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트 홈

스위트 홈

$19.00
Description
“내게 아이는 보물이에요. 사랑을 쏟으며 애지중지 키웠습니다. 말을 듣지 않아서 입에 수건을 물렸습니다. 잘 닦아 줘서 더럽지 않았어요. 먹지 않으면 싸지도 않겠죠. 생활은 제대로 했어요. 가족 모두 행복했어요. 가둬 둘 땐 티셔츠랑 기저귀 한 장만 입혔습니다. 한 번도 잊은 적이 없습니다. 내 딴에는 사랑했지만 죽이고 말았어요.”

누군가에게 돌봄을 받은 적도 누군가를 돌보는 경험을 해본 적도 없이 어른이 되었다. 부모가 되어선 어떻게 해야 좋을지 알 수가 없었다. 사랑한다고 말하며 자식을 학대했고 목숨까지 빼앗았다.

언론이 아동 학대 뉴스를 보도하면 전문가도 일반인도 입을 모아 ‘악마’ 같은 인간이라며 부모를 비난하고 아동상담소와 행정 당국의 서투른 조치를 지적한다. 그러고 나면 이제 모든 악의 근원이 낱낱이 밝혀졌다는 듯 관심은 다른 쪽으로 흘러간다. 사건에 대한 재판이 시작되어 내막이 밝혀질 즈음엔 사건이 일어났다는 사실조차 잊는다. 매해 수십 건에 이르는 아동 학대 사망 사건은 기껏해야 며칠 동안 소비될 뉴스 소재밖에 되지 않는다. 그렇게 반복되는 사이 아동 학대를 둘러싼 어떤 진실이 어둠 속에 파묻히는 건 아닐까. 이 책은 그런 진실의 조각을 해명해 보려는 시도이다.
저자

이시이고타

(石井光太)
1977년일본도쿄에서태어났다.2005년제3세계의빈곤문제를다룬『구걸하는붓다』로데뷔했고,고단샤논픽션대상심사위원이었던다치바나다카시의절찬을받으며차세대논픽션기수로주목받았다.이후빈곤과범죄등사회적문제를다룬르포작품들을다수집필하며일본저널리즘을이끌고있다.
국내에소개된책으로『나의슬픈아시안』(『구걸하는붓다』),『절대빈곤』,『거리의아이토토』,『어린이호스피스의기적』,『가족의무게』등이있으며,그밖의저서로『표류아동,복지시설의최전선을가다』,『신이버린나체』,『렌털차일드』,『르포,아사현장에서살아가다』,『시체,대지진과쓰나미의끝에』,『반딧불의숲』,『부랑아1945,전쟁이낳은아이들』등이있다.

목차

들어가며7

첫번째사건:유아아사백골화사건15
지옥도로변한집17/아빠엄마아이3인가족24/부부싸움34/아내의가출40/감금생활44/왜구하지못했나52/욕망과죽음57/판결이후68/아이를낳아서는안되는부부73/유흥업소에서일할때86/하코네의유서깊은료칸97

두번째사건:영아연속살해사건115
이즈반도남쪽117/모자가정123/결혼135/밤일141/재혼149/2015년시모다156/괴물의아이167/“천장아이”174/“살이쪘을뿐!”180/“서랍아이”189/2015년누마즈198

세번째사건:토끼우리감금학대치사사건209
아라카와강211/2014년재판215/가족의초상227/몬스터의아이234/부부관계249/다시체포260/2016년재판265/판결281/또한명의몬스터286

나가며305

문고판후기331
옮긴이의글339

출판사 서평

1.내딴에는사랑했지만죽이고말았다
:누군가에게는‘스위트홈’,누군가에게는‘악마의집’

“남편이집에돌아오고나서편지에서약속한대로가족은운동회를보러갔고가정용비디오카메라로딸이활약하는모습을촬영한다.비디오영상에는운동장에서열심히달리기경주를하는딸과그모습을지켜보며신나게응원하는부모의모습이찍혔다.…부부는편지를주고받고얼마되지않아갓세살난둘째아들을3개월동안토끼우리에가두어숨지게하고사체를유기한다.둘째딸에게는반려견용목줄을채워신체의자유를뺏고발로차고때리는등의폭행을가해전치2주의상해를입힌다.희생된두아이에게는밥도거의주지않았고방에감금한채밖으로데리고나가지도않았다.”
-본문에서

