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도시생활자의 서울 산책

가난한 도시생활자의 서울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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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ㆍ 13년차 반빈곤활동가가 삶의 터전에서 쫓겨난 이들과 함께 싸우며 쌓아올린 기록
ㆍ 차가운 세상을 헤쳐나간 따뜻하고 용감한 사람들의 이야기
ㆍ 서울은 누구를 남기고 누구를 쫓아내는가
ㆍ 아파트숲과 빌딩숲이 지운 가난의 자리에 남는 것은 무엇인가
ㆍ 우리는 어떤 도시의 어떤 시민, 어떤 이웃이 될 것인가

서울에서 빈곤이 사라지고 있다. 예전에는 달동네, 판자촌 같은 공간이 공존했지만 이제 빌딩숲 속에 숨은 손바닥만 한 쪽방촌이나 재개발을 앞둔 공가 투성이의 마을, 그리고 기초생활수급자의 죽음 같은 모습으로만 빈곤은 간헐적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서울은 곳곳의 공원과 대단지 아파트들, 초고층 빌딩들로 점점 화려해지고 있고, 10억을 호가하는 아파트들로 이루어진 주거 지역들은 비슷한 소득과 비슷한 지위의 사람들을 모아 놓은 공간으로 빈민이 들어설 자리는 없다. 그렇다면 과연 빈곤은 사라진 것일까?
반빈곤활동가 김윤영은 정체 모를 이름의 아파트들과 초고층 빌딩들로 채워져 가는 도시 서울에서 그것이 지워 버린 것들이 무엇인지 질문하며 자신이 12년간 함께해 온 철거민, 노점상, 홈리스, 장애인들의 이야기를 불러와 작은 골목과 상점들, 그리고 거기서 쫓겨난 평범한 서민들의 삶을 되살려 낸다. 저자는 도시 빈민과 함께 싸워 온 활동가일 뿐만 아니라 작은 골목을 기웃거리는 산책자이자 다정한 이웃이 되어 “가난의 얼굴”로 타자화되어 왔던 철거민, 홈리스, 노점상들이 실은 하루아침에 거리로 나앉게 된 평범한 동료 시민이었음을 보여 준다. 이는 저자가 12년간 활동하면서 함께해 온 당사자들에 대한 직접 인터뷰와 거리에서 보고 겪은 일들, 그리고 싸우기 위해 쌓아온 자료들에 입각해 있다. 그가 만난 신계 강정희, 홍대 두리반 안종녀, 서울역 홈리스 정기영, 돈의동 쪽방촌 동선 아저씨, 잠실 포장마차 김영진 등의 이야기와 재개발 과정에 대한 생생한 기술은 지금 이 도시의 깔끔한 외관을 가차 없이 벗겨내고 그것이 가난한 세입자, 소상공인들을 얼마나 폭력적으로 몰아내며 형성된 것인지 깨닫게 해준다.

저자

김윤영

빈곤사회연대에서2010년부터활동하고있다.남의이야기를듣는것도좋아하고걷는것도좋아해서집회에나가행진하는일이제일즐겁다.가난한이들을동정이나혐오의시선으로바라보지않고,빈곤을만들어내는세계의구조를제대로바라볼수있다면,해결의실마리도찾을수있으리라믿는다.빈곤사회연대는철거민,노점상,장애인,홈리스,쪽방주민들과함께하는여러단체들의힘을잇고모으는일을한다.앞으로도그일에함께하고싶다.『죄송합니다,죄송합니다』,『시설사회』,『유언을만난세계』를함께썼다.

목차

들어가며8
첫번째산책경의선숲길1철거민강정희의기억15
두번째산책경의선숲길2젠트리피케이션이밀어낸것들37
세번째산책용산망루의기억59
네번째산책아현아현포차와박준경의기억85
다섯번째산책독립문사라진골목의기억105
여섯번째산책상계동올림픽이밀어낸자리121
일곱번째산책서울역홈리스의기억141
여덟번째산책청계천가난을걷어낸자리167
아홉번째산책광화문1842일,광장의기억187
열번째산책종로쪽방촌주민의기억213
열한번째산책잠실잠실포차김영진의기억229
나가며260

