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본 없는 판타지 (페미니스트 시각으로 읽는 한국 현대문화사)

원본 없는 판타지 (페미니스트 시각으로 읽는 한국 현대문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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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2015년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 하루도 쉼 없이 양산되는 페미니즘 논의 속에서, 대중은 일종의 커밍아웃과 아웃팅을 반복함으로써 더 정교하고 ‘정치적으로 올바르게’ ‘페미니스트’로서의 자기 정체성(노선)을 업데이트해야 하는 상황과 마주하게 되었다. 2018년의 “페미니스트 시각으로 읽는 한국 현대 문화사”(10강, 성균관대학교 국어국문학과?서울시여성가족재단 공동 주관) 강좌는 다양한 장르와 매체를 기반으로 왕성히 활동해 온 작가, 비평가, 연구자가 강사로 참여해, 한국 현대문화사의 변곡점을 페미니스트 시점으로 들춰내고, 페미니즘의 최신 논의들과 접목해 내는 반가운 기획이었다.

?원본 없는 판타지?(부제: 페미니스트 시각으로 읽는 한국 현대문화사)는 강연을 바탕으로 다시 쓰인 10편의 원고와 새롭게 추가된 4편의 글을 하나로 묶은 책이다. 영화, 미술, 대중잡지, 대중가요, 로맨스소설, 순정만화, TV 드라마, 동인지, 소셜미디어, 팟캐스트, TV 예능, 디지털게임 등 온갖 장르와 매체를 넘나드는 14편의 빛나는 글을 통해, 당대의 문화적 서사가 지금 이곳의 페미니즘 문화비평에 어떤 ‘말 걸기’를 시도하고 있는지, 때로 모순되고 상충했던 주체들의 욕망은 각자의 시대적 입지 조건 속에서 어떻게 진화하거나 탈화했는지, 들여다보게 된다.

‘모두를 위한’과 ‘지극히 사적인’이라는 페미니즘의 단선적 구호 앞에서 서성이는, 무엇이 혐오이고 무엇이 아닌지 갈피를 잡지 못하는 독자에게 그 모든 시끄러운 질문들을 “좀 더 흥미로운 방식으로 바꿔 보기를 제안하는 책”.
저자

오혜진

기획,저자:오혜진
문학연구자.성균관대학교에서근현대문화론을전공했고현대소설론을강의한다.시민강좌‘페미니스트시각으로읽는한국현대문화사’‘페미니스트시각으로읽는한국현대문학사’등을기획했고,「한겨레」「씨네21」등에칼럼을연재했다.저서「지극히문학적인취향」과공저「문학을부수는문학들」「을들의당나귀귀」「그런남자는없다」「저수하의시간,염상섭을읽다」등이있다.

목차

원본없는판타지
-서문을대신하여

1부
친밀성과범죄,그리고병리학
-1939년‘동성연애’살인사건과‘정신병학’의영토|박차민정

‘기모노’를입은여인
-식민지말기문학과영화의에스닉크로스드레싱|이화진

틀린색인
-‘여성국극프로젝트’와타자들의기억술|정은영

워커힐의‘디바’에게무대란어떤곳이었을까
-1960~70년대유흥업과냉전시대의성문화|김대현

2부
‘톰보이’와‘언니부대’의퀴어링
-1980년대‘이선희신드롬’과‘치마가불편한여자들’|한채윤

할리퀸,?여성동아?,박완서
-1980년대여성독서사와‘타자’들의책읽기|오혜진

한없이투명하지만은않은,〈블루〉
-이은혜와1990년대‘순정만화읽는여자들’|허윤

3부
‘한국적신파’영화와‘막장’드라마의젠더
-2000년대전후‘통속’의두경로|이승희

촛불혁명의브로맨스
-2010년대한국역사영화의젠더와정치적상상력|손희정

‘예술에대한폭력’과‘폭력을흉내내는예술’
-〈퇴폐미술전〉의반복과‘미러링’|안소현

보이즈러브의문화정치와‘여성서사’의발명
-‘야오이’의수용부터‘탈BL’논쟁까지|김효진

4부
SNS,‘소녀’들의시장혹은광장
-2010년대소셜미디어문화와10대여성주체성|김애라

뉴트로셀럽,‘신新영자의전성시대’
-‘예능판’의지각변동과웃음의젠더학|심혜경

마더-컴퓨터-레즈비언
-‘걸파워’시대의디지털게임과페미니즘서사|조혜영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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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페미니스트시각으로읽는한국현대문화사의변곡점들