매일평균126건의아동학대신고가접수되고그중77건이학대로판정된다.가해자가부모인경우는82.7%,집안에서학대가일어나는경우는81.3%이다.이가운데학대피해아동을부모와분리조치하는비율은10명에1명꼴이다.학대,자녀살해후자살,화장실같은곳에서출산후방치등으로매주1명씩숨진다(보건복지부,「2022년아동학대연차보고서」,2023년8월).죽음으로이어지지않은,신고됐지만학대가아니라고판단돼별다른조치가뒤따르지않은,신체폭력이아니어서세간의이목을끌지못한,무엇보다가정이라는‘밀실’에서일어나아무도모른채괴로운시간을보내는아이들은얼마나될까.통계만으로짐작하지못할아동학대현장의생생한풍경과깊숙한이야기를,현재일본에서가장주목받는논픽션작가중한명인이시이고타가탐사해썼다.
2022년한국어로번역출간된동저자의『가족의무게』가은둔형외톨이,돌봄포기,빈곤과동반자살,가족의정신질환,노노(老老)간병,아동학대등다양한형태의가족관계에서일어나는문제현상을다루었다면,이책『스위트홈』은젊은부모와자녀로이루어진가족안에서‘부모가자식을죽인’세가지사건을밀도있게추적한다.애정으로돌볼것이기대되는‘단란한가정’에서일어난비극적인결말이기에이야기의굴곡은한층가파르다.집,학교,거리등가해자가살았던공간으로직접찾아가그들이보았을풍경,들었을말을직접확인한다.쇠락한도시,활기를잃은거리,오래된낡은빌라,시내에서떨어져외따로덩그러니자리잡은집….이시이고타는그들이거쳐온공간과시간을세세히그려나간다.
이처럼꼼꼼한현장취재와가족과주변인물을다각도로인터뷰해알아낸내밀한가족사를토대로자칫가해자의이야기로만남을법한살인사건의전모를균형감있게서술한다.이를통해본질은알려지지못한채자극적으로소비되고마는이야기들을특유의단단한기술과흡인력있는문체로끌고나가는한편,개인과사회구조어느한쪽에치우치지않고사건의진실에다가가려는노력을기울인다.


2.‘악마의집’에서살아남은아이가어른이되어만든‘스위트홈’
:피해자가다시가해자가되는굴레

“이책을처음접했을때…아이를죽인부모,그들의이야기를들어보겠다는시도가가해자에게마이크를쥐여주는행위처럼보였다.불가피한사정으로어쩔수없이범죄를저지르고말았다는,가해자에게도그나름의이유가있었다는정당방위서사를만들어내는일은아닐까싶어께름칙했다.하지만저자를따라법정,교도소접견실,쓰레기로가득찬방등을돌아다니는사이피해,가해라는이분법의도식으로는정리되지않는상황에맞닥뜨렸다.…영유아살해사건뉴스를볼때면자식을제손으로죽인부모들을보며도대체왜그랬을까,어떻게저럴수있지하고소름끼치는오싹함과치떨리는분노를느끼곤했다.악마라고비난했고마땅한죗값을치러야한다는말에고개를끄덕였다.하지만이시이고타와함께한이번여정은아이를죽인부모를악마라고비난하는것만으로는,가해자가엄벌을받도록촉구하는것만으로는아무일도해결되지않는다는무력감으로나를몰고갔다.”
-옮긴이의글에서


자식을폭력으로대하는가정에서태어났다.애초에가족은내가선택할수있는것이아니었다.유년기,청소년기를버티고살아남았다.그리고이제나는똑같은가정을만들었다.

