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주의 이전의 민주주의 : 민주주의는 어떻게 자유주의 없이도 다양성을 지키며 번영하는가

자유주의 이전의 민주주의 : 민주주의는 어떻게 자유주의 없이도 다양성을 지키며 번영하는가

$24.00
Description
여기 어떤 가상의 나라가 있다. 이 나라는 안전하고 풍요로우며, 시민들이 직접 통치하고 있다. 시민들은 몇 가지 문제를 놓고는 갈등을 빚기도 하며, 이 갈등은 때로는 심대한 것들이다. 그렇지만 이들은 ‘집단적 자기 통치’의 가치에 동의하며, 이를 유지하기 위해 감당해야 할 비용을 기꺼이 받아들인다. 시민들은 발언의 자유, 결사의 자유, 정치적 평등, 시민적 존엄을 누리며 살아간다. 하지만 국가 종교에 대해서는 입장을 정하지 않은 상태이고, 국내외에서 보편적 인권을 향상하려는 노력에는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사회적 협동으로 발생한 이익을 어떻게 분배할지에 대한 사회정의 원칙을 정한 바도 없다. 이 나라는 ‘데모폴리스’이며, 이들의 통치 방식은 원초적 민주정이다.
- 프롤로그에서

21세기에 자유주의는 민주정과 긴밀히 얽힌 지배적 가치 체계가 되었다. 이 책은 ‘자유주의 이전’의 민주정에 주목해 시민들의 참여가 최소화될 수 있는, 혹은 최소화되어야 하는 비용이라는 자유주의적 사고가 왜 틀렸는지, 그리고 민주정이 자유주의를 포함해 다른 어떤 도덕적 가치에 대한 이론과 결합되지 않고도 그 자체만으로 여러 가지 바람직한 생존 조건들을 효과적으로 증진해 나갈 수 있음을 보여 준다.
저자

조사이아오버

미국스탠퍼드대학교의정치학과,고전학과,철학과교수이고,스탠퍼드시민학공동행동StanfordCivicsInitiative을설립해운영하고있다.미네소타대학교에서역사학을전공했으며,미시간대학교에서역사학박사학위를받았다.프린스턴대학교와몬태나주립대학교등에서가르쳤고,프린스턴대학교인문학부와스탠퍼드대학교사회과학부학장을지냈다.

역사적제도주의와정치이론,특히민주정이론과고대그리스세계에서의정치사유와실천이오늘날어떤의미를갖는지주로연구했고,지금은‘시민적협상’이민주정부의발생및지속에미치는영향에대한책을준비하고있다.저서로이책『자유주의이전의민주주의』(2017)를비롯해『그리스인들과이성적인것:실천적이성의발견』(2022),『고전기그리스의부흥과몰락』(2015)등이있다.

목차

프롤로그자유주의이전의민주정10
감사의글20

제1장원초적민주정25
제2장고전기아테네에서민주정의의미63
제3장데모폴리스건국99
제4장정당성과시민교육153
제5장인간적능력들과시민적참여191
제6장시민적존엄과민주정의다른조건들239
제7장위임과전문성293
제8장하나의민주정이론353

에필로그자유주의이후의민주정395

옮긴이후기403
참고문헌409
찾아보기435

출판사 서평

자유주의이전의민주주의

“자유민주주의(의교과서반영)부분은실제로헌법정신에입각한교육과정이개발되어야된다는입장에서긍정적으로검토하겠다.…자유민주주의는자유주의와민주주의가결합된헌법의가치로,민주주의와는확연히다른개념이라고생각한다.”
_어느교육부장관인사청문회

“여기어떤가상의나라가있다.이나라는안전하고풍요로우며,시민들이직접통치하고있다.시민들은몇가지문제를놓고는갈등을빚기도하며,이갈등은때로심대한것들이다.그렇지만이들은‘집단적자기통치’의가치에동의하며,이를유지하기위해감당해야할비용을기꺼이받아들인다.시민들은발언의자유,결사의자유,정치적평등,시민적존엄을누리면살아간다.하지만국가종교에대해서는입장을정하지않은상태이고,국내외에서보편적인권을향상하려는노력에는큰관심을기울이지않는다.사회적협동으로발생할이익을어떻게분배할지에대한사회정의의원칙을정한바도없다.이나라는‘데모폴리스’이며,이들의통치방식은원초적민주정이다.”
_조사이아오버,이책프롤로그에서

그렇다면,자유주의이전의민주주의는어떤의미였을까?그민주주의는오늘날우리의삶에어떤결과를가져왔을까?이책은역사와정치이론의결합을통해시민들의집단적이고제한된자기통치(자치)라는민주주의의핵심의미를복원하고있다.실제로,조사이아오버에따르면,자유주의가등장하기이전고대아테네에서민주주의(원초적민주정)는많은사람들이오늘날우려한것과같은다수의횡포가아니라시민에의한제한적통치를의미했다.이는아테네의법그리고공동체의일에참여해야한다는행동양식상규범덕분에민주정의조건인정치적자유,정치적평등,시민적존엄이지속될수있었다.특히,이‘자유’(원하면누구나참여할수있고),‘평등’(동일한가치의발언권과표를행사하고),‘존엄’(상대를어린아이로취급하지않고나와동등한성인시민으로대하는것)이라는민주정의조건들은인민이자신의‘권력’(kratos)을행사하는데에제약조건이되었다.

