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꽃나무(큰글자도서)

소금꽃나무(큰글자도서)

$31.62
Description
리더스원의 큰글자도서는 글자가 작아 독서에 어려움을 겪는 모든 분들에게 편안한 독서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글자 크기’와 ‘줄 간격’을 일반 단행본보다 ‘120%~150%’ 확대한 책입니다.
시력이 좋지 않거나 글자가 작아 답답함을 느끼는 분들에게 책 읽기의 즐거움을 되찾아 드리고자 합니다.


1. 노동절을 기념하는 후마니타스의 특별한 책 한 권, ????소금꽃나무????

이 책은 2007년 노동절을 기념하는 후마니타스의 기획물이다. 매년 노동절에는 현장의 관점에서 노동문제를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책을 만드는 것을 ‘후마니타스의 전통’으로 삼고 있다. 일 년 중 5월에 단 한 권을 내는 특별한 책인 셈이다.
2006년 노동절을 기념해 한국의 노동 교육을 대표하는 하종강의 ????그래도 희망은 노동운동????을 내면서 이 전통을 만들었고, 이번이 그 두 번째 책이다. 이 두 번째 책에 대한 고민은 지난 해 9월부터 시작되었지만 주제와 필자를 찾는 일은 쉽지 않았다. 보다 넓은 범위의 독자들에게 관심을 끌 수 있는 책이 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컸다. 심리적으로 힘들어 지는 주제나 이야기를 기피하는 사회가 되었고, 내용 없이 스타일만 그럴듯한 이야기가 우리 주위를 지배하는 세상이 되어 버린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런저런 걱정을 하다가 ‘김진숙의 글’을 만났다. 그가 누군지도 정확히 모르는 상태에서 그를 글로 먼저 만났다. 정작 당사자는 모르는 채로, 연설과 강연을 들었던 사람들이 풀어내거나 복사해 블로그에 걸어 놓고 서로서로 전해 읽고 있던, 말하자면 ‘입소문 글들’이었다.
놀랐다. 글은 매우 강렬하고 인상적이었다. 풀 바른 창호지를 탁탁 털어냈을 때의 팽팽한 그 느낌과 소리처럼 긴장감이 느껴지는 그런 글이었다. 상투적인 글과는 거리가 먼 ‘진짜 글’이라고 여겨졌다. 주변의 여러 사람들에게 읽고 그 느낌을 말해 달라고 부탁했다. 대부분 같은 평가였다. 역설적이게도 오늘날 우리 문학과 사회과학이 얼마나 “생기 없는 죽은 글” 투성인가를 보여 준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책을 내야겠다는 결정을 했지만, 들리는 이야기로 그는 ‘책 안 내신다는 분’이란다. 그러나 우리는 확신했다. 책을 꼭 내야 할 사람이라고.
저자

김진숙

민주노총부산지역본부지도위원이다.고심끝에이메일로출판의사를묻는우리에게대뜸,“그따위게책으로만들어낼만큼가치가있는걸까,그따위걸책으로만들어내자고나무를베어내도되는걸까”를먼저물었다.나무를좋아해다음생에윤회의기회가주어진다면나무로태어나고싶다며분명그렇게말했다.답장을받은날,출판사는갓찍어낸신간표지의큼지막한오자때문에자그마치2,000부나되는인쇄한표지를버리고다시찍어야할참이었다.나무를아까워하는그의말이마음을괴롭혔지만,더절실해진심정으로편지를썼다.“이책내고꼭나무를심겠습니다.이책읽고나무를심을사람들이많아질것이라고확신합니다.”
곡절끝에책출간승낙을얻은뒤,출판사내부에서는책의성격과의미에대해많은토론을했다.‘계급의숨겨진상처’,‘이땅에서노동자로산다는것’과같은신산한제목들이추천되었다.민주화가되고세계10위를다투는경제강국이됐다고들하지만언제나소외받는노동현실에대한아픈이야기가중심이되어야한다는취지에서로공감했다.지은이를만나‘당신글이담고있는메시지는무엇이라생각하는가’를물었다.그런데정작그는“세상을만들어온것은노동자다.거북선을만든것도노동자다.노동자스스로자랑스러울수있는세상이되었으면좋겠다”하고대답했다.노동자의현실을그저가슴아프게만바라본우리는이내‘외부자의온정주의적태도’를부끄럽게만드는그의‘자연스러운당당함’에기가눌리고말았다.
하루하루가지옥같아서새벽에일어나면매일울었단다.공장에서관리자를만나면주눅이들어안전모가삐뚤어진것은아닌지고쳐쓰고작업복이단정한지확인했단다.일이힘들어하루에도시계를수백번씩보지만그럴때마다시간은5분밖에지나지않았다고도했다.그러던시절에,그는노동조합을시작하게되었단다.그러고부터는아침에회사가는일이그렇게즐거울수가없고,거꾸로관리자에게‘걸리기만해봐라’할만큼자신감이붙어당당할수있었다고한다.그는자신에게노동조합은인간의자존감을깨닫게한“선생”이었다고말한다.
이력으로만말하자면,김진숙은우리나라에서제일오래된조선소의유일한‘처녀용접사’로일하다가노동조합활동때문에해고되고그뒤20년을해고자이자노동운동가로살아왔다.경직되고딱딱한사람일거라고생각했는데,막상그를만나자‘일당이좀세서’용접을배웠고,‘돈벌어서대학가는게’소원이었으며,‘정의사회구현’에도움이될까봐‘노조대의원’에출마한물정모르는촌뜨기였을뿐이라며환하게웃었다.다시기회가주어진다면이렇게살지는않을거라면서도,봄이오면‘삼랑진딸기밭’에나들이가고싶어하는비정규직해고자들의청춘을외면할수있을까를스스로에게물었다.
지은이의수많은강연과연대사를반복해서읽으며골라내기를여러번하고,그때마다내부에서이견을주고받기를또여러번했다.원고를구성해놓고도‘김진숙’이라는사람이제대로전달될수있을지고민했다.한미FTA다뭐다정말바쁜그를붙들고,제목생각해봐라,이거수정하자,저거고쳐달라,서문빨리써달라,주문도많이했다.출판사책상에붙어앉아밤을지새우기를그야말로밥먹듯이했지만,힘들다는생각보다마치새로연애를시작하는것처럼설레고긴장된나날이었다.그의글,그와의만남,무엇보다그의매력을발견하는것은즐거운일이었다.지은이는이책뿐만아니라인간을사랑할수있는마음과노동의기쁨,책만드는일의보람을우리에게선물했다.

