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게의 맛 (두 딸을 키우며 생각한 것들 | 반양장)

멍게의 맛 (두 딸을 키우며 생각한 것들 | 반양장)

$18.00
Description
임지영 기자는 누굴 만나든 인터뷰 말미에 꼭 하는 질문이 있다. “세상이 나아지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이 혼돈의 세상에서 아이들의 미래에 대한 희망의 가능성을 구하는, 자기만의 의식이다. 16년째 〈시사인〉 기자로 일하고 있는 저자가 그중 11년간 써온 일기를 기반으로 한 첫 에세이집. 여성으로서, 엄마로서, 암환자로서, 그리고 무엇보다 기자로서 이 사회에서 부딪히며 경험해 온 것들을 솔직하고 담담한 문체 속에 담아냈다.
언뜻 보면 육아일기의 형식을 띠고 있지만 한국사회의 지난 10년을 평범한 워킹맘이 어떻게 통과해 왔는지에 대한 촘촘한 자전적 기록에 다름 아니다. 세월호 참사에서부터 아동학대 사건, 최근의 탄핵 집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현장들을 취재하며 엄마로서 갖게 되는 복잡한 심경과 내밀한 감정들을 솔직히 고백하는 한편, 오늘날 ‘일하는 여자’가 넘어야 할 갖가지 장애물들을 특유의 낙천적 시선으로 위트 있게 그려낸다. 사회의 부조리와 모순들을 두 아이와 함께 마주하며 때론 설명에 실패하고, 때론 아이를 통해 깨우치는 과정은 우리가 다음 세대의 아이들에게 어떤 어른, 어떤 동료 시민이 되어야 하는가를 고민하게 한다. 무엇보다 1980년대생 ‘지영’과 2010년대생 두 아이의 10년에 걸친 성장사가 지독히 사랑스럽고 경이롭다.
저자

임지영

저자:임지영
2009년『시사IN』에입사해사회팀과문화팀에서일했다.분야와상관없이사람들이무슨생각을하며사는지글로푸는데관심이많다.사람만나는걸부담스러워하지만사람을만나에너지를얻는편이다.언뜻무용해보이는일에천착하는사람들을만날때몸이자주앞으로기운다.
말과행동이느린편이라느긋한성격인줄알았는데두아이를낳은뒤실은성미가급하고조바심많다는걸깨달았다.국내외아동학대사건과제도를살핀기획기사로제21회국제엠네스티언론상을수상했다.

목차


1가족을잃고가족을얻다
장례식과결혼식/인생의다음장/뱃속의하리보/복선/출산면허/임신중○○○/딸이라서/중력의힘/꿀렁/적신호/배려받는기분/비오는날/길목/기대보다두려움/그런날들/돈돈돈/벌초/응시/누가봐도임부/청바지와스웨터/첫만남/산후조리원이라는신세계/아마도마지막극장/보호자는처음이라

2초보육아우행록
엄마의몫/아들낳는법/가슴의무게/구수한결혼기념일/사진발/의성어로채운하루/따뜻한말한마디/일인분의몫/재연이의하루/이사/외계어/진도에서/너란아이/엄마니까?/아장아장……쿵쿵/둘째생각/아이의감각/세살고집

3이더하기일더하기……일
복뎅이/핑크월드/태몽/다정함에는체력이필요해/나의지배자/골목길/추모제/술집나들이/셋째엄마/만삭/롤러코스터/멍게의맛/복뎅이를만난날/신생아실너머/삼춘기/그러할연/여름날

4비전지적엄마시점
제주도우리집/성산일볼충에서/제주의기억/색칠공부/대기조/흔한자매의시작/모기의취향/모방의모범/치마와바지사이/네살의능력/제사의정석/“우리공주”/먼미래/광주삼남매/첫치과/자매의사회생활/뒤끝대마왕/닫힌방문안을상상하며/편애/다짐/최고는베트맘/아홉살엘런의원피스/애쓰지않아도괜찮아/천재는필요없어/기차구경/9년만의메일/아이없는삶/보통의하루/머릿니박멸작전/꿀떡술떡/점점이와쭈쭈/인정투쟁/갑갑한여름/씨름왕/명절의시작/아이의자장가/우주만큼손바닥만큼/철봉휘돌기/지영이들

5절대내향인가족
키친드링커/바통터치/코로나세대/초품아/사교육과공포마케팅/무심한엄마/돌봄교실선생님/우리에겐직진뿐/잠금해재/내향인1호/공정이란무엇인가/아홉살인생/구례/노키즈존/피아골의가을/첫핸드폰/복화술의달인/상실의시대/유령가면과천사의날개/수면독립/영어공부/두갈래길/낙관도비관도아닌/칼치기환승/우리집금쪽이/체육소녀이연/어떤학부모/엄마는오늘도통화중

