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더가 출발했습니다 (우리가 만든 어떤 편한 세상에 대하여)

라이더가 출발했습니다 (우리가 만든 어떤 편한 세상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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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민족'의 시간없음을 공략하며 온갖 심부름과 편의를 제공하고 있는 ‘혁신’의 아이콘, 플랫폼 기업들은 놀라운 속도로 발전하며 전방위적으로 우리 생활 곳곳을 장악하고 있다. 언제부턴가 냉면 한 그릇, 생수 한 병까지 몇천 원이면 “언제든” “로켓” 배송되는 세상이 되었고, 이제는 벽에 못을 박는 작은 심부름에서부터 법률상담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걸 ‘앱’을 열어 해결하는 세상이 되었다.
매체도 다르고, 세대도 다르고, 성별도 다르고, 생각도 달랐던 두 기자는 3년 전, 오토바이로 치킨을 배달하던 열여덟 배달원의 죽음을 계기로 플랫폼 노동자들을 취재하기 시작한다. 〈뉴스타파〉의 7년차 기자 강혜인과 〈프레시안〉의 13년차 기자 허환주는 배달 라이더들을 동행 취재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 도보?자전거?오토바이?자동차 배달을 직접 해보기도 하고, 다양한 플랫폼 노동에 종사하는 이들을 인터뷰하는 등 갖가지 방법을 동원해 시시각각 변화하는 플랫폼 산업의 실체를 때로는 근경으로 때로는 원경으로 바라보며 입체적으로 그려낸다. 가사노동 앱을 통해 일하는 가사도우미, 배달앱을 통해 일하는 여성 도보 커넥터, 대리앱을 통해 일하는 여성 대리운전 기사 등 그간 잘 다뤄지지 않았던 플랫폼 속 여성들의 이야기까지 담았다. 이들이 그려낸 “우리가 만든 어떤 편한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저자

강혜인

뉴스타파(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소속기자.CBS에서기자생활을시작해사건팀,정당,청와대를출입하다현매체로이직했다.이직후에는양진호위디스크회장사건,이부진프로포폴의혹,사학세습비리,배달산재,공기업자문계약비리,미군기지등을취재했다.세상에꼭필요한이야기를정확한언어로써내고싶다.

목차

들어가며‘심부름거인’이자라나고있다009

1밀어서배달수락013
2플랫폼을움직이는사람들057
3민준이의죽음,그리고그후095
4자영업의덫123
5플랫폼기업,그들이사는법155

취재후기1201
취재후기2205

출판사 서평

╂ 경쟁이아닌협업이다다른곳|MZ세대기자와X세대기자의숨쉴틈없는플랫폼추적기

이책의시작은배달청년들의죽음이었다.2018년고김용균의산재사망사건이후‘청년층산재’문제에골몰하고있던강혜인기자는타매체의허환주기자와이야기하던중그해청년층의산재가크게늘었다는이야기를듣는다(2018년,18~24세연령층의산재사망은전년보다17명이나증가했다).공동취재를통해이들의죽음을추적해나가기시작한두기자는이들대부분이오토바이배달을하다사망했음을발견한다.게다가대부분은일한지보름도안돼사망했고,일하던곳이모두5인미만사업장이었다.이가운데특히주목했던것은,열여덟민준군사건이었는데,운전면허도없는미성년자에게배달을시키고도업주가벌금30만원형만받았기때문이었다.
민준군이배달나가는것을몰랐다고끝까지부인했던업주를만나기위해제주도를찾은두기자는민준군의죽음이후업주가바뀌고플랫폼배달업체를이용하기시작한다른업주의이야기를듣게된다.자영업자입장에서플랫폼은여러골치아픈일들을모두배달원개인에게전가함으로써편히장사할수있는수단이라는것.
이후두기자는배달플랫폼에대한취재를시작해직접체험과동행취재등현장을발로뛰며위험천만한배달노동의세계를기록하기시작한다.이렇게다양한취재방법을동원할수밖에없었던것역시플랫폼의변화때문이었는데,“배달대행”플랫폼소속라이더들을동행취재해서원고를쓰고나니1년새크라우드소싱방식이확산되어직접체험을통해원고를보충해야했고,배민이나쿠팡,카카오택시나타다등의변천사역시책을쓰는과정에서어제쓴원고를오늘버려야할정도로끊임없이변화했다.
그런점에서이책은어찌보면플랫폼기업이라는‘거인’의발걸음을버겁게뒤쫓은작은발걸음들의모음이다.하지만그덕분에독자는1인칭시점과3인칭시점을오가며저자들이시시각각겪었던실제변화의추이를느낄수있다.또플랫폼기업의혁신적마케팅에잠시속았다는MZ세대기자의솔직한고백들과,직업소개소에서막노동일감을기다렸던경험과배달앱에서‘온’스위치를켜고주문이뜨기만을기다리는라이더의입장을비교하는X세대아날로그기자의이야기가어우러지며보다입체적인그림을그려낸다는것도이책의장점이다.그속에서독자들은플랫폼기업의마케팅에웃음지었던스스로의모습을볼수도있고,그런마케팅뒤에숨은플랫폼노동자,자영업자,그리고소비자의얼굴을한우리의모습도볼수있을것이다.특히강혜인기자가취재한20,30대여성플랫폼노동자들의이야기는그간남성라이더들만의이야기로재현되었던플랫폼노동시장에엔잡러여성들이어떻게유입되고있는지,또어떤고충을겪고있는지를새롭게보여준다.