출판사 서평

한진중공업다닐때,
아침조회시간에나래비를쭉서있으면
아저씨들등짝에하나같이허연소금꽃이피어있고
그렇게서있는그들이소금꽃나무같곤했습니다.
그게참서러웠습니다.
내뒤에서있는누군가는내등짝에피어난소금꽃을또그렇게보고있었겠지요.
소금꽃을피워내는나무들.황금이주렁주렁열리는나무들.
그러나그나무들은단한개의황금도차지할수없는…….
무슨말이하고싶은건지는아시겠지요?


‘소금꽃나무’라는책의제목에대하여

소금꽃나무는‘소금꽃’과‘사람나무’의합성어다.소금꽃은더운날,땀흘리고일하면작업복이젖었다말랐다하면서허옇게등판에드러나는땀자국이다.쉰내나고삭아서새색시에게빨아달라고선뜻내밀지도못하던작업복이지만,앞사람등에핀소금꽃을보면서노동자들이서로의동지애를확인하게되는현장의진실이다.
서있는사람은나무와비슷하고그나무들은소금꽃을피우며주렁주렁자랑스러운노동의열매를생산해낸다.이들이애써만든열매는물론그들나무의소유가아니다.그렇지만절망하지않고다음날이면또다시땀흘려소금꽃을피우고열매를맺어모두를먹여살린다.
수많은제목을만들었다가또지우는중에,이‘소금꽃나무’를추천한것은역시지은이였다.이책의느낌을참잘나타내서,제목을듣는순간반가웠다.


책의주요내용

이책에담겨있는글들은모두1980년대이후한국사회의실제모습을보여주는한편의역사이다.동시에지은이의살아온이야기이기도하다.권위주의,민주화,세계화로이어지는공식역사의이면에서,고단한노동의현실을당차게감당해낸여성노동자김진숙의삶과투쟁이고스란히드러나있다.가장인간적이기에가장감동적인노동자의이야기를,우리는그의글하나하나에서만나게된다.

하나,이땅에서노동자로산다는것
스물대여섯의나이에노동운동때문에해고되었다가20년만에복직하게된‘정식이형’과‘영재형’을바라보면서20년전의서로를회고하는글로시작한다.해고가그리길거라고는생각해보지못했던그긴세월이지나,20대중후반의나이가이제40대후반들이되었지만,아직내려놓지못하는부채감과잊지말아야하는그20년을찬찬히말하고있다.이어서십대후반집을나서시작한노동자생활,그절망과그로부터스스로어떻게노동자라는존재의식을받아들이게되었는지를담담하고사실적으로묘사하는글들이이어진다.

“세상을새롭게보게되었다.내가곧그들이라는사실이이제더이상부끄럽지도
치욕스럽지도않았다.같이살아야된다는생각.내가달라져야그들이달라진다는
생각.그들이딛고선땅이변해야내가딛고선땅도변한다는생각.눈물은곧다짐이
되었고가슴벅찬환희가되었다.인간이참고귀한존재라는생각이처음으로들었다.”


둘,거북선을만드는사람들
다른노동자들과지은이가나눈대담을담고있다.대우조선,현대조선,효성중공업,한진중공업등의노동조합활동가들을소개하는형식의이야기들이다.개인삶의구석구석과노동조합의어제와오늘의모습을사투리의맛을살려가며실감나게묘사했다.열악한환경에서도갈고닦아지는노동자의양심과진실,굴하지않는노동자특유의낙관과희망을당사자들의입을통해서고스란히드러낸독특한매력의현장인터뷰이다.이대담들을읽고있노라면우리들입가에미소가번지고저자가정말글을잘쓰는사람이라는생각을하게된다.