실제로아테네정치사에서인민이정치적권력을행사할때거기에는항상입법절차를준수하도록하는법률적제한이있었고,인민은그런제한을잘지킬수있다는인식이자리잡아왔다.오늘날사람들은인민의권위가법률에의해제한되어야하고,또제한될수있다는인식을,자유주의적민주정을자유주의이전의민주정과구별하는기준가운데하나로여기지만,입법적권위에대한법률적제한은자연법이나자연권이론의여러교의들이출현하기훨씬이전인고대그리스에서부터이미이론상으로나현실속에서잘발달해왔다.가령도편추방(인민이바라는바를어느시민개인에게가할수있는권위)은아무때나인민의변심에의해자의적으로시행되는것이아니라,그것이따라야할여러절차적제한에의해규제되었다.이외에도아테네민주주의는민회에서다수결로이루어지는일상적결정과까다로운여러단계를거쳐제정되는법률을구별했고,의회에서내려지는입법적명령이헌정질서와관련된법률과합치하도록다양한제한을두었다.

시민적존엄

“‘떼법’이니‘정서법’이니하는말을우리사전에서지워버리자.”
_어느전대통령

“대한민국에더이상‘떼법은’없다.”
_화물노동자파업종료에대한정부여당의논평

“민주정에필요한윤리가무엇인지는존엄의영역에서분명해지며,정치적인행동양식과구성원의상호적행동양식이겹치는영역이바로이존엄의영역이다.강자로부터모욕을당하는피해자는시민으로서참여할자격을갖췄다는의미에서의자유를누리고있다고말하기어렵다.또한누군가행한발언이나행동이마치어린애가한것인양취급하는경우에,그런대우를받는성인은적절한의미에서평등하다고말하기어렵다.그리고이렇게누군가는피해자로서자유롭지못하고,또누군가는어린애취급때문에평등하지못한다면,그런체제가민주정이라고말하는것역시무의미하다.”
_조사이아오버

이책에서오버의주장은두가지이다.첫번째는,고대그리스에서자유주의적이지않은민주주의가존재할수있었을뿐만아니라여러세대에걸쳐번성했음을보여준다.그리고이를통해모든민주주의가생존하기위해서는현대의자유주의적가치를따라야한다는주장은무효임을밝힌다.두번째로,오버는안전하고번영하며제3자의통치없이자유롭게살고자하는개인들이설립한가상의사회인‘데모폴리스’에기반한사고실험을제시하며,이를통해고대아테네민주주의를넘어오늘날에도민주주의가그원초적형태로어느정도로나작동할수있는지를보여준다(물론,오버의주장은원초적민주정이자유민주주의보다우월하다거나,더효율적이라고주장하는것은아니다).

이같은사고실험은아테네의시민적존엄성(시민의존엄성)에대한그의상세한설명을통해풍부하게이해할수있다.시민의존엄성은성인시민누구나정치적참여에충분히가치있는존재로인정받는것을의미하며,이같은인정은서로다른잠재적이해관계를가진상호의존적인개인들의사회적균형으로이해되는민주주의의기본조건이다.

특히여기서주목해야할지점은,존엄성의수직적차원과수평적차원이다.우리는서로를존엄하게대해야하며,공직자역시존엄하게대우받아야한다.마찬가지로,힘있는공직자나힘있는개인이시민을열등한존재로취급하는것은굴욕감을주고,시민을어린아이처럼무능력한존재로간주하는것은동료시민의존엄성을침해하는것이다.시민은책임감있는성인이며그에걸맞은대우를받아야하며,여기에는위험한선택을할수있는기회도포함된다.이런민주주의적가정위에설립된데모폴리스는시민개개인의존엄성을보장해야한다는민주주의적명령에따라,타인의존엄성을희생하여개인의자유를극대화하고약자의권리를박탈하려는극단적인우파자유주의자들과,불평등의모든흔적을없애고시민을어린애취급하려는극단적인좌파평등주의자들에맞서중간지점을찾고자노력한다.

오버는시민적존엄성이라는개념에기반한데모폴리스에서의통치방식을,현대민주주의에서시민을어린애취급하고,위험한선택이없는형태의민주주의정치를확립하려는기술관료적,엘리트적,지식기반통치방식과대조한다.이를통해,우리는민주주의가한정되고규제되어야한다고말하는사람들이진정으로제한하고규제하고자하는것이무엇인지,그들이선호하는통치방식은무엇인지,또한그런경우,우리는그런통치체제를과연민주주의라부를수있는지진지하게고민하게된다.우리는시민의집단적참여에기반한시민적자기통치의가치에여전히주목해야하고,그것이바로민주정만이우리에게제공할수있는중요한가치임을잊지말아야한다.민주주의가우리가정당화할수있는정치체제의가장기본적인형식이라면,우리가민주주의를통해무엇을하려했는지잊어서는안될것이다.

