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적쾌락 북경생활(큰글자도서) (나의 베이징 이야기)

아적쾌락 북경생활(큰글자도서) (나의 베이징 이야기)

$33.00
Description
중국의 진짜 모습을 알고 싶을 때마다 박현숙의 글을 기다린다. 이 책은 그래서 더욱 반갑다. 중국과 한국에서 생의 반반씩 살아온 경계인이자, 섬세하고 따뜻한 관찰자이며, 부러운 글쟁이인 그가 24년 동안 살고 만나 온 중국의 속 깊은 이야기가 여기 있다.

이 책은 혁명과 사회주의, 부강과 애국주의의 요란한 함성 뒤에 가려진 중국을 담고 있다. 문화혁명의 감옥에서 살아남은 누드모델 할아버지, 사교육 단속으로 일자리를 잃고 인터넷에서 셰익스피어의 문장을 인용하며 물건을 파는 영어 강사, 56세에 집에서 탈출해 자동차를 몰고 대륙 곳곳을 누비는 여성이 있다. 한국 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속 행복동의 눈물과 한숨처럼, 베이징에는 온갖 억울한 사연을 호소하려는 사람들이 전국에서 모여드는 행복로가 있다. 홍루몽과 라오서, 모옌과 위화, 스톄성의 문학이 사람들의 삶 곳곳에 숨어 있다.

박현숙의 시선은 약한 이들에게는 따뜻하고, 권력자들의 힘자랑에는 준엄하다. 안보 불안에 사로잡혀 사람들의 웃음과 자유를 빼앗고, 서양 제국주의의 만행을 잊지 말자면서 어딘가 제국주의를 닮아 가는 지금 중국 권력의 작동 방식을 예리하게 포착한다.

누가 중국의 복잡한 내면을 이렇게 생생하게 전해 줄 수 있을까.

_박민희
(한겨레 외교 선임기자, 전 베이징 특파원, 「중국 딜레마」 지은이)
저자

박현숙

기자,작가,여행자.
걷고듣고읽고쓰는사람.
대학에서러시아어를,대학원에서중국정치를공부했다.대학원을졸업하고중국톈진으로어학연수겸여행을떠났다가당시중국의폭발적인경제발전과사회변화를목격하면서중국에대한호기심과관심도폭발했다.체류기간을연장해중국사회과학원에서박사과정을수학했고,학교에서만난중국인친구와결혼해아이둘을낳고지금까지베이징에살고있다.그동안라싸에서연길까지,윈난에서내몽골까지중국전역을돌아다니며많은사람들을만났고,그들의이야기를들었다.「한겨레21」을비롯한여러매체에중국에대한글을쓰고있다.중국곳곳의서점을여행한이야기로「사람과책을잇는여행:어느경계인의책방답사로중국읽기」를썼으며,「백사람의십년」과「중국역사를뒤바꾼100가지사건」을번역했다.

목차

작가의말:쾌락이필요한시절

제1부그래도해방
화장실혁명이여,영원하라!
베이징역에서떠나는실크로드기차여행
절망의산에서내려갈때지팡이가되어준디탄공원
그시절베이징최초의서양음식점,모스크바식당
짜장면과자장몐은영혼이다르다
식욕의해방과‘진정한공산주의’
혁명은가도춤바람은살아남았다
이생선을보니셰익스피어문장이떠오르는군요!
중매공원이야기
나의로망,해방된중국여성들은어디에
56세아줌마,‘가출여행’을떠나다
엄마,내조국은어디야?

제2부가난이라는병
나의집은어디인가
가난한사람들은베이징을나가라
눈물냄새나는거리,베이징행복로를아시나요
도시의꿈이모여밤에만출몰하는귀신시장
세상에는한가지병만있다.바로가난이라는병이다.

