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식의 세상 속으로 : 나의 이동권 이야기

이규식의 세상 속으로 : 나의 이동권 이야기

$17.00
Description
● 한국 사회에서 최초로 중증 뇌병변 장애인의 언어로 적은 생애사
● 대표적인 ‘장애인 투사’의 일상과 인생을 통해 바라본 한국 장애 인권 운동사
● 직접 쓴 책이자 그 혼자서는 결코 쓰지 못했을 책의 특별한 집필 과정
● 전장연 지하철 시위 현장을 지나쳐 가며, 이들이 왜 여기서 이러고 있는지 궁금했던 사람들에게 권하는 책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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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규식,김소영,김형진,배경내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상임대표.중증뇌병변장애인이자장애운동활동가.이동권쟁취를위한연대회의(이동권연대)투쟁국장,이음장애인자립생활센터(이음센터)초대소장이었고,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에서활동했다.재활원과공동체를전전한인생의전반부가갇혀있던삶이라면,1998년5월노들야학과박경석을우연인듯운명처럼만나며시작된인생후반부는싸우는삶이다.시설에서나온이후많은것을가로막았다.지하철을막고버스를막고동료를잡아가는전경버스를막았다.장애인없이굴러가는세상을가로막아새로운길을내고싶었다.중증뇌병변장애인은할수없다고여긴것들에도계속도전했다.휠체어를끊임없이개조하고,바다수영하기를즐긴다.언젠간스카이다이빙도할생각이다.나에겐노는것도싸움이기에,싸울때처럼놀때도확실히놀고싶다.그리고무엇보다혜화역리프트사고를직접겪은피해자로서이동권하나만은꼭이루고싶다.그래서오늘도싸우고있다.

목차

서문.나는오늘도달린다7

1장.방구석에서13
2장.집을떠나공동체로31
3장.날개달린스쿠터53
4장.운명의노들야학을만나다71
5장.이동권,그리고제베의탄생83
6장.자유로운삶,시설밖으로101
7장.활동보조라는신세계127
8장.차별의그림자149
9장.발바닥이없었더라면165
10장.이음을잇다195
11장.장애인의감방생활213
12장.내가만드는배움233
13장.제주로가는휠체어251
14장.전사의꿈279

에필로그.미래를앞당겨온글쓰기298

출판사 서평

1.중증뇌병변장애인의기록이책으로나오기까지

“기획재정부장관집에서현행범으로잡힐뻔했는데장콜(장애인콜택시)이안와서안잡아갔다.”
-이규식의페이스북2022년7월14일

“학교는의무교육인데왜그때는장애가있는아이를둔부모에게벌금이나죄를묻지않았을까?내가장애가있어서였을까.그러고몇년이지나서동생이학교를졸업하고또아침마다나가길래어딜가나했는데‘직장’에나간다는것을알게되었다.그래서그때직장이라는게뭔지알게되었다.…내나이열아홉살에처음시설에들어가게되었다.부모님이시설에데려다주셨는데그날이주일이라목사님설교를듣던중에어머니,아버지가집에가신걸알게되었고눈물이왈칵쏟아졌다.다른사람들은우는내모습을보고목사님설교말씀에감동받아서우나싶었다고했다.…똑같은생활이싫었다.시설에서나오기전에어머니한테다시데리러와달라고전화했다.그래서다시집에왔는데그때우리집에계단이많았다.반층정도올라가야엘리베이터가있어서아버지랑어머니랑동생이1층에서맨날업고3층집앞까지왔다갔다해줬다.그렇게집밖에나가서동네한바퀴빙빙돌다가불빛이보여가보니정립회관이었다.안에나같은장애인이많아서뭐하는곳인지궁금해들어가보니3층에박(경석)선생님이있었다.그때박선생님이들어오라고해서가보니(노들)야학이뭔지설명해주었다.그때부터야학이뭔지도모르고다니게되었다.…내가혜화역에서리프트타다가떨어지고.그때부터이동권연대가시작되었다.…처음에서울역철로에들어갔고시청철로에들어가서잡혀서조사받았고조사받을땐48시간동안못나왔다.한두번이아니라여러번조사를받았다.…수도없이도로를막고그덕분에장콜도생기고그덕분에저상버스도생겼다.”
-이규식의페이스북,2022년7월10일

