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여자가방에들어가신다 : 여성 홈리스 이야기 - 우리시대의 논리 30

그여자가방에들어가신다 : 여성 홈리스 이야기 - 우리시대의 논리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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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  집을 나와 거리에 선 여자들을 통해 그려낸 ‘여성의 얼굴을 한 가난’의 경로
▐  여자들이 겪는 빈곤과 폭력의 연쇄와 이중의 소외
▐  빈곤은 여자의 몸과 마음에 어떤 흔적을 남기며 여자들은 그것을 살아내는가
▐  가난한 여자들, 미쳐버린 여자들, 성난 여자들의 이상한 말들이 주류 서사에 가하는 균열과 그 공백이 남긴 질문들
홈리스행동 생애사 기록팀이 2021년 봄부터 2년 여간 만나온 여성 홈리스 7인의 이야기를 담았다. 전작 「힐튼호텔 옆 쪽방촌 이야기」를 통해 홈리스 스스로가 말하는 가난의 경로를 듣고 적었던 반빈곤 활동가들은 그 작업에서조차 제대로 들을 수 없었던 여성 홈리스들의 목소리를 찾아 역사와 공원, 거리 구석구석을 헤매며 “미친 여자” “성난 여자” “말을 꺼리는 여자”들의 이야기를 주워 담았다.

“무서운” 거리 대신 공원 화장실을 집 삼은 가혜의 “이상한” 말들, 역에선 목소리 큰 싸움꾼으로 통하지만 늘 소중한 먹거리와 살림살이들을 뺏기기만 하는 경숙이 불안한 가슴을 쓸어내리며 쏟아낸 말들, “내 코가 석자인” 홈리스 당사자이면서도 홈리스를 돕는 활동가로 일하는 가숙의 아리송한 이야기들은 IMF 외환위기 이후 실직한 가장의 무너진 삶으로 재현돼 왔던 홈리스 빈곤 서사에 균열을 가하면서 폭력으로부터 탈출해 가방을 싸들고 집을 나온 여자, 거리의 거친 삶을 자기 식대로 헤쳐나가며 “자유”를 말하는 여자, 쉼터와 옥탑방을 전전하면서도 일을 멈추지 않았던 여자들의 이야기로 새로운 가난의 경로를 그려낸다. 큼직한 사회적 변화의 단계를 따라 성실한 일꾼으로 자신의 삶을 그려냈던 남성 홈리스들과 달리 뭉텅뭉텅 비어 있고, 말하지 않는(/못한) 것들 투성이인 이 여자들의 이야기는 오히려 그 공백을 통해 우리에게 더 많은 질문을 던진다.
저자

김진희외

남편이사업으로빚을지게되면서아이와함께집을나왔다.모자동반쉼터에서생활하며채무금융상담,사회복지일등을해왔다.반지하와옥탑방,전셋집을거쳐지금은공공임대아파트에살고있다.

목차

화장실에사는여자/가혜이야기/이재임9
난나한테높임을써/기세의강경숙/홍수경35
지극히작은자에게한것이……/광장의서가숙/박소영오규상65
누가뭐라든꿋꿋이/미희이야기/홍수경105
두여자/영주와나/최현숙131
너희에게/딸들에게보내는편지/김진희171
“아저씨는너무나깨끗해요”/돌보는길순자이야기/홍혜은199
에필로그/이재임233
덧붙이는말/홈리스가말하는홈리스정책/서가숙247

출판사 서평

책속에서

22-23쪽:밤에는무서워요.가게문닫고사람없고여기나혼자있으면진짜잠이안와.화장실문을잠그지도못하고그러니까.근데갈데가없잖아요.여기말고아주낯선곳에,남자들만있는데가서잘순없잖아요.이노숙생활은전부다남자예요.여자몇안돼요.여자는안보여요.아무데나가서잘수가없어요.서울역에밥주는봉사단올때먹으러오는사람들은다남자예요.수십명수백명이된다고해도다남자지여자는없어요.여자들이껴봐야하나둘이에요.

39쪽:그짐가방에(종이컵을들며)요만한명란젓이랑오징어젓갈배추김치옷도있고……하여튼다있었어.종이돈하고무거운동전한뭉치도있었어.금돈(10원),은돈(50원,100원,500원),다폐품팔아서모은돈이야.그게나한테중요한거고다돈이잖아.물건도다새거였단말이야.

