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이론을 위한 서설 (50주년 기념 증보판)

민주주의 이론을 위한 서설 (50주년 기념 증보판)

$17.00
Description
현실로서의 현대 민주주의는 18세기 말부터 시작되어 왔다고 볼 수 있지만, 적어도 정치학 영역에서 이론으로서의 민주주의, 즉 민주주의 이론(democratic theory)이 출현한 것은 1950년대 중반이었다. 〈민주주의 이론을 위한 서설〉은 민주주의 ‘이론’이 존재하지 않았던 시대에 이론화를 시도했던 ‘고전 중의 고전’이며, 로버트 달이 2014년 향년 98세로 타계할 때까지 평생 민주주의 이론가로 살게 되는, 그 첫발을 내디딘 책이다.
로버트 달은 두 개의 전선, 즉 매디슨주의적 민주주의와 민중 민주주의를 놓고, 둘 모두 현실의 민주주의, 작동 가능한 민주주의가 될 수 없다고 차분히 논증한다. 전자는 다수는 소수를 억압하기 마련이고 따라서 이를 막기 위한 헌법적?법률적?제도적 견제 장치가 바로 민주주의라는 주장이며, 후자는 정치적 평등이 절대 가치이며, 따라서 다수의 지배가 절대적으로 보장되는 것이야말로 민주주의라는 주장이다. 이 두 민주주의관은 어쩌면 지금 우리에게도 발견할 수 있을 텐데, 로버트 달은 이 두 민주주의 모두 현실의 민주주의, 작동 가능한 민주주의가 될 수 없다고 주장하며, 민주주의 이상에도 가깝고 현실에서도 작동 가능한 민주주의를 탐색한다. 그에 따르면 사회에는 여러 요구들과 사회집단들이 존재하며, 그 사이의 힘의 균형이 중요하다는 것, 즉 현실에서 다수는 실존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소수들의 연합, 상호 견제를 통해 형성되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다두정, 폴리아키(polyarchy)다.
저자

로버트달

RobertA.Dahl
1915년미국아이오와주에서태어나,1940년예일대학교에서“사회주의프로그램과민주정치사이의양립가능성”이라는주제로박사학위를받았다.1946년부터1986년은퇴할때까지예일대학교정치학과에서민주주의에대한연구와집필에매진했고,특히1964년에는예일대학교에서수여하는가장명예로운스털링교수직에올랐다.명예교수로은퇴한이후에도2014년타계할때까지활발한저술활동을펼치며민주주의에대한고민을내려놓지않았다.대표저작으로는『누가통치하는가?』(1961),『폴리아키』(1971),『다원민주주의의딜레마』(1982),『경제민주주의에관하여』(1986),『민주주의와그비판자들』(1989),『미국헌법과민주주의』(2001),「정치적평등에관하여」(2007)등이있다.

목차

증보판에붙여
서론
1.매디슨주의적민주주의
2.민중민주주의
3.다두제민주주의
4.평등,다양성,강도
5.미국식혼합체제

증보판서문:[민주주의이론을위한서설]에대한몇가지생각들
증보판후기:매디슨주의적민주주의의재평가
옮긴이의글
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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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정치학에서민주주의이론을최초로다룬학자
현실로서의현대민주주의는18세기말(1787년미국헌법)부터시작되어왔다고볼수있지만,적어도정치학영역에서이론으로서의민주주의,즉민주주의이론(democratictheory)는1950년대중반에처음출현했는데,정치학영역에서민주주의이론을사실상최초로다룬사람이바로로버트달이라고할수있다.로버트달은민주주의이론을처음다루면서그영역이매우넓기때문에자신은서론까지만작업해보겠다는의미에서제목에‘서설’(preface)을붙였다.그러나지금도민주주의를원류로부터이해하고자한다면,민주주의의고전인이책을읽을필요가있다.
그전까지민주주의는대게정치철학이나규범론적으로접근되었다.유럽에서도혁명이있었지만그것은대부분입헌군주정혹은군주정의경계안에있었다.반면매디슨은사실상현실의민주주의,민주주의에가까운헌법을설계한사람이라는점에서로버트달은매디슨에서부터이야기를시작한다.매디슨의정치론은자의정,전제정을막기위한것이었는데,달은그의도가과도해서민주주의론으로는편협하다는점을지적한다.그는두개의전선,즉매디슨주의적민주주의와민중민주주의를놓고,둘모두현실의민주주의,작동가능한민주주의가될수없다는것을말하고,민주주의이상에도가깝고현실에서도작동가능한민주주의를탐색한다.그것이다두정(polyarchy)이다.