╂ 플랫폼안의소우주,사람들|라이더와커넥터들의세계
■ 배달일을시작한지얼마되지않은열여덟정수는배달대행플랫폼에소속돼오후3시부터다음날새벽3시까지12시간을일한다.이시간을채우지못하면수수료가증액되고지각을해도마찬가지다.물론정수와플랫폼업체의관계는위탁계약관계로정수는사장님이다.하지만정수는자신이근로계약을맺은줄알고있다.건당받는수수료는정수계정에적립금처럼쌓이지만그때그때빼서쓰는탓에한달에정확히얼마를버는지는계산해본적이없다.5개월간열두차례사고가났지만정수는피할수없는일이라생각한다.그간다른아르바이트를할때윗사람의통제를받는게힘들었던정수는“눈치보는일없는”이일이좋다.
■ 스물두살대학생선희씨는단기알바로배민에서운영하는비마트에서일한다.주5일제8시간근무는삼교대로이루어지고8시간내내계속매장안을걸으며해야하는일이라그만두는사람이많지만선희씨는이일이좋다.하루에40~80개정도의주문을받고포장만하면되는데,사람을대면할필요가없으니감정소모가없어그간의아르바이트들보다훨씬낫다고생각한다.
■ 연극배우연두씨는배우라는꿈을놓지않기위해엔잡러의삶을살고있다.현재는직업이네개로,밤에는남편과대리운전을뛰고,낮에는틈틈이도보배달과전화알바등을한다.월평균수입은50만원이지만운동도되고부담없이언제든할수있는도보배달이좋다.
■ 20대지연씨역시엔잡러다.원래는일식집주방일을했으나심각한습진에걸려주방일을아예할수없게됐다.그때부터닥치는대로가능한일들을전전해온지연씨는이제어느정도엔잡러의삶에적응한상태다.지금은매일저녁6시부터10시까지콜센터일을해야하기때문에그전에할수있는일로도보배달을하고있다.지연씨는자신이할수있는시간에만일할수있는도보배달이만족스럽다.
■ 대리기사현정씨는20년가까이대리일을한베테랑이다.플랫폼이전과이후를모두경험한그녀는여러가지면에서플랫폼을통해일하는지금이더좋다.출퇴근강요가없을뿐아니라업체홍보같이불필요한일을안해도되고무엇보다깜깜이콜을받을필요없이원하는콜을선택할수있기때문이다.물론앱에도규칙은있어서콜을취소하면화면을30분간블라인드처리하는등의페널티가있고,단가가더낮아진점이마음에걸리지만적어도이전에겪었던업체의갑질은사라졌다고생각한다.
■ 청소앱노동자선향씨는전에도파출부일이나식당일을인력사무소를통해했던중국동포다.그녀에겐플랫폼이더좋냐는질문이의미가없다.그녀는그저코로나이후나갈수없게된식당대신생계를위해플랫폼가사일을택했을뿐이다.

