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과 일상 : 해방 후 북조선, 1945~50년

혁명과 일상 : 해방 후 북조선, 1945~5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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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해방 이후부터 전쟁이 발발하기 전까지 격동의 혁명기를 북조선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살핀 역사서다. 브루스 커밍스의 제자이기도 한 역사학자 김수지는 이 시기를 국가 형성의 관점에서만 조명해 왔던 기존의 역사 서술에서 탈피해 평범한 농민, 노동자, 여성들이 일상 속에서 어떻게 사회주의적 근대성을 경험했는지 살핀다. 문맹퇴치 운동의 결실로 이제 막 한글을 깨우친 사람들이 서툰 글씨로 생생히 기록한 지방인민위원회 회의록, 당과 사회단체에 가입하기 위해 제출한 이력서와 자서전, 출소 장기수 정치범들에 대한 저자의 직접 인터뷰, 그리고 여성 사회주의 정치인이나 여성 빨치산 전사들이 남긴 구술 기록에 대한 촘촘한 분석를 통해 북조선에서 전개된 사회혁명은 이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비쳤고, 이들이 사회주의혁명이라는 거대한 내러티브 속에서 자신의 인생사를 어떻게 재구성하며 혁명에 동참하려 했는지, 또 당시 품었던 꿈은 무엇이었는지 조명한다. 나아가 오늘날 해방 전후와 혁명을 기억하는 남성들의 내러티브와 여성들의 내러티브에서 나타나는 차이에 주목하며, 남성들의 개인사는 어떻게 민족사의 내러티브와 굳건하게 결합할 수 있었는지, 반면 여성들의 개인사는 왜 민족사의 내러티브와 결합하지 못한 채 주변부 여성사로 밀려나 있게 되었는지 살핀다.
해방 공간에 대한 섬세한 관점과 분석을 기반으로 북조선 평범한 사람들의 사회혁명에 대한 기억과 열망을 보여 주는 이 책은, 북조선을 악마화하거나 타자화하지 않고, 북조선 체제를 그 자체로 바라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나아가 북조선 혁명 당시 평범한 사람들이 품었던 이상과 오늘날 북조선의 현상태를 비교하며, 새로운 관점에서 북조선 역사를 비판적으로 고찰할 기회가 될 것이다.
저자

김수지

저자:김수지
1994년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로스앤젤레스)철학과마지막학기에교환학생으로연세대학교에왔다가1998년까지한국인권운동에몸담았다.자신의부족함을느껴공부를더하기로결심하고시카고대학교브루스커밍스교수의지도하에2005년역사학과박사학위를받았다.오벌린대학교,보스턴대학교,에머슨대학교을거쳐2010년부터럿거스뉴저지주립대학교에서동아시아학,현대사,여성사등에대해강의하고있다.주요저서및논문으로는이책외에도『여성들과함께세계를건너:냉전속의북조선』(AmongWomenacrossWorlds:NorthKoreaintheGlobalColdWar)(2023)와“ColdWarFeminismsinEastAsia”(2020),“UnsettlingDebates:WomenandPeaceMaking”(2019),“(De)MemorializingtheKoreanWar:ACriticalIntervention”(2015)등이있다.현재『포지션스:아시아크리틱』positions:asiacritique의편집장을맡고있으며,『저널오브코리언스터디』JournalofKoreanStudies와한국여성사학회의학술지『여성과역사』의편집위원으로도활동하고있다.

역자:윤철기
현재서울교육대학교윤리교육과(대학원통일·평화시민교육전공)교수로일하고있다.학부를졸업할때쯤사회불평등문제에관심을가지고연구자의길을선택하게되었다.대학원에서공부를하면서한국사회의불평등은한반도의분단과깊이관련되어있다는생각을하게되었다.한반도에서분단을극복하고평화가실현되기위해서는북한을정확하게이해할필요가있다는점을깨닫게되면서북한과남북한관계에대한연구를본격적으로시작하게되었다.한반도분단의극복을위한대안적모델을고민하기위해‘남북한마음의통합’,‘남남갈등’,‘독일통일’,‘북아일랜드평화프로세스’등을연구했다.최근에는미래세대가한반도의분단극복과평화실현의주체라는생각에서새로운평화통일교육을구축하기위해연구하고교육하고있다.저서로는『북한계획경제의정치학』,『교실에서평화시민되기』(공저),『분단된마음잇기』(공저),『분단된마음의지도』(공저),『남북연합연구』(공저),『한반도평화의국제정치학』(공저),『북한문제와남남갈등』(공저)등이있다.

