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제공하려는것에비해
세상이너무나어리석고비열해보일지라도
이에좌절하지않을자신이있는사람,
그리고그어떤상황에대해서도
‘그럼에도불구하고!’라고말할확신을가진사람,
이런사람만이정치에대한‘소명’을가지고있다.”
누가정치인이되어야하는가
이책이중요한것은정치란무엇이고,정치가란어떤존재인지를이해하는데있어고전중의고전이며,이책만큼직접적으로이야기하는책이없기때문이다.평생토록베버는학자이면서동시에정치가가될수있는가의문제를끊임없이탐색했고,또고민했다.정치적사실내지진실을객관적으로규명하는학자로서의역할과,정치에뛰어들어자신이옳다고믿는가치와대의를실현하고자하는정치인의역할은근본적으로다른것이라고생각했기때문이다.그는55세에이책을썼으며,이듬해사망해이책은사실상그의마지막작품이되었다.
베버가텍스트를통해말하고자하는것은정치를통해추구하고자하는것이무엇이든간에그것이진지한것이라면,정치자체는항상책임의도덕에기초하지않으면안된다는것이다.그러나『소명으로서의정치』는정치인이가져야할정치도덕에대해서말하고있는것만은아니다.그것은그이상을말한다.왜냐하면우리는텍스트로부터정치를이해하는방법과아울러이성적인정치적판단이어떤것인가에대해배우게되기때문이다.
베버는신념윤리와책임윤리를구분함으로써,두개의대립적이고양립할수없을것같은명제가동시에가능할수있다는이율배반적구조가정치행위의본질적인측면이라고말한다.이를통해그는인간적현실이얼마나복합적이고다원적인것인가,그리고얼마나이중적이고모호한것인가를동시에일깨운다.그러므로우리는정치행위에있어무엇보다중요한것은균형적판단,절제,나아가서는겸허함에있음을깨닫게된다.
오늘날베버를읽는다는것은한국사회에서정치와권력을이해하기위해필요한,패러다임의변화에기여할수있는커다란지적자원과만나는일이아닐수없다.
“내강의는여러분들을여러모로실망시키게될것이다”-소명으로서의정치란
이책은1919년뮌헨의한진보적학생단체인‘자유학생연맹’의초청에의한강연문이다.당시는독일현대사에서가장혼란한위기의시대였다.패전으로인한독일제국의붕괴,그리고새로운공화국의건설,급진생디칼리스트와공산주의자들이주도했던혁명적봉기가주요도시에서발생했다.
베버에게강연을요청했던학생들은이런정세에서자신들이어떻게개입하는것이좋을지에대해듣고싶어했다.그러나베버는강연의첫문장을이렇게시작한다.“여러분의요청으로이강의를하게되었지만,틀림없이내강의는여러분들을여러모로실망시키게될것이다.”그리고강의를마칠때쯤이렇게말한다.“친애하는청중여러분,10년후에이문제에대해우리다시한번이야기하자.여러정황으로미루어볼때,그때는이미반동의시대에접어들었을거라는두려운생각을,나는갖지않을수없다.나자신을포함해우리가운데많은사람이바라고희망했던것들가운데실현된것은거의없을것이다.아마‘전혀아무것도’실현되지못했다고말할수는없을테지만,누가봐도거의성취된것이없을것이다.……이밤이서서히물러갈때,이봄날의꽃이자신들을위해화사하게피었다고생각하고있는사람들은얼마나살아남게될까?내적으로는어떤마음상태가되어있을까?비분강개해있을까,아니면속물근성에빠져세상사와자신의직업을그냥그대로무덤덤하게받아들이고있을까?”
그러나이내이렇게말하는데,이부분이야말로‘소명으로서의정치’에대한것이다.“정치란열정과균형적현실감각,둘다를가지고단단한널빤지를강하게그리고서서히구멍뚫는작업이다.만약이세상에서불가능한것을이루고자몇번이고되풀이해노력하는사람들이없었다면,아마가능한것마저도성취하지못했으리라는말은전적으로옳다.모든역사적경험에의해증명된사실이기도하다.”“자신이제공하려는것에비해세상이너무나어리석고비열해보일지라도이에좌절하지않을자신이있는사람,그리고그어떤상황에대해서도‘그럼에도불구하고!’라고말할확신을가진사람,이런사람만이정치에대한‘소명’을가지고있다.”
베버에대한오해와외면
기예르모오도넬
“[베버가]생각끝에문제를해결하는것을보는것,그의마음이작동하는방식을보는것은매우유익하다.……그는나의지적권력모델이다.”
후안린츠
“보통나는어떤주제에대한연구를시작할때마다,베버가그주제에대해베버가말한것이있는지부터검토한다.”
게이브리얼알몬드
“베버는학문적인면에서는물론이고도덕적인면에서도내게매우큰영향을미쳤다.”
헤라르도뭉크,리처드스나이더,『그들은어떻게최고의정치학자가되었나』전3권,정치학강독모임옮김,후마니타스,2012.
베버는(19세기중반이후부터20세기초까지)문화?예술?철학?과학뿐만아니라역사와사회과학이최고로흥성했던시기의기라성같은대학자들사이에서도특별한지위를갖는사람으로평가받고있다.정치철학자셸던월린은“조직의세계와창의적개인간의고뇌에찬긴장을베버만큼명료하게드러낸사람은없다.”라고하면서그를“가장위대한사회학자”라고말했다.이렇게사상가들의존경과경외심을한몸에받는베버지만,한국에서만큼은좌우파를막론하고제대로이해되거나평가받지못하고있는것이사실이다.
