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대표적인인문·사회과학고등교육및연구기관인사회과학고등연구원소속연구자들의공동작업
『사회과학하기』의편집위원회와필진모두프랑스사회과학고등연구원(EHESS)에속한연구자들이다.1975년설립된사회과학고등연구원은프랑스의인문·사회과학을대표하는고등교육및연구기관으로,역사학·철학·인류학·사회학·경제학등을망라하는약800명의교수와35개연구팀이활동하고있으며,페르낭브로델(FernandBraudel),앙리르페브르(HenriLefebvre)등아날학파의학자들을위시해,클로드레비-스트로스(ClaudeLévi-Strauss),레몽아롱(RaymondAron),롤랑바르트(RolandBarthes),미셸푸코(MichelFoucault),자크데리다(JacquesDerrida),피에르부르디외(PierreBourdieu)등이강의와연구활동을해온곳이다.소르본대학모델이인재양성을목표로한다면,사회과학고등연구원은상대적으로독창적인의제설정과연구에가치를두는지적성향이강한데,이책에참여한필진과그연구활동에도이런면모가잘드러난다.
◆선행연구자세대를계승한중견학자들의최근연구성과를통해한눈에살피는오늘날프랑스사회과학의경향
◆프랑스사회과학의전통과역동성을엿볼수있는다양한연구사례모음
프랑스철학이나문학이론과달리현대프랑스사회과학은우리에게그리잘알려져있지않다.에밀뒤르켐(ÉmileDurkheim)이나피에르부르디외가아닌,동시대를살아가고있는프랑스사회과학자들은어떤고민을하며사회를바라보고분석할까?이책은현재가장활약하고있는중견학자들의글만을모았다.최근의연구동향및추세를변화시키는지적맥락을강조하기위해기획되었기때문이다.책에서다뤄지는연구주제는저마다다양하다.가령,17세기초프랑스에서처음나타난‘리베르탱’과17세기중엽영국사회에서발생한‘레블러’라는명칭을둘러싼논쟁을통해모욕적인호칭이정체성수용으로전환되는과정을조명하며역사학고유의인식론에머물지않고언어학(사회언어학)과사회학(상호작용이론)의관점을적극적으로채택하는가하면(1장),인기있는미국드라마의주인공과시청자의관계를관찰하며픽션이일상생활에영향을줄수있다는점을수용해체계적인분석방법을제시하기도한다(2장).또한전통적인비교연구의틀을기계적으로적용하기어려운분단‘한국’의특수성을어떻게바라볼지에대한외부연구자의고민이나(7장),프랑스의홈리스긴급구호기관인‘사뮈소시알’(SamusocialdeParis)사례연구과정을통해질적연구란특정현상의대표성보다는한사례에서새로운특성및요소를더는찾아낼수없을때까지끝까지관찰하는‘포화성’을추구해야한다는성찰을엿볼수도있다(8장).
이처럼『사회과학하기』는다양한저자가각기다른주제,접근및분석방식을택하면서도공통적으로사회과학의근본적인주제와방법론에대해고민하는데,이는단순히여러논문을기계적으로병치하고이들간유사점이나공통점을찾아가는의제구성방식이아니라,기본적인사회과학적문제제기에천착하는방식을편집방향의주된원칙으로삼았기때문이다.프랑스에서2012년출간된이책의원서가‘사회과학하기’(fairedessciencessociales)라는제목아래각각‘비판하기’(critiquer),‘비교하기’(comparer),‘일반화하기’(généraliser)라는부제를달고세권으로구성된것도이를반영한다(한국어판은프랑스에서공부한다섯명의사회과학자가원서각권에서고르게추린10편의글을한권으로엮은편역서이다).