역자:안중철
서강대영어영문학과를졸업했다.같은대학교대학원에서정치학박사과정을수료했다.옮긴책으로『제국이라는유령』(공역),『혁명가:역사의전복자들』(공역)등이있다.

목차


한국어판을출간하며11
감사의말18

서론21
1장일상생활:혁명의시공간41
2장식민지근대성의유산:혁명의불씨83
3장세가지개혁:혁명의시작123
4장사회단체:혁명의실행169
5장자서전:혁명의내러티브215
6장혁명적모성:혁명의젠더265
7장해방공간:혁명의기억307
결론358

부록373
미주383
찾아보기429

출판사 서평

북조선,해방전후사의인식

이책은일본의식민통치에서해방된1945년부터한반도에서전쟁이발발한1950년까지북조선에서진행된사회혁명의시기를살았던농민과마을주민들의이야기를담고있다.당시북조선은식민지적근대성과자본주의적근대성모두와대립하는,사회주의적근대성이라는대안적경로에들어서고있었다.일제식민통치의갑작스런종언과더불어‘집단적흥분’을자아낸해방의열기,토지개혁,한반도역사상최초로치러진선거,문맹퇴치운동등을통해세상을스스로변화시키고있다는자신감에차있던한반도이북지역의사람들은당시를어떻게경험했고또어떻게기억하고있었을까?이책은바로북조선역사의출발점으로돌아가,당시한반도이북지역에살았던사람들이당시전개된사회혁명을어떻게바라보았고,어떻게경험했는지를살피고있다.

사실,해방이후한반도가남북으로분할되어,남쪽에는미군,북쪽에는소련군이진주하게된상황에는매우얄궂은측면이있다.당시한반도에서조선공산당을필두로공산주의자들이조직적으로집중되어있었던지역은당시경성(서울)을비롯한한반도이남지역이었다.반면,평양이동방의예루살렘으로불렸듯기독교성향의반공주의적민족주의진영의핵심은이북지역이었다.이같은역설적상황에서,그간해방전후사에대한연구는한반도이남을중심으로,강고했던좌익사회주의운동이미군정하에서어떤투쟁을벌였고,미군정과1948년수립된이승만정부하에서어떻게진압되었는지를중심으로한다.말하자면,해방전후사의인식이라는측면에서,기존연구들은남한지역의‘해방공간’이어떻게자유민주주의를핵심이념으로한반공주의우파진영을중심으로닫히게되었는지를설명해왔다.

반면,한반도이북에대한기존연구들은소련과소련의강력한지원을받았던김일성을중심으로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어떻게형성되었고,뒤이어어떻게동족상잔의전쟁이벌어졌는지,나아가전쟁이후기존의정적과주요정치세력들을제거하고김일성이어떻게최고지도자가되었는지를중심으로진행되어왔다.이점에서북조선에대한기존의연구는소련의영향력하에서,김일성을중심으로한기괴한국가의형성과정에다름아니었다.

물론,북조선의정치사는본질적으로한사람,곧김일성이부상하는과정을바탕으로하기때문에,북조선의역사를김일성을중심으로단순화해서술하는것의장점이전혀없는것은아니다.그러나북조선은우리가지금까지간과해온복잡한역사속에서출현했으며,이책은그런복잡한역사의출발점에서시작한다.특히북조선의복잡한역사적기원에대한이해가없다면,나아가해방직후사회주의혁명과더불어북조선인민들이전망했던자신들의미래에대한이해가없다면,북조선은김일성일가와이들의지배하에있는기괴한국가기구와같이영원히‘타자’로남을수밖에없을것이다.

이책에서강조하듯,북조선의역사는한사람이나특정정당의역사가아니라근대성이라는역사의중요한부분이며,“시간이멈춰진”역사가아니라탈식민화라는세계사적과정의일부분이다.북조선에서전개된혁명의역사는혁명지도자와대중들이사회혁명을위해영웅적으로똘똘뭉친승리의역사도아니고,혁명지도자가권력을잡기위해대중을배신한비극의역사도아니다.북조선혁명을김일성의단독프로젝트로보는하향식혁명모델이나전적으로자발적인것으로보는상향식혁명모델모두정확하지않다.

