미담이라고하잖아요.그게미담인이유는정말많은사람이시도했는데그한사람만성공했기때문이거든요.제가대학에가면누가장학금을주나요?운좋게장학금을받아도집세며생활비를벌려면학교다니면서또12시간씩일해야할텐데.

199쪽:아들은7일새벽5시,일하던외식업체의음식창고앞에서목을맨채발견됐다.당시아들의나이는열아홉.옆에는단정히접어둔근무복이가지런히놓여있었다.유서는없었다.그이후로시간이어떻게흘렀는지기억도나지않는다.경찰서,병원,장례식장……그렇게아들을보내고집으로돌아온아버지는지친발걸음을떼다문앞에놓인건강보조식품을발견했다.아들이택배로주문해놓은어버이날선물이었다.억장이무너졌다.어버이날선물까지준비했던아들은왜그런선택을한걸까.

240쪽:피아노를잘치려면바이엘,체르니등의연습과정을밟아나가야한다.그게어느수준에이르면어려운곳들도다양하게연주할수있게된다.그런데지금학교는그런과정을밟는게아니라,어느학생에게는<젓가락행진곡>만을,어느학생에게는<캐논변주곡>만을가르치는식인셈이다.
254쪽:“우리아들은요,떨어진게아니라떠밀려졌어요.”어머니는단장의울음을토해냈다.
256쪽:전주에서은주를만나고오던날,서울집에도착하니자정무렵이었다.두딸은잠들어있었다.아내에게그날만난은주의아버지와친구이야기를들려주었다.그날을시작으로우리는아이들이살아갈세상에대해자주대화를나눴다.끝은대개한숨이었다.한숨이반복되면서그것만으로는충분치않다는생각이들었다.이책은그한숨에서시작됐다.또다른은주들의이야기를계속해서기록해갈수있었던건,기자로서의어떤확신보다는부모로서의기원에가까웠다.열여덟살,일터로향하는아이들의환경이바뀌지않으면우리의미래도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