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을 참다 : 코로나 시대 우리 일

숨을 참다 : 코로나 시대 우리 일

$17.22
저자

김종진,박내현,박점규,박혜리,변정윤

일하는시민연구소소장및유니온센터이사장.불안정노동,노동시간,감정노동,정의로운전환등다양한노동문제를정책화하고실천적으로사회의제화하는데관심을두고활동하고있다.현재국가인권위원회사회권전문위원,한국산업노동학회운영위원,[한겨레]열린독자편집위원을맡고있다.주요저서로는《노동자의시간은저절로흐르지않는다》,《숨을참다》등이있다.

목차

서문:사라진책임들에대하여/송경동7
관계자외출입금지:방과후강사의일/박내현15
마스크가하지못한일:콜센터상담사의일/희정35
달라진것은없다:요양보호사의일/희정55
비행기가뜨기까지:공항지상조업사의일/변정윤75
길을잃다:버스기사와여행사직원의일/박점규91
어느쓸쓸한노동에대하여:식당에서의일/시야111
스물다섯,아르바이트라는일/박혜리131
나의무해함을증명합니다:원어민강사의일/정윤영151
우리가일터에서만난다는것:장애인보호작업장에서의일/정창조169
코로나라는참좋은구실:호텔에서의일/연정191
숨을참는시간:연극인의일/하명희225

현장분석
재난은모두에게똑같지않다:코로나가알려준우리의노동현실/정슬기247
코로나19와노동법의과제:정의롭고안전한일터를위하여/이다혜273
코로나19고용정책국제비교/이병희299

포스트코로나,노동과복지의방향:제도의지체와사회적실천의상상력/김종진319

출판사 서평

팬데믹2년,불안정노동자들의일과삶을담은르포열한편을묶었다.특고?비정규직?초단시간근로자등팬데믹이전부터법의테두리바깥에존재하던이들이재난상황에서도휴직급여나실업급여는물론,정부의각종지원금으로부터도소외된채,월수입0원의삶을버텨낸기록들이다.
직장갑질119와길동무의기획으로모인11인의작가들은이르포들을통해지난2년간,국가와기업은무엇을했고또하지않았는지,팬데믹은누구에게이득을가져다주었고누구에게고통을주었는지,안정과복지는누구에게분배되었고누구를제외했는지,아파도일하지않기위해필요한것은무엇인지등코로나이후우리가제기해야할질문들을정확한곳에던진다.
책의말미에는코로나시기고통이어떻게분배되었는지를보여주는통계들과코로나이전의한국노동시장의균열로문제의원인을거슬러올라가분석한연구자4인의글을같이실어양적?실증적분석을더했다.
14인의저자들은코로나라는특수한재난상황이아닌,그보다훨씬이전부터우리가만들어온이사회의문제들이코로나를계기로한층심화되었음을한목소리로이야기한다.

○마스크가하지못한일
∥국가와기업은무엇을했고/하지않았는가

에이스손해보험집단감염사태에도불구하고재택근무시행을하루이틀미루던미선씨의회사는,6개월뒤콜센터업계에또다시집단감염이발생하자그제야부랴부랴재택용노트북을마련했다.사무공간재배치,연차휴가보장,유급병가제도화,환기시설추가설치,재택근무자비율유지등일하는사람의공간을넓히는모든방법은마스크만으로할수있는일이아니었다.(52쪽)

“요즘내가방크기가두배야.”그는방문요양을갈때마다개인수건,물컵,고무장갑,슬리퍼부터손세정제,물티슈,휴지,핸드크림까지자신의몸이닿는것은모두챙겨간다고했다.어르신이나그가족들이물품을같이사용하는것을불편해하기때문이었다.(67쪽)

정부가발표한각종거리두기조치들은식당과카페,공공장소등에서강제력을발휘하며철저히지켜졌다.하지만정작우리가대부분의시간을보내는일터에서는어땠을까?희정은2020년3월,대규모집단감염사태로졸지에“닭장”으로불리게된이후에도1년이지나도록크게달라지지않은콜센터노동자들의일터를살핀다.직장갑질119의조사에따르면,집단감염이후에도콜센터들에서동료와의간격이1미터이상유지되고있는곳은25퍼센트에불과했으며,기껏해야마스크지급과환기같은조치만이루어졌을뿐시차출퇴근제등을활용했다고응답한비율은27.4퍼센트에불과했다.또요양을갈때마다고무장갑부터물컵까지자신의몸이닿는모든걸챙겨다니며‘방역’에신경을쓰는요양보호사들의이야기는불안정노동자들이일터에서방역의책임까지개인의몫으로감당해야했음을증언한다.
일터에서거리두기가효과를발휘하기위해필요한것은공간만이아니다.휴게시간?유급병가같은,공간적거리두기에상응하는시간적거리두기조치가이루어져야한다.정부의방역정책에서그비용과책임을누가부담할것인가는빠져있었고,불안정한일터에서이는결국개개인의몫이되었다.

