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예측 불허 : 나의 노점 이야기 - 나의 ○○○ 3

인생은 예측 불허 : 나의 노점 이야기 - 나의 ○○○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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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누구 하나 고된 노동에서 예외가 없었지만 당차게 하루를 살아 내고 있었다.”
이 책은 어리바리한 한 초짜 노점상이 거리에서 겨울, 봄, 여름, 가을, 그리고 다시 겨울을 보내는 동안 잉어빵을 굽고, 순대를 삶고 떡볶이를 만들고, 떨리는 손으로 핸드폰 필름을 붙이며 좌충우돌한 이야기이지만, 실은 노점상이 되고 나서 이해하게 된 세상과 사람들, 그에게 함께 사는 법을 가르쳐 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반 평 크기 박스에서 밤샘 경비를 하면서도 저자의 노점을 말없이 지켜 주며, 가장 운수 나쁜 날에는 “그래도 산다는 건 좋은 것”이라던 앞 건물 경비 아저씨, 자신도 처음엔 청소 일이 창피해서 마스크를 쓰고 일했다며 힘내라던 환경 미화 아저씨, 자신은 새벽 4시부터 건물을 청소하면서 저자에게 왜 이렇게 힘든 일을 하냐며 걱정하던 청소 아주머니, 자기가 파는 물건에 대한 자신감이 있어야 한다던 녹즙 배달 언니... 매일의 고달픔 속에서도 삶에 대한 긍정을 잃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저자

유의선

저자:유의선
유경재·목갑수의둘째딸이다.외환위기이후실업자지원단체에서상담을하며실업자운동을시작했다.국민기초생활보장법개선을위해활동하는과정에서수급당사자였던최옥란을만났다.최옥란의죽음이후빈민운동의길을가게되었고,빈곤사회연대·전국빈민연합·전국노점상총연합등에서일했다.사이사이골프장캐디,가사도우미,봉제공장시다,녹즙배달등을했고,시흥동에서노점을했다.정치발전소에서정치사회전문서점을운영했다.지금은미디어플랫폼스타트업에서일하고있다.
길가에버려진고양이‘허시먼’,말많은고양이‘나무’와함께살고있다.맛있는음식을만들어좋은사람들과나눠먹는것을좋아한다.가난한사람들의삶을변화시킬수있도록정치가좋아지길바란다.

목차

서문:이어져라,이어져라8

제1부기다리면서이해하게된것들
노점상,시작하는것도쉽지않아19
잉어빵장수의돈26
기다리는사람들37
인생은예측불허44
노점상의3대거짓말52
떡볶이장사를시작하다65
노점상의하루74

제2부밥에서밥으로
우리건물의경비아저씨89
운수좋은날103
의심은전염된다112
강자와약자124
천국과지옥사이130
꽃들에게희망을137
이밥,저밥,그밥149

제3부노점에불이켜지면159
노점상답다는것161
전기를찾아서171
남철씨,남철씨,우리남철씨180
웰컴투공산품월드190
노점상의온에어202
나의노점반대파215

출판사 서평

<실패했으되이해하게된것들의기록>
저자는노숙인?노점상?장애인?철거민들을지원하는사회단체활동가였다.그가오랫동안피할수없었던문제는자신이당사자가아니라는사실이었다.당사자들에게자신은‘언제든떠나면그만인조력자’,‘좋은일하는사람’일뿐이었고,자신또한그들이겪는문제를머리로는알지만온전히자신의문제가될수는없었다.시간이갈수록자신의활동과삶이괴리된것같았다.
그래서그는노점당사자가되기로,노점으로생계를유지하기로결심했다.많은사람이노점상에도전했지만누구도성공하지못한,활동가의노점상성공기를내가꼭써보리라마음먹고겨울에덜컥잉어빵노점을시작했다.결론부터말하자면,잉어빵노점은봄이되어떡볶이노점으로,가을이되어핸드폰케이스노점으로바뀌었고,다시겨울을맞았을무렵에는결국사라졌다.그가꿈꾸었던노점상‘성공기’는노점상‘실패기’가되었지만,노점상당사자로거리에서맞닥뜨린세상과일상은이전과전혀달랐고,그는예전에는이해할수없었던많은것들을이해할수있게되었다.이책은실패했으되이해하게된것들의기록이다.

<거리에나도존재하고있다는사실>
노점상의앵글로세상을바라보자,세상에는두가지부류의사람이있었다.“지나가는사람과들어오는사람.온종일거리의사람들을바라보고있으면세상의모든사람이그저지나가는사람들이라는생각이들곤한다.카메라의셔터속도를느리게해서찍은사진처럼사람들이지나간다.잉어빵마차따위는보이지도않는것처럼.그러다가끔씩불쑥들어오는사람이있다.마차안으로누군가들어올때나는,거리에나도존재하고있다는사실을퍼뜩깨닫는다”(26쪽).존재하기위해서는기다림과외로움이필요했다.