자유주의이후의민주정

“만약누군가가공적인공간에서발언할때그것이그저어린애의재잘거림쯤으로취급된다면,그가공적사안에대해대단히중요한정보를제시하면서주장하고있음에도존중받지못한다면,또는그가자신의의견을갖기위해필요한정보에어떤이유로든접근이제한된다면,그런민주정은엉터리다.국가기관이시민을보호한다는명분아래,오직엘리트들이미리자신들의지배에무해한의견이나사전에허가한의견몇가지만을놓고시민들에게투표하도록한다면,그런민주정은허상이다.”
_조사이아오버

이책에서잘지적하듯이,오늘날자유주의적민주정(자유민주주의)은커다란위험에봉착해있다.지난몇년간국내외적으로출간된많은책들이자유민주주의,특히민주주의가어떻게위험에처해있고,무너지고있는지우려하는목소리를내고있다.예컨대,미국은정치적양극화와인종갈등,테크노포퓰리즘의도전에직면해있다.테크노포퓰리즘은자유주의를지독하게자기만족적이기만한‘정치적올바름’으로낙인찍고있다.유럽에서자유주의체제는오랫동안지속된재정위기,장기간의경제불황,이민자급증및난민사태등으로위태로워지고있다.비국가테러리즘은관용이라는가치와이에기반한자유주의국가,국제적으로통용되고있는자유주의적제도전반을위협한다.또한배타적민족주의가전지구적으로득세하고있다.

그러다보니오늘날사람들은‘자유주의’를모욕적인의미로사용하기도한다.자유주의란한편으로(주로좌파에게)엘리트주의,글로벌리즘,약탈적자본주의를연상시킬뿐이고,다른한편으로(주로우파에게)현실에안주하는세계시민주의,다양성을다양성만으로찬양하는태도,전통적가치를모두일소해버리려는사상에지나지않게되었다.나아가도널드트럼프의선거운동과당선이후의행보,또영국의브렉시트운동등은국가단위의자결을강조하고이민자들을악마화하는전략을취하고있으며,이와더불어기존통치엘리트들을제잇속만차리는,인민의적으로그리고있다.

자유주의이론가들은오늘날의상황을보며,민주정에대한혐오와절망,그리고지식기반체제를옹호하는것으로대응하고있다.시민들의참여는불필요한비용을초래하기에최소화해야할비용으로치부되며,통치와공적권위는잘교육된유능한엘리트들의손에맡겨져야한다는것이다.나아가민주주의를포퓰리즘과동일시하면서,민주주의의문제점과오류,잘못된결정에대해비판의목소리를높이고있다.
오버는이런흐름에대해,시민들이스스로통치할수있으려면발언과결사의자유,정치적평등과시민적존엄이꼭마련되어야한다는사실을우리가인정할경우,민족주의적포퓰리스트들은민주정의이름을참칭한다하더라도,그들이만들려는정치체는민주정이될수없다고지적한다.또한민주주의는다른형태의정치와마찬가지로무오류하지않으며,‘완벽한’결과를무한히제공할수있는능력으로측정되어서는안된다고지적한다.민주정치에서완벽을요구하는것은충족할수없는기준이며이같은기준은거꾸로‘국민’전체를어린애취급하며,시민이아닌더높은곳의의사결정권자에게의존하는존재로치부하는것을정당화할뿐임을지적한다.

물론이글에서오버는원초적민주정이현대에도즉각실천될수있다고,또그래야만한다고주장하지는않는다.나아가,원초적민주정이야말로,우리가알고있는자유민주주의,사회민주주의등등보다우월한형태라고주장하지도않는다.다만,오버는원초적민주정을통해,우리는민주주의를통해우리가하려고하는것,민주주의가가장잘하는것이무엇이며,반대로자유주의를비롯해도덕적가치에기반한다양한형태의이념들이민주주의에기여할수있는점은무엇인지,그러나덧붙일수없는것은또무엇이며,무엇이민주주의를위태롭게할수있는지세심히따져봐야한다고지적한다.

이책은자유의가치,자유주의가세계사적으로기여한측면들을부정하거나폄하하기위해기획된것은아니다.그러나사람들은흔히자유주의를통해민주주의를제약하기위해서는자유주의의모든가치체계를하나의묶음으로일괄받아들여야한다는식으로이야기한다.사적재산의절대적보호,시장의무제한적자유등등말이다.하지만,우리는자유주의가민주정체에긍정적으로기여하는것과그렇지않은것을구분해서,자유주의의가치를선별적으로선택해야할필요가있다.왜냐하면,어쨌든우리는민주정체에서살아가고있으며,그외다른어떤정체도자신의정당성을민주정체만큼자임하거나주창할수없기때문이다.하물며,자유주의는그자체로하나의정치체가될수없는수많은한계가있지않은가.이점에서원초적민주정은비자유주의적시민들과충분히양립할수있을뿐만아니라,자유주의적시민들과도충분히양립할수있다.그것이양립할수없는것은,민주정을참칭하는,민족주의와포퓰리즘을등에업는기회주의자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