○코로나라는좋은구실

여행업1위인하나투어는2021년1월,직원절반인900명에게권고사직을통보했다.하나투어는2020년,정부로부터200억원의고용유지지원금을받았다.지원금을받은뒤한달안에직원을해고하면고용유지의무위반인데,이를피해2개월후인2021년1월,사실상의해고를했다.업계2위인모두투어는2021년9월까지고용을유지하겠다는약속을깨고,전체직원1000명중400여명을권고사직?희망퇴직등의방식으로구조조정했다.(106쪽)

2020년4월,대형항공사두곳에수혈된돈은2조9000억원에달했다.이외에도정부는특별고용지원업종지정등을통해유급휴직지원에나섰다.하지만?비행기가뜨기까지?에등장하는지상조업사나여행사직원에서부터?코로나라는참좋은구실?에등장하는호텔노동자들에이르기까지이책의불안정노동자들은“코로나로인한긴박한경영상의이유”를명분으로한정리해고에대해증언한다.가장전형적인사례는제주칼호텔이다.칼호텔노동자들은“해외여행이차단된상태에서”유례없는“사계절성수기”를유지하고있는상황에서도코로나이후임금동결과지급유예에동의했다.하지만이곳의컨시어지최영훈씨는호텔매각소식을뉴스를보고알게된다.칼호텔은그제야매각사실을인정하면서정규직35명을제외한전원해고를이야기한다.일각에서는한진그룹조원태회장이아시아나인수자금을마련하기위한것이라고들하지만매각의공식적명분은“코로나로인한매출감소”였다.
이와같은해고는일자리를잃은이들뿐만아니라“운좋게”일터에남은이들에게도영향을미친다.데이케어센터에근무하는요양보호사나카페아르바이트노동자들,식당노동자들,원어민강사제임스등은모두코로나가한창일때줄어들었던일감이점차회복되었으나이미내보낸인력이보충되지않고격무에시달리는상황을증언한다.이는코로나가다시한번누구에게이득이되었는지묻게한다.

○안정과복지는누구에게어떻게분배되었나

“회사는조금도손해보려하지않아요.”바이러스로부터자신들을지켜주는건지급받은마스크가전부였다.그럼에도감염되면동료들에게“죄인”이된다는마음으로몸을사렸다.이런상담사들의동료애덕분에콜센터업체와원청기업은이팬데믹속에서도경제적손실을겪지않았다.2020년3월,집단감염사태를겪은에이스손해보험의그해순이익증가율은13퍼센트로액수로는478억원에달한다.다소손해를보았다는콜센터외주업체의순이익마저170억원을웃돈다.집단감염이발생하자원청기업과콜센터업체는신속하게“차질없는업무수행”을결정했다.자가격리된비확진자상담사들에게노트북이지급됐다.회사가얻은수백억단위의순이익은,확진자들이한달이상입원하며극심한불안과고통에시달리는동안자가격리?재택근무를통해그빈자리를메운동료들의격무가일궈낸성과였다.(50-51쪽)

“일있으면연락줄게”그게참무서운말인것같아요.이러지도못하고저러지도못하게만들잖아요.

무급휴직도퇴사도아닌상태가이어졌다.정규직은코로나19초기,정부고용유지지원금을통해유급휴직을받고무급휴직,연차등을쓰면서고용을유지했다.하지만비정규직,특히간접고용노동자와일용직노동자들은무급휴직에대한고려조차없이코로나가유행하기시작하자마자가장먼저일자리를잃었고실업급여도받을수없었다.2019년3월부터2020년9월사이호텔노동자네명중한명이직장을잃었다.하지만호텔정규직도아니고외주업체소속도아닌지선씨의사례는이통계에없다.(197쪽)

