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 그리고 저항의 예술 : 은닉 대본

지배, 그리고 저항의 예술 : 은닉 대본

$25.00
Description
독창적인 헤게모니 이론에 기반해,
형태가 매우 다양하고, 눈에 잘 띄지도 않으며,
스스로 이름조차 갖지 못하는,
피지배계급의 생생한 하부정치를 다룬 역작

“다른 수많은 사람들을 위해 말한다는 것은, 오랫동안 소곤거려야 했고, 억제해야 했고, 참아야 했고, 억눌러야 했고, 숨겨야 했던 것을 마침내 고함치며 말하는 것이다. 만약 그 결과들이 광기의 순간을 닮았다면, 아마도 그 이유는 힘없는 자들이 정치의 공식 무대 위에 올라가 본 적이 너무나 없기 때문에, 그리고 마침내 그들이 그곳에 도착했을 때 할 말과 할 일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리라.”
- 본문에서

“스콧은 단호하고도 줄기차게 자신의 논지를 펼치며, 사회과학의 일반적인 착각들을 손쉽게 꿰뚫는다. …… 돋보기를 들이대듯 살핀 풍부한 사례와 활력 있고 선명한 문체 덕분에 스콧의 주장에 더 큰 힘이 실린다. 그의 언설은 사회학의 ‘공식’ 언설 탓에 흔히 감춰졌던 대본을 드러내는 한편, 그런 은닉 대본들이 가식적인 수사보다 얼마나 다채롭고 흥미로운지를 보여 주는 예이다.”
- 지그문트 바우만

“권력의 문제를 다루는, 매우 매력적이고 지적으로 도발적인 책.”
- 테다 스카치폴
저자

제임스C.스콧

저자:제임스C.스콧
미국의정치학자,인류학자,환경주의자.1936년뉴저지주마운트홀리에서태어나베벌리에서자랐다.1958년윌리엄스칼리지를졸업한뒤예일대학정치학과에서석사학위(1963년)및박사학위(1967년)를받았다.위스콘신대학교수를지냈고,1970년이후현재까지예일대학에있으면서정치학과스털링석좌교수이자인류학과교수,삼림·환경전공교수로재직중이다.예일대학농업연구프로그램을공동설립했고(1991년),미국예술과학아카데미회원으로선출되었으며(1992년),아시아연구협회회장을역임했다(1997~98년).
주요저서는다음과같다.『말레이시아의정치이데올로기』PoliticalIdeologyinMalaysia(1968),『농민의도덕경제:동남아시아의반란과생계』TheMoralEconomyofthePeasant:RebellionandSubsistenceinSoutheastAsia(1976)[김춘동옮김,아카넷,2004],『약자의무기:농민저항의일상적형태』WeaponsoftheWeak:EverydayFormsofPeasantResistance(1985),『지배,그리고저항의예술:은닉대본』DominationandtheArtsofResistance:HiddenTranscripts(1990)[전상인옮김,후마니타스,2020],『국가처럼보기:왜국가는계획에실패하는가』SeeingLikeaState:HowCertainSchemestoImprovetheHumanConditionHaveFailed(1998)[전상인옮김,에코리브르,2010],『조미아,지배받지않는사람들:동남아시아산악지대아나키즘의역사』TheArtofNotBeingGoverned:AnAnarchistHistoryofUplandSoutheastAsia(2009)[이상국옮김,삼천리,2015],『우리는모두아나키스트다』TwoCheersforAnarchism:SixEasyPiecesonAutonomy,Dignity,andMeaningfulWorkandPlay(2012)[김훈옮김,여름언덕,2014],『농경의배신:길들이기,정착생활,국가의기원에관한대항서사』AgainsttheGrain:ADeepHistoryoftheEarliestStates(2017)[전경훈옮김,책과함께,2019].
마을주치의였던부친을좇아스콧은어릴때부터민주당지지자가되었다.사회봉사의가치,소수자의권익등에도일찍눈떴다고한다.윌리엄스칼리지에서는진짜지식인이되기위한기본소양을배웠고,예일대학에서는과학철학을열심히공부하고사회주의의지적기반을깊이이해하게되었으며,동남아시아지역연구에도본격입문했다고한다.인류학은전문적으로배운적은없고독학하다시피했다.그가다루는연구주제가농민,권력,계급,저항,동남아시아정치의언저리에위치하는데는아무래도시대적영향이큰듯하다.그가학자로성장하기시작하던1960~70년대에는무엇보다68혁명이있었고,베트남전쟁이한창이었으며마오쩌둥이화두였다.그무렵학계에서도농민과농업문제를다룬명저가유난히많이나왔다.
끝으로스콧의학자적삶에대한몇마디.우선그는폭넓은독서와지적교유(交遊)를중시한다.윌리엄스칼리지재학시절부터하루에한두시간씩소설과시를읽었고,말레이시아농촌에서현지조사를수행하던시절에도새벽마다모기장안에서손전등을켜고제인오스틴과에밀졸라,오노레드발자크에몰입했다고한다.그의저서들이문학작품을참고문헌으로자주인용하거나,책의첫머리를스토리나에피소드로시작하는경우가많은것은이때문이다.예컨대그는정치학을제대로공부하려면손에잡는책셋가운데하나는반드시정치학이외의분야여야한다고주장한다.이와함께스콧은발로뛰는연구를강조하며,인생의3분의1을연구노트작성에바쳤다고말한다.그는2000년대초미국정치학계에서벌어진이른바페레스트로이카운동의주역이기도한데,이는정치학연구를한층다양하고깊이있게개혁하려는움직임이었다.이와관련해그는자신의연구를수학공식으로도배할마음이없다고말하기도하고,자신에게배달되는『미국정치학회보』는우편함에서바로휴지통으로향한다고털어놓기도했다.그는확실히논문쓰기보다책쓰기를선호하는쪽이며,고독한저술과일관된목소리를위해공동집필을사절하는편이다.논문위주,계량분석중심의우리시대학문연구경향을못마땅하게여기는스콧은학생지도와관련해자신은사소한질문에성공적으로대답하는노력보다,중대한문제에도전하다가실패하는노력을더가치있게여긴다고한다.이런맥락에서그는자신의박사학위논문이자첫단행본인『말레이시아의정치이데올로기』를부끄러워한다.‘적당한’기교와방법을사용하고,이데올로기이론을잘버무렸을뿐인‘값싼성공’이라는이유에서다.
(지은이소개는https://politicalscience.yale.edu/people/james-scott및제임스C.스콧,「농민과권력,그리고저항의기술」,헤라르도뭉크,리처드스나이더인터뷰,『그들은어떻게최고의정치학자가되었나2』,정치학강독모임옮김,후마니타스,2012를참조했다.