45-46쪽:나는보통새벽4시전에일어나.같은벤치에서자는여자가부스럭거려서일어나지.밤에깊게잠들면안돼.고물상에팔걸하나라도더모아야하는데잠을자면못가져가니까.또○○마트가노는(닫혀있는)동안폐지를실어나를딸딸이(카트)를빌려써야하거든.내가딸딸이쓰는걸마트직원이보면뺏어.그러니까내가잘때도마음이막조이는거지.일어나면침낭이랑짐정리해서역안의자밑에들여다놔.그리고○○마트딸딸이가져가서근방을돌며가게에서나오는폐지를주워.오전7시전에고물상에들고가서팔고,딸딸이는다시마트에갖다두는거지.요즘폐지단가가30원까지떨어져서하루에몇백원에서1000원정도벌어.진짜많이벌면2000원.더벌고싶지만가게전체를휩쓰는남자가있거든.근데그몇푼되지도않는걸벌려고아등바등하는나도참한심하지,한심해.그거몇푼한다고남들다자는데일어나서…….

50쪽:역대합실에오면있잖아.냄새가확밀려와.머리가띵하고아프고숨을못쉬겠어.노숙자들몸에서나는냄새야.노숙자가대합실자리를다차지하고앉아서승객들은앉을자리가없어.그와중에노숙자들이먹을걸막먹고앉았어.그걸보고참용하다,이런구역질나는냄새맡으면서먹을게입에들어갈까싶어.근데그냄새가내몸에서도나고있지.한번은도저히못참아서환기좀하라는쪽지를써서역무원한테줬어.제발역문좀열고살라고.

77쪽:짐은요……아주징글징글해,하하하.내가전에도얘기했는데,죽을래도이거때문에죽을수도없다그랬어요.계속한군데있으면두고나서또쓸수있는데,한곳에머물지못하고또어디갈수도있다생각하니까아쉬워서담아서갖고다니게돼요.그거때문에어디가서구박받지.짐좀줄이라고.근데다필요한데그걸어떻게줄여.

96쪽:여성홈리스가밥먹으러줄서면,남자들이이상한말을해요.“식당가서일하고밥을먹지”그래.지네도와서먹으면서.그런게한두번이아니야.밥먹는것도약타는것도여자들이많아서늦는다는거야.그렇게괜히여자들을쫘대요,오지말라고.나는면역이돼서그러거나말거나가서줄을서는데,진짜얼굴두껍지않으면그거줄서서먹기힘들어요.그러니까급식하는데도피하고화장실에가는거예요.또남자들은아무데나막눕잖아요.근데여자들은누울데가없고하니까그런데가죠.여성홈리스가적다고생각하잖아요.근데아닌것처럼하고있고,안보이는데가있고그래서그런거예요.화장실안에도바깥에도사람이있어요.장애인화장실앞에서쭈그리고앉아있는사람도있어요.있을데가없어서그앞에앉아있는거예요.짐이많으니까밥먹으러도못가고.

117쪽:나한테엄마라고부르는데엄마한테맡긴내아이가떠오르더라고요.우리애는잘지내고있을지,어떻게지낼지생각하니마음이참갑갑했어요.
142쪽:밥냄새를따라천막에들어갔다가일주일만에밥을먹어봤어.김이무럭무럭나는뜨거운밥이었어.왜그렇게오래식사를못했냐고밥쏴님이묻더라고.술마시고자느라고무료급식때를못맞췄다고그랬지뭐.

163쪽:교도소는뭐깝깝하긴해도세끼밥주고잠자리좋고……노숙하는거보다편키는하지.그래도깝깝해서몬살아요,하하.내는막내맘대로하고막돌아다니고그거몬하면몬살거든요.내헌테잘해준이모하나가있었는데,나나올때“영주야,니앞으로사회나가면착하게살고나쁜짓그만하고살그래이”그케서“예,알았어요,이모”그래약속을하고나왔거든.그약속을내가지켰어.그후로는교도소에는안갔어요,나쁜짓은좀했지만.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