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국가는 잔혹하고, 사회는 무심하다.
그 안에서 부대끼며 살아가는 이주민들의 삶을 기록하다
그 안에서 부대끼며 살아가는 이주민들의 삶을 기록하다
* ‘새로운 이웃’이 우리 사회에 선물한 다양성이라는 의미를 살려 이 책의 표지를 다섯 가지 색상 종이에 인쇄했습니다. 그리고 독자에게는 주황색, 연두색, 겨자색, 하늘색, 연보라색 표지 중 하나가 임의로 전해집니다. ‘골라서 받아들이는’ 선별된 관계에서 경험하지 못할 기대감과 반가움을 선사하고자 합니다. 표지의 제목 글자는 책에 실린 이야기를 들려준 여러 이주민의 언어인 네팔어, 미얀마어, 방글라데시어, 베트남어, 아랍어, 영어, 캄보디아어, 한글 등의 낱글자 및 조형적으로 만든 이미지로 레터링했습니다.
살아가고 일하고
A는 연근해 어업에 종사하는 선원 노동자이다. 매일 바다에 나가고, 매일 뭍에 들어온다. 기계를 잘 다뤄 틈나는 대로 선박을 고치며 추가 수입을 얻는다. 배에서 일을 가장 잘하는 선원이라는 자긍심이 있다. B는 고등학생이다. 지역사회에서 봉사를 하며, 이모의 속옷 가게를 맡아 오프라인과 온라인 매장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홍보 마케팅에 관심이 많아 대학에서도 미디어 콘텐츠를 공부할 계획이다. C는 시인이다. 절대적 공포 자체인 전쟁을 이야기한 시를 썼고, 직장인들이 주머니에 품고 있는 사직서 같은 시도 지었다. 10년 뒤에는 고향에 학교를 열고 학생들을 맞이하는 것이 꿈이다. D는 김치찌개 맛집을 잘 안다. 개인 자원봉사 자격증을 따서 장애인 돌봄 봉사 활동을 시작했고,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하고부터는 요양보호사로 일하고 있다. 이들 모두 누구나 그렇듯 주어진 하루를 살아가며 일하고 배우고 꿈꾸는 시민, 노동자이다. 그리고 다른 나라에서 왔다는 이유로 이주민, 이주노동자라 불리는 사람들이다.
A는 베트남에서 온 이주 노동자 후이(가명)이다. 두 아들의 아버지로 한국에서 4년째 일하고 있다. 다섯 형제 중 자신을 포함해 네 명이 한국의 선원이었거나 현재 선원이다. 한 번 비자를 받아 한국에 오면 4년 10개월까지 일할 수 있는데, 다시 베트남에 갔다 와도 추가로 그에게 허락되는 시간은 앞으로 5년 8개월이 최대다. 이후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원양어선을 타거나 미등록 체류 상태로 머문다. B는 고려인 4세 한나이다. 4년 전까지 우즈베키스탄에서 살다 한국에 왔다. 한국어, 러시아어, 중국어, 영어를 할 줄 안다. 고려인은커녕 해외 체류 동포에 대해서도 몰랐던 학급 친구들에게 역사 시간 수행 평가로 해외 체류 동포 이야기를 모아 들려주었다. C는 네팔 시인 세세풍 쎄르마 림부이다. 경기도 화성에서 철근을 만들다 거제도 대우조선 하청 업체로 옮겨 왔다. 지금은 도장 파트에서 수년째 야간작업을 하고 있다. 가족과 떨어져 지낸 지 10년이다. D는 1975년 중국 선양시에서 태어나 조선족 학교인 직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997년부터 20년 넘게 한국에서 살고 있는 영애(가명)이다. 한국인 요양보호사가 10만 원을 받으면 중국 동포는 8만, 9만 원을 받는다. 일하는 시간은 같고 세금도 똑같이 낸다. 그럼에도 네가 살던 나라에서는 그것도 큰돈 아니냐는 말을 듣는다.