2015년‘페미니즘리부트’이후,쉼없이양산되는페미니즘논의속에서,대중은일종의커밍아웃과아웃팅을반복하면서더정교하고‘정치적으로올바르게’,페미니스트정체성(노선)을업데이트해야하는상황을마주하게되었다.2018년의강좌〈페미니스트시각으로읽는한국현대문화사〉(성균관대학교국어국문학과?서울시여성가족재단공동주관)는2015년메갈리아현상과2016년강남역여성혐오살인사건및‘#??계_내_성폭력’운동,2017년‘#미투’운동을거치며“페미니즘이문화비평의핵심적인인식틀로부상”한시기에기획됐다.총10회로이뤄진강연은여러장르와매체에걸쳐왕성히활동해온작가,비평가,연구자가강사로참여해,한국현대문화사의변곡점을페미니스트시각으로들춰내고페미니즘의최신논의들과접목해내는반가운기획이었다.

『원본없는판타지』(부제:페미니스트시각으로읽는한국현대문화사)는이강연을바탕으로다시쓰인10편의글과새롭게더해진4편의글을하나로묶은책이다.영화,미술,대중잡지,대중가요,로맨스소설,순정만화,TV드라마,동인지,소셜미디어,팟캐스트,TV예능,디지털게임등온갖장르와매체를넘나드는14편의글을통해,당대의문화적서사가지금이곳의페미니즘문화비평에어떤‘말걸기’를시도하고있는지,때로모순되고상충했던주체들의욕망은각자의시대적입지조건속에서어떻게진화하거나탈화했는지,들여다보게된다.


‘불투명한아카이브’를골똘히들여다보는일,
낯선‘정황’들의드러나지않은‘맥락’을끈기있게상상하는일

‘페미니스트시각’으로인해가능하고,
‘페미니스트되기’의실천이되는것들

이책은‘한권으로읽는’류의모든것을망라한‘문화사’라거나한눈에흐름을꿰는‘정연한’문화사가아니다.책을기획한문학연구자오혜진은서문에서이책이“문화‘사’의언어와규범으로쉬이포착?해석되지않는존재?사건?실천들의흔적”을보관한“작은서랍장”에가깝다고표현한다.그는각글의주제와소재,방법론이해당분야에서“학문적시민권이발부되지않은것들”임을강조하면서,기존학계에서“특별한의미가부여된적없는‘싸구려’콘텐츠와범상한일반명사”들을“역사적?비평적함의가간직된‘텍스트’이자‘개념어’로만드”는과정자체가‘페미니스트시각’으로인해가능했고,‘페미니스트되기’의실천이되었다고말한다.

〉〉이책은특정목적과체계,방법론에의해서술되는정연한‘문화사’는아니다.오히려문화‘사’의언어와규범으로쉬이포착?해석되지않는존재?사건?실천들의임의적?파편적?산발적인흔적들이보관된작은서랍장에가깝다.우리는성별?성정체성?성적선호,공과사,상징과실제,가상과현실,윤리와폭력의경계들을흐릿하게만들거나무화시키는그거듭된‘수행’(performance)의장면들이지닌정치적함의를‘확언’하지않는다.다만,비규범적이고묵시적인실천의자취들로점철된‘역사아닌역사’,이불투명한아카이브를골똘히들여다보는일,여기부려진낯선‘정황’들의드러나지않은‘맥락’을끈기있게상상하는일,그행위를통해우리가비로소‘페미니스트-되기’를실천하고있었다는점만은명백하다.-서문에서

〉〉각글들이다루는주제와소재,방법론들이그간해당분야에서‘아직’혹은‘결코’학문적시민권이발부되지않은것들이라는점도고려돼야한다.그것들을매혹적인학적대상으로조명하는일자체가‘페미니스트시각’으로인해가능했다.우리는기존학계에서특별한의미가부여된적없는수많은‘싸구려’콘텐츠와범상한일반명사들을고유의역사적?비평적함의가간직된‘텍스트’이자‘개념어’로만들어‘페미니스트지성사’에등재시키고자했다.-서문에서

또기존문화사의성적배치를기계적으로자리바꾸는것을“페미니즘의궁극적인목표이자유일한방법론으로간주”하는“게으르고편협한사고”를거부하는것이이책의“가장원대한야심”이라고밝힌다.이런자리/위치바꾸기는필연적으로기존지배질서와전통을‘원본’으로상정하게하고,도리어본질주의를강화하는당착에빠진다.이때모든비규범적욕망과실천들은‘원본’에대한모방으로간주되거나,아니면기존역사와무관하게창출된원본없는‘원본’으로주장됨으로써탈역사화?탈맥락화된다.