역자:전상인
연세대학교정치외교학과학사및석사.미국브라운대학사회학과석사및박사.현재서울대학교환경대학원교수로있으며,‘계획이론’,‘도시사회학’,‘공간의문화사회학’등을가르친다.한림대학교사회학과교수를지냈고,미국워싱턴주립대학과일본히토쓰바시대학에방문교수로재직한적이있다.한국미래학회회장을역임했다.주요저서로『고개숙인수정주의:한국현대사의역사사회학』,『아파트에미치다:현대한국의주거사회학』,『편의점사회학』,『공간으로세상읽기:집·터·길의인문사회학』,『공간디자이너박정희』등이있고,칼럼집으로『세상과사람사이』,『헝그리사회가앵그리사회로』가있다.

목차

서문10
감사의글18

1장공식적이야기의이면25
2장지배,연기그리고환상51
3장볼만한공연으로서의공개대본95
4장허위의식혹은심한과장133
5장저항적하위문화의사회적공간만들기191
6장지배하에서목소리내기:정치적위장술233
7장피지배집단들의하부정치309
8장권력의농신제:은닉대본의최초공개선언339

옮긴이후기382
후주390
참고문헌435
찾아보기453

출판사 서평

‘면종복배’의정치학
:피지배집단의하부정치,그리고‘정치적전율’의순간

“통치자앞에서기탄없이말씀드리기가두렵습니다.”
_에우리피데스,『박코스여신도들』

“강렬한증오는공포에서시작되는데,공포는침묵을강요하고맹렬한기세를몰아복수심을일으키며혐오하는대상을상상속에서소멸한다.박해받은자들은이처럼은밀한보복의식을통해서자신의분노를발산할은밀한배출구를마련하고고통을달래침묵시킨다.”
_조지엘리엇,『다니엘데론다』

인간사회에서권력만큼본질적이고지속적인것도없다.정도나방식의차이만있을뿐지배와복종관계로부터완전히자유로운사회란존재하지않기때문이다.『지배,그리고저항의예술』이다루는주제도바로권력과지배의문제이다.스콧이보기에권력은결코일방적인것이아니다.또한지배가늘성공적이거나안정적이지도않다.저자의문제의식은“지배의관계는동시에저항의관계”라는사실,즉저항없는지배는없다는명제이다.저항은눈에보일수도있고그렇지않을수도있지만,중요한것은언제어디서든늘존재한다는점이다.따라서이책에서주목하고강조하는것은권력관계의“표면아래에숨어있는그무엇”인‘은닉대본’이다.은닉대본은권력자의직접적감시범위를피해장외나막후에서형성되는언어나몸짓,관행등으로서,지배권력에대한비판과반대그리고저항의의미를담고있다.역사상모든피지배계급은각자의고된시련을바탕으로나름의은닉대본을생산하고지배계급으로부터이를지켜왔다.지배와저항을동전의양면처럼이해하는스콧은지배권력의은닉대본보다피지배집단의은닉대본을집중적으로분석한다.이런종류의저항은지금까지“감히스스로이름조차가질수없는것들”이었고,기존의사회과학이무지했거나외면해온정치영역이었기때문이다.