모두가아닌누군가만의‘스위트홈’에서는무슨일이일어났던걸까.피해자는이미세상에없으니가해자인부모에게들어야했다.아쓰기시유아아사백골화사건,시모다시영아연속살해사건,아다치구토끼우리감금학대치사사건.이책에서다룬세가지사건의학대가해자들은하나같이나고자란환경이극도로열악했다.대부분의부모는유소년기의경험에비추어제자식을사랑하고,기르고,필요에따라주위에도움을청한다.하지만사건당사자들은그렇지않았다.열악한환경에서자라왔고,가족이무엇인지,사랑하는일이어떤것인지,육아가무엇인지몰랐다.생활고탓에유흥업으로빠지고범죄에손대다보니공적서비스를이용하거나상담창구를찾아가는일을두려워하며꺼렸다.가난하거나방임된가정에서나고자란터라언어또한빈곤했다.고등학교를졸업하고아르바이트등사회생활을하고있었음에도그들이내뱉는단어는빈약했고문장은틀을갖추지못했다.
이시이고타는그런그들에게말을걸고되풀이해묻고들으며고스란히기록했다.어느시점에렌즈를갖다대느냐에따라피해와가해는달라졌다.가해자들의어린시절을돌아보면판박이같은모습이펼쳐진다.어린나이에아이를낳은부모에게서방임에가까운처지에놓여,사랑받는게어떤일인지사랑을주는게어떤일인지한번도느껴보지못한채자란다.누군가에게돌봄을받은적도누군가를돌보는경험을해본적도없이어른이된다.가해와피해로이분화할수없는복잡다단한장면들과대물림되는학대의굴레가그들의삶속에서또렷이보인다.가해자의과거와현재,그시·공간을좇는사이가해자의삶너머로개인의힘으로는도저히어찌해보지못할폭력적인사회구조가얼핏얼핏드러난다.


3.그때내옆에누군가무엇인가있었다면….
:가족에게도그리고사회에서도받지못한두번째기회

“나는[시모다시영아연속살해사건이일어난]이마을의번화가를걷다가기시감에휩싸였다.앞에서다룬‘아쓰기시유아아사백골화사건’의무대였던모토아쓰기,그리고뒤에서다룰‘아다치구토끼우리감금학대치사사건’의무대가되는다케노즈카,세곳의분위기는마치한마을인양닮아있다.역앞에는환락가가펼쳐지고교외의주택가에는빈곤이만연해있다.가정환경이불우한아이들이고등학교를중퇴하고10대에아이를낳고유흥업소에서일하다결국은제자식을죽음으로몰아가는,그런대강의도식이눈앞에그려졌다.어둠에묻힌이거리가이곳젊은이들에게는어쩌면막다른골목처럼느껴질지도모르겠다.”

“2년에걸쳐세사건에대한조사를마치고나자어찌하지못할안타까움이마음을짓눌렀다.가해자부모든희생된아이든그들이‘사건’이라는결말에이른데에는자신들의힘만으로도저히어찌하지못할환경이공통적으로있었다.그래서더더욱석연찮은기분에사로잡혔는지도모른다.물론똑같은상황의부모와아이가모두최악의사태로치닫는것은아니다.어떤계기로전혀다른운명의길이열리기도한다.”
-본문에서


무너져가는도미노같은시간을돌이킬방법은없더라도곧쓰러질도미노를지킬기회는남아있을것이다.

세상을바꾸는변화는종종어떤사건또는죽음을계기로삼는다.그래서더나아진사회를살아가는일은,바뀐세상을만나지못한존재를떠올리는일이되곤한다.가령2024년7월부터익명출산및익명인도를지원해‘유령아동’을막는보호출산제와출생신고제가시행되는데,좀더앞서시행되었다면2015년부터2023년5월까지태어난영유아중출생신고가되지않은2267명,특히이미사망했다고조사된256명은다른길을만났을지도모른다.『스위트홈』을읽으면서도돌이킬수없는아이들의죽음대신,겹겹으로이어지는어떤순간에는작은계기만으로도모두를위한‘스위트홈’을만들방법이있지않았을까하며곱씹게된다.
무엇이사건의고리를끊고극단으로치닫는주인공들을다른길로이끌수있었을까.이시이고타는사건의원인을결정적인어느한가지로간주하고파국의원인을따져보기보다는,주인공이각각의생애단계마다어떻게변화해나가는지를있는그대로서술하면서독자에게판단을맡긴다.그럼에도그는자칫예외적이고특수한개인의문제로보일만한사건들이개인적문제와사회적문제가만나는어느중간에서발생한다는점,그리고가정을‘밀실’로만들어버리는사회의무책임만은거듭환기하고있다.사건의바닥까지내려가취재해기록하면서도사건자체에매몰되지않음으로써우리가함께고민할여지를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