다두정:다수는실존하는것이아니라형성되는것,소수들의연합
로버트달에따르면,다두정은다수의지배를긍정한다.시민다수가정당성의기초인것은틀림없지만매디슨주의가가정하는‘다수의폭정’은불가능한데,그것은다수가하나의균질한존재가아니고,여러소수들로이루어졌기때문이며,따라서‘다수의폭정’이라는전제는그자체가틀린것이다.반대로민중민주주의는,다수자체를과도하게이상화하며,현실에서다수란존재하지않는다.중요한것은여러소수들로부터다수를형성하는것인데,이것을달은다두정이라고부른다.다수는실존하는것이아니라형성되는것이며,여러소수들의연합,상호견제를통해형성되는것이다.사회에는여러요구들과사회집단들이존재하며,그사이의힘의균형이중요하다는것,즉엄밀하게말하면사회자체가하나의다수계급으로존재하지않는다는것,수많은계급관계들이존재한다는것을지적한다.

증보판의의미:매디슨주의적민주주의와,그것을비판했던사람과의역사적화해
이책은민주주의의영원한문제를다루고있지만,순수이론으로다루는것이아니라이론의현실적타당성을늘강조한다는장점이있다.로버트달은이론적주장만하는것이아니라,자기나라의사례를가지고민주주의론을테스트해가며,현실에서견딜수있는것인가를계속입증하는학자다.그것이이증보판을번역해출간하는것의가치다.후기가중요한데,로버트달은1956년도에출간한초판의주장에서오류를과감하게인정하고있다.많은학자들은달을포스트매디슨주의자라고부르는데,후기에서달은이를적극적으로인정했다.증보판은매디슨주의적민주주의와,그것을비판했던사람과의역사적화해라고할수있다.18세기말의매디슨이상당히진보적이었다는것을인정하게된것도흥미롭다.오래전찬사받는글을쓰고상도받은학자가자기수정을행할용기,다른생각들을적극적으로평가하는자세는민주주의자로서의면모를잘보여준다.


다수의지배를의미하는민주주의정부에서왜다수의요구가항상관철되지않는가?
_이하역자후기에서
미국인의여론을장기간에걸쳐관찰하고있는여론조사들을보면대체로미국인의압도적다수가총기소유에대한정부의강력한규제정책을오랫동안선호해왔음을공통적으로보여준다.총기소유가헌법에보장된권리이기는하나,학교총격사건을비롯한비극적인총기관련사건들이너무빈번하다보니,헌법상의권리를침해하지않는범위내에서정부가총기구매나사용에제한을가해야한다는주장은언제나미국인다수의지지를받고있다.하지만연방정부나대다수주정부의실제총기관련정책들은이런여론의요구에전혀미치지못하는수준이다.
왜미국정부는미국인다수가원하는정책을실행하지않는가?좀더일반적으로얘기하자면,다수의지배를의미하는민주주의정부에서왜다수의요구가항상관철되지않는가?이책은민주주의에관해우리가흔히갖는이런의문이나고민에대한뛰어난길잡이가되어준다.

민주주의이론의고전중의고전
이책은20세기가낳은최고의민주주의이론가로버트달이1956년에발표한책APrefacetoDemocraticTheory의발간50년을기념해2006년출간된증보판을번역한것이다.저자는이책으로이미1989년에미국정치학회가선정하는벤저민에반스리핀콧BenjaminEvansLippincott상을받은바있다.이상은살아있는정치이론가중에서고전이될저술을낸사람에게수여되는데,그기준은출간된지15년이상이지난후에도계속중대한저술로평가되어야한다는것이다.그런데50년이지난시점에다시증보판이나왔다는것은,15년을넘어50년이지난시점에서도,나아가향후50년뒤에도여전히읽힐민주주의이론의고전임을뜻한다고할수있겠다.
저자인로버트달은1946년예일대학교정치학과에서학생들을가르치기시작한이래정치학자로서화려한경력을쌓았다.1964년예일대학교최고의영예인스털링교수직에올랐고,1966년미국정치학회회장으로선출되었으며,1972년미국국립학술원회원으로선임되었다.1986년은퇴한후명예교수로재직하면서도연구와저작활동을멈추지않았는데,그평생의공로로1995년에정치학계의노벨상인요한쉬테정치학상TheJohanSkyttePrizeinPoliticalScience의제1회수상자가되었다.
2014년향년98세로타계할때까지로버트달이끈질기게연구하고옹호한주제가바로민주주의다.평생민주주의이론가로살게될지자신도몰랐었다고이책의증보판서문에서고백하는저자가민주주의이론가로첫발을내디딘것이바로이책,「민주주의이론을위한서설」이다.많은이들이민주주의를얘기하고있으나민주주의와관련된질문들에누구나만족할수있는답변을제공하는이론이아직존재하지않는다는아쉬움을저자는서론에서밝히고있다.이를테면옮긴이가서두에서거론했던,총기규제에대한다수의여론과실제정책사이의괴리처럼우리가현실민주주의에서갖게되는의문을민주주의이론은어떻게학문적으로,또현실적으로탐구할수있을까?