“‘모든여인들중에서가장죄없는그녀가가장영광스러운행위때문에가장비참하게죽어야하다니!’
이런소문이어둠속에서은밀히떠돌아다니고있습니다.”
_소포클레스,『안티고네』

“그것이카바레가민중들의의회인이유다.”
_오노레드발자크,『농민』

“사자입속에다머리를처박고살아야한다.예,예하면서상대방을사로잡고,웃으면서그놈들의발밑을파는거지.놈들에게죽고파멸당할때까지도복종하는척하라는말이야.그러고는놈들이토하거나창자가터질때까지너를씹어삼키라고해.”
_랠프엘리슨,『보이지않는인간』

이책에서새롭게제시되는‘하부정치’라는개념을통해,우리가볼수있는세계는한층넓어진다.스콧에게지금까지의사회과학은자유민주주의처럼비교적공개된정치,아니면항의나시위,반란등언론의헤드라인을소란스레장식하는비일상적정치현상을다루기일쑤였다.반면에저자는“적외선처럼,스펙트럼의가시적범위를넘어서”있는하부정치는,쉽게눈에드러나는정치적행위의,잘드러나지않는문화적·구조적기반(그는이를산업의인프라스트럭처에빗댄다)이라고주장하는한편,근무시간이후선술집이나카바레등비공식적인장소에서힘없는자들끼리나누는소문이나남얘기,험담,설화,노래,몸짓,농담,극무대등을권력에대한비난을암암리에풍자하는매개물로해석할수있다고제안한다.대개익명성뒤에숨거나그런행위에대한악의없는생각뒤에숨어서권력을넌지시비판함으로써이데올로기적불복종을은폐하는이와같은방식들은,농민과노예를비롯한피지배집단들이자신의노동,생산물,자산을통째빼앗기는일을당하지않기위해자신들의성과를위장하는방식과도비슷하다.남의토지에대한불법침입,늑장대응,좀도둑질,시치미떼기,도주등의형태를띤불복종또한힘없는자들의하부정치에포함된다.모든권력관계의이면에는하부정치의“‘미시적’밀고당기기”과정이작동하고있으며,권력균형에대한사려깊은자각에서비롯한전술적선택의결과라는점에서피지배집단이지배에맞서는저항양식으로서‘하부정치’는그자체로‘예술’의경지라고할만하다.




“이렇게속이시원하기는내평생처음이네요.코르크마개로속마음에서하고싶은말들을꼭누르면서도,물이새는통처럼딴데에서속내를비열하게살살드러내고산다면사는재미가뭐가있겠어요.내가앞으로지주어른만큼오래산다해도지금이렇게퍼부었던것을절대로후회하지는않을거예요.”
_조지엘리엇,『아담비드』

“왕의자식이왕이되네.탑청소부자식은바니안나무잎을어떻게닦는지를알뿐이네.사람들이들고일어나게되면,자리를빼앗긴왕의자식은탑을청소하게될지니.”
_베트남민요

드물게도은닉대본과공식대본의경계가결정적으로사라지는‘광기의순간’이존재한다.저자는“은닉대본이처음공개적으로선언될때미치는격렬한정치적충격”을“정치적전율(電慄)”(politicalelectricity)이라불렀다.그는전근대사회에서발생한수많은농민반란과민중반란(예컨대독일농민전쟁,영국내전,프랑스혁명,러시아혁명등)에서이와같은정치적전율의순간을읽어낼뿐만아니라,1960년대미국흑인사회의민권운동,1980년폴란드자유노조의출범,1988년칠레피노체트독재의종식,1988년소련고르바초프의글라스노스트캠페인,그리고1989년루마니아차우셰스쿠정부의붕괴등현대사를대표하는극적인순간들또한하부정치의공개적대폭발로예증한다.이처럼기존헤게모니이론을통해봤을때는‘과격한혁명’과‘비굴한침묵’이라는양극단밖에존재하지않았던평면적인역사가,스콧의분석을거침으로써풍성하고연속된결을부여받는다.