6찰떡엔귀가없는데
남편의눈물/아이들의학교생활/찰떡은귀가없는데/치과라는난제/불평등한어린시절/가사일의슬픔과기쁨/고백/51년생김○○/55년생오○○/육아의기쁨과슬픔/꼬북칩과혐오사이/재난과아이들/민원인과학부모/타이밍/엄마와우산/부자엄마가난한엄마/행복은유난스럽게/재연이의학교생활/두아저씨/밥과빵/아이의취향/이상한나라의허이연/소용돌이의시간/몸튼튼마음튼튼/절제의방식/유전의확률/암수술/요양병원/배달의맛/얼음판의두자매/재연이의첫전시회/결혼기념일선물/빌런이나타났다

에필로그345

출판사 서평

* 직장과가정사이를총총거리며11년간써내려간기자의일기속에담긴
‘1980년대생’지영과‘2010년대생’두아이의사랑스러운성장사
* 서로다른우리는어떻게가족이되어가는가
* 보통의하루하루가쌓여만들어내는삶의특별함에대하여
* 지난10년한국사회에서여성과아이들은어떻게자신의삶을일구어왔을까
* 아이의눈에비친세상을통해스스로를성찰해가는어떤어른의일기

“이책은육아일기이기이전에함께사는사람들이사람의시간을보내는이야기다.가까운사람을잃고,새로운사람과새로운관계를맺고,또새로운사람을탄생시키고,사람으로서세상을보며사람의시간을살아가는이야기.그담담함이무척매력적이다.”정보라(『저주토끼』)

“딸,여성,부모,한공동체의구성원으로서저자가느낀모든번민들에수없이고개가끄덕여졌다.”엄지혜(『태도의말들』)

임지영기자는누굴만나든인터뷰말미에꼭하는질문이있다.“세상이나아지고있다고생각하시나요?”이혼돈의세상에서아이들의미래에대한희망의가능성을구하는,자기만의의식이다.16년째<시사인>기자로일하고있는저자가그중11년간써온일기를기반으로한첫에세이집.여성으로서,엄마로서,암환자로서,그리고무엇보다기자로서이사회에서부딪히며경험해온것들을솔직하고담담한문체속에담아냈다.
언뜻보면육아일기의형식을띠고있지만한국사회의지난10년을평범한워킹맘이어떻게통과해왔는지에대한촘촘한자전적기록에다름아니다.세월호참사에서부터아동학대사건,최근의탄핵집회에이르기까지다양한현장들을취재하며엄마로서갖게되는복잡한심경과내밀한감정들을솔직히고백하는한편,오늘날‘일하는여자’가넘어야할갖가지장애물들을특유의낙천적시선으로위트있게그려낸다.사회의부조리와모순들을두아이와함께마주하며때론설명에실패하고,때론아이를통해깨우치는과정은우리가다음세대의아이들에게어떤어른,어떤동료시민이되어야하는가를고민하게한다.무엇보다1980년대생‘지영’과2010년대생두아이의10년에걸친성장사가지독히사랑스럽고경이롭다.

* 여전히,여자는한국사회를어떻게살고있는가
앵그리워킹맘의11년육아일기가보여주는우리사회여성의자리

“아들낳는법.”딸을낳은지100일도채지나지않은어느날시아버지는이런문건(?)을건넨다.그날그는처음으로결혼을후회한다.아이의하원시간을조금이라도앞당기고자‘칼치기환승’을이어가며퇴근하던어느날엔버스정류장에서우연히만난선배가말한다.“그러게다른엄마들이랑좀친해놓지그랬어.”그선배에겐다른엄마들과‘친해놓는일’을해준부인이있었다.“그기자애낳고오더니펜끝이무뎌졌어”하는수군거림이전해지던어느날은‘나도민폐가되면어쩌나’하는상념에빠져잔뜩위축된하루를보낸다.
이는모두2010년대저자가평범한직장여성으로서겪은일들이다.육아휴직기간에는“옷을빼앗긴선녀”처럼“하늘로훨훨올라가는”직장동료들을지켜보며“의성어와의태어만으로”하루하루를보내다복귀후에는육아를병행하며“어쨌거나일인분의몫을해내”기위해허덕이는직장여성의삶은이시대에도변함이없다.아이에게‘부족한엄마’로서느껴야하는죄책감도여전하다.생후7개월부터어린이집에다니기시작한첫애는하원시간이제일늦는탓에몇시간은늘혼자노는아이가되어안쓰럽고미안하다.아침마다등원과출근사이아이와벌이는실랑이속에서저자는자주생각한다.‘집과회사,양쪽모두에서나는왜이렇게부족한가.’
아이가있거나없거나사회가여성에게바라는생애과업으로부터자유롭지못한건마찬가지다.직장과대학원생활을병행하기시작한선배는이렇게말한다.“난애를안낳았잖아.이거라도해야지.”‘저성과’에대한고민을털어놓는사람을앞에두고또다른선배는위로랍시고이렇게말한다.“넌대신애를키우잖아.”저자는또상념에빠져든다.‘난역시애를낳은것밖에한게없는건가?’아이를갖지않겠다는후배앞에서저자는중얼거린다.“아니그걸어떻게알았어...어떻게알고...”결혼전낙태가불법이던시절,낙태가가능한병원들을취재하며가임기여성들의절박함에공감했던저자는어느덧10년의세월이흘러낙태죄위헌판결의날,이제는후퇴불가능한육아라는현실의잔인함을헤아리며그절박함을이해하는두아이의엄마가돼있다.
그래도조금씩나아가고있는세상속에서저자는자신과다른삶을선택한동료여성들에게로시선을확장하는한편,그럼에도불구하고여전히견고한성차별과편견들속에서,과연나는왜아이를낳기로했는가고민한다.