출판사 서평

#반빈곤활동가가만난거리의사람들1:노점상,철거민…평범한이웃의얼굴들
도시가새로워질때마다사라진사람들이있다.이책의각공간을살아있게하는것은무엇보다저자가높은빌딩과아파트들사이에서기억해낸사람들이다.경의선숲길주변의아파트단지들,용산의빌딩숲,‘마래푸’가들어선아현동에서반빈곤활동가김윤영은텐트를치고농성하던사람들,망루를짓고올라간사람들,빈집을옮겨다니며잠을청했던사람들을본다.모두도시재개발로하루아침에거리로나앉게된사람들이다.이들은보통‘철거민’이나‘노점상’같은이름으로불리며“자기땅도아닌데보상을해달라고떼쓰는사람”“세금도안내면서장사하는사람”으로비치곤하지만,김윤영이전해주는신계강정희,두리반안종녀,아현의박준경,잠실포차의김영진등의이야기는모두우리와같은평범한시민이각자의터전에서아둥바둥최선을다하며살았던삶들이다.
강정희는시골에서상경한부모님과함께신계동달동네에자리를잡았다.부엌창을열면,도원동철거민들이지은망루가보였지만그땐그게뭔지도몰랐고남의일로만알았다.이른나이에이혼하고혼자아이를키우는싱글맘이었던그녀에게신계동그곳은판자촌이라고부르기엔부족한정겨운이웃들과딸과함께한추억들이살아있는삶의터전이었다.하지만재개발이시작되면서하루아침에모든것이무너진다.철거용역들의위협을견디다못한이웃들이하나둘씩떠나고아랫집은자살했으며,자기집도외출한사이철거당했다.지금도그녀는그때빼앗긴세간살이가생각난다.그래서물건을잘못버리는습관도생겼고,오랜노숙농성탓에지금도깨보면앉아서선잠을자고있다.
어머니와함께300에20짜리아현동단층집에살던1981년생박준경은자신이살던곳이재개발구역이아닌재건축지역으로지정된탓에하루아침에아무런보상도없이거리로나앉게됐다.갈곳이없었던모자는이대로내쫓기지않기로결심했고,집에서쫓겨난이후빈집들을전전하며버텼다.그러나철거용역들역시포기하지않았다.11월30일,강제철거가금지되는동절기를하루앞두고그는결국빈집에서마저쫓겨났다.그리고나흘뒤물에빠진주검으로발견된다.박준경의장례가치러지던날각종개발관련사이트에는“세입자관련이슈”가해결돼퇴거절차가마무리되었으며곧착공에들어간다는속보가떴다.
지금은용산센트럴파크해링턴스퀘어라는이름의43층짜리주상복합건물이들어선곳은철거민5명과경찰1명의목숨을앗아간남일당망루가있던자리다.재개발인허가과정은이례적으로초고속으로이루어졌고,이로인해세입자들은개발이진행되는지도모르고있다가갑자기철거상황을맞닥뜨렸다.보상대책은이사비와3개월평균소득으로책정된휴업보상금뿐.그것으로는갈곳을찾을수없었던상인들은망루를짓고올라갔다.저자는폭력적인이미지로만재현돼온망루의철거민들이실은구청으로부터도거절당하고세상아무도자신들의이야기를들어주지않아그렇게밖에할수없었던힘없는평범한시민이었음을잘보여준다.이듬해법원은용산4구역의관리처분계획인가가절차상의문제로무효라판결했다.

이책의또다른주인공들은바로노점상들이다.노점상은오랫동안막다른곳에다다른이들의마지막생계로서기능해왔지만지독한편견의대상이기도했다.하지만저자가만난아현포차의상인들과잠실포차김영진의이야기는이들이20,30년간그자리를지키며우리의또다른이웃으로서그곳을가꿔왔음을보여준다.하지만30년넘게아현역앞을지켰던아현포차는마래푸주민의민원으로,또1989년부터21년간자리를지켰던잠실포차는123층짜리롯데월드타워의건설이결정되면서흔적도없이하루아침에사라져버린다.

