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별일기(큰글자도서) (삶의 끝에 선 엄마를 기록하다)

작별일기(큰글자도서) (삶의 끝에 선 엄마를 기록하다)

$36.00
Description
리더스원의 큰글자도서는 글자가 작아 독서에 어려움을 겪는 모든 분들에게 편안한 독서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글자 크기’와 ‘줄 간격’을 일반 단행본보다 ‘120%~150%’ 확대한 책입니다.
시력이 좋지 않거나 글자가 작아 답답함을 느끼는 분들에게 책 읽기의 즐거움을 되찾아 드리고자 합니다.


쪽방촌 독거노인들을 돌보던 요양보호사이자 『할매의 탄생』, 『할배의 탄생』을 통해 가난한 노인들의 목소리를 기록해 온 저자가 삶의 끝자락에 다다른 여든여섯 치매 노모 곁에서 매일매일 써내려간 천 일간의 일기를 모았다. 저자는 돌봄노동자이자 페미니스트의 시선으로 한국 사회에서 한 여성이 늙고 병들어 죽음으로 들어가는 기나긴 과정을 똑바로 바라보고 낱낱이 기록하면서, 그녀를 둘러싼 가족과 실버산업, 그리고 인간의 존엄까지도 냉정하게 되묻고 쪼개봄으로써 이 독특한 애도 일기를 완성해 냈다. 한 여성이 자신과는 상반된 삶을 살았던 엄마를 이해하고, 오랜 시간 불화했던 아버지와 서서히 거리를 좁혀 가며 상처를 치유해 가는 모습은 한 편의 성장소설을 읽는 것과도 같은 느낌을 준다. 자신이 돌보던 가난한 노인들의 이야기, 엄마가 몸담은 실버타운 노인들의 삶, 그리고 가부장적 자본주의하에서 늙어죽어가는 과정뿐만 아니라 자신의 내밀한 상처와 치부를 노련한 필치로 담담히 써내려간 최현숙은 이 책을 통해 구술기록자가 아닌 작가로서 첫걸음을 내딛는다.
저자

최현숙

구술생애사작가다.저서로『할배의탄생』,『막다른골목이다싶으면다시가느다란길이나왔어』,『천당허고지옥이그만큼칭하가날라나』,『삶을똑바로마주하고』가있고,공저로『이번생은망원시장』이있다.천주교로인해사회운동을시작했고,민주노동당여성위원장과성소수자위원회위원장을지냈다.이후요양보호사와독거노인생활관리사로서노인돌봄노동에몸담아왔다.노인들을만나면서구술생애사작업을본격적으로하게되었다.근간으로어머니의노년을지켜보며그생애사와죽음에이르는과정을기록한책이나올예정이다.

목차

들어가며011
2016년일기엄마의습015
2017년일기가차없이다가오는것들131
2018년일기삶의가장자리에서213
나오며367
[부록]부모돌봄일지376

출판사 서평

○가장사적이고내밀한고백이가장사회적이고공적인기록이될수있음을보여준탁월한사례_노명우
○그녀의글을읽고나는죽음이두려움의대상이아니라‘어떻게살것인가’라는강력한질문과다르지않다는것을깨닫게됐다._김일란
○똥오줌을받아내느라애쓰는,또많은병원비를대느라고통스러운많은이들을위해지금우리모두가곰곰이읽어봐야할책_천정환

#현대사회에서‘늙어죽어감’을공평치않게만드는것은무엇인가
:쪽방촌요양보호사의눈으로본실버타운

-노인하나가어디에서어떻게죽어가는가는지극히사적이면서또한정치적인문제이다.그정치안에는계급과젠더,가족주의등의이데올로기들과,사회복지,과학및산업,생명윤리(그과잉으로서의생명연장),고령화,효,신앙등많은사회문화적요소들이뒤엉켜있다.그리고신자유주의는이런항목들을괴물처럼빨아들여사회구성원모두를가해와피해로뒤엉키게한다.(370쪽)