〉〉이책의가장원대한야심중하나는기존문화사의성적배치,즉남자와여자,이성애자와비-이성애자,시스젠더와트랜스젠더의위치를그저기계적으로뒤바꾸는것을페미니즘의궁극적인목표이자유일한방법론으로간주하는게으르고편협한사고를단호히물리치는것이다.그런인식은가부장제는물론,제국주의,국민/국가주의,자본주의등지배질서로환원되지않는모든기이하고번역불가능한비규범적실천들을오직반대정치의산물로치부해버린다.그것은필연적으로기존지배질서와전통을‘원본’(original)으로상정한채본질주의를승인?수호하게되는자가당착을수반한다.또한,모든비규범적욕망과실천들은‘원본’에대한‘모방’에불과한것으로간주되거나,기존역사와무관하게창출된‘원본’이라고주장됨으로써탈역사화?탈맥락화된다.-서문에서


미러링,‘차이’를드러내는‘반복’

1937년독일의나치는동시에두전시를열었다.히틀러와나치스가인정하고추앙하는작품들을선보인〈위대한독일미술전〉과비난하고금기하는작품들을모은〈퇴폐미술전〉.아방가르드예술이다수포함된후자의전시에는노골적인비난문구가함께전시됐고,전시후작품다수가소각되거나경매를통해해외로반출됐다.미술기획자안소현은1937년독일의〈퇴폐미술전〉을패러디한2016년한국의〈퇴폐미술전〉전시를통해,‘폭력을흉내내는’일련의예술작업이작가,관객,큐레이터에게어떻게다른양상으로작용했는지를돌아본다.그는‘폭력의언어’와폭력성을고발하기위해고안된‘폭력을흉내내는언어’가어떻게다른지고민한끝에단순히혐오의강도를높여‘반복’하는것이아니라얼마나다양한전략으로새로운‘차이’를드러내는지가‘페미니스트미러링’의관건이라는결론에이른다.글의시작과끝에언급되는룩셈부르크의행위예술가데보라드로베르티의〈기원의거울〉(2014)퍼포먼스는저자가생각하는성공적인미러링의한예다.여성의성기를그린쿠르베의〈세상의기원〉(1866)앞에다리를벌리고앉아여성의성기를보인드로베르티의퍼포먼스는여성의것을남성의것으로단순히대체하는방식이아니라,쿠르베작업을둘러싼모순을드러내는데효과적인내레이션과음악을배치해자신의메시지가‘읽히게’만들었다.

〉〉……이모든반복을수행하는일에예술,특히동시대미술이특권적이라는것이다.이는그간예술가에게혐오의언어가‘예술적자유’라는미명하게손쉽게허용돼왔다는부정적인면에대한지적이기도하지만,동시대미술에서비규범적이고반체제적인것이자연스럽게예찬의대상으로읽힐만큼강한선재적맥락이작동하고있음에대한이야기이기도하다.사실이두가지는항상동시에작동해왔다.우리는예술이사회구성원들의암묵적합의에의해가정된하나의장(場)이라는사실을인지하고있고,관객은‘동시대미술은작가가의도적으로배치한제스처를통해발언한다’라는암묵적전제에동의한상태에서전시장으로들어간다.‘예술’이라는장에서행해지는‘모방된폭력’은바로이런가정하에허용돼왔고,그로인해좀더섬세한발언의맥락을만들어낼수있었다.이글서두에언급한행위예술가드로베르티의동작이단지사람들의이목을끌기만한것이아니라,그간미술관이얼마나남성편향적인관점을신화화해왔는지를단번에드러내는선명한메시지가될수있었던것은,작가가배치한장치들을읽어낼준비가이미관객에게충분히돼있었기때문이다.-“‘예술에대한폭력’과‘폭력을흉내내는예술’”에서


