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인것으로서의장애
정치이론가들이그들의분석작업에서장애를주요관심사로삼아야할실질적인이유들이존재한다.자유주의또는민주주의이론에관여하고있는이들은‘시민권’이나‘인격’에대한자신들의분석을뒷받침하기위해대개‘이성’과‘능력’같은개념들에의존하고있는데,정의상그런개념들은일정한수의장애인들을해당범주에서배제하게된다.-본문중에서
역사적으로장애에대한정의는시기에따라,또지역에따라다양하게내려졌으며,또한사회적·정치적요구와필요에따라달라졌다.이런측면에서,이책1장에서설명하고있듯,장애는무엇보다먼저개인의몸에서나타나는손상/결함(장애에대한의료적모델)으로정의되었다.이같은관점에서장애는신의징벌이거나,개인적불운(불행)의차원으로환원되었고,장애인은사회적·정치적차원에서비장애인과동등한위치에있지않은열등한존재로간주되었다.이후1970년대중반이후로부터,이같은의료적모델에서벗어나,장애가사회적·환경적장벽의문제에서기인하는,따라서공공정책을통해해소가능한문제로인식되어왔다.장애에대한이같은사회적모델은장애가그자체로사회적·정치적차원의문제라는인식이점점더늘어났음을보여준다.
이런흐름은장애에대한정의가개인이경험하는신체적·정신적문제뿐만아니라,그자체로사회적·정치적차원과매우밀접히관련되어있으며,오늘날에는장애에대한정의가사회적재화(가치)나복지의권위적배분과맞물려있음을생생하게보여준다(실제로,한국에서알코올의존증,암등은장애로정의되지않는다.하지만,미국에서는2017년이후장애로인정된다).그렇다고,장애를사회적·정치적차원으로환원할수는없다.외려이같은환원은치료나재활,특정기술(말하자면,장애가있는개인들이더넓은사회에잘참여할수있도록해주는)을과도하게특권화함으로써,장애인을더욱주변화할수있기때문이다.다시말해,장애를사회적·정치적으로만구성하는것은장애를비실제적인것으로상정함으로써,장애인들을비실체화하고,그들의고유한정체성을부정하게될수도있다.
『장애의정치학을위하여』는장애를바라보는의료적모델과사회적모델의역사적변화과정을살피고,최근등장하고있는신체와환경의상호작용적관점에서장애의문제를바라보는것이왜중요한지를역설한다.이와관련해,특히1장「정치이론과국제적관행에서의장애」의논의들은,장애에대한상호작용적이해가장애인권관련국제기구와문서에서먼저등장했던반면,정치이론은이같은변화와흐름에뒤처져있는현실이고,이에따라정치이론이외려장애를만들어내는언어적환경의일부로작동하고있다는것―부정적인언어(결함같은)의사용과장애에대한귀속적원인(불운,불행같은)의상정을통해서―은아닌지묻고있다.나아가,이런문제의식을바탕으로정치이론이평등과자유라는핵심개념에대한재정의를통해서,시민권에대한그자신의이해속으로장애인을완전히포함하는긴여정을시작할수있기를촉구한다.
장애를만들어내는언어적환경의일부로서정치이론
만일자연의정상적인경로에서벗어나발생한결함을지니게되면,어느누구도그처럼성숙한정도의이성에는도달할수없으며,그런이유로그는아마도법을알수없을것이다.…그는결코자유인일수없으며,결코자신의의지대로처신하도록허용될수없다.…그리고그와같은정신이상자와백치는결코부모의통치로부터자유로워질수없다.-존로크,『통치론』중에서
우리는공정한협력시스템으로서의사회라는개념에서시작하기를원하기때문에,시민으로서의인격체들은정상적이고충분히협력적인사회구성원이될수있는모든능력을지닌다고상정한다.…우리의목적을위해여기서나는,통상적인의미에서볼때정상적이고충분히협력적인사회구성원이될수없을정도로심각한,영구적인신체적장애와정신적장애를지닌이들은제쳐둔다.-존롤스,『정의론』중에서
『장애의정치학을위하여』는오늘날자유민주주의적가치의근간을설정한중요한정치사상의고전들역시근대의합리적이고이성적인비장애인주체를정의하기위해,장애인에대한정의를활용해왔으며,이를통해비장애인들을정치적주체에서배제해왔음을명쾌하게보여주고있다.이런비장애중심적정치이론에서장애인은사회적분업과협력을불가능하게하는존재로간주되어사회적·정치적주체에서배제되었다.말하자면,3장「롤스의정의론에서장애의부인과그의비판가들」에서지적하듯,롤스의경우,일차적으로도덕적행위주체의‘정상적인’지적능력에대한한계를설정하기위해장애를소환한후,이차적으로사회성원권과정의에대한요구권에서장애인을배제하는데,이같은‘이중적부인’(도덕적행위주체에대한부인,사회성원에대한부인)을통해롤스는의도적으로근대적·합리적주체의범주에서장애정체성을누락시키고있다.