버티고 싸우고
정부의 외국인 인력 수급 정책은 인구구조 변화 및 인구 부족에 따른 고용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파종기나 수확기 등 단기간 집중적으로 일손이 드는 농업·어업 분야의 계절근로 도입 규모를 한시적으로 늘리거나 결혼이민자의 가족과 친척을 초청하는 방식으로 노동력 필요를 메운다. 2004년부터 운영된 고용허가제의 계약 기간은 3년으로 시작해 사용자가 재고용을 원하면 1년 10개월 연장을 허락하고, 출국 후 재입국하면 다시 4년 10개월 고용이 가능하게 하는 식으로 20여 년에 걸쳐 변화해 왔다. 건설업, 농·축산업, 어업 분야가 아닌 서비스업에 해당해 이들을 고용하지 못한 도매·유통업의 상하차 직무에도 고용을 허용한다는 입장을 밝히는 등 이주노동자 고용 체제는 ‘산업 현장의 요구에 대응해’ 개편되고 있다.
정작 이주자가 어떤 과정을 거쳐 여기 일하러 왔는지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가 꿈꾸는 미래를 알려 하지 않는다. 소용이 다하면 국경 밖으로 내치고 새로운 노동자를 들여오면 그만이라 여긴다. 원칙적으로 사업장 이동을 허용하지 않고, 가족 동반을 허용하지 않으며, 무엇보다 정주를 허용하지 않는다. 차별 없이 적용해야 할 〈근로기준법〉의 일부 조항을 유예한다. 한정된 기간 동안 일을 시키고 내보낼 것이기에 사회 통합을 고민하지 않는다. 2012년 아시아 국가 최초로 〈난민법〉을 제정했지만 여전히 외국인보호소에는 ‘보호’라는 말이 무색하게 ‘감금’된 사람들이 있다. 1994년 이후 2023년 8월까지 한국의 난민 인정률은 1.47퍼센트로 세계 최하위 수준이다.
이주민, 이주노동자, 결혼이주자, 귀환 동포, 난민, 그리고 그 자녀들. 이주자는 여러 이름으로 불린다. 저임금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옭아매고, 필연적으로 이어지는 가난은 동정한다. 세금은 가져가되 복지 체계에서 배제하고, 지원이 필요한 상황에 놓이면 외면한다. 함께한 지 30년이 훌쩍 넘었고, 이제 그 수는 인구의 4퍼센트에 해당한다. 지금까지처럼 이주자를 잠깐 쓰고 버려도 되는 일회용으로 여길 수는 없게 되었다. 무엇보다 이들도 그저 버티는 데 그치지 않고 사회를 바꾸기 위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우리’와 ‘그들’이라는 구분은 이미 불가능하다.
다양한 삶을 다채롭게 엮은 책
당신의 신은 유대인의 것.
당신의 음악은 흑인의 것.
당신의 차는 일본인의 것.
당신의 피자는 이탈리아인의 것.
당신의 가스는 알제리의 것.
당신의 커피는 브라질의 것.
당신의 민주주의는 그리스의 것.
당신의 숫자는 아랍의 것.
당신의 문자는 라틴의 것.
나는 당신의 이웃.
그런데 당신은 나를 이방인이라 부르네.
_에두아르도 갈레아노(Eduardo H. Galeano, El cazador de historias, Siglo XXI, 2017).
이방인은 어떻게 이웃이 되고 친구가 될까. 혐오와 차별로 덧칠되지 않은 관계를 만드는 출발점은 무엇일까. 고기복, 고태은, 김나연, 김선향, 김애화, 리온소연, 명숙, 반수연, 부희령, 송경동, 시야, 안미선, 오시은, 우삼열, 우춘희, 이경란, 이란주, 이수경, 정윤영, 정은주, 홍주민, 희정 등 22명의 작가, 활동가, 연구자가 한국 사회 이주민을 꾸준히 또는 새로이 만나 내밀한 이야기를 듣고 적었다. 작은 틈만 있어도 싹을 틔우고 줄기를 뻗는 야생초처럼 곳곳에서 자리 잡으려 분투하는 사람들을 들여다봤다. 살아가고, 일하고, 버티고, 바꿔 나가는 다채로운 이야기를 만나고 나면 이들은 이제 낯설지 않다. 읽기를 지속한다면, 그동안 무심코 스쳐 갔던 이주자가 분명한 온기를 가진 사람으로 다가올 것이다.