◆1960,70년대의거대담론,1980,90년대포스트모더니즘을비판적으로계승하고분과학문에갇힌‘좁은시야’를탈피하며탐색한더정교한사회과학적성찰의가능성
◆기존의사회적통념이나설명에대해다르게생각하도록이끌며시민들을위한공론의장을활성화하고대안을찾는사회과학
1990년대이후연구대상이다양화되면서방법론적·인식론적변화가동반됐고새로운개념혹은인식(‘탈국경’,‘탈민족’,‘탈식민지’,‘간문화’,‘관계’,‘연결’,‘접속’,‘상호교차’등)이빠르게전파되었다.이와더불어연구관련교류지역이급속도로확장되면서지식의생산,교환체계및수용방식에새롭게접근할필요성에대한공감대도폭넓게형성되었다.하나의분과학문,학파,그룹,기관등에천착하는경향은많이완화되었고,학계내부의경쟁과대립구도도상호개방적으로변했다.『사회과학하기』라는공저자체가많은프랑스사회과학자가오래전부터공감해온,(이른바프랑스사회과학계의고질적인문제로인식된)‘좁은시야’를탈피하려는노력을반영한결과물인셈이다.따라서수록된글들은순수한이론적담론에머물지않는다.여러연구분야에서‘현장’(fields)을중시하는접근을구체적으로실천하고,여기서획득한경험적분석결과를통해개별주제에내재한독창적인측면과사회과학을관통하는일반적인측면을동시에살펴보고있다.
이는비판이아니라비판‘하기’,비교가아니라비교‘하기’그리고일반화가아니라일반화‘하기’,더나아가사회과학이아니라사회과학‘하기’라는데서잘드러난다.여기서‘-하기’라는표현은경험적연구와사회과학적성찰에방점을둔다는의미로,이론적전망을거부또는평가절하하는것이아니라,과거혹은현재의주요저자와저서를끊임없이상기·소환·원용하면서연구자자신의연구과정을비판적으로되짚어본다는뜻에가깝다.따라서이책은개론서,입문서혹은교과서가아니며,세가지사회과학적방법론에입각해분과학문에내재한한계를극복하고새로운방법론과인식론을적극적으로모색하고실천하는학제간연구의사례집이라고할수있다.그리고이를통해사회현상에대한총체적인이해와설명을담지하고자했던1960,70년대의이른바거대담론뿐만아니라,1980,90년대포스트모더니즘유행에함몰된무분별한상대주의적담론을동시에되짚어살핌으로써더욱정교한사회과학적성찰의필요성을역설한다.거대담론이사라진시기,프랑스사회과학의새로운흐름을담은이책은한국의사회과학자들에게도자신의연구와학문하기를되돌아볼계기를제공하는한편,기존의사회적통념이나설명에대해다르게생각하도록유도해시민들을위한공론의장을활성화하고대안을찾는데사회과학이어떤기여를할수있을지를고민하는마중물이될것이다.
[내용소개]
제1장역사서술범주의비판적사용을위한고찰
-장-피에르카바이예/김태수옮김
역사학자장-피에르카바이예는이글에서원전또는사료에내장된범주화투쟁을역사적실체의구성요소로보고이를주요연구대상으로삼았다.특히역사적실체는본질적으로개인과집단간에언어를통해표출되고작동하는갈등적관계(또한협상과타협)의산물임을밝힌다.저자는17세기초프랑스에서처음나타난‘리베르탱’,그리고17세기중엽영국사회에서발생한‘레블러’라는명칭을둘러싼논쟁을구체적인연구사례로제시한다.첫째범주(리베르탱)에대한고찰을통해원전에서나타나는,다양하고논쟁적인이범주의사용을추적하면서물신화된범주를비판적으로분석하며,둘째범주(레블러)를다룬연구에서는앞의경우에서드러나는현재적현상,특히모욕적인호칭이정체성수용으로전환되는과정을조명한다.역사학고유의인식론에머물지않고언어학(사회언어학)과사회학(상호작용이론)의관점을적극적으로채택한저자의분석은본질적으로성찰적이다.이를통해역사학자가자신이사용하는범주의존재와내용이과거갈등상황에서급조되어갈등적상호작용에사용된명칭이라는사실을잊는경향에대한강력한해독제를제시한다.