『장애의정치학을위하여』에서첫번째부분에해당하는1장부터4장까지의내용은모두,근대서구정치이론내에서이루어진장애에대한과거및현재의정의들이여러가지이유로문제적임을분명히보여준다.나아가이같은문제적정의들이장애인의정치적권리및성원권과관련해대단히심각한결과로이어짐을밝히고있다.『장애의정치학을위하여』는비장애인중심으로설정되어있는정치이론의핵심가정들에날카로운질문을던지며,이를시급히재정의해야할필요성을제시하고있다.
장애가이사회에던지는도전
우리는이책이다른학자들로하여금가능한모든관점에서장애에대한연구를시작하도록초청하는하나의초대장역할을해주길희망한다.-본문중에서
장애는근대계몽주의철학의기반을이루었던합리적·이성적개인의탄생에활용되어왔지만,반대로그한계를넘어설수있는중요한비판의지점이자,남성과여성을비롯한다양한성과젠더,백인,흑인을비롯한다양한인종은물론이고이와교차해서인간의다양성에대해비판적으로다시사고할수있는중요한단서를제공한다.
이는장애가개인이나사회에미치는부정적영향이아닌,개인이부조리한사회에대응하고,사회를변화시킬수있는새로운출발점을제시한다.예컨대,5장「울스턴크래프트,홉스,그리고여성들의불안에존재하는합리성」에서아일린보팅은특히불안에대한현대의료계의이해가여성들이불안의생산적잠재력을인식하는것을가로막으면서(그에따라모두를‘환자’로취급하면서)그녀들이불안을다루는데어떤식으로부정적영향을미쳤는지고찰한다.보팅은의료계에의해전략적으로사용되어온불안에대한부정적정의들뿐만아니라오늘날의지배적내러티브(여성들사이에서급증하고있는불안이라는‘유행병’을경고하는)를무너뜨리며,가부장제의맥락속에서여성들의불안이전략적의미를지닌정서적·정치적역량으로,그리고가부장적사회에서여성들이직면하는도전들에대한합리적반응으로이해될수있음을논한다.불안이합리적측면과감정적측면양자모두를지닌것으로올바르게인식된다면,불안은타인에대한돌봄과불확실성에대처할수있게하는동시에그런불안이생성되도록조력하는권력관계에도전할수있도록하는도구로서사람들에의해활용되고존중될수도있다.
이와마찬가지로,캐시E.퍼거슨은6장「난독증을위한선언」에서난독증사례를활용해,장애가지닌상호작용적본질과장애를긍정적인것으로재고할수있는가능성에대해유사한시각을제시한다.난독증을손상이있는학습자의실패라기보다는교육기관의실패로이해한다면,그것은장애라기보다는신경다양성(neurodiversity)의한양상으로재설정될수있다.난독증이이처럼신경다양성,다시말해인간경험의다양성가운데하나로간주되고나면,그해법도바뀐다.이런논점들은,장애를손상과한계만이아니라잠재적이점으로서주목해온장애학학자들에게도흥미로운지점을제기한다.
도널드슨과킴리카역시7장「비배제적민주주의에서의성원권과참여를다시생각한다」에서,시민권이후견주의적자선모델을넘어장애인들이자신들의삶을형성하고지역사회에서자신들의이해관계를보호할수있는정치적권한을갖는모델로나아가기위해서는,심각한인지장애를지닌사람들의선호를진지하게받아들이는것이필요함을역설한다.참여라는것은(참여를가로막는)장벽을제거하고각개체들에게적합한방식으로참여를적극적으로촉진하는데국가가능동적으로관여하는것을전제하기때문이다.
이처럼,이책의두번째부분을이루는5장부터11장까지의논의들은,장애가현대사회와정치문제에대한새로운관점을제공하는방법을보여주며가능한길을제시한다.
조금자만하는듯들릴수있는위험을무릅쓰고말하자면,우리는이저작집에실린논문들이시민권과권력에관한기존의정치이론들에대해미묘하고도정교화된비판을제공한다고,그리고이는다시장애정체성에대해좀더비배제적이고민감하게반응하는대안적인정의들,원칙들,이론들을제시한다고믿는다.아이러니하지만이런대안들은그자신이비판했던근대정치이론의언어―권리,시민권,평등,자유―를용도변경해서재사용한다.대안들이제시하는논변들은각기다르고,몇가지합의점과더불어의견이일치하지않는지점도존재하지만,그메시지는간명하다.근대정치이론의핵심원칙들―특히합리적이고원자적인개인이라는이상화된관념―은장애를배제하지않는정치이론에길을열어주기위해폐기되어야하지만,만인에대한평등과자유와정의라는원칙은돌봄의공동체내에뿌리내린개인들이라는이해속에서유지된다는것이다.공동체와환경은오랫동안장애인에게물리적·지적장벽의원천이되어왔지만,이책의논문들은장애인이시민으로포함될수있고,공동체를그들자신의삶에대한권능강화의매개체로용도변경할수있다는희망의실현을돕는다.-본문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