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소리없는분노와고통으로괴로웠다.그리고곧1968년5월의사건들이일어났다.사회전반에걸친문제제기가이어졌고,그중에는학교에관한것도있었다.그즈음『상속자들』을읽었다.…나의출신환경과의찢김에관해글을쓰겠다는욕망이강박관념이된건그때부터였다.…우리는많은것을,때로는아주오래된것들을뒤죽박죽느끼면서살아가고,그러다가그모든것을설명해주는,내가느낀것에관해말해주는책을만나게된다.내게는1971년에발견한『상속자들』이바로그런책이었다.…내게이책은내밀성의차원이든물리적인차원이든그어떤어려움에부딪히더라도글을쓰라는지령으로작용했다고말해야할것이다.
-아니에르노
『상속자들』에서피에르부르디외와장클로드파스롱은1964년당대의고등교육제도에서작동하는사회질서정당화메커니즘을분석했다.소외계층은인정받을수있는코드와비결에대해모르기때문에‘능력’과‘재능’을가장한사회적특권이영속화된다는것이다.…교육불평등과능력주의적인위선이라는이문제는1960년대이후로더중요해졌다.고등교육은상당히확대되었지만여전히매우계층화되어있고불공정하며,자원이실제로누구에게할당되는가의문제와교육에대한평등한접근을실현할교육방법의개혁이라는문제는그누구도진지하게제기하지않았다.
-토마피케티
부르디외는교육을통해사회의경제적,문화적자본이어떻게세습되는지를드러낸다.그가제시한‘문화적자본’개념은우리가사회내에서경험하는불평등의본질을이해하는데중요한열쇠를제공한다.
-장보드리야르
부르디외는교육이사회내에서불평등을재생산하는기계적역할을한다고주장하면서도,『상속자들』에서제시한연구방법론은우리의사회적현실을이해하는데있어매우중요한기여를한다.그의작업은교육연구뿐만아니라,사회학전반에걸쳐큰영향을미쳤다.
-위르겐하버마스
『상속자들』은단순히교육에관한것이아니라,현대사회에서권력과지식이어떻게결합되는지를보여주는중요한작업이다.부르디외와파스롱은교육이라는시스템이개인의위치를어떻게결정짓는지에대한깊은통찰을제공한다.
-미셸푸코
1.교육기회와성취의불평등을비판적으로분석해혁명을촉발한,비판사회과학의현대적고전
부르디외의『상속자들』은내게깊은영향을미쳤다.나는그책을통해,내가속한사회적환경과내가족이겪었던문화적빈곤을새롭게이해하게되었다.그것은내가자라면서느꼈던,그리고오랫동안의식하지못했던갈등과결핍을명확하게해석하는열쇠가되었다.
-아니에르노
어차피사회에지배엘리트가있어야한다면그내부에서계속충원되는편이그들의양성에필요한경제적,사회적비용을절감하는길일텐데,과연‘교육민주화’정책에어떤이점이있는지모르겠다.
-레몽아롱
1964년사회학자피에르부르디외와장클로드파스롱이함께저술한『상속자들』은유럽사회학연구소에서수행한여러연구와공식통계자료를바탕으로1960년대프랑스의교육체계와학생들의사회적위치에대해분석한책이다.파리고등사범학교출신의동갑내기인저자들은당시30대초반의신진연구자였다.학생들의교육기회와성취의불평등을통계적,인류학적으로접근해세밀하게드러냈고,교육이사회적재생산의도구로작용하는과정을파고듦으로써출간당시부터큰반향을일으켰다.1968년5월의학생운동에큰영향을끼친것으로도유명하다.교육체계와사회적계층간의관계를비판적으로분석함으로써,68혁명당시학생들이겪고있던불만과모순을명확히포착했기때문이다.두저자의박사과정지도교수였던레몽아롱조차,『상속자들』의내용과분석에적대적이었음에도,이책이좌우파를막론하고학생들이가까이두고읽는“베갯머리책”이되었다고인정할정도였다.