호소이자외침이었다.오랫동안그에게귀기울이지않는세상을향해끝내비집고나온말이었다.그의싸움이‘죄’라면서도정작그를옮길마땅한이동수단도수감할시설조차마련해두지않은사회의뒤처진풍경을고스란히비추는문장이었고,무엇보다한번보면끝까지읽게만드는글이었다.“22년넘게장애인이동권을요구하는동안내가죄를지었다면대한민국이죄를짓게끔만든거아니냐.”할말을잃게만드는이말을꺼내기까지그는어떤싸움을했고,어떤시간을살았을까.그의세상이문득궁금했다.

중증뇌병변장애인인그는손을거의쓰지못한다.왼손만간신히움직여전동휠체어의기어를조작하고숟가락을들거나한다.혼자자판을두드려가며책을집필하기란매우어렵다.그럼에도이동권보장을요구하는활동으로온통채워진일과를보내는틈틈이컴퓨터에자서전폴더를만들어자료를모으고원고를끄적여왔다.기억이더달아나기전에지나온삶을기록하고,더많은사람들에게자신의싸움을알리기위해서였다.말한마디를뱉으려면힘을짜내야하는언어장애가있는그에게,여러이유로말하기보다듣기를선택해온그에게,말보다는몸으로운동해온그에게생각과감정을언어로표현할일은평생거의없다시피했다.책을쓴다는건그에게낯설고고단한작업이었다.

“우리의삶이그렇듯,이규식의삶또한그렇듯,이책역시그혼자이루어내지않았다.함께기억을더듬고의미를찾아내는과정에서이규식도,동료집필진도기꺼이서로의지했고서로배웠다.집필에서출판으로이어지는과정자체가이규식이앞당기고싶었던어떤미래를보여준다.”
-본문303,304쪽

장애를이유로‘사회적말하기’의기회를좀체얻지못한이규식의처지를평소안타까워하던사람들이있었다.이규식의삶을가장가까이에서지켜봐온그의10년차활동지원사김형진,이음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일하며이규식과남다른우정을주고받은김소영,오랜지인이자인권활동가인배경내가‘동료집필진’으로결합했고,이규식에게친형보다각별한제주삼달다방의이상엽이기획을도왔다.

과정은쉽지않았다.조각난기억을복원하기위해예전에살았던시설에가보고,22년운동의역사를되짚으려영상과신문기사를찾아보거나,역사적순간들을함께한동료들의기억을청해들었다.동료집필진은이규식의이야기를그대로받아적다가도,때로는되묻거나다른표현을제안하면서‘이규식의문장’을찾으려애썼다.관련자료를검토해사실관계를확인하고토론하며문장을수선해갔다.간신히나온원고초안을,이제장애인권운동의역사와맥락에넣어살핀뒤이규식에게보완을요청했다.그렇게그스스로표현하길“평생해온말보다이책을집필하는과정에서뱉어낸말이더많았”던시간을거쳐,읽는사람의무릎을치게하고귀를사로잡는이규식만의말이한권의책으로완성되었다.

『이규식의세상속으로』는한개인의생애사인동시에,우리사회의보이지않는장벽과차별의그물망까지드러낸한국장애인권운동사이다.최초로중증뇌병변장애인이자신의언어를통해살아온시간을기록하고사회를해석한책을썼다는점에서,그동안언어화되거나기록되기힘들었던중대한목소리의공백이비로소메워지는출발점이라고할만하다.