-그들은누추하게늙어가고있었다.마포구대흥동4층쪽방건물의좁고가파른계단,곰팡이가번지고있는벽면,...옥탑방할아버지와그의작고굽은몸,누런눈,지린내와똥내가가시지않는방,그리고그가견뎌낸지독한여름과겨울들.그에반해실버타운노인들은예외적존재였다.(13쪽)

-200만원도넘는다는옥침대위에,걸레로도못쓸내복을입고좋다고웃고있는할망구라니.둘이맞장구를치며웃다말고내웃음이또미웠다.이런옷을입지않을수없는가난한할머니들이떠올라서다.빈곤은구멍난내복이아니라,구멍난내복이쪽팔리는거다.(47쪽)
-모든것을돈과효율의타산에넘긴세상에서,‘생명’이나‘효’등지극히사적이고‘천부적’이라고까지여겨지는영역에대해서는그토록신봉하는효율성의기준조차폐기한채돈을지불하겠다는부자노인들과자식들이있고,그들의품위와교양스러움과연명을위해가난한사람들의친절노동을끌어와돈을챙기는실버산업과의료산업이있다.그건너편‘다른세상’에는돈이없어고생하다죽음으로떠밀리거나죽음을집어드는노인과중장년,청년과청소년,동반자살당하는어린애들이있다.....가난한노인들의복지현장에서9년간밥을벌며관찰해온내게,그거리는너무까마득해아예다른세상처럼여겨진다.(288쪽)

애도일기(세간의규정으로는간병일기)로서이책이가진독특한점은,자신의엄마와자기가족,그리고엄마를포함한‘부자노인들’에대한저자의거리두기에있다.저자는실버타운의부자노인들을볼때마다자신이돌보던가난한노인들의삶을떠올리며고통스러운질문들을던진다.아낌없이쓸줄아는소비자로서쓸모를갖춘실버타운의노인들의삶과고령화사회에서존재자체가문제시되는가난한노인들의처지는여러모로다르다.누추하고신속한가난한이들의늙어감,자식들로부터고립된쪽방촌노인들의외로움,부모돌봄에대한과중한부담으로죄책감을느끼고형제들간에불화하는보통의가족들에비해,실버타운의노인들은상대적으로느리고우아하게늙어가며,자식들로부터버림받을가능성도적고,가족은‘돈덕’으로가족애를유지할가능성이높다.저자는이러한불평등한늙어죽어감속에서,‘기껏움켜쥐었던’그들의돈이초고령노후의삶을연장하는비용으로지불되는것이과연그들이말하는효율의기준에맞는것인지,또수많은안타까운죽음이넘쳐나는세상에서그것이과연공정한일인지되묻는다.

“그러고보니나는다른노인들의똥기저귀를갈았고,그녀들은내엄마의똥기저귀를갈고있구나!”(372쪽)

한편으로저자의시선은이런부자노인들의별세계를돌아가게하는간병노동자들에게로향한다.9년간가난한노인들의똥기저귀를갈며“똥걸레나빠는여자”취급을당하며살았던저자는자신의이일기를간병일기나시병일기로부를수없음을강조한다.실제자신의엄마의똥을치우고간병한것은바로자신의가족이고용한간병인과타운에고용된간호사들이기때문.저자는고작시급8천원에자기가족들을돌봄노동으로부터해방시켜주고엄마방에서나던냄새로부터해방시켜준간병노동자들이실은밥먹을장소도시간도없어지하철화장실에서,길거리에서주전부리로허기를채우고,노인들을들고옮기고목욕시키느라자신들의몸도무너져가지만산재로인정받지못하며,도둑누명을쓰거나성격이맞지않는다는이유로문자한통에당일해고되기도하고,연차와숙련도에상관없이늘최저임금밖에받지못하는현실속에있음을고발한다.