#반빈곤활동가가만난거리의사람들2:홈리스,장애인…타자화된빈곤의얼굴들
이책은홈리스나장애인같은또다른도시생활자의눈으로광장이나역사驛舍같은서울의공적공간들을다시보는책이기도하다.서울역지근거리의사무실에서홈리스들과일상을공유해온저자는지하철운행이끝난새벽1시가돼서야잠을청할수있고,4시면역청소가시작돼일어나야하는잠자리와하수도에서올라오는모기를견뎌야하는여름과겨울,벽을보고앉아도뜨끈하게쏟아지는시선을견뎌야하는일상,그리고거리에누우면사람들의발소리가천둥소리처럼들리는등의노숙인의삶을자세히들려주는데,이는기차를이용하며스쳐지나가는승객이아닌,역을집삼은노숙인의입장에서서울역이라는공간을다시경험하게한다.또한때는방직공장을운영하던평범한시민이었으나지금은서울역인근텐트에사는정기영아저씨의이야기는노숙인을타자화된빈자의얼굴이아닌한때우리와같은평범한사람의모습으로다시보게한다.
하지만서울역은이들을끊임없이몰아내고있다.2004년문을연민자역사에대형마트와백화점이들어서고역사내역무시설의비중이16퍼센트로급감하면서이런경향은더욱가속화되기시작했다.또2010년말공항철도가개통되면서노숙인강제퇴거방침은공식화되었고,코로나19의유행이후이런구조조정은더욱심각해졌다.이제역사내노숙인들이세상사를접하던티브이에는광고화면만나오게되었고,의자위에쓸모없이달린손잡이,기둥아래문어발받침대,억지스럽게장식된화단,그리고시시때때로이루어지는물청소를통해이들은오늘도끊임없이거절당하는중이다.

#결코자연스럽지않은재개발의역사:합동재개발과철거폭력
이책은또한반빈곤운동에몸담아온저자가도시빈민을압박하는각종제도와법률들,그리고물리적폭력을당사자의입장에서생생하게재현해낸글이기도하다.2012년부터5년간광화문역을점거하고농성을벌인장애인들의이야기는부양의무제와장애등급제가어떻게많은이들을빈곤의늪에서헤어나오지못하게만드는지잘보여준다.또저자는상계동과도원동의재개발사를추적해1982년,정부가주택문제를해결하기위해도입한합동재개발방식(주민들이조합을결성해토지를제공하고건설업체가아파트를지어조합원에게배정한뒤나머지를일반에분양하는방식)이민간자본과토지소유주,대형건설업체에막대한이윤을안겨주는한편,“개발전조합의자진철거”방침으로철거폭력이공권력이아닌조합에의해직접적으로저질러지게해이를같은시민들간의싸움으로만들었음을폭로한다.지금도수많은아파트들이이같은방식으로지어지고있으며개발에반대하는사람들이강제로내쫓기고있다.또철거현장에용역업체가동원되며,경찰이수수방관함으로써공모하는상황도여전하다.마지막으로용산참사이후금지된동절기강제철거가오히려그직전의철거폭력을더격하게만들고있다는지적은,위와같은근본적인문제를해결하지않은채시시때때로도입되는정부의근시안적조치들이어떤결과를빚는지잘보여준다.

#노점상,홈리스,장애인을향한편견의논리:우리는어떤이웃,어떤시민이될것인가
이책에등장하는철거민,홈리스,장애인,노점상들을무엇보다힘들게하는것은동료시민들의편견어린시선이다.철거민들에게는흔히‘소유권’이없는자가분에맞지않는권리를달라고생떼를쓴다는비난이쏟아지고,노점상들에게는세금을내지않고자기것도아닌공간을점유하며불법적으로장사를한다는혐의가붙는다.하지만저자가보아온노점상들은남편과헤어진뒤먹고살길을찾다노점을차리게된여성,티브이브라운관을수리하다가더이상그걸로는먹고살수없어노점상이된초로의남성,기술이있어도취직할곳을찾을수없던장애인등이다.이제노점상들의모습은쉽게찾아보기힘들고서울시는이를성과로자랑한다.하지만저자는노점조차할수없게된이들이과연무엇으로먹고살고있을지되묻는다.
홈리스가견뎌야하는세간의편견과폭력들도이책은당사자의목소리를통해생생히들려준다.홈리스에대해사람들은일을하지않고술만먹는다,게으르다,노력하지않으며자립의지가없다고생각한다.하지만돈의동쪽방촌동선아저씨의이야기나서울역정기영씨의이야기는이들대부분이한번도쉬어본적이없을만큼열심히일해온이들이라는점,평생을최저임금만받으며살아왔다는것,그래서노동의욕이쉽게꺾일수밖에없는점,또이런편견과자괴감속에자포자기나알코올의존증에빠지는등의악순환을겪게된다는점을잘보여준다.
저자는이런이들의삶과목소리를다정한친구로서전하며,결국빈곤이란개인을“다양하게,총체적으로실패하게만드는것”으로서우리가빈곤한이들의어떤특성을볼때그것이빈곤의원인인지결과인지를다시생각해볼필요가있음을강조한다.일용직으로일하며쪽방과거리를오가던동선아저씨가수급신청을위해오랫동안보지않던부모를찾아갔다가거절당하고결국술로세월을보내다눕지도못한채세상을떠난가슴아픈이야기는그가마지막을살던돈의동쪽방촌의재개발소식으로끝이난다.그곳에밀집한쪽방과고시원,여인숙,그리고5000원짜리백반집들이없어지면거기살던주민들은과연어디로가게될까.