1989년부르디외는이책의정치적의의를다음과같은말로자평하기도했다.“한세대전체에의해읽혔고,정치의하늘에번쩍인불벼락”과도같았다고.적어도정치적영향력이라는면에서『상속자들』은비판사회과학에기대할수있는최상의성과를낸저작이었다.여기에는특유의예리한해석과비평,나아가이를뒷받침하는개성적이고풍자적인수사학이중요한매력을이룬다는점도크게작용했다.자기학생들에게지극한관심과주의를기울인신참교수들이었던부르디외와파스롱은통계자료에바탕을두면서도이를뛰어넘는놀라운직관력을발휘했고,통계분석과인류학적기술을결합한독특한스타일은여러종류의자료와현장을다루며다양한층위의독자들에게말을거는효과를낳았다.조건부확률계산과통계표분석에익숙한독자가아니더라도,학생들의생생한인터뷰내용,또는학생조건에관한풍부한서술과해석을통해이책에어렵지않게접근할수있었던것이다.그결과『상속자들』은전문사회학저서이면서학교,계급,재능과노력,세습되는문화적유산,불평등과같은영원한난제를정면으로끌어안으며교육문제를다룬한편의비판적에세이로도꾸준히읽혀왔고숱한사상가와작가에게영감을주었다.반세기가넘는시간을견디고지금껏살아남아20세기인문사회과학의대표적인성과중하나로평가받는이유이기도하다.
2.‘상속자’와‘장학생’을구분하는‘문화적유산’개념을통해파고든능력주의의허상
아이들이가정환경으로부터물려받는문화적유산이매우불평등하기에,상속받지못한아이들에게다른아이들이상속받은것을획득할수있는실질적수단을학교가제공하지않는한,문화앞에서의불평등은영속할것이다.
-피에르부르디외,1966년3월‘마르크스사상주간’강연
강력한집단에들어가기를바라는[오마하족]젊은이들은고독속에서은거하고단식하다가되돌아와서그들이본환영(vision)을어른들에게이야기해야했다.그런데그들이엘리트가문의구성원이아닌경우에,그들의환영은진정한것이아니라는선언을듣게되었다.
-마거릿미드,『문화적진화에서의연속성』
“내실력은오로지내노력으로얻어낸것”이라고여기는능력주의사회에서,사람들의관심은‘공정한’시험과경쟁이보장되는지에쏠린다.그리고과연모두가동일선상에서출발하고있는지에대한문제제기는간과되거나어찌할바없는것으로치부된다.이책이처음출간된1960년대프랑스에도능력주의가부상하고있었다.교육기회가누구에게나평등하게열려있는만큼,개인의성공은타고난재능과자유로운노력여하에달려있다는주장이퍼져갔고,이는노동계급의소득증가와매스미디어의활발한보급으로계급간경제적,문화적격차가빠르게감소하고있다는통계로뒷받침됐다.
19세기이래발자크나스탕달같은작가들이초창기교육제도의사회적효과를형상화하며귀족이나부르주아지출신과(명석하지만)가난한집안출신을대비한이래,‘상속자’대‘장학생’이라는구도는오랜문학적전통이되었다.제목에서부터이런구도를연상시키는『상속자들』은이책에서비판적으로겨냥하는‘상속’의요체가‘경제적유산’이아니라이른바‘문화적유산’에있다는점에서독창적이다.언어능력과예술취향,교양지식등이문화적유산을구성하며,이는가정에서일어나는미시적인상호작용과일상적인학습을통해부지불식간에전수된다.부르디외와파스롱은교육체계가문화적유산의상속자들을선호하고대학생으로선별해낸다는점을설득력있게보여준다.가정에서물려받은모종의자질을‘자연적재능’으로간주하게만들면서학교는계급적차이를학업적차이로변환한다.
‘상속자들’을그저‘타고난능력자들’인양변신시키는재능이데올로기는지배계급중심의사회질서를정당화하는기능을수행한다.그것은외양상중립적기구인학교를통한학위취득이사회적특권에접근하기위한열쇠를제공하는‘능력주의사회’에서한층효과적으로작용한다.학교,나아가교육제도는문화자본의불평등한분포를재생산하며,따라서사회공간의기존구조를재생산하는데결정적으로이바지한다.그것은사회구조뿐만아니라정신구조를재생산하는데에도핵심역할을한다.이런맥락에서교육사회학은부르디외가구상한비판사회과학의토대를이루며,『상속자들』은바로그토대의토대를마련한저작이다.