퀴어링,세상을‘다르게보기’위한도전과실천

1980년대가수‘이선희신드롬’과‘톰보이’여성가수들을중심으로,그들이어떻게한국사회를퀴어링했는지살피는퀴어문화운동활동가한채윤의글은무대안팎에서‘치마를입지않는이유’를끊임없이질문받았던가수이선희의황당한순간들을묘사하는것에서시작한다.‘여성=치마’‘남성=바지’라는공식에따라거듭되는이질문은‘자기다움’을유지하려는가수에게‘여자는치마를입어야한다’는통념에순응하라는압력으로작동한다.한채윤은이선희,이상은등이당대의성별규범을어기고도스타가될수있었던것은대중에게‘성인이되지않은소년’‘건전한소녀’로여겨졌기때문이아닐까생각한다.또근래까지도가수엠버의외모를두고성별논란을운운한것은‘진짜’여성이남성처럼보이는외모를유지하는것이자기가남자라고착각하는‘가짜’남성이거나,다른여성에게어필하려는동성애자의‘전략’일뿐이라고여기는것이라며비판의날을세운다.2010년대비규범적스타일을고수하는가수에게그가동성애자인지아닌지끊임없이의심하며괴롭히는세간의모습은1980년대당대최고의자리에오른가수에게‘언제치마를입을거냐’는질문을반복하던장면을떠올리게한다.한채윤은‘톰보이’여성가수들의‘퀴어’한욕망과실천이‘(이성애자)남성’에대한‘모방’으로간주되는것을거부하며,‘퀴어링’이란삶의가장중요한기준을‘자기다움’에두고,세상을‘다르게보기’위한도전과실천을이어가는것이라고정의한다.

〉〉‘퀴어’(queer)는단지동성애자,양성애자,트랜스젠더등의정체성을규정하거나이정체성들을하나로묶어호명하는단어가아니다.퀴어는이분법적성별규범에맞춰살라고강제하는사회적요구에순순히따르지않고,삶의가장중요한기준을‘자기다움’에두는것,좀이상하다고,남들과다르다고끊임없이지적을받아도굴하지않는것,즉세상을다르게보는시각이자행동,그리고힘이다.-“‘톰보이’와‘언니부대’의퀴어링”에서


소녀시장,‘시장’이자‘광장’이되다

여성학연구자김애라는패션?뷰티상품을중심으로형성된10대여성들의‘소녀시장’이‘페미니즘’이라는언어의공유를통해‘광장적공간’이되어간과정에주목한다.‘#스쿨미투’,혜화역시위,탈코르셋운동등에참여한10대여성들은각종고발거리를찾아인증하고,이를온라인에서유통하며,특정이슈를공론화한다.또자신의운동참여를다양한미디어재현을통해인증함으로써또래들이참여하도록홍보하고,‘화력’‘총공’이라는그들만의유례없는운동방식을동원한다.김애라는10대여성들의“인플루언서를만들고,팬덤을형성하고,다양한소비상품을‘대세’로만들어본경험”이온라인담론장에서어떻게이슈를공론화하고유통시키고사람을움직이게만들지를학습하는과정이되었다고분석한다.“한편에서는자신의아름다움을전시하거나이를성취하는데필요한상품정보를또래인플루언서에게요청하는반면,다른한편에서는페미니스트언어로무장한10대여성들이‘탈코르셋’인증사진을인스타그램에올리는일이동시에벌어진다.‘SNS’라는시장이자광장.”이제관건은디지털자본주의의문법을일찌감치터득하고경제적주체로등장한10대여성들의‘시장’과‘광장’이어떻게신자유주의적능력담론에함몰되지않고계속해서페미니즘과접속하며그들만의영향력을발휘할수있는가이다.

〉〉놀이와노동,공과사의경계를뒤흔드는디지털자본주의는적어도10대여성들에게‘소녀’라는역할의다양성을제시하고,극단의정보들과모순되는의견들을모두청취할수있게했다.이런디지털자본주의의문법을일찌감치터득한10대여성들은소녀시장을거쳐경제적주체로등장했고,곧이어광장적공간을창조하며정치적주체로부상했다.소녀들의시장과광장은‘10대여성’‘소녀’라는그들존재와의미를공적공간에서어떻게드러낼지스스로결정하게만든다는점에서비슷하다.디지털자본주의의인터넷플랫폼은특정정체성혹은주체성의치열한대립과공존을빠르게드러내고있고,소녀들은이를활용해자기가누구인지말하고있다.지금이야기할수있는것은,이제‘소녀’들은자신이누구인지결정하고,그내용
을표현하고싶어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