#현대사회에서인간의마지막모습은과연존엄한가

-나이가든다는것은가정이나사회에서자신의능력과역할이점점줄어드는것을느끼고수긍해가는과정이기도하다.....죽음곁에다다른노인이라면빈부를떠나같은심정일수있다고생각한다.‘어디까지살아야하는가?’는개인적이자사회적인질문이다.....어떻게죽을것인가를작정한다는것은,‘어떻게살아갈것인가’라는질문에더진지해지는것을말한다.(88쪽)
-“죽고싶다.이렇게살아서뭐하냐?약이라도먹고죽어야겠다.약좀구해와.”
“그럼나랑같이죽자.나는엄마가있어서죽을생각을안하는데,엄마가죽을거면우리같이죽으면되지뭐.”
“니가왜죽냐?아직도팔팔한데.나는이렇게아무것도못하고여기갇혀만있으니죽겠다는거지.나는아무것도못해.그래서죽고싶어.”(258쪽)

한편으로이책은부자든가난하든오래살아죽음에이르는사람이라면누구나겪어야하는지난한과정(“느리게죽음으로흘러들어가는”과정)을섬뜩하리만치세세히묘사한다.특히가난한노인들과일상을함께해온저자는실버타운에서다섯남매의돌봄을받으며죽어가는엄마역시일정한거리를두고바라보면서자식으로서느끼는슬픔보다는실버타운이라는시설에서갇혀사는생활과그속에서느끼는엄마의감정을세세히쪼개본다.마지막으로갈수록엄마는“갇혀있다,다시관짝으로들어왔다,예비납골당이야”같은감정을토로하는데,(거동이불편한마지막단계의노인들이머무는)케어홈으로자리를옮기고휠체어에갇히면서이는더심해진다.저자는이런엄마를바라보며“집도동네도사회도아닌”시설에서의생활은설사그시설이아무리고급시설이라할지라도“안좋은것”임을확인한다.현대사회는노인이든중증장애인이든지속적인돌봄이필요한구성원을가족안에서돌보는것이불가능한사회이고,그돌봄부담이가족에게만지워지는것도맞지않지만,시설이답일수는없으며실버타운역시여기서예외는아니라고말한다.

#엄마의죽음을겪어냄으로써맞이한한인간의성장기
:부모와자기자신과의화해의시간들

-노부모가함께늙어가는모습을곁에서보고느끼고추론하고해석하며기록한4년여의시간은,큰딸인나의그들에대한이해뿐만아니라내자신을뒤집는경험이었다.특히일흔중반까지갈등이심했던부부가어느시점이후눈에띄게친밀한관계로바뀌는과정을보면서나는그갈등때문에내가어릴적겪었던상처를위로할수있었고,관계에관한인식도확장할수있었다.(370쪽)

-쉰중반넘어서까지내젊은시절의도벽에대해누구와도얘기해본적이없었다.아버지의5만원은나를늘그생각으로돌아가게하고,마치‘그때네게그럴수밖에없어서미안하다’라는의미로다가와내안의트라우마를감싸준다.그5만원에는그시절딸에게주고싶었던그의마음과주지못했던자격지심,열등감,분노,그리고미안함과화해의제안까지담겨있다고나는해석한다.(105쪽)

-그는나를돌보고싶어했는데,나는그돌봄이싫었다.내가그걸깨달은건오십중반이넘어서다.......미워하는동안은떠오르지않았던,꾹꾹눌러둔기억들이다.그와나는서로그런곁이되지못하고늘엇갈렸다.....까맣게잊고있었는데,엄마와구술생애사작업을하던어느귀퉁이에서,마흔중반그서생의등짝이쑤욱올라왔다.내나이오십줄에들었을때다.아버지와자식간의시간차.애비가젊고자식이어릴때자식은애비를죽였고,애비가늙고자식이따라늙으면서야죽인애비를내안에서다시,아니새롭게살려내는중이다.(106쪽)

-엄마는나더러자신의침대한쪽에앉으라고는하지만,침대위이불에는내몸이닿지않도록신경쓴다.오줌냄새가밴다는거다.내게이부자리를내줄때마다당신이쓰던게아니라고여러번강조한다.침대에서엄마랑안고누워있자고하면,“냄새나”라고말한다.“괜찮아”하며일부러엄마를더끌어안으면서나는혼자울컥한다.“냄새나”라는말은어린시절내가많이듣던말이다.나는엄마를뒤에서안고많은이야기를했다.내나이스물넷,배가만삭이었을때,엄마가내단칸방에와서나란히누웠던게생각났다.가출과결혼과임신과정에서처음으로내가사는독산동벌집단칸방에엄마가온날이었다.엄마는내결혼과임신에대해걱정이잔뜩담긴잔소리를했고,나는등을보인채소리죽여울었다.엄마도그때울었을까.작년에여동생이해준말로는,그시절이엄마에게는경제적으로가장힘든때였고,자신은대학입시원서비용도타내기어려웠단다.(115쪽)