2.‘행운’을‘제도’로바꾸기위해새벽5시부터시작되는싸움

“매일새벽5시에하루를시작한다.지하철선전전에나가기위해서다.벌써1년이넘었다.몸도마음도무척고된시간이었다.남몰래이렇게기도한적도있다.활동지원사가아팠으면,내가불러도활동지원사가잠에서깨지않았으면하고.그핑계를대고안나갈수있으니까.그러다가도기어이일어나집을나섰다.”
-본문7쪽

“1999년어느날이규식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대표가혜화역에서리프트를타다떨어져크게다쳤습니다.…그추락사고가장애인이동권투쟁을촉발했습니다.혜화역2번출구로나가면‘혜화역장애인휠체어추락사고이후,여기서이동권을외치다’라고적힌동판이있습니다.서울지하철역사가운데가장먼저엘리베이터가생긴곳이바로혜화역입니다.”
-2023년2월10일280일차혜화역선전전에서박경석의발언

법원에서‘이동권’이인정된첫사례였다.아찔한사고였지만타박상에그쳤다니기적이었고,무엇보다죽지않고살아남았으니더없이다행이었다.크고작은행운은그의인생에여러번찾아왔다.휠체어를타고다니는일이지금보다훨씬힘들었던시절,7년넘게반복된시설생활이지겨워충동적으로떠난제주도에서는생면부지의청년이3박4일동안활동지원사처럼동행했다.시설에만있지말고동네라도돌라며선뜻전동스쿠터를선물한사람도있었다.스쿠터를타고돌아다니다운명처럼만난노들야학은그에게‘싸우는장애인’의삶을새롭게열어주었다.

아버지가만들어준그의첫‘자립주택’판잣집에는파리며모기에뱀만같이지낸게아니라“서울에서비싼월세내기아깝지않냐”는이규식의꾐에기꺼이넘어온야학교사동거인들도복닥거렸다.이동권연대,이음센터,발바닥행동등에서어깨를맞댄동료들은지금까지도그의든든한의지처이다.이동권보장을요구하고알리는지하철선전전에선음료를쥐여주며응원하는시민을만난다.이규식이매일조금씩더자유롭게이동할수록그의세상도우리의세상도커져간다.

“자립을하고노들야학을다니면서부터는해보고싶은건다해봤다.오카리나도사서불어보고동료들에게같이가자고닦달해수영도하고목각작업도해봤다.특히휠체어를몸에맞게개조하는일이제일재밌었다.휠체어가아무리장애의특성과다양한몸을고려해만들어진다고해도나에게온전히맞진않았다.의자의기울기가미묘하게맞지않아조금더큰바퀴로앞바퀴를바꾸어달면다행히평형이맞았다.뻣뻣하게굳어진두다리가자칫바깥으로뻗치면위험해서휠체어앞에철판도달았다.직접철공소에가서알루미늄사고용접소에가서용접해달라고말했다.몇번고쳐보기도하고직접이것저것알아보다보니지금은보기에도깔끔하게,가벼우면서튼튼한소재로개조하는법을알게됐다.”
-본문248,249쪽

“다시크게심호흡을하고마음을다잡았다.‘하나아,두우울,셋!!!!!!’셋하는소리와동시에나는하늘을날았고잠시후물속으로퐁당빠졌다.다른사람들은다이빙하면몇초도안돼위로올라오던데,내몸은시간이멈춘듯물속에서올라갈생각을안했다.내가느끼기에는한시간은지났을무렵,그제야물밖으로몸이튀어올랐다.…아,다이빙이이런느낌이구나.그제야별거아니란생각이들어서혼자막웃었다.이제난다이빙도해본중증뇌병변장애인이다.아직한번밖에안해봤지만,자꾸해보면껌이겠지?”
-본문268,269쪽

“처음으로서울시내를돌아다니고,처음으로지하철과버스를타고,처음으로내가사고싶은것을직접샀을때의두근거림.처음바다를봤을때나처음캠프파이어를했을때찾아온설렘.…더많은설렘을만나고결국그설렘이일상이되기를.그래서장애라는게특별한삶이되지않는삶을살면좋겠다.”
-본문210쪽