“가느다란나무뿌리가그늘드리운고목나무되도록피를섞어물을주고살을깎아
비료를주며알뜰살뜰가꾸어갈사람들.한번도앞서거나빛나지않은채30여년을
그렇게살아왔고수십년을그렇게살아갈사람들.지금도구석구석에서무딘쇠를벼려
칼을만들고묵은땅을갈아엎을쟁깃날을담금질하고있을보석같은사람들.그들에게
서우리의전망을찾아야하는건아닐까.”


셋,더이상죽이지마라!
수많은‘노동열사’를만들어낸우리시대의비극을이야기한다.그무엇으로도‘그죽음들’을위로하기에충분하지못할것이다.그렇지만이런감동의추모사가있었다는것은그나마다행이라생각한다.추모사를통해이렇게노동자들의가슴을뜨겁게위로하기는어려울것이다.추모식장에있지않았더라도그아픔과슬픔을충분히공감하게하는글이다.

“노예가품었던인간의꿈.그꿈을포기해서그천금같은사람들이되돌아올수있다면,그단단한어깨를,그순박한웃음을,단한번이라도좋으니다시볼수있다면,그렇게라도하고싶습니다.
자본이주인인나라에서,자본의천국인나라에서,어쩌자고인간답게살고싶다는
꿈을감히품었단말입니까?어쩌자고그렇게착하고,어쩌자고그렇게우직했단말입
니까?”


넷,비정규직은정규직의미래다
지은이가거의모든일상을바쳐연대하려하는비정규직노동자들의이야기다.
해고당하고고용승계를요구하며1년가까이길거리농성을하는처지임에도,봄이오면삼랑진딸기밭에봄나들이가고싶다는맑은청춘들과,예술가의자부심만으로는살수없는교향악단노조의애환,병원노조의실상등을바라보는지은이의깊은인간애가글곳곳에담겨있다.노조도만들지못한채고용불안에시달리고노동법에서도소외되는비정규직노동자들을적개심이나이데올로기가아니라‘그들도우리처럼’보아주기를,그것이정규직의미래를만드는진정한희망임을말한다.


“이제아무도기적을말하지않을때온몸으로기적을만들어가는사람들.우리가
단지역사를추억할때스스로역사가되어가는사람들.서러움이뭔지를알려거든
그들을보라.우리가잃은게뭔지를알려거든그들의눈빛을보라.연대를말하려거든
100일째펄럭이는천막엘가보라.우리들의미래가우리아이들의미래가몹시궁금하
거들랑비정규직이라불리는그들을보라.”

다섯,손가락을모아쥐면주먹이된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연대사등을통해서제대로된‘선생님’에대한갈망과소외된아이들에대한안타까운심정을그려낸글들이다.자식을통해선생님을절절하게꿈꾸는큰언니,학번에대하여,박근혜에게보내는편지등의이야기속에전교조에대한애정과,진정으로지은이가원하는교육이무엇인지가드러난다.


“낮은곳에피었다고꽃이아니기야하겠습니까.발길에채인다고꽃이아닐수야있겠
습니까.발길에채이지만소나무보다더높은곳을날아더멀리씨앗을흩날리는꽃.
그래서민들레는허리를굽혀야비로소바라볼수있는꽃입니다.민들레에게올라오
라고할게아니라기꺼이몸을낮추는게연대입니다.낮아져야평평해지고평평해져
야넓어집니다.겨울에도푸르른소나무만으로는봄을알수없습니다.민들레가피어
야봄이봄일수있지않겠습니까.”

여섯,상처
노동운동으로구속되었던당시저자의‘항소이유서’와조카,동생,부모님등가족관계를통해서저자스스로‘상처’라고표현하는개인적경험을다룬글이다.운명적인관계와환경속에서갖게되는애증과그럼에도산다는것으로이해되는인간내면의모습들이,어쩌면소설같은저자의인생을통해서가슴아프게보여진다.


“어머니기억나시는지요.오락가락하던비가개이고혈구
산에걸린무지개를잡을거라고따라가다길을잃어울며
돌아온제게,무지개는사람손으로못잡는거라고말씀
하셨더랬죠.아버지처럼땅두더지는되기싫다고,고깃국에하얀쌀밥만배터지게
먹고살거라고사립문을박차고나와부산행기차에몸을실은지십수년이지났건
만,무지개같은건사람손으로못잡는다는그말씀만큼은차마잊혀지질않습니다.”
_1988년조공노동자신문


어머니,
지금은감옥에계신어느노조위원장님의일곱살난아들에게
“네아버지가누구냐?”하고물으니
“노동잡니다”하길래,
그대답이하도맹랑해서
“노동자가누군데?”하고다시물으니
“역사의주인이십니다”하더랍니다.
그래요,어머니.
학교에서내주는가정환경조사서에
아버지직업을‘농업’이라고떳떳하게쓰지못하고‘상업’이라고써내고는
온종일가슴이오그라들어있던저처럼못난자식이아니라,
아버지직업란에‘노동자’라고써내는당당함부터
저는우리아이들에게가르쳐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