제3부몰래눈물한방울
베이징서민들의유머와해학의추억
웃지못하는사람들
사라진호수타이핑후와홍위병의기억
유언비어를퍼뜨리면엄벌에처한다
애도할권리
이세상에살아있었다는증거:제로코로나가지운이름들
애국주의전성시대:희망과실망이교차하는시간들

제4부겨울이오면나는원명원에간다
아름다운무덤에서삶을더욱사랑하게되다
지금은사라진황제들의슬픈정원
개와중국인은출입금지였던곳,베이징둥자오민샹
대만인,중국인그리고덩리쥔
‘중국몽’과‘미국몽’사이에서

출판사 서평

1.매일의삶을살고있는진짜중국인들의얼굴

“사람들이봉쇄를뚫고나와‘자유’를외치며백지시위를벌였을때나는다시한번놀랐다.만두피처럼순하고말랑말랑했던중국인들이화를내고있었기때문이다.그렇게화나고성난얼굴을한중국사람들의모습을나는중국에온후로처음목격했다”(10쪽).

한국의언론,SNS,동영상플랫폼에단골로등장해우리의혐중정서를자극하는중국인들,각종원조논쟁에서‘김치공정’,‘한복공정’등동북공정의세계관안에있는중국인들의모습은,진짜중국인들의얼굴과얼마나닮아있을까?‘생의반반을한국과중국에서살아온’경계인이자여행자인글쟁이박현숙작가가,혁명과개혁개방의시대를지나‘중국몽의시대’와코로나시대를관통하면서,지금도매일의삶을살고있는진짜중국인들의신기하고재미있고슬프고꿋꿋한이야기를수필처럼단편소설처럼르뽀처럼생생하게담아냈다.


2.웃픈이야기속으로떠나는시간여행

“마오쩌둥부터덩샤오핑과시진핑시대에이르기까지중국은건국을거쳐부국과강국으로가고있고,나는건국시기만빼고부국과강국으로가는여정을대부분눈앞에서목격하고있는셈이다.하지만또한편으로는정치적개방성과이데올로기의유연성은갈수록퇴보하고있고또다른21세기판‘죽의장막’을쌓아가고있는모습도눈앞에서생생하게보고있는중이다.”

이책은,24년전중국어한마디모른채큰가방하나들고중국으로떠났던필자가,도착한날숙소화장실이고장나있는것을발견하고절망해‘내일한국으로돌아가리라’결심하며짐가방속팩소주를꺼내는이야기로시작된다.시간이흘러흘러,칸막이없는공중화장실에서아주머니대여섯명이줄줄이앉아담소를나누며볼일을보다가필자에게“니하오,너외국인이지?”라고인사하던시절은갔고,열몇시간씩방광을조절하며콩나물시루속콩나물처럼서서가는동안중국인민의위대함과인생의희로애락의근본을깨닫게했던내몽골행만원열차도이제없다.
시진핑의‘화장실혁명’발언이후무선인터넷과ATM기를갖춘최첨단화장실이등장했고,베이징역에서고속열차를타고세계로향할수있는일대일로와중국몽의시대가도래했다.그리고코로나19를거치면서만들어진촘촘한감시망덕분에세계에서가장‘안전한’나라가되었다.건국이후중국에서가장빠른변화가일어난이시기,중국이부국과강국의길을걷는동안이곳사람들에게는어떤일들이있었을까.웃기면서슬프고,웃기면서화나는필자특유의블랙코미디(왠지중국인들의풍자를닮은)는,17년문혁의감옥에서나온장따예(할아버지)가앉아있던후퉁(골목)으로,80세할머니가글을쓰던부뚜막으로,중년의여성들이광장춤을추는광장으로,불행한얼굴의사람들이맹물국수를먹던눈물냄새나는거리행복로로우리를데려다준다.


