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억압과 편견의 시대, 스스로 글을 쓴 여성들
총서에 실린 일곱 편의 글은 무엇보다 시대적 산물로서의 여성, 즉 한 개인을 정의하는 데 젠더 정체성이 중요해지는 순간의 여성들에 관한 것이라는 공통점을 갖는다. 이들은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스스로에 관한 기록을 남겼으며, 그들이 남긴 자기 서사는 기존의 장르 체계로 충분히 설명하기 힘들다. 그리고 이런 기록의 내용은 이들이 살았던 당대에는 물론이고 후대에도 공적인 영역과 사적인 영역을 불안정하게 오가며 왜곡되거나 은폐되었다.

흥미로운 것은 여성에 대한 억압과 편견이 노골적인 시대에 여성이 스스로에 대해 발화하는 장면이 우리에게 낯설지 않다는 사실이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여성들은 여성 혐오에 자기 서사로 대답하기 시작한 특정 시기에 속한 이들로서 오늘날 책과 SNS에 자기 삶을 기록하는 여성들과 매우 닮아 보인다. 물론 고대에서 현대까지를 관통하는 여성적 글쓰기의 전통이 존재할 리 없으며, 이 책의 저자들은 여성이라는 범주의 역사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바꿔 말해서 이 책은 여성을 고정적이고 불변하는 정체성을 지닌 대상으로 영속화하거나 여성만의 본질적인 특질을 발견하는 작업과는 거리가 멀다. 다만, 조선의 열녀를 식민지 조선의 신여성 나아가 대한민국의 성노동자, 학출 여성 활동가들과 나란히 둠으로써 역사적 대상으로서 ‘여성’과 ‘글쓰기’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더하고, 우리 시대를 해석하는 데 유익한 시사점을 얻을 수 있으리라고 기대할 뿐이다.
저자

김원, 김정경, 노지승, 장영은, 조혜진, 하인혜, 홍인숙

한국학중앙연구원 사회과학부 교수이다. 서강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정치외교학과에서 석사와 박사를 마쳤다. 구술사학회 편집위원, 『실천문학』 편집위원 등을 맡았으며, 주요 저서로 『잊혀진 것들에 대한 기억』(1999), 『여공 1970, 그녀들의 반역사』(2006), 『87년 6월 항쟁』(2009), 『박정희 시대의 유령들』(2011) 등이 있다. 최근에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는 냉전 시대 동아시아에서 국경을 넘는 밀항자, 망명자의 기억과 이야기에 관한 것이다.

목차

서문
1장 아홉 통의 유서로 복원한 한 조선 여성의 생애: 열녀 남원 윤씨의 고독한 삶, 그리고 뜻밖의 우정 / 홍인숙
2장 나는 내가 누구인지 말할 수 있을 때 내가 된다: 혜경궁 홍씨의 『한중록』을 중심으로 / 김정경
3장 여성과 유배: 분성군부인 허씨의 『건거지』에 나타난 자기 재현 / 조혜진
4장 스칸디나비아 공간과 근대 여성-되기: 최영숙의 유학 기록과 메리 울스턴크래프트의 스칸디나비아 서간문 겹쳐 읽기 / 하인혜
5장 인텔리 여성의 반동: 임옥인의 자기 서사와 보수주의 / 장영은
6장 인정 욕망과 저항 의지 사이에서 말하기: 1970년대 성노동자‘들’의 소설화된 자기 서사 읽기 / 노지승
7장 1980년대와 ‘그녀들’: 구술 자료를 통해 본 대학생 출신 여성 활동가들의 서사 / 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