제2장현실속에살아있는드라마주인공들
-사빈샬봉-드메르세/손영우옮김
사빈샬봉-드메르세의「현실속에살아있는드라마주인공들」은미디어비평을통해사회과학방법론인‘비판하기’에대해설명한다.이글은‘드라마와정치’라는소재를다룬다는측면에서이목을끈다.하지만드라마의내용분석이나드라마비평을다루지는않는다.저자는‘드라마가현실에미치는영향을어떻게분석할것인가?’라는화두를던진다.오랫동안학계에선시청자들이현실과허구를혼동하지않는다는단순한명제를내세우며픽션이현실에가져온영향을부정할뿐만아니라이런연구자체를가로막아왔다고비판한다.우리는드라마의주인공이걸친의복이나액세서리등이현실에서‘유행’이되는것에익숙하다.저자는시청자들이드라마주인공의생활스타일,취향뿐만아니라언어와가치관의영향을받을수있다는사실까지나아간다.한국사회를뜨겁게달궜던‘문화계블랙리스트’사건은미디어와(비록허구일지라도)예술작품을병적일만큼극도로경계하는정치세력이존재한다는사실을확인해주었다.흥미롭게도저자는픽션이일상생활에영향을줄수있다는점을수용해,체계적으로분석할수있는연구방법을제시하고있다.
제3장왕은친족이아니다:아프리카탈식민국가에서나타나는다양한책무
-조르조블룬도/이진랑옮김
이연구는세계화와더불어국제적으로표준화되어가는사회정치적가치중‘좋은협치’라는개념이아프리카사회에서어떻게실현되고있는지를세네갈과니제르의삼림서비스업무과정을관찰하면서이해한다.특히아프리카의민주주의를위해협치의서구적개념을적용할것을주장하는국제개발주의자들과아프리카토착문화에서내생적으로생성된지역양식을고려하자는사회과학자들의논쟁을새로운관점에서재조명해,책무실천이어떤결과를가져오는지민속지적연구를통해매우구체적으로기술하고있다.여기서책무란국가를비롯한공공기관이그들활동의과정과결과에책임을지고시민에게투명하게보고하고,수정하고,정당화하는일련의과정을의미한다.세계화는이미경제영역을넘어개인의일상에영향을미치는문화영역까지닿은지오래다.이연구는여기서오는‘세계화’와‘지역화’의갈등을잘보여주고있으며이를위해국가인류학의재건이필요하다고주장하고있다.공공영역의부패를정당화한다고비판할여지가있지만,이글은어떻게미시적인영역이한국가의문제로확장되며,어떻게국제적인문제가개인의삶에영향을미치는지를구체적으로보여주는사례연구이다.
제4장세계화된중세?:서양의동학을이끈초기원동력에관한서술
-제롬바셰/김태수옮김
제롬바셰는이글에서세계사를관통하는사회역사적구조및진화의동력을총체적으로파악하기위한새로운관점을제시하면서이영역에대한기존의대립된두관점,즉서양중심주의적근대화담론과포스트식민적해체주의의양자택일에서벗어나는통로를밝힌다.저자는시선을신대륙으로우회하면서중세서양에대한탈중심적시각을확보해서양의지구적팽창의동학을일으킨추진력을탐구한다.특히저자는콜럼버스의“신대륙발견”(1492년)을“근대의시작을알리는르네상스의요술지팡이질과연계된사건으로볼것이아니라,신대륙의운명을중세유럽에묶는기점”으로파악하며이를봉건-교회적세계화로개념화한다.즉,근대유럽의팽창적인동학은이미중세시대에준비되었으며이동학의추진체가13세기에서유럽에서완성된교회보편주의-교회의형식을띤,하나의사회역사적세력으로의기독교-임을밝힌다.이런방법으로저자는서방이확대되는과정에서교회의역할,“기독교의교회적구조화”를정교하게분석하면서기존의역사서술에서단순히“종교문제”로치부된영역에서서양의동학에얽힌수수께끼를풀열쇠를제시한다.
제5장법,역사,비교
-파올로나폴리/김성현옮김
법학에서비교적방법론의역사는오래되었다.다른학문처럼법학에서도이런접근은결국보편성과개체성의관계,즉개별사례들을통해보편적원리를향해나아가는귀납적방법과는반대로보편성으로부터개별사례들을설명하는연역적방법의문제와연결된다.저자는중세부터현대에이르기까지비교방법의발달과정을특히교회법과세속의법이론과실무에관련된쟁점들을추적하면서설명한다.저자는귀납-연역의문제뿐만아니라비교를수행할때비교준거들의구성에영향을미칠수밖에없는문화적정체성,학문적관심과실무적관심간이론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