3.여전히해방을꿈꾸는여성들

“나는네가〈사랑이뭐길래〉에나오는주인공여자처럼남편내조잘하고시부모공경하며아이들도잘키워내는현모양처인줄알았다.한국여자들은대부분다그런줄알고처음에는속으로너를반겼다.하지만살아보니넌그런여자가아니더구나.미리알았더라면내가너를어찌며느리로삼았겠니.”
마오쩌둥시절혹독한계급혁명을경험하며봉건적이고가부장적인여성관에서철저하게해방된줄알았던시어머니입에서‘현모양처’라는말을듣는순간나는이미죽은마오쩌둥에게강력하게항의하고싶었다.
“우리시어머니는왜여전히사상개조가안된겁니까?혁명을하긴했나요?”

하이힐을신고치마를펄럭거리며자전거를타고출근하는중국여성들은한때저자의로망이자롤모델이었고,출근길에아이들을학교에데려다주고퇴근길에장을봐서저녁밥을짓는중국남자들은이상형이었으며,중국여성들의결혼세계는평등과평화가강물처럼흐르는줄알았다.하지만저자가만난중국여성들의현실은달랐다.특히이책곳곳에서언급되는,한자녀만낳을수있었던계획생육시대에여성들이반복적인낙태,혹은강제낙태를감내해야했던이야기는충격적이다.
저자는,56세의나이에폭력적인남편이지배하는집을박차고나와작은자동차에모든짐을싣고정처없는여행길에오른쑤민과,채소를씻다가,요리를하다가1.2평의작은부엌식탁에앉아고달팠던자신과어머니의인생이야기를한글자한글자써내려간80세할머니양번펀,드넓은광장에몰려나와부끄러움없는투명한마음으로광장춤을추는다마(‘아줌마’)에대한이야기를들려준다.자신의SNS를활용해유명해진쑤민은‘중국페미니즘의우상’이되었고,양번펀할머니의글은책으로출판되어새로운중국여성사를기록한책으로평가받고있다.혁명사업과하방을거쳐집안일과육아,노인부양을떠맡아야했던세대인다마(중년여성)들은자신과비슷한사람들과함께‘일상의기쁨’을추구하며나름의해방을꿈꾼다.


4.‘대국굴기’아래에서‘몰래눈물한방울’흘리는사람들

“베이징에도눈물냄새나는거리가있다.그거리이름은‘행복로’다.[「난장이가쏘아올린작은공」속]난장이네가1970년대에살았던‘낙원구행복동’을닮은이름이지만그곳은소설속무대가아니라베이징에실재하는거리다.2002년무렵소문으로만듣던그곳을처음찾아갔을때,나는그곳에서평생살아가면서만날수있는모든종류의불행한사람들을한나절동안다만날수있었다.마치한편의블랙코미디영화처럼,행복로는거리이름과는반대로세상에서가장불행하고비통한사연을가진사람들의거리였다.”

이책에는,중국이미국과힘을겨루는강대국으로‘굴기’하고,‘중국몽’과일대일로의큰길로달려나가는동안뒤에남겨진사람들의이야기가있다.억울한사연을품고청원하러전국에서올라온불행한사람들이,바람쌩쌩부는추운겨울날비닐천막식당의희뿌연알전구아래에서맹물로끓인멀건국수를후루룩후루룩먹는거리행복로가있고,이케아앞에서봉고차로물건을옮기고조립하며살아가고있지만,베이징시정부가‘필요없는’인구를베이징밖으로축출하면서곧쫓겨날농민공류씨,노점금지인베이징에서일주일에한번밤부터새벽까지만반짝열리는귀신시장에도시의꿈을위해좌판을벌이는사람들이있다.돈과관씨(인맥)가없어아픈아이를안고병원바닥에주저앉아악을쓰는엄마,쪽방을전전하면서간절하게내‘집’을갖고싶어머나먼국경근처의싸고낡은아파트를샀다가코로나19로일자리를잃고살아보지도못하고2/3가격에팔아야했던가난한청년이있다.중국사회에서는주인공이아닐지라도,이책에서는이들이주인공이다.