3.사회학과가사라져가는한국사회에서부르디외사회학을읽는다는것
『상속자들』은다양한사회학적전통이한권의책안에서어우러진향연이기도하다.뒤르켐,베버,마르크스등의고전이론가들을창조적으로활용함으로써종합한다.뒤르켐처럼교육제도의기능을중시하고마르크스처럼계급재생산을문제화하면서도,뒤르켐과달리학교를사회통합의기구로보지않고또마르크스와달리경제적상속보다문화적상속에주목하는식이다.여기에권력의정당화에대한베버의이론적통찰과이념형적방법론이더해지는데,흥미롭게도이모든이용과조합과정에서(불필요한상징적권위를행사할위험이있는)고전이론가들의이름은최대한절제되어나타난다.바질번스타인의언어사회학,리처드호가트의노동계급문화연구,소스타인베블런의유한계급론같은영미권의지적자원을바탕으로한경험연구는‘숨겨진지배논리의발견과폭로’라는계몽주의적비판을지향했다.이는사회학담론자체의지향과한계를끊임없는지식사회학적성찰의대상으로삼는다는점에서새로운면모를지녔다.부르디외는『상속자들』의영역본에부친서문에서“이책의중요한미덕은사회과학의전통과분과학문들이떼어놓고사유하는경향이있던사회세계의면모들,이를테면학교에서의중도탈락에대한분석과교육체계의기능과작용에대한분석이라든가,학교언어와문화의차별적수용에대한분석과계급문화에대한분석같은것들을한데묶어보려한시도”에있다고말한다.궁극적으로그것은“교육사회학의지배적전통과단절하고,사회재생산의한차원으로서문화재생산의사회학을연구하기위한프로그램의초안을잡으려는목표”를지향했다.
이처럼분석과비판이라는사회학의본령에충실했던저자들이처음부터사회학으로학문적여정을시작하지않았다는사실에주목할만하다.프랑스최고의수재들이모인다는고등사범학교에서철학을전공했고어렵기로이름난교수자격시험(아그레가시옹)에합격한저자들은철학사의난제와대결하거나‘인간’이나‘세계’의심원한비밀을밝히는추상적이고보편적인주제의‘고상한’책을펴낼것이라는세간의기대를여지없이배반했다.『상속자들』은1960년대초프랑스에서아직제대로분화하지않았던교육사회학영역의전문적논의로,철학적‘고담준론’과는한참이나거리가멀다.190쪽분량인원서에서자료중심의부록만60여쪽에달하며,본문에도적지않은각종통계표와설문조사결과,인터뷰발췌문등이실려있다(릴대학사회학과학생으로조사작업에직접참여하기도했던사회학자이베트델소가나중에“그런자료들에서도제대로된책이나올수있구나”하고내심놀랐다는고백을할정도였다고한다).부르디외는알제리에서장교로복무하던시절식민지주민들의참상에큰충격을받고,철학에서인류학으로전향한뒤,프랑스에돌아와서는사회학자가되었는데,이런학문적방향전환의배경에는“사회적고통,그리고살아갈이유앞에서의[계급간]극심한불평등”에대한첨예한비판의식이자리잡고있었다.
올해대구대학교에서는45년간명맥을이어온사회학과의폐과가결정되었고,이에사회학과학생들과교수들이사회학과의가치를재조명한다는취지에서추모형식의학술제를열기도했다.입학생이미달해취업에유리한실용학문위주로학과체제를재편하는과정에서사회학과의소멸은,그저하나의학과가사라지는데그치지않는다.『상속자들』이그러하듯사회현상을새로운시선으로분석하고,쉬이드러나지않는‘사회적인힘’을비판적으로규명하는사회학연구는사회를비추어보는거울이다.교육체계의본질을드러낸비판사회과학의현대적고전이,교육과정자체가사라져가는시대에저마다의자리에서새롭게,또는달리읽히기를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