(106)무채색일상이영원할줄알았는데,정신을차리고보니시뻘겋고샛노란비비드컬러가내하루하루를물들이고있다.평소느껴보지못한감정의세계로나를몰아넣는저작은것.세상끝까지화가치밀다가도끝내다정한화해로마무리하는일을기꺼이반복하게만드는힘을가졌다.

(234)나는왜아이를가졌을까?…어쩌면살아볼만한세상이라고생각했는지도모른다.어제의확신이오늘은명백하게깨지고,당장죽을것같다가도금세살만해지고,며칠새달라진나뭇잎의색깔로세월의흐름을감각하고,씹을수록단맛이나는밥알을삼키는동안틈틈이스미는고달픔을수용하는하루,그걸겪게하는게미안한일만은아니지않을까?나는세상을비관하는쪽이라고생각했는데그렇지만도않았다.

일과육아사이에서분열하며나자신을붙들고자했던여성이“수시로선을넘는생명체와지지고볶으며”‘타인의악의없는침범’에너그러워지고엄마의자리의나를긍정하게되기까지의촘촘한고민과사유가눈물겹다.이책의기반이된일기의최초의도는아이들의빛나는순간들을기록해두려는것이었으나,어느덧육퇴후“화를삭이기위해”쓰는고발장이자치부책이되었고,그런하루하루가모여11년이라는세월을담게된지금,한여자가이험난한반여성적사회를헤쳐나가며어떻게성장해왔는가를보여주는회고록이됐다.저자는“자격미달”엄마의이일기가“어느한시절이영원할것같아허둥거리는부모들에게”,“해질녘아이를옆에두고안도와쓸쓸함을동시에느낄한여성”에게,또“다양한형태의가족안팎에서고된하루를보내고있을누군가의아이였던어른들”에게가닿기를상상한다.

* 기자의11년노동일지속에담긴우리사회아이들의자리

16년차기자의일기는세월호에서부터최근의탄핵집회까지다양한현장을발로뛰어온한여성의노동일지이기도하다.현장검증에서“내안에괴물이있다”고중얼거리던아동성폭행범김수철의말을떠올리며,화재로삼남매가죽고엄마만살아남은현장에서까만재를뒤집어쓴색색의작은신발들을바라보며,팽목항귀퉁이에서기사를송고하며,세월호집회에서마지막승선의순간아이들의얼굴에비쳤을천진한웃음을생각하며,그리고부모가아이를학대해죽인사건들을취재하며,저자는자신의아이들과이사회에서아이들의위치에대해생각한다.이불확실성으로가득한세상에서,또약자에게한없이가혹한세상에서,수많은위험이어디나존재하는세상에서아이를어엿한성인으로키워낸다는것은어찌보면‘기적’이다.

(199)공포에지지말라고해도공포를느끼는것자체는어쩔수없는일이다.…아이들이태어나며상실과훼손의가능성도함께오기때문이다.문밖을나서는아이들의뒷모습을보는아주짧은시간,나는종종두려움에압도당한다.

‘노키즈존’과‘맘충’은있어도‘파파충’이란말은없는사회.여자화장실에만기저귀교환대를갖춰둔공공장소들.아이가커갈수록‘엄마커뮤니티’는있어도‘아빠커뮤니티’는찾아볼수없는동네.학대나범죄,사회적재난으로죽어간아이들의목숨을밑거름으로각종법안들이생겨나고,출산율을높이고엄마와아이를위하는정책들이마련되는듯해도이들의자리는여전히낮은곳에위치하고있다.