#가난을쫓아낸도시서울에서되살려낸것들:따뜻하고용감한사람들
하지만이책은무엇보다이들의역사를‘실패의역사’로그리지않는다.저자는쫓겨난사람들을기억하는게패배를기억하는일이아니라치열한싸움이있었음을기억하는일이며,도시가결코자연스럽게변하지않았다는증거임을강조한다.또신계철거민강정희가용산남일당상인들을대신해농성을하고,아현동박준경의죽음을듣고한걸음에달려와눈물짓는모습등은자기잇속만챙기는이들로가득한듯한세상에서도말없이곁을내어주는사람들이있음을보여주며따뜻한감동을안긴다.2012~17년까지5년간광화문농성을통해생겨난동료시민들의변화나철거용역에맞서서로욕을가르치며연대한아줌마들의이야기또한비관과냉소에빠지기쉬운상황에서도스스로문제를해결하기위해돌진하는사람들의용기를전해준다.저자는무엇보다이도시가“서로다른사람들이한공간에서마주치면서조율과타협의무수한시간을거치며공존의기술을배우는곳”이어야한다고강조한다.

#13년차반빈곤활동가김윤영의‘운동의이유’
:“내가할수있는가장수고스러운일을정성스럽게한다”
이책의저자김윤영은학생운동을하다활동가의길로들어섰다.스물다섯살때이불한채와옷만들고무작정집을나와친구집에얹혀살기시작했다.그때부터부모로부터독립해알바를하고최소한의소비만하고살았다.짧게는3년,길게봐야5년을생각하고들어온곳이지만“어영부영”일하다보니12년이넘었다.
보통은“이상한소리”취급당하는주장들을한다.예를들어,“부양의무자기준폐지”같은게그런데,처음이주장을할때만해도복지부정책담당자들은“말같지않은소리하지마시고실제대안이될만한걸얘기하라”했다.그럴땐잠시“내가사기를치고있는건아닌지”의심도한다.하지만사람들이실제사는모습과지금필요한걸생각하면물러설수없었다.이런편견과관성에맞서는게가장어렵고답답하다.
운동을한다고해서세상이바뀌는건아니라는걸알게되면서더계속하고싶어졌다.내가하는대로세상이바뀐다면그책임이무거워서해나갈수없으니말이다.우리는“언젠가의변화”를준비하는사람들이고“할수있는만큼하자”는게목표다.의견이다른사람을설득하는것도중요한일이지만내고민을넓히고깊게만드는것,나를조직하는것도중요하다고생각한다.일단“지금내가실천할수있는것”을하되,그중“가장수고스러운일을정성스럽게하려고노력”한다.
머리가복잡할땐남이개최한집회에간다.그러면발언도더잘들리고,앉아서구호도외치고땀흘리며행진하다보면상념이사라진다.
빈곤사회연대에서만난사람들덕분에내가얼마나부족한인간인지깨닫고그래서오늘도좋다가도망치고싶다가하는마음사이를갈팡질팡하며걸어간다.쉬운날이없었지만아주망하겠구나싶은날도없었다.최근용산의재개발붐으로남영동의2층집에서쫓겨났지만,홈리스들이서울역에서걸어오기쉬운곳에또새로운보금자리를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