‘설레는일상’은누구에게나소중하지만모두가누리지는못한다.와이어가끊어져70대노부부의생사를가른2001년오이도역휠체어리프트추락사건이래로지금까지리프트사고로만다섯명의장애인이목숨을잃었다.2014년에는집에불이났지만채5미터가안되는출구까지탈출하지못해결국세상을떠난이도있었다.이책을준비하며기억을되살리고자10대후반에머문의정부시설을찾아가서는그당시함께지낸장애인대부분이이미생을마감했다는소식을듣기도했다.행운은저마다다르게주어지고,부담은아직도가족에게전가된다.이동하다목숨을잃을뻔했고노는것조차싸움인‘투모사’이규식의지난22년은‘행운’을‘제도’로만들기위해,또권리중의권리를얻기위해몸부림한시간이었다.집이나시설에갇혀있지않고세상으로나와배우고,놀고,일하며,한데어우러지기위해만날권리,이동할권리.

“어느덧50대중반이다.운동을본격적으로시작한지20년이훌쩍넘었다.죽으러나갔던10대의이규식과지금의나는완전히다른사람이다.…주어진몸으로뭘하면좋을지생각하는데집중하자는마음으로살았다.그러자면내몸이아니라세상을내몸에맞게바꿔야했다.…나는천사가아니라전사가되었다.”
-본문281쪽

“천사가아닌전사로살아온내가생을마감할즈음엔세상이많이달라져있으리라믿는다.저상버스가지역마다골목골목까지누비고장콜뿐만아니라일반택시도장애인이편하게이용할수있는세상.활동보조시간도필요한만큼주어지고다양한공공일자리가생겨나일하는장애인을사회곳곳에서볼수있는세상.장애인이비장애인과함께일하고밥과술도같이먹으며어울려지내는세상.수급비깎일까두려워일을포기하고적은수급비에맞춰꾸역꾸역살아가느라세상과고립된채살지않아도되는세상.그렇게지역사회에서어울려야‘장애인이니까우습다.병신이니까못한다.’는생각도점차사라질테니까.완벽하지는않더라도지금보다는더나아진세상이분명되어있을거다.지금도이미바뀌고있으니까.”
-본문290쪽

추천사

나는이규식을우직한사람이라고부르고싶다.‘우직한사람이세상을바꾼다’던신영복선생의말을볼때마다꼭이규식을떠올렸다.머리보다가슴이닿는곳을향해온그의여행을읽으며,우리모두‘우직한이규식’이세상을바라보는법을배웠으면좋겠다.
-박경석(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상임공동대표)

나는싸우는이규식이아니라비행기를처음탄날“구름을잡을수없다는것”을알게된규식이,제주바다위로뛰어들고바다한가운데둥둥떠있기를즐기는규식이좋다.그러나그가싸우지않았다면,그에게(장애를가진우리모두에게)하늘도바다도열리지않았을것이다.
-김원영(『실격당한자들을위한변론』저자,변호사)

‘투모사’(투쟁밖에모르는사람)이규식은장애인운동의대표적인투사이지만큰싸움을앞두고는미리속을비운다.화장실가는일을피하기위해서다.‘탱크’(그의전용전동휠체어)를타고차별의벽을하나하나부수는싸움을하면우리사회에는하나둘제도가생겨난다.이책은이규식이라는장애인투사의놀라운생애를거침없이보여준다.
-박래군(4·16재단상임이사)

전장연지하철시위에한번이라도눈살을찌푸린적있는모든이에게이책을권한다.이규식을위해서가아니라당신을위해서다.이이야기는당신이인생을바라보는관점을완전히바꿔놓을것이다.
-장혜영(국회의원)

이규식과동료들이함께쓴이책은한국사회에한번도등장한적없는중증뇌병변장애인의생애사이면서동시에‘이야기할권리’의탄생을알리는놀랍고아름다운이야기책이다.
-홍은전(『노란들판의꿈』저자,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