보통베버는결과만좋으면된다는식의책임윤리가,권력정치가,나치즘이나파시즘에논리적기반을제공한정치학자라는오명을갖는다.그러나베버에대해,그가신념윤리를폄하하고책임윤리만을강조했다는기존의해석과는달리,베버는신념윤리없이책임윤리만을가진정치가를최악의정치인으로보았다.베버는강한신념에기반을둔책임윤리를말한다.이책의제목이『소명으로서의정치』인것도이때문이다.신념윤리와책임윤리라는두가지깊은심연속에서고민하기를바라는것이베버의진정한의도다.그는또한권력정치가를경멸했다.내적자긍심없이권력의추구그자체를즐기는정치가는정치의비극성앞에서공허한삶을살다좌절할운명을걷게될것이라말했다.그는빌헬름2세를권력정치가의대표적사례로꼽았으며‘죽을때까지비판하겠다’고말하기도했다.
한국에서는진보파들또한베버를읽지않았다.마르크스주의자들은맹목적으로베버를배척했고베버로부터배우려하지않았다.때로는베버의‘가치중립’또는‘가치판단으로부터자유’와같은주장을공격하기도했다.그러나이에대해최장집교수는해제에서“근본적으로가치중립은연구자가지닐수있는문화적?종교적?이념적그리고어떤종류의희망적사고의영향도배제하고,도덕적인문제를사실과뒤섞지않으며사실그자체에접근하고탐구하는것을의미한다.그러나이말은연구주제의선정,이론과방법론의선택에있어서까지연구자의가치나감정을배제할수있다거나,연구자의연구목적과의도자체가중립적이어야한다는뜻은아니다.그보다는사회현상이나사실을있는그대로볼수있는지적힘을가리키는것으로이해하는것이훨씬베버의생각에가깝다.”라고썼다.그리고“베버가니체와같은가치상대주의에빠지지않을수있었던것은,사실성에대한그의강조,경험적지식에대한그의열정덕분”이라는그의평가또한생각해볼만하다.
베버는대중투표제적지도자민주주의를대안으로주장했는데,이는권위주의내지는파시즘을옹호하는것으로이해되기도했다.그러나이역시잘못된이해이다.대중투표제란그간한국에서는‘국민투표제적’으로잘못번역되어온plebiscitarian의새로운번역이다.이는헌법제?개정이나국가적중대사안에대한국민투표를의미하는것이아니다.보통선거권이아직실현되지않았던당시로서는여러형태의제한투표제를반대하면서대중의직접투표에의해리더십이선출되어야한다고말한것이다.
베버는민주주의를법적?합리적정당성이아니라카리스마적정당성에기초한지배형태로분류한다.따라서현대의통치체제로서민주주의는대중투표제를가장핵심적인요소로하는것이고,대중의투표를조직하기위한정당조직을핵심으로하는지도자민주주의를강조했다.베버는지도자가있는민주주의의중요성을분명하게말한다.지도자가없는민주주의에서는대중권력이커지는것이아니라도당들의지배내지관료의지배가실현된다는것이다.베버에게지도자와이를따르는추종자집단은모든정치의본질적인요소이다.따라서좋은지도자내지유능한리더십없는정치는그에게상상할수없는일이었다.이점에서그는자유주의의소극적정치관을넘어선다.
당시로서는꽤과격한주장이었던대중투표제적지도자민주주의를이야기한것은,당시독일정치의문제(첫째,의회의무력함,둘째,전문적인행정관료의강함,셋째,독일정당의특성으로서세계관을달리하는이념정당들의존재)에대한그의비판적평가때문이다.그는독일정치의운명이정당성을잃은융커(귀족),통치력을못갖춘부르주아라는조건때문에프롤레타리아나인민이불행해지는것으로귀결되리라고봤다.따라서이비관적상황을개척할대안적리더십을가진인물이대통령직선제를통해지도자가되지못한다면10년후쯤에는‘반동이도래할것’이라고예견했다.실제로그가강의를마친지12년만에나치가집권했다.이점에서그는나치즘을옹호한사람이아니라반동의도래를피하기위해독일의정치인이어떻게해야하는지를말하려했다고할수있다.
개정의방향-『소명으로서의정치』를잘읽을수있도록
[총서소개]
정치+철학총서는근현대를아우르는다양한정치철학의고전을발굴해,그저자들의정치철학이어떻게당대의시대적배경과호흡하면서탄생했고,그들의철학체계안에서어떤위상을차지하는지를입체적으로조명하려는의도로기획되었다.고전에대한재발굴과재조명작업을통해철학자에대한입체적시각을열어주고,정치와정치적인것에대한본격적인연구에길잡이역할을할수있기를바란다.
_간행위원을대표해조현진
간행위원
김영욱(서울대,프랑스계몽주의)
이상명(숭실대,서양철학)
조현진(재능대,서양철학)
홍우람(서강대,서양철학)
1.장-자크루소,『사회계약론』,김영욱옮김
2.알렉산더해밀턴,제임스매디슨,존제이,『페더럴리스트』,박찬표옮김
3.막스베버,『소명으로서의정치』,박상훈옮김,최장집해제
근간(제목은출판사사정에따라바뀔수있습니다
존스튜어트밀,『자유론』,김은미옮김
토머스홉스,『리바이어던』,조현진옮김
장자크루소,『사회계약론초고외』,이충훈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