두가지전선:매디슨주의적민주주의와민중민주주의
저자는민주주의를이해하는데흔히사용되는두가지논리를검토하고각각의이론적?실제적약점에대해논한다.첫째는매디슨주의적민주주의인데이는,다수는소수를억압하기마련이고따라서이를막기위한헌법적?법률적?제도적견제장치가바로민주주의라는주장이다.저자는이는민주주의를헌법이나법률,혹은정부운영에만연결시키는좁은사고틀이라고비판하며,민주주의는정치영역을넘어서사회전체에서충족되어야할조건들이라고주장한다.저자의비판을받는또다른논리는민중민주주의인데,이는정치적평등이절대가치이며,따라서다수의지배가절대적으로보장되는것이야말로민주주의라는주장이다.저자는이런식의규범적주장이현실정치에는도움이될수없음을여러방식으로보여주는데,예컨대강력한선호를가진소수집단이약한선호를가진다수를제치고정책을좌지우지하는상황이현실정치에서는흔하다는것이다.누가수적으로우세한가는물론중요하지만,때로는선호의강도가현실에서는더결정적일수도있는데,이는강력한선호가더활발한정치활동이나더많은정치기부금과같은더큰정치적영향력으로이어지기때문이다.
저자는앞서의논리들처럼최대화되어야할정치적목적에초점을맞추는대신,현실의민주적조직들이공통으로가진실제특성들에관심을갖자고제안한다.그렇게할때,이런특성들이얼마나충족되어있는지에따라어떤정체polity가민주주의인지아닌지,어느정도민주적인지를평가할수있기때문이다.이를저자는다두제정민주주의라부르는데,민주주의적질서를가능하게하는사회적전제조건들의충족여부가핵심이다.이상의모든논의를종합해저자는미국정치를평가해보는데,그의주장은다음과같이요약할수있다.전반적으로미국은중요한가치에대해대다수국민이합의하고있어서구체적인정책에대한논쟁이나그결론이이런기본적인합의의범위안에서이루어진다.그리고규범이나가치에대한이런높은수준의합의덕분에설사다수의이익에부합하는정책조차소수의이익을완전히침해하지않으며그런의미에서소수는보호받는다고할수있다.
저자는이책에서내놓은개념들과이론틀을다듬어민주주의를더욱본격적으로연구했는데,예를들어1961년에출간한「누가통치하는가?」는다수나소수어느쪽이지배해야하는가에대한이론적논의를넘어실제현실에서정치적권력과영향력을누가소유하고행사하는지를실증적으로살펴보았다.또한1971년출간된「폴리아키」에서저자는,민주주의를우리가목표로삼아야할이념형이라고할때그목표에도달하는과정인민주화의진척정도를경험적으로평가하거나결과적으로어떤정치체제가민주주의인지아닌지를평가하기위한구체적지표로서‘폴리아키’(이책에서역자는다두제,다두제정등으로번역했다)라는개념을창안했다.1980년대이후로는현대민주주의에위협을가하는기업권력이나불평등처럼구체적사안에대한비판을담은저서들을계속내놓았다.

증보판
영문증보판에는1991년과2005년에그가학술지에기고한두편의글이추가되어있다.한편은“「민주주의이론을위한서설」에대한몇가지생각들”이고,다른글은“제임스매디슨,공화주의자인가민주주의자인가?”이다.증보판은이논문두편을서문과후기로배치했는데,이번한글번역본에서는이를모두본문의뒤로배치했다.1956년에출간한원문그대로를먼저읽고난후,나중에추가된글을읽는것이이책을처음접하는국내독자들을위해서는훨씬유익하다고판단했기때문이다.
이책이처음출간되었을때한서평은이책이일반인보다는사회과학전문가에게더적합하다고평가했다.민주주의이론이라는용어조차당시널리사용되고있지않았다는저자의이야기처럼,이책이검토하고제기한문제의식들은대부분의사람들에게생경하게들렸을법하다.또한저자가이책에서시도하는분석방식도제법과학적이고분석적이어서더욱그런평가를받았을터이다.하지만오늘의독자에게는이책이지나치게새롭다거나어렵다고느껴지지않으리라옮긴이는생각한다.이는저자의바람대로이책이출간된이후민주주의이론이사회과학의주요연구분야로자리잡았고,그결과우리는이책의문제의식이나핵심주제들을직간접적으로이미많이접해왔기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