‘새로운 이웃’이 우리 사회에 선물한 다양성이라는 의미를 살려 이 책의 표지를 다섯 가지 색상 종이에 인쇄했다. 그리고 독자에게는 주황색, 연두색, 겨자색, 하늘색, 연보라색 표지 중 하나가 임의로 전해진다. ‘골라서 받아들이는’ 선별된 관계에서 경험하지 못할 기대감과 반가움을 선사하길 바랐다. 표지의 제목 글자는 책에 실린 이야기를 들려준 여러 이주민의 언어인 네팔어, 미얀마어, 방글라데시어, 베트남어, 아랍어, 영어, 캄보디아어, 한글 등의 낱글자 및 조형적으로 만든 이미지로 레터링했다.
살아가고 일하고
A는 연근해 어업에 종사하는 선원 노동자이다. 매일 바다에 나가고, 매일 뭍에 들어온다. 기계를 잘 다뤄 틈나는 대로 선박을 고치며 추가 수입을 얻는다. 배에서 일을 가장 잘하는 선원이라는 자긍심이 있다. B는 고등학생이다. 지역사회에서 봉사를 하며, 이모의 속옷 가게를 맡아 오프라인과 온라인 매장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홍보 마케팅에 관심이 많아 대학에서도 미디어 콘텐츠를 공부할 계획이다. C는 시인이다. 절대적 공포 자체인 전쟁을 이야기한 시를 썼고, 직장인들이 주머니에 품고 있는 사직서 같은 시도 지었다. 10년 뒤에는 고향에 학교를 열고 학생들을 맞이하는 것이 꿈이다. D는 김치찌개 맛집을 잘 안다. 개인 자원봉사 자격증을 따서 장애인 돌봄 봉사 활동을 시작했고,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하고부터는 요양보호사로 일하고 있다. 이들 모두 누구나 그렇듯 주어진 하루를 살아가며 일하고 배우고 꿈꾸는 시민, 노동자이다. 그리고 다른 나라에서 왔다는 이유로 이주민, 이주노동자라 불리는 사람들이다.
A는 베트남에서 온 이주 노동자 후이(가명)이다. 두 아들의 아버지로 한국에서 4년째 일하고 있다. 다섯 형제 중 자신을 포함해 네 명이 한국의 선원이었거나 현재 선원이다. 한 번 비자를 받아 한국에 오면 4년 10개월까지 일할 수 있는데, 다시 베트남에 갔다 와도 추가로 그에게 허락되는 시간은 앞으로 5년 8개월이 최대다. 이후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원양어선을 타거나 미등록 체류 상태로 머문다. B는 고려인 4세 한나이다. 4년 전까지 우즈베키스탄에서 살다 한국에 왔다. 한국어, 러시아어, 중국어, 영어를 할 줄 안다. 고려인은커녕 해외 체류 동포에 대해서도 몰랐던 학급 친구들에게 역사 시간 수행 평가로 해외 체류 동포 이야기를 모아 들려주었다. C는 네팔 시인 세세풍 쎄르마 림부이다. 경기도 화성에서 철근을 만들다 거제도 대우조선 하청 업체로 옮겨 왔다. 지금은 도장 파트에서 수년째 야간작업을 하고 있다. 가족과 떨어져 지낸 지 10년이다. D는 1975년 중국 선양시에서 태어나 조선족 학교인 직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997년부터 20년 넘게 한국에서 살고 있는 영애(가명)이다. 한국인 요양보호사가 10만 원을 받으면 중국 동포는 8만, 9만 원을 받는다. 일하는 시간은 같고 세금도 똑같이 낸다. 그럼에도 네가 살던 나라에서는 그것도 큰돈 아니냐는 말을 듣는다.
버티고 싸우고
정부의 외국인 인력 수급 정책은 인구구조 변화 및 인구 부족에 따른 고용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파종기나 수확기 등 단기간 집중적으로 일손이 드는 농업·어업 분야의 계절근로 도입 규모를 한시적으로 늘리거나 결혼이민자의 가족과 친척을 초청하는 방식으로 노동력 필요를 메운다. 2004년부터 운영된 고용허가제의 계약 기간은 3년으로 시작해 사용자가 재고용을 원하면 1년 10개월 연장을 허락하고, 출국 후 재입국하면 다시 4년 10개월 고용이 가능하게 하는 식으로 20여 년에 걸쳐 변화해 왔다. 건설업, 농·축산업, 어업 분야가 아닌 서비스업에 해당해 이들을 고용하지 못한 도매·유통업의 상하차 직무에도 고용을 허용한다는 입장을 밝히는 등 이주노동자 고용 체제는 ‘산업 현장의 요구에 대응해’ 개편되고 있다.