중앙이아닌,지방의경험을보라

이책은외부의힘에의해선물처럼주어진해방,이후이어진미국과소련의분할점령,사회주의항일무장투쟁과국제사회주의운동의경험,항일민족주의운동의전통등이빚어낸‘해방공간’을이북에서경험한사람들의이야기를담고있다.흔히이시기에이루어진북조선의국가형성은소련을모방한중앙집권적과정으로이야기된다.그러다보니해방직후이북지역에서벌어졌던모든정책이나정치적과정들이모두소련이뒤에서조정했다거나사실상일방적으로결정했다는시각이강했다.당연히이런시각에서는평양을중심으로한중앙정치가부각된다.
하지만이책이적절히지적하듯,지방수준으로까지소련의정책이일관되게전달되지는못했으며,적어도1948년중앙정부수립과1950년전쟁으로치닫기이전까지만해도,중앙으로부터일정한자율성을갖고지역이처한문제들을해결해나간시기였다.이책은바로이같은시공간에주목하며미국국가기록관리청에보관돼있던북조선노획문서들(편지,일기,인사서류철,다양한조직의회의록,교육자료,신분,잡지,사진등의방대한자료)을활용함과동시에,특히그가운데서도소련의권력이힘을미치지못했던인제군을중심으로그지역에살았던사람들이경험한사회혁명에대해상세히살펴보고있다.여기에오늘날당시상황을기억하는이들의구술사자료,저자의구술인터뷰등을포함해,당시에대한‘기억’이어떻게집단적으로(재)생산되고있는지보완함으로써,해방직후한반도이북의상황을모자이크처럼재현하고있다.

국가가아닌평범한사람들의경험과목소리에주목하라

좀더구체적으로는,1945년해방다음날부터1948년한반도남과북양측에정부가수립되고,양진영이열전과냉전으로치닫기직전까지열려있는한반도이북지역의‘해방공간’에서펼쳐졌던토지개혁,인민위원회선거,문맹퇴치운동을중심으로대안적사회주의적근대성을향한실험이어떻게준비되고,또어떻게실행되었는지,북조선인민들은이를어떻게경험했는지에대한생생한미시사를담고있다.

무엇보다이책의백미는5장,6장,7장의,사회주의혁명을경험한개인들의목소리에대한소개와섬세한분석일것이다.문맹퇴치운동의결실로이제막한글을깨우친농민,노동자들이북조선에서진행된사회혁명을겪으며생생히기록한회의록,수많은개인들이당과사회단체에가입하기위해제출한이력서들과자서전,저자가여러차례인터뷰한남한의출소장기수정치범들의구술기록,여성빨치산전사들이전한기존의구술기록에대한섬세한분석과추가인터뷰등을통해이책은평범한사람들에게북조선에서전개된사회혁명은어떤모습으로비쳤고,이들은또한사회주의혁명이라는거대한내러티브속에서자신의인생사를어떻게재구성하고혁명에동참하려했는지,당시이들이품었던꿈은무엇이었는지살펴볼수있는기회를제공한다.

특히,5장에서는“노동자”“농민”과같이구체적인정체성을가진이들과“사무원”(사무직노동자,또는점원)이라는모호한단어로지칭되는이들이자서전쓰기와이력서작성등과같은실천을통해어떻게혁명적인주체로구성되었는지살펴본다.이런집단적인자서전쓰기를통해,이북에살았던사람들이자신들의인생사를사회혁명의내러티브속에어떻게끼워넣으려했는지뿐만아니라,과거친일부역행위를했던이들이나그런집안출신사람들은자신의과거를희석시키기위해어떤담론전략을활용했는지,또이같은전략이얼마나성공적이었는지등을생생하게살펴볼수있다.

이책은또한1948년남과북에각각정부가수립되고양진영이전쟁으로치닫게되면서,일상생활의역동성과창의성이어떻게축소되기시작했는지를살펴보며,또그과정에서혁명당시북조선인민들이표출하고기대했던희망이어떻게좌절되어갔는지를분석하고,현재북조선의역사를비판적으로고찰해볼수있는새로운기회를제공한다.서구사회가기괴한정치체계를가진,자신의국민들을굶겨죽이면서도핵개발과무장에만열중하는북조선이라는‘국가’만바라보는상황에서,이책은국가형성기에북조선에살았던개인들에게관심을기울여야함을역설한다.

민족사로서의남성들의인생사vs.여전히주변부에남은여성들의인생사

이책에서가장흥미로운내용가운데하나는,해방직후의경험을말하는남성들의내러티브와여성들의내러티브가상당히다르다는점이다.예컨대,남성들은대체로자신의인생사를글로쓰거나이야기할때해방을비롯한민족사의중요한분기점을자기삶에서도중요한분기점으로그리며,민족사와나란히자신의인생사를기술하고있다.이같은특징은이북지역에서쓰인수많은자서전들에서찾을수있을뿐만아니라,함석헌,오영진,리영희등과같이이남지역에서출간된회고록에서도찾을수있는데,이는남성들의경우의식적으로민족사의연대기에자신의삶을끼워넣고있음을보여준다.