5.제로코로나가지운이름들

“2022년11월24일중국신장웨이우얼자치구우루무치의한봉쇄된아파트에서일어난화재사건은그[제로코로나정책의]종말을앞당긴불쏘시개였다.중국정부는그날불행했던참사로사망자10명을포함해총19명의사상자가나왔다고발표했다.…그발표에는수많은사상자가‘이세상에살아있었다는증거’가삭제됐다.죽은이들은이름조차공개되지않았다.내가그중몇몇의실명을알게된것은한국언론사의칼럼을통해서였다.”

이책곳곳에는코로나19시기를살아낸사람들과희생된사람들의다양한사연이있는데,이코로나3년이이제(문화혁명이그렇듯이)중국인과중국사회를이해하기위한가장중요한시기중하나가되어버린것같은인상을준다.유례없이강력한제로코로나정책이시행되는동안중국에서는방역정책그자체로인한비극도다수일어났다.아파트가봉쇄되어화재현장에서탈출할수없었던우루무치의희생자들,장기봉쇄로돌봐줄사람이없었던양들이동사하자가축을잃어스스로목숨을끊은유목민들,격리용호텔이붕괴하면서희생된사람들,한밤중에사람들을강제로싣고격리시설로향하던버스가굴러떨어져희생된사람들이있다.백지시위에참가했다가소리소문없이사라진사람들도있다.이들도이책의주인공들이다.


6.애국주의가뺏어간웃음과문화혁명의그림자

2023년배우리하오스는라이브토크쇼에서시진핑의어록을인용해사람들을웃겼다가당국에입건되었으며,베이징과상하이・항저우등주요도시의모든라이브토크쇼가잠정중단됐다.언론인뤄창핑은중국에서기록적인관객수를경신하던영화〈장진호〉를보고중국군인들의별명인‘얼음조각중대’를‘모래조각중대’라고풍자했다가‘영웅열사보호법’위반으로징역10개월을살았다.코로나시기우한에서작가팡팡이매일기록한‘우한일기’가미국에서출판되자팡팡은‘중국의비극을외국에팔아먹고자기잇속을챙기는뻔뻔한매국노’가되었으며,그를저격한‘대자보’들이인터넷상에쏟아졌다.우한의한아파트에서는실제로문혁때처럼팡팡을매국노라고비난하는대자보가나붙었다.필자는웃을자유를빼앗긴사람들과,애국주의의세례를받은사람들에게서,여전히중국사회의기저에흐르는문화혁명의상처와그림자를예리하게포착한다.


7.마음의국경을넘은경계인의특별한시선

“내게도언젠가는확대된다문화가정이생길지모른다는상상을한다.지금은‘내조국은어디이며,조국이란무엇인지’를고민하는딸과아들이자라서만일다른소수민족이나외국인과결혼한다면우리가족은이를테면한족과위구르족,한국인과일본인,그리고서양인등다양한민족과조국을가진확대된다문화가정이될지도모른다.그때도딸아이와손자들은여전히‘조국이란무엇인가’를고민하고있을까.”

저자의가족은엄마와딸은한국인,아빠와아들은중국인이다.유일한베이징사람인아들은베이징이원조인자장몐이한국음식인줄알았고,한국국적의딸은자신의조국이어디냐고묻는다.24년을중국에서살아온저자는한국에오면중국에가고싶고중국에가면한국에오고싶은,양국모두에속하지만어디에도온전히속하지못한‘경계인’이다.하지만그렇기때문에오히려필자는“생판남의일만은아닌,‘절반의중국인’이라는심정으로중국과중국사람들에대한마음의온도를담아”이책을썼다고말한다.그의시선이“약한이들에게따뜻하고,권력자들에게준엄”한것도,“중국의복잡한내면을이렇게생생하게전해줄수있는것”도‘절반의중국인’이라는심정에서비롯되는바일것이다.
땅위의국경은마음의국경이된다.국경을넘기쉽지않은우리에게는마음의국경을넘은사람의특별한시선이필요하다.중국의진짜모습을알고싶다면이책을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