그간배달일을기자들이직접체험한기사와책들은많았다.이책에도두기자의생생한직접체험기가담겨있다.하지만그런초보배달원으로서의“미련한”경험들을뒤로하고두기자는당사자들에게다가간다.이책의미덕은,거대한플랫폼경제의구성요소들을조목조목짚어내면서도그것이이런사람들의삶하나하나를밑거름으로성장해왔다는점을놓치지않는데있다.
정수와지연씨,현정씨에게플랫폼이‘좋은’것은그들의아르바이트경험이나업체의갑질이있었기때문이다.연두씨가수입이얼마되지않는데도도보배달이좋다고하는것은자신의꿈이있기때문이다.‘철가방’으로불리기도했던배달노동자들은이제‘라이더’라불리고법적지위는‘사장님’이되었지만,누군가는한가지일로는생활이불가능해서,누군가는다른직업이있지만돈벌이가되지않아서,누군가는수천만원의대출을갚을길이없어서,또누군가는적은월급받아가며이리치이고저리치이는삶이싫어서플랫폼노동자가되었다.내한몸건사할만한직장하나갖기힘든사회,단내나는노동을열정과노력으로포장하는사회,그렇게열심히일해도한치도나아지지않는현실을버텨야하는이들의땀방울을플랫폼기업은먹고자라고있었음을이책은잘보여준다.

╂ 플랫폼의혁신,일하는사람의관점에서바라본다면?
오늘날플랫폼기업의마케팅은유머와센스가넘치고,플랫폼기업의리더,소위‘의장’들은수평적기업문화를내세우며강연을하러다니며,다양한통로를통해문화적으로도힙한시도들을한다.그리고사람들은소비자로서누리게된새로운편리뿐만아니라바로이런점들을‘혁신’이라말하며열광한다.
하지만이책의저자들은이와같은혁신들에가려보이지않던플랫폼기업들의진짜혁신을일하는사람들의관점에서다시쓴다.인공지능의도입을통한노동효율성의향상은이들이이룬가장대표적인혁신이다.배달에AI방식을제일처음도입한중국의경우,알고리즘의도입이후3킬로미터거리에소요되던배달시간이1시간에서28분까지줄어들었고,1인이최대12건의배달을동시에할당받을수있게되었다(2020년2월배민이배차시스템에처음으로인공지능기술을도입한이후배달시간은26퍼센트감소했다).기록적인폭우속에서도강혜인기자의핸드폰화면을뒤덮은것은집중호우속보알림과“우천할증연장!”이라는쿠팡이츠가라이더에게보내는알림이었다는사실은,인공지능알고리즘의가차없음을잘보여준다.
무엇보다가장큰혁신은1,2차노동시장에서밀려난사람들을‘사장’이라불리는특고로만들어놓고일이없을때발생하는경제적부담,노동력재생산비용,산재가발생할경우져야하는기업의부담등을모두개인이지게만든데있다.

╂ 금융자본주의하에서최대부를거머쥔플랫폼기업
2017년다보스포럼에서발표된「90퍼센트를위한경제」보고서에따르면전세계에서단8명이36억명의재산과같은규모의부를소유하고있다.흥미로운점은그8명중3명이플랫폼기업오너들이라는것이다.아마존의제프베조스,페이스북의마크저커버그,오라클의래리앨리슨이그들.2021년,베조스는1위가되었고구글공동창업주2인이순위안에새로진입했다.
하지만신기한점은아마존의적자는지금도계속되고있다는것.이는아마존의카피캣쿠팡도마찬가지다.쿠팡의경우2021년1분기까지총누적적자액은4조5000억에달했다.그럼에도쿠팡은뉴욕증권거래소상장에성공했는데,이후쿠팡의기업가치는삼성에이어2위가되었고,김범석의장의주식가치는한때10조5243억까지치솟았다.
플랫폼기업들의고질적적자가독점이라는장기이익을목표로한공격적인초기투자와마케팅비용때문이라는것은이미잘알려진사실.이책은이외에도플랫폼기업들이추구하는각종탈세방법과기존의법과규제로부터빠져나가는방법들을다양하게분석한다.

╂ 오멜라스를떠나는사람들
어슐러르귄의단편「오멜라스를떠나는사람들」에는한아이의비극에의해유지되는‘행복한사람들의사회’,오멜라스가등장한다.오멜라스사람들은이비극을알면서도자신들의행복을위해묵인한다.
누군가는이불속에서핸드폰하나들고끼니부터생수까지온갖것을주문하지만또누군가는새벽배송을위해어둠을뚫고달리는사회.우리는저렴한지하철요금과전기요금을편하게누리지만그혜택뒤에는구의역김군과발전소김용균씨가있었다.모두가누리는편리의이면에누군가의노동이부당한값으로거래되는‘불의’가존재한다면우리는어떤선택을할까?쌓여가는플라스틱쓰레기,독점이후점점오르는배달료,자영업자의몰락이현실화되고있는지금,과연우리는어떤세상을만들것인가?우리는오멜라스를떠나는사람이될수있을까?두기자는마지막질문을우리모두에게던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