제임스C.스콧,인류학적정치학자또는정치학적인류학자
:현장에발딛고서서이야기의힘으로권력과인간의본질을탐구하다

“정치학자는인문학의세계와과장되고왜곡된자연과학의세계사이의지하세계에몸담고있도록일종의유형(流刑)에처해진듯하다.그러나정치학은절대로자연과학처럼될수없다.우리는인간주체의행위를연구하는사람이며,인간은자기반성이가능한존재이기때문이다.……정치학을제대로한다는것은설문지를돌리거나정치학서적을읽어서되는일이아니다.정치의세계는매순간우리주변에있고,소설속에도있다.그러니정치학을제대로하려면,매순간해야하고,왜이런일이일어나게되었는지또왜저런일이벌어지게되었는지를끊임없이질문해야한다.”
_스콧과의인터뷰(『그들은어떻게최고의정치학자가되었나2』)

정치학자로서는이례적으로주요저서대부분이국내에도소개되어있을만큼스콧은폭넓은독자층을지닌석학이다.이는정치학을비롯해(문화)인류학,(농촌)사회학,역사학등을포괄하는빼어난학제적연구역량을갖춘그의매력에힘입은바크다.애당초가난한말레이시아농민들이자신들에게구조적으로불리한벼농사방식을바꾸고자했던저항의정치를이해하려는저자의오랜노력끝에집필되었던이책『지배,그리고저항의예술』은특히나정치학이외분야의독자들에게까지널리읽힌것으로유명하다(실제로이책은텍스트의이면을두텁게읽는훈련에도움이된다고여겨져문학연구교재로쓰이기도한다).‘강자와약자사이의공적인기록만으로는권력관계에대해알아야할모든것을이야기할수없다’는간명한주장을뒷받침하기위해,스콧은자신의전공분야이기도한노예제,농노제,카스트제도등에대한기존연구는물론,가부장제나식민주의,인종주의를비롯해교도소나포로수용소와같은총체적통제시설과공산주의국가들에서의공적생활경험들을망라해소개한다.
특수한사례에서길어낸연구가보편적인호소력을얻기까지는,추상적이론에매몰되지않고현장에바탕을둔이야기의가치를충분히활용하는스콧의오랜연구기조가한몫했다.스콧은문학작품을참고문헌으로삼고는하는데,이책에서는오노레드발자크나조지엘리엇,밀란쿤데라의소설및조지오웰의에세이등이곧잘인용되고있다.탄탄한이야기가사회과학적논증에서도중요한역할을한다고여기는스콧은정치학을제대로연구하고싶다면손에잡는책가운데적어도셋에하나는반드시정치학이외분야의책이어야한다고말하기도했다.권력,계급,이데올로기,헤게모니,빈곤,저항등의추상적개념을다루면서도그내용이독자에게생생하고구체적으로가닿는것은,“정치학의추상적개념을현실세계로끌어와실제인간들에게적용해보는것의재미와가치”를평생에걸쳐추구해온결실이기도하다.권력문제의본질을고민하는정치학자이자연구대상지역의문화·문학·역사·언어에대한풍부한지식을얻기위해분투하는인류학자,또무엇보다인간에대해더깊이이해하고자애쓰는학자및작가로서그의면모가이책곳곳에서잘드러난다.

“말레이농부가가난하고토지도갖고있지않다는사실을아는것만으로는그들에대해우리가진짜아는것은별로없다.우리가그의가난에내포된문화적의미를잘이해하려면,라마단기간에손님들에게식사대접을하지못해특히비참해진다든가,마을길가에서마주친부자들이인사를받지않고그냥지나간다든가,부모의유해를제대로안장하지못한다든가,지참금이없다는이유만으로딸의결혼을미루게된다든가,자식을붙잡아둘만한재산이집안에없어아들을외지로일찍떠나보내야한다든가,부유한이웃에게일감이나먹거리를얻기위해비굴하게행동하지않으면안된다든가하는등의사실을알아야만하는것이다.이런식으로빈곤의문화적의미를인지할때만그가경험하는치욕의형태를알게되고그런만큼분노의강도를잴수있게된다.그는가난하며땅도없다고말하는정도에그친다면그것은단지그에게소득과생산수단이별로없다는사실을말해줄뿐이다.우리가언급했듯이,어떤가난한사람이역사의어떤특정한순간에특정한의례적체면을중시하는특정한문화속에서과연어떤느낌으로살아가고있는지에대해훨씬많은것을말해주는것은자신의계급적위치로말미암아비롯되는모든일상적치욕이다.자신이처한조건과자신의의식사이를교량처럼잇는것은이처럼실제로경험된모욕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