정작 이주자가 어떤 과정을 거쳐 여기 일하러 왔는지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가 꿈꾸는 미래를 알려 하지 않는다. 소용이 다하면 국경 밖으로 내치고 새로운 노동자를 들여오면 그만이라 여긴다. 원칙적으로 사업장 이동을 허용하지 않고, 가족 동반을 허용하지 않으며, 무엇보다 정주를 허용하지 않는다. 차별 없이 적용해야 할 〈근로기준법〉의 일부 조항을 유예한다. 한정된 기간 동안 일을 시키고 내보낼 것이기에 사회 통합을 고민하지 않는다. 2012년 아시아 국가 최초로 〈난민법〉을 제정했지만 여전히 외국인보호소에는 ‘보호’라는 말이 무색하게 ‘감금’된 사람들이 있다. 1994년 이후 2023년 8월까지 한국의 난민 인정률은 1.47퍼센트로 세계 최하위 수준이다.
이주민, 이주노동자, 결혼이주자, 귀환 동포, 난민, 그리고 그 자녀들. 이주자는 여러 이름으로 불린다. 저임금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옭아매고, 필연적으로 이어지는 가난은 동정한다. 세금은 가져가되 복지 체계에서 배제하고, 지원이 필요한 상황에 놓이면 외면한다. 함께한 지 30년이 훌쩍 넘었고, 이제 그 수는 인구의 4퍼센트에 해당한다. 지금까지처럼 이주자를 잠깐 쓰고 버려도 되는 일회용으로 여길 수는 없게 되었다. 무엇보다 이들도 그저 버티는 데 그치지 않고 사회를 바꾸기 위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우리’와 ‘그들’이라는 구분은 이미 불가능하다.
다양한 삶을 다채롭게 엮은 책
당신의 신은 유대인의 것.
당신의 음악은 흑인의 것.
당신의 차는 일본인의 것.
당신의 피자는 이탈리아인의 것.
당신의 가스는 알제리의 것.
당신의 커피는 브라질의 것.
당신의 민주주의는 그리스의 것.
당신의 숫자는 아랍의 것.
당신의 문자는 라틴의 것.
나는 당신의 이웃.
그런데 당신은 나를 이방인이라 부르네.
_에두아르도 갈레아노(Eduardo H. Galeano, El cazador de historias, Siglo XXI, 2017).
이방인은 어떻게 이웃이 되고 친구가 될까. 혐오와 차별로 덧칠되지 않은 관계를 만드는 출발점은 무엇일까. 고기복, 고태은, 김나연, 김선향, 김애화, 리온소연, 명숙, 반수연, 부희령, 송경동, 시야, 안미선, 오시은, 우삼열, 우춘희, 이경란, 이란주, 이수경, 정윤영, 정은주, 홍주민, 희정 등 22명의 작가, 활동가, 연구자가 한국 사회 이주민을 꾸준히 또는 새로이 만나 내밀한 이야기를 듣고 적었다. 작은 틈만 있어도 싹을 틔우고 줄기를 뻗는 야생초처럼 곳곳에서 자리 잡으려 분투하는 사람들을 들여다봤다. 살아가고, 일하고, 버티고, 바꿔 나가는 다채로운 이야기를 만나고 나면 이들은 이제 낯설지 않다. 읽기를 지속한다면, 그동안 무심코 스쳐 갔던 이주자가 분명한 온기를 가진 사람으로 다가올 것이다.
‘새로운 이웃’이 우리 사회에 선물한 다양성이라는 의미를 살려 이 책의 표지를 다섯 가지 색상 종이에 인쇄했다. 그리고 독자에게는 주황색, 연두색, 겨자색, 하늘색, 연보라색 표지 중 하나가 임의로 전해진다. ‘골라서 받아들이는’ 선별된 관계에서 경험하지 못할 기대감과 반가움을 선사하길 바랐다. 표지의 제목 글자는 책에 실린 이야기를 들려준 여러 이주민의 언어인 네팔어, 미얀마어, 방글라데시어, 베트남어, 아랍어, 영어, 캄보디아어, 한글 등의 낱글자 및 조형적으로 만든 이미지로 레터링했다.
당신은 나를 이방인이라 부르네 (표지 5종 중 1종 랜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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