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적쾌락 북경생활 : 나의 베이징 이야기 - 나의 OOO 2

아적쾌락 북경생활 : 나의 베이징 이야기 - 나의 OOO 2

$17.00
Description
이 책은, 24년 전 중국어 한마디 모른 채 큰 가방 하나 들고 중국으로 떠났던 필자가, 도착한 날 숙소 화장실이 고장난 걸 깨닫고 급절망, ‘내일 한국으로 돌아가리라’ 결심하며 짐 가방 속 팩 소주를 꺼내는 이야기로 시작된다. 시간이 흘러 흘러, 칸막이 없는 공중화장실에서 아주머니 대여섯 명이 줄줄이 앉아 담소를 나누며 볼일을 보다가 필자에게 “니하오, 너 외국인이지?”라고 인사하던 시절은 갔고, 열 몇 시간씩 방광을 조절하며 콩나물시루 속 콩나물처럼 서서 가는 동안 중국 인민의 위대함과 희로애락의 근본을 깨닫게 했던 내몽골행 만원 열차도 이제 없다.

시진핑의 ‘화장실 혁명’ 발언 이후 무선 인터넷과 ATM기를 갖춘 최첨단 화장실이 등장했고, 베이징역에서 고속열차를 타고 세계로 향할 수 있는 일대일로와 중국몽의 시대가 도래했다. 그리고 코로나19를 거치면서 만들어진 촘촘한 감시망 덕분에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나라가 되었다. 건국 이후 중국에서 가장 빠른 변화가 일어난 이 시기, 중국이 부국과 강국의 길을 걷는 동안 이곳 사람들에게는 어떤 일들이 있었을까.

생의 반반을 한국과 중국에서 살아 온 경계인이자 여행자인 글쟁이 박현숙 작가가, 혁명과 개혁개방의 시대를 지나 ‘중국몽의 시대’와 코로나 시대를 관통하면서, 지금도 매일의 삶을 살고 있는 진짜 중국인들의 신기하고 재미있고 슬프고 꿋꿋한 이야기를 수필처럼 단편소설처럼 르뽀처럼 생생하게 담아냈다.

땅 위의 국경은 마음의 국경이 된다. 국경을 넘기 쉽지 않은 우리에게는 마음의 국경을 넘은 사람의 특별한 시선이 필요하다. 중국의 진짜 모습을 알고 싶은 독자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저자

박현숙

저자:박현숙

기자,작가,여행자.

걷고듣고읽고쓰는사람.

대학에서러시아어를,대학원에서중국정치를공부했다.대학원을졸업하고중국톈진으로어학연수겸여행을떠났다가당시중국의폭발적인경제발전과사회변화를목격하면서중국에대한호기심과관심도폭발했다.체류기간을연장해중국사회과학원에서박사과정을수학했고,학교에서만난중국인친구와결혼해아이둘을낳고지금까지베이징에살고있다.그동안라싸에서연길까지,윈난에서내몽골까지중국전역을돌아다니며많은사람들을만났고,그들의이야기를들었다.<한겨레21>을비롯한여러매체에통신원등으로활동했으며중국관련글을쓰고있다.중국곳곳의서점을여행한이야기로<사람과책을잇는여행:어느경계인의책방답사로중국읽기>를썼으며,<백사람의십년>과<중국역사를뒤바꾼100가지사건>을번역했다.

목차

작가의말:쾌락이필요한시절

제1부그래도해방
화장실혁명이여,영원하라!
베이징역에서떠나는실크로드기차여행
절망의산에서내려갈때지팡이가되어준디탄공원
그시절베이징최초의서양음식점,모스크바식당
짜장면과자장몐은영혼이다르다
식욕의해방과‘진정한공산주의’
혁명은가도춤바람은살아남았다
이생선을보니셰익스피어문장이떠오르는군요!
중매공원이야기
나의로망,해방된중국여성들은어디에
56세아줌마,‘가출여행’을떠나다
엄마,내조국은어디야?

제2부가난이라는병
나의집은어디인가
가난한사람들은베이징을나가라
눈물냄새나는거리,베이징행복로를아시나요
도시의꿈이모여밤에만출몰하는귀신시장
세상에는한가지병만있다.바로가난이라는병이다.

제3부몰래눈물한방울
베이징서민들의유머와해학의추억
웃지못하는사람들
사라진호수타이핑후와홍위병의기억
유언비어를퍼뜨리면엄벌에처한다
애도할권리
이세상에살아있었다는증거:제로코로나가지운이름들
애국주의전성시대:희망과실망이교차하는시간들

제4부겨울이오면나는원명원에간다
아름다운무덤에서삶을더욱사랑하게되다
지금은사라진황제들의슬픈정원
개와중국인은출입금지였던곳,베이징둥자오민샹
대만인,중국인그리고덩리쥔
‘중국몽’과‘미국몽’사이에서

미주

출판사 서평

책속에서

사람들이봉쇄를뚫고나와‘자유’를외치며백지시위를벌였을때나는다시한번놀랐다.만두피처럼순하고말랑말랑했던중국인들이화를내고있었기때문이다.그렇게화나고성난얼굴을한중국사람들의모습을나는중국에온후로처음목격했다(10쪽).