<기다리면서이해하게된것들:외로움과기다림의무거운시간>
그는노점을하면서외로움과기다림이단속과추위보다더견디기힘들었다.하지만“정말혼자임에온몸이전율할때그전에는이해하지못하던것들을이해하게”됐다.“내가견뎌야하는시간의무게만큼다른사람들의삶의무게도조금은느끼게되는것이다.”
“내가사는동네의작은길에는저녁마다순대곱창볶음노점차량이들어온다.소규모아파트단지가있지만지나다니는사람은별로없는골목이다.차량노점이므로공무원이퇴근한저녁6시가되어야나와서자정까지있다.다마스트럭짐칸을개조해철판을설치했으므로차안에앉지못하고짐칸옆면에어정쩡하게앉아있는노점아저씨는언제나그자리에서거리를보고있다.나는노점을하기전에도그차량노점을봤지만그곳을이용한적은없다.노점을시작한뒤로는집에들어갈때마다그아저씨를보게된다.하염없이앉아있는아저씨의무거운시간을본다.”(40쪽).

<의심할것인가?믿을것인가?:누가나를신고했을까>
저자의노점이단속을받고있었던것이누군가의지속적인민원때문이라는사실이밝혀졌다.그런데누굴까?의심이꼬리에꼬리를물게된다.평소에불만을제기하던노래방주인인가?안경점주인인가?과일노점인가?모두를의심하는것이단속을당하는것보다힘들어악몽을꿀정도가되자그는의심에서벗어나기위해노래방현수막을노점에붙여주고,지인들을안경점에데려가고,과일을떡볶이재료로구입하는등관계를개선하는방식으로진실을추적한다.의심과믿음사이에서흔들리며민원인을찾아가는과정이한편의단편소설처럼읽히는데,이책에실린「운수좋은날」또한의심과믿음에대한단편소설같은이야기다.마치현진건의「운수좋은날」처럼유난히장사가잘되던날,저자는눈뜨고코를베였다.
“나는8만원이아까웠으며,어처구니없이속았다고스스로를책망했고,힘들게하루를살아내는사람들의돈을뜯는이들을미워했다.그러나‘사람을무조건믿으면안된다’는교훈을남겨야할지는계속망설여지는것이었다”(111쪽).

<사람과사람에대한이야기>
고단한현실을그리고있음에도이책이따뜻함을잃지않는것은사람과사람에대한이야기이기때문이다.밤샘경비를하면서저자의노점을말없이지켜주는앞건물경비아저씨는자신은근로계약서도없이저임금에일하고있으면서,저자가특별히운수가나빴던날에“그래도산다는건좋은것”이라며때때로위로의말을건넨다.거리를청소하는환경미화원아저씨는딱한번,자신도청소일을처음할때창피해서마스크를쓰고다녔다며힘내라는말을하기위해일부러잉어빵을사준다.험한말을하는단속공무원의말에자신이더화를내주던용달아저씨,혼자아이를키우면서“자신이파는물건에대한자신감이있어야한다”며당당하게말했던녹즙배달언니,말없이매일순대를먹으러오는순대언니,자신은매일새벽4시부터나와건물을청소하면서저자에게왜그렇게힘든일을하냐며걱정해주는앞건물청소아주머니…저자를믿음쪽으로한발자국이끄는많은사람들의이야기가있다.

<이어져라이어져라:조용히공감하고응원하는밥의고리>
그가만든잉어빵과떡볶이?튀김?순대?오뎅은반평짜리박스에서밤새근무하는앞건물경비아저씨의야식이되고,피자집배달청년들의주식이되며,녹즙배달언니와건물청소아주머니,보험언니,상조회언니들의간식이됐다.저자는자신의노점이마치사막같은도시한복판에자리잡은오아시스인양,고된노동을감당하고있는사람들의잠깐의쉼터가되기를꿈꾸었다.
“나는누군가내가만든음식을먹고기뻐했으면좋겠다.그것이설령내가먹고살기위한노점음식일지라도누군가의허기를채우고,어느사무실의간식이되고,어느집의저녁술안주가되어잔잔한즐거움이되었으면좋겠다.욕심을한껏부려언젠가내마차앞을지나가며“씁!”하고침한번삼키거나입가에미소한번띠게하는음식이었으면좋겠다.‘먹고사는일’이중요한만큼그먹고사는일을‘함께하고기쁘게했으면’좋겠다.말과행동으로는못다할감사와애정과격려와위로와결의를대신하는것이함께하는밥상이라고나는믿고있다”(7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