* 아이가던지는질문들의답을찾아가며그려낸사색의경로

“엄마,그럼이거배달해준사람은죽은거야?”
아침에등교하다현관의배송박스를본아이가물었다.언젠가배달노동자의현실을설명해준적이있는데아이에겐그다지친절한설명이아니었던것.
“너공주가배나온거봤어?”
반에서몸무게1등을찍은일곱살아이에게식탐을자제시키며할머니가말했다.저자는다른‘구실’을찾다가실은“자신의몸을긍정”해야한다던평소자신의신조조차말뿐이었음을깨닫는다.저자는치마를완강히거부하던둘째가어느날갑자기치마를입겠다고하자안심하는스스로의모습에서도모순덩어리의나를만난다.
아이들은“세마디만넘어가도집중력을잃고”복잡한사안들도곧잘선과악으로나눠이해해버리기때문에늘애를먹는다.아이들의천진함이자아내는사랑스러운에피소드들사이로차별과혐오,폭력과자본의힘에서자유로울수없는또다른질문들이펼쳐지며엄마는난관에봉착한다.어느날은동성결혼을반대하는서명을받는할머니들에게꼬북칩을덥썩받아버린아이에게‘동성애혐오’를설명해야하는미션이주어진다.초등학교교사가학교에서목숨을끊은이후공교육멈춤의날이공지된날엔,학교에안가도된다는사실에그저기뻐하는아이들에게무슨말을해줘야할지난감하다.장애를가진친구를보고“쟤는공부안해도되니”부럽다고말하는아이앞에서,장애인과함께놀이터를이용한다면어떨까라는설문에‘이상하다’고당당하게소리치는아이앞에서,기초생활수급에대해설명해줬는데“그러니돈이없으면피곤하다”는명제를들이대는아이앞에서,엄마는반성하고깨우친다.그리고계엄이선포된2024년12월3일,어른들조차믿을수없는또하나의거대한사건을마주하며‘개엄’을검색하는아이앞에서저자는또다른챌린지의시작을예감한다.
안기조차두려울만큼작았던생명체가어른들의말문을막고때론과오를깨우치게하는어엿한한‘사람’으로커가는성장의경이로움속에서우리는과연어떤어른,어떤동료시민이되어야하는가를돌아보게한다.

* 질병도일상이라는깨달음에서건져올린생의특별함

이대로이어질것만같던평범한삶에도불행은닥쳐온다.2023년겨울,저자는유방암진단을받는다.두종합병원의진단과처방이모두엇갈리며불안과혼돈의하루하루를통과하는속에서도아이들의일상을챙겨야하는나날들은계속된다.가슴의절제방식을놓고유방외과의사와성형외과의사는다른의견을내놓는다.수술을일주일앞두고갈피를잡을수없다.갑자기주어진선택권(?)이라니.하지만저자는아이들의웃음속에서마침내해답을찾는다.
그속에서도저자는유머와긍정적시선을잃지않는다.딸의암판정소식을듣고“레이저로수술하면안되냐”묻다가눈물을그렁그렁단채나타난친정엄마,엄마가슴이짝짝이가되면같이목욕탕에가겠느냐고물으니천진하게깔깔거리던아이들덕분만은아니다.환자를수술대위에올려놓고의사들끼리는나누는일상적대화속에서,백팩을메고퇴근하는의사의일상복차림에서,요양병원에서항암치료를받으면서도매시각아이를챙기는또다른엄마의통화에서,저자는타인의일상을느끼고그일상성에대한신뢰속에자신의삶에대해서도용기를얻는다.

(319)이동식침대에서수술대로옮겨지는동안의료진끼리주고받는사담이들려왔다.
“나패드가필요한데사물함을아무리뒤져도없더라고요.”
“그거다른방에서본것같은데.저쪽방캐비닛에서.”
“내가헷갈렸나?어느방인데요?”
일상적인대화에오히려마음이편해졌다.나에겐생이걸렸지만이들에게는흔한일상이다.오늘아침해낸양치질처럼익숙하게마쳐주겠지하는생각에어쩐지안심이되었다.

나에게는생이걸린일이지만그들에게는수술도일상의일부분일뿐이니잘끝날것이라고,또남들도이같은불행과고통을잘견뎌내고있으니나역시그럴수있다고믿는것이다.이같은저자의시선은삶이어떤거창한과업이라기보다는나와타인의매일매일이차곡차곡쌓여이루어지는일임을깨닫게한다.

* 너무나다른우리는어떻게서로의‘곁’이되는가

(211)나는어떤부모일까.결핍없는내면을선물해줄자신은없지만언제든돌아올구석이있다는믿음은주고싶다.멀리떠났다가도언제고돌아왔을때곁이되어주고싶다.<