정부는고용유지지원금을통해사업주가근로자에게휴업수당을지급한경우최대90퍼센트까지지원해주는정책을실시했다.총14개업종이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지정돼혜택을받았고,항공업?여행업등은최대300일간유급휴직지원을받을수있었다.하지만이는고용보험에가입돼있지않은이들이나파견업체직원들에겐아무런실효성이없었다.사용자가근로자에게먼저임금을지급하고나중에이를정부로부터돌려받는식이었고,10퍼센트는결국사용자부담이되는상황이었기때문에파견업체입장에서는휴업수당을지급하면서까지인력을유지해서얻을게없는상황이었던것이다.
박점규가다룬버스지입기사성진씨의경우,고용보험에가입돼있지않아아예지원대상조차될수없었던경우다.또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선정돼휴업수당을받았던여행사직원정욱씨의경우에도,기존월급의절반밖에되지않는수입때문에매달150만원씩적자가나는상황이지속되자배달,노가다등일용직일터에뛰어든다.휴업기간에는다른곳에취직할수없기때문에4대보험이안되는일자리를구해야하는것.이는이책에등장하는대부분이월수입0원혹은마이너스를극복하는방법이었다.
고용유지지원금을받고(정부가제한한1개월을넘어서)2개월후에해고를단행한대형여행사들도있다.더최악은대형여행사들의대리점직원들은대개가위탁계약자로여행객을유치하면수수료를받는식으로운영돼왔고,5인미만사업장도많아서휴업수당을안줘도되는경우가많다는것이다.또여행가이드들의경우모두프리랜서라실직상태임에도휴업수당도실업급여도받을수없었다.
원어민강사제임스나식당주방에서일하는중국인미등록이주노동자장밍즈씨는외국인으로서겪는또다른소외를증언한다.장밍즈씨는늘한국인이나중국교포보다더궂은일을도맡아하면서도최저임금이안되는임금을받고있지만한국말이서툴러하소연한마디제대로못한다.원어민강사제임스는7명의전임강사가모두떠난자리를혼자남아감당하며“해고보다과로가낫다”는생각으로버텼지만3개월간은아예수입이0인상태로굶고산적도있었다.문제는그의비자가다른데취직이불가능한E2비자라는것.하지만그는전국민재난지원금은물론외국인을포함시킨(하지만영주권자나결혼이민자만포함됐다)경기도민재난지원금에서도배제됐다.게다가이들을향한혐오는점점더노골화돼“손씻었냐”“게이냐”하는혐오발언들을들어야했고,마스크가조금만내려와도욕설과삿대질에시달리고,편의점앞에서음료수만마셔도신고당하는일상을감내해야했다.
스물다섯아르바이트노동자들은초단시간근로자로서겪는또다른불안정을증언한다.이태원음식점에서파트타이머로일하는보현씨는근무시간이줄어들면서월급이30,40만원밖에안되는날들이이어진다.예측불가능한노동시간과매달바뀌는월급도힘들었지만가장문제는건강.가게를찾는손님이다시늘어났는데도인력은추가되지않았고,환기안되는주방에서젖은마스크를쓰고격무에시달리다아토피증상이더심각해졌다.그는결국월급대부분을피부과,정신과에갖다주는상황을견디다못해일을그만둔다.사람들은‘알바’를용돈벌이라생각하지만2020년조사에따르면42.4퍼센트가생계유지를위한것이라답했다.
이와같은현상들은코로나이전부터심각하게균열돼있었던한국의노동시장구조때문이라고“현장분석”의저자들은말한다.재난상황에서사회가보호하는대상은이전에도상대적으로안정적고용과임금을보장받고있던이들에국한되었고,불안정한고용상태에있는이들은보호받지못한채안전망밖으로밀려났다.코로나시기소득감소를경험한정규직은17~19.3퍼센트인데비해,비정규직(임시직,일용직,시간제아르바이트,파견용역,하청,프리랜서,특고)은52.8~66.3퍼센트에달했고,실직을경험한비정규직가운데실업급여를받은이들은코로나2년내내20퍼센트수준에그쳤다.

○고립속에서찾은만남과돌봄의의미

“걱정이라고표현하는게맞겠죠.”이들이위험과낮은처우를감수하는까닭은오직‘을’이기때문만은아니다.“나죽을때까지떠나면안돼”라고말하는어르신의손을놓기어려운것이다.이런돌보는자의인간적감정은주변에아무것도없기때문에생겨나는감정이다.자신말고는저사람을돌볼사람이없다.동시에돌봄을하는자신역시국가로부터그어떤보호도받지못한다.그렇게돌봄노동자는‘을’이자‘구원자’로서어르신에게간다.(72쪽)

‘만남’은은호씨에게정말로소중한것이었다.만남을갖지못한다는사실에비하면,휴업수당따위는그에게딱히중요치않았다.(181쪽)

우린이게생업인데,이런시기에굳이공연을해야겠니,하는그런시선이힘들어요.식당주인한테지금이런상황인데굳이식당문을열어야겠니,그러진않잖아요.(235쪽)

정창조의?우리가일터에서만난다는것?의주인공은호씨는발달장애인으로서비대면일상을살아야했던어려움을또다른측면에서증언한다.장애인보호작업장에서하루6시간,주4일을일하며비닐포장40개를담당하는은호씨의월급은22만원.최저임금을받는다고가정했을때임금은83만원이어야하지만근로능력이현저히낮은장애인의경우고용노동부인가로최저임금을지불하지않아도되기때문이다.하지만은호씨는이런상황에불만이없다.오히려그는코로나때문에공장에나가지못하게된것이너무아쉽다.임금때문이아니다.그가그토록공장에나가고싶은건그래야사람을만날수있고“즐겁게”살수있기때문이다.
희정의글에등장하는요양보호사들역시우리가서로에게의존하는삶의가치를증언한다.희정은코로나확진판정을받은어르신의집을다시찾는요양보호사나확진자로서격리시설에수용된장애인과같이격리되고싶어하는활동가들의마음을짚어내며우리가“예측불가능한하루하루를고립과거리두기,마스크로버텨내고있는것처럼보이지만실은누군가의노동과돌봄에의지하고있는덕분”임을강조한다.
마지막?숨을참는시간?에등장하는연극인들은실제무대에서만느낄수있는관객과의상호작용과즉흥적으로생겨나는호흡에대해이야기하면서“숨을참아온”또다른의미에대해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