날마다‘어떻게죽을것인가’에만골몰하던스톄성이‘글을쓰고살면서’자신의불행한운명과화해하기로작정한가장큰동력은디탄공원이었다.매일디탄공원에서마주친수많은사람들과의인연과,사시사철피고지고시들다다시열매를맺고싹을틔우는온갖자연풍경의변화를몇년동안지켜보면서그의슬픔과절망도차츰치유되었다.스톄성은글에서“디탄공원덕분에나는자주내운명에감사하는마음을갖게되었다.”고고백했다(40쪽).

하이힐을신고치마를펄럭거리며자전거를타고출근하는중국여성들은한때나의로망이자롤모델이었다.아침이면출근길자전거뒤에아이를태워학교나유치원에데려다주고퇴근길에는시장을봐서자전거앞바구니에싣고다시아이들을데리고집에와서밥을짓는,영화속중국남자들도한때내가연애하고결혼하고싶었던이상형이었다.…중국여성들의결혼세계는평등과평화가강물처럼흐르는줄알았다(100쪽).

“나는네가<사랑이뭐길래>에나오는주인공여자처럼남편내조잘하고시부모공경하며아이들도잘키워내는현모양처인줄알았다.한국여자들은대부분다그런줄알고처음에는속으로너를반겼다.하지만살아보니넌그런여자가아니더구나.미리알았더라면내가너를어찌며느리로삼았겠니.”마오쩌둥시절혹독한계급혁명을경험하며봉건적이고가부장적인여성관에서철저하게해방된줄알았던시어머니입에서‘현모양처’라는말을듣는순간나는이미죽은마오쩌둥에게강력하게항의하고싶었다.“우리시어머니는왜여전히사상개조가안된겁니까?혁명을하긴했나요?”(103쪽).

식탁에서뭔가골똘히생각하는표정으로밥과반찬을우물거리던딸아이가갑자기폭탄같은질문을던졌다.“엄마!조국이뭐야?조국을생각하면무슨감정이생겨?내조국은어디야?”(119쪽)

내게도언젠가는다카키처럼확대된다문화가정이생길지모른다는상상을한다.지금은‘내조국은어디이며,조국이란무엇인지’를고민하는딸과아들이자라서만일다른소수민족이나외국인과결혼한다면우리가족은이를테면한족과위구르족,한국인과일본인,그리고서양인등다양한민족과조국을가진확대된다문화가정이될지도모른다.그때도딸아이와손자들은여전히‘조국이란무엇인가’를고민하고있을까.다카키가말했다.우리는언젠가는모두‘소수자들’(minorities)이된다고.그래서우리는더나은미래를위해서라도‘또다른거울’을들여다봐야한다고.우리에게도머지않은미래다(127쪽).

베이징에도눈물냄새나는거리가있다.그거리이름은‘행복로’다.난장이네가1970년대에살았던‘낙원구행복동’을닮은이름이지만그곳은소설속무대가아니라베이징에실재하는거리다.2002년무렵소문으로만듣던그곳을처음찾아갔을때,나는그곳에서평생살아가면서만날수있는모든종류의불행한사람들을한나절동안다만날수있었다.그곳사람들도한결같이영양이나쁜얼굴이었고누구하나웃는얼굴이없었다.마치한편의블랙코미디영화처럼,행복로는거리이름과는반대로세상에서가장불행하고비통한사연을가진사람들의거리였다(151쪽).

낡은의자와식탁몇개가놓인천막식당에서는고깃국물로만든국수와그냥수돗물로끓여낸아무것도들어가지않은멀건국수두종류를팔았다.그나마형편이좀나은사람들은고깃국물과채소가조금들어간국수를먹었지만,대부분의사람들은수돗물로끓인밍밍한국수를짠지와함께먹었다.아직도나는바람쌩쌩부는추운겨울날,비닐천막식당의희뿌연알전구아래에서후루룩후루룩멀건국수를먹던행복로난장이들의모습을잊지못한다.추워서오들거리며국수를먹는사람들의입김과,국수에서나오는뜨거운김이한데섞여찬바람부는행복로의겨울하늘에뿌연성에처럼차오르고있었다(154쪽).

“당시10대의애송이에불과했던우리에게누구도그런[때리고부수는등의폭력적인]행위가패륜적이고범죄적인것이라고말해주지않았다.오히려어른들은우리를부추겼고,우리는그것이정말로위대한혁명을하는일이라고만여겼다.하지만문혁이끝난뒤,우리는마오쩌둥의충실한어린혁명가에서하루아침에부모와선생을고발하고학대한패륜아가되었다.”문혁때베이징중학생홍위병지도부였던리동민은말을끝맺지못하고오열했다(212쪽).

지난3년동안이름없이사라진수많은사람들에게‘살아있었다는증거’를되돌려줘야한다.그들의이름을되찾아주고애도할기회를얻게해야한다.그리고백지시위에참가했다가소리소문없는검거폭풍속에어디론가사라진수많은저항자들에게도이름을찾아줘야한다(24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