반면,여성들이말하는인생사는민족사의분기점들과이어지면서도,그과정에서특유의양가적감정을자아낸다.예컨대,여성들의기억은,항일무장투쟁과빨치산운동에동등하게참여했음에도불구하고,해방의환희뿐만아니라좌절감이나안타까움같은양가적감정으로채색돼있었다.사실,남성들은자신의인생사를이야기할때가족에대해거의이야기하지않는다.반면,여성들의인생사에서는가족에대한이야기가빠지지않고등장하며,주요변곡점에서중요한굴레나제약으로작동하고있다.이점에서여성들은자신들의인생사를민족사의흐름들과쉽게동일시할수없었고,주변화될수밖에없었으며,해방공간에서도좌절감이나불안감등을느낄수밖에없었다.그럼에도이들은해방공간에서자신들의기억을적극적으로남기려하는모습을보이지못했고,해방공간이남성의경험과다른방식으로여성의경험을조형한시기이기도했다고비판적으로평가하지못했다.왜그랬을까?

간단히말해두자면,이는이북지역에서는김일성의개인적경험을,이남지역에서는남성들의특정한경험을(그것이가진특수성을간과한채)포괄적인민족사로일반화했기때문이다.이같은시각에서이책은북조선인민들이체험한사회주의적근대성의생생한모습을담고있을뿐만아니라,그모습이어떻게젠더화된형태로축소되고집단적으로기억되어왔는지보여주며,반식민주의투쟁에서든사회주의적근대성을향한투쟁에서든잘려나가거나잊힌여성들의목소리를복원해야할필요성에대해강조한다.

장별주요내용

1장에서는일상theeveryday을자연스러운시간의단위로간주하는대신,산업자본주의경험으로부터출현한근대적개념으로역사화하며,일상이란무엇인지살펴본다.나아가사회주의적일상이,자본주의적근대성아래에서의일상과달리,또한그것과는대립적으로,다양한형태의행위주체성들을접합해어떤특정한종류의행위주체성을접합하는지보여주기위해,일상을그와같은접합의장소로제시한다.소련뿐만아니라추가적으로중국의사례를살펴보면서,이북지역에서발생한혁명이일상적인사회주의적근대성의이같은흐름들내에위치하고있음을보여준다.

2장에서는일제하의식민지시기를되짚어본다.이를통해북조선의사회주의적근대성이어떤점에서식민지적근대성과자본주의적근대성(이둘은모두근대적주체들에대한인정없이근대성의형식을한반도에도입했다)에대한직접적인대응이었는지를살펴본다.

3장에서는인제군을중심으로혁명기간동안어떻게일상생활이변화했고,이를통해새로운근대적주체가어떻게형성되었는지자세히살펴본다.인제군은38도선을따라위치하고있을뿐만아니라,한반도이북지역가운데가장풍부한기록자료가남아있어면밀한연구가가능했다.특히3장에서는사회관계,정치참여및문화생활의토대를새롭게마련하는데중요한역할을한세가지사건을집중적으로조명한다.여기서말하는세가지사건이란사회관계를재구성한급진적토지개혁,인민위원회선거,교육의기회를가져다준문맹퇴치운동을가리킨다.

4장에서는혁명을제도화하는다양한조직들에초점을맞춘다.제아무리획기적인사건이라해도,기념비적사건들은그런사건들의핵심교의들을일상안에제도화하는항구적인조직과꾸준한실천을통해일관되게유지되어야하기때문이다.특히매일매일의습관을구조화하는수많은회의와학습모임같은다양한조직에개인들이참여하게됨에따라출현한단체생활을일상생활에서나타난중요한변화가운데하나로규정한다.

5장에서는“노동자”“농민”과같이구체적인정체성을가진이들과“사무원”(사무직노동자,또는점원)이라는모호한단어로지칭되는이들이자서전쓰기와이력서작성등과같은실천을통해어떻게혁명적주체로구성되었는지살펴본다.혁명이라는커다란역사적흐름속에서개인은특정집단의일부로자신을규정하기위해노력해왔고,노동자와농민같은추상적인범주들은그안에서구체적인의미를갖게되었다.이같은내러티브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