-일기에는한여자의열정과절망과갈증과절박이가득했다.나는느리게읽어내려갔다.상반된선택을한두여자의내면은고스란히닮아있다.그나이쯤의나같기도했다.갈등과불만과미움으로속이바글바글하면서도,온갖돈벌이와살림을해대면서도,일기를썼구나.그래야살수있었구나.구로공단근처벌집단칸방에서새벽이면부엌부뚜막에둥그런양은밥상을펴고쪼그려앉아무엇이든끄적거려야했던,그러지않고는나를놓쳐버릴것같았던내시절이떠올랐다.(119쪽)

-딸의액취증을모르쇠한엄마,초등학교2학년부터일숫돈을걷게하면서도학용품살돈이나용돈을주지않아나를도벽의수렁에빠지게한엄마,자기도남편을미워하면서결정적인순간엔그의뒤에숨어내편을들어주지않았던,아버지의여자.그시절내게집은아버지의집이었고,엄마는아버지의여자였고,남매들은아버지의자식들이었다.그래서내독한혼돈과방황과상처에대해가족중누구와도이야기를나누지못했다.....‘현숙아,너지금뭐하는거니?’거울속나를바라봤다.눈물을머금고웃고있는내얼굴을보면서혼자낄낄거리다세수나하고나왔다.......나를낳은그녀도외롭게자기길을가고있는것이고,그녀뱃속에서나온나도외롭게내길을가고있는것이다.그러다어느날내안의어린아이가불쑥올라와,말귀도못알아듣는늙어빠진엄마를붙잡고혼자울고있었다.(204쪽)

저자는노부모의늙어감을기록한4년여의시간이“그들에대한이해”의시간이자“자기자신을뒤집는경험”이었다고고백한다.이책은일기라는장르답게액취증과도벽,가출등에대한내밀하고솔직한이야기들을그어떤것도감추지않고드러내는한편,한인간이부모의늙어감을경험하며동시에자신도늙어가는,즉성장해가는과정을잘보여준다.과거에는다르다고만생각했던엄마의삶속에서자신의모습을발견하며엄마의늙어감을24년늦게뒤쫓아가며그녀가먼저겪은통증과노쇠를고스란히따라겪은딸은86년엄마의삶을이해하는동시에자기자신의모습과화해하는데성공한다.또지독한불화로서로마주할순간조차없었던아버지와조금씩거리를좁혀나가며자신을조금씩확장해가는과정은가부장의폭력으로부터입은내상을치유해가는과정이기도한데,노화에따른아버지의변화와넉넉한시선이된딸이먼저손을내밀고다가가는모습들이따듯한힘과용기를준다.


#혼자힘들게부모를보내고있는자식들에게

-엄마의증상에속상해하거나잔소리하거나잘하도록독려하는것보다,남은기능이무엇인지파악하고그것을매개로엄마와소통하며즐겁게지내는것이가장좋은방법임을남매들과다시확인했다.인지능력이떨어지지않게하려고어려운질문을자꾸하거나문제행동을지적하면,노인은스트레스가많아지면서돌발적으로공격성을드러내거나우울감이깊어진다.(155쪽)

-모든부담을분배하는데있어서우리는무슨문제든함께논의하고서로보고하고실천한다는원칙과경제적부담은경제력의순서대로한다는원칙을지키고있다.....우리남매들의중요한장점이라면,돈에관해서는일단서로돕는다는점이다.특히가장가난한나로서는이런저런경제적도움을주로받는편이다.또돈에관해서는명확히하자는것이우리모두의